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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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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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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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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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교단 (1)

DUMMY

“세현아, 어디가?”


식사를 마친 일행이 뒷정리까지 마무리되자 세현은 밖으로 향했다. 이에 수아가 따라붙었지만


“지호 아버지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괜히 바람 쐐도 온다는 등의 둘러대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편이 확실하게 애들을 때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그래?”


“잠시만 갔다 올게.”


무인도에 하나뿐인 훈련장으로 향했다.

따로 장소를 정하진 않았지만, 태한의 마나를 따라가니 도착한 곳이 훈련장이었다.

그저 공터 바닥에 필드가 설치되어 있을 뿐인 구식 훈련장이 나왔다.


“빨리 왔네? 그럼 바로 시작할까?”


앉을 수 있도록 육면체의 석제 벤치에 있던 태한이 훈련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중앙에 서선 검을 소환했다.

커틀러스 형태의 백색의 검으로 가드가 있어야 할 부분이 납작해선 마치 도신부터 손잡이까지 하나로 이어진 느낌 검이었다.


‘하나···’


보통 인간의 무기는 개수 상관없이 동시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태한은 두 개의 검을 다룬다고 했으니 당연히 동시에 튀어나오리라 생각했다.


“필드는 부탁할게. 태생적으로 마나가 적어서 이 정도 핸디캡은 괜찮지?”


세현을 학생이나 아들 친구가 아닌 전력을 다해야 할 상대로 보고 있기에 태한은 어른으로서의 편견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


“네. 상관없어요. 시작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걱정 마. 필드가 펼쳐지면 자동으로 타이머가 켜질 테니까.”


태한의 말대로 필드가 발동하자 허공에 60초의 카운트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쪽 팔 없다고 봐줄 필요 없어.”


외팔의 검사.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야 하지만, 외팔이라면 검사로선 끝이다.

처음부터 외팔이 아닌 팔을 잃게 됐다면 더더욱.

팔 한쪽이 없는 것으로 균형감각은 격변하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제대로 증명해줘.”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태한에게 세현이 한 답변은 마법 하나. 지금 상태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꺼내 들었다.


‘천이.’


필드 전체에 번개가 아른거리게 되자 태한도 미소 지으며 검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보통 대련의 시작 전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날개를 펼치거나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

번개를 손에 두르는 등 오직 자신에게 펼쳐 신체 강화에 해당하는 마법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보통이다.

태한의 경우 지금처럼 검에 불을 둘러놓는다.


‘천이를 상대하는 건 오랜만이네.’


자세를 낮추고 당장에라도 뛸 수 있도록 준비한다.


‘불··· 만약 지호가 아버지를 따라 하는 거라면’


어느덧 카운트는 5에 도달했고 이제부턴 초단위로 알람이 울렸다.

3

‘시작부터’

2

‘두 분께 배웠다면 번개··· 그렇다면’

1

‘마법을 쓰기 전에.’


웅!

시작과 동시에 휘두른 태한의 검은 그대로 공기를 갈라냈다.


“오, 천이라도 반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태한은 뒤돌아 자신이 있던 곳에서 세현을 찾을 수 있었다.

대련 시작 직후 두사람의 위치가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빠르네. 마법 쓰는 것도.’


세현에게 휘둘렀던 불을 두른 검.

빗맞힐지언정 불이 꺼질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찰나에 내 마법도 지웠고··· 라이님 상대할 때보다 더 힘들 것 같은데?’


위치가 바뀐 지금 이어진 눈치싸움에서 먼저 움직인 건 세현이었다.

하늘 높이 점프하더니 공중에서 번개를 수차례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진짜 너무하긴 하네!”


마법을 사용하면 금방 지워진다.

꼭 공격이 아니더라도 번개를 막아내기 위한 불조차 지워냈다.

지금 떨어지는 번개들을 막을 방법은 오직 손에 들린 검을 활용하는 것뿐.


‘빨라.’


태한은 움직였다.

번개를 쳐내기보단 흘리면서 간혹 동선과 겹치는 벼락만을 검으로 베어냈다.

세현이 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땅을 밟게 되고 이는 태한에게 있어 몇 없는 기회일 터.


‘이럴 줄 알았으면 세리아로 올걸.’


결국 세현은 땅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천이가 있기에 다시 점프해도 좋고 태한을 피해 움직이는 것도 좋다.

세현에게 있어 지금 내세울 선택지는 많았다. 다만


“그렇게 잘 보이게 뛰면 위험하지!”


태한은 진작에 도착했다.

세현이 땅을 밟기 직전 태한의 검이 세현의 머리 위로 내려온다.

인간의 무기도 일종의 마법. 그렇다지만 세현의 기술로는 무기를 지울 수 없다.

막을 수단은 마법 하나. 자신을 중심으로 번개를 펼친다.

사슬처럼 이어진 번개들이 세현을 감싸기 시작했다.


차르륵─!

360도 말 그대로 세현을 둘러싼 번개 사슬에 다행히도 태한의 검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 마법을 풀기라도 한다면 눈앞의 검은 당장이라도 자신을 썰어버릴 것이다.


‘이건 못 튕겨내. 마법으로─’


위에서부터 내려찍듯 다가온 불을 두른 검. 태한은 정면에 있다. 두 눈으로 확인한 거짓일 수 없는 진실. 그런데


“아까 말했지.”


정작 태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뒤!?’


등 뒤. 목소리와 동시에 검과 번개가 맞닿아 충격파가 일어났다.


‘대체 뭐가 어떻게─?!’


새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지도 못했는데 태한은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왔다.


“아직 멀었어!”


이번엔 왼쪽.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은 확실하게 세현이 펼친 마법과 부딪힌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세현의 사슬을 울린 세 번의 공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참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번 내려찍었다고 끝이 아닌 칼을 들어오려 다시 내려찍고 좌우로 팔을 휘저으며 공격을 이어나간다.


‘셋 다 진짜라고?’


한 곳이 아닌 세 곳 모두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그것도 동시에.

이건 단순히 빠르게 움직인다고 설명될 그런 취급 좋은 설명 따윈 통하지 않는다.

셋 모두 거짓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

주도권은 태한을 향해 완벽하게 기울었다.


‘없애지 못하는 걸까··· 그게 아니면 때를 기다린다거나.’


주도권이 넘어왔다지만, 세현의 번개에 금을 낼 뿐 그 이상을 나아가진 못했다.

더군다나 번개가 푸른색으로 물든 이후엔 모든 공격을 안정적으로 막아내기에 이르렀다.


‘조금 도발해볼까?’


섣불리 나섰다가 어떤 마법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 태한은 입을 열어보기로 했다.


“나름 비기로 취급되는 마법인데 이거 자존심 상하네. 그런데”


여전히 검은 세현의 마법을 부수기 위해 춤추고 있고 수백에 이른 참격에도 푸른 번개는 조금의 균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만으론 교단을 상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더 보여줄 거 없어?”


세현에게 있어 가장 감정을 파고들 수 있을 단어가 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구태여 그 역겨운 단어를 꺼내 들었다.


“도발하시는 거예요?”


도발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문장에 다행히 세현은 움직였다.

여전히 검이 내려오는 상황에 자신을 지키던 푸른 번개를 지웠다.


‘왜지?’


방어가 위태로워 보이지도 않았는데 세현은 방어를 손에서 놓았다.

갑작스런 반응에 태한의 머릿속을 울린 건 지금 공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닌 들고 있는 검을 방패 삼아 다가올 공격에 대비하는 것.

검을 세로로 세우고 머리와 몸에 최대한 붙여 상황을 살핀다.


‘앞이구나.’


세현을 지키던 방패가 사라진 시점에서 정면에서 검을 들이밀던 태한을 제외하곤 주저 없이 세현을 향해 검을 뻗었다.


‘일단 거슬리는 것부터’


검이 닿기 직전 세현을 중심으로 폭풍우가 몰아쳤다.

본체는 살짝 밀려나는데 그친 반면, 그리 위협적이지도 않았음에도 두 분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법에 의한 물리적인 소멸보다는 모종의 이유로 존재 자체가 지워진 느낌이었다.


‘지운 건가?’


분신들을 소멸시킨 세현의 이어진 행동, 한 번 끊긴 주도권을 자신의 것으로

콰과과광!!!


본인도 휘말릴 것이 분명한 상황에 세현은 벼락을 떨어뜨린다.


“이런 미친!?”


방금까지 아무리 휘둘러도 뚫리지 않던 푸른 번개가 이번엔 무기가 되어 자신을 향한다.

언뜻 보면 아무 계획 없이 그저 떨어질 뿐인 기존의 번개 마법. 위력이 강하기에 컨트롤하기 힘든 마법.

그 상식의 틀이 완전히 무너졌다.


푸른 번개는 세현의 주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질지언정 결코 세현을 덮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을 향한 번개를 검 한 자루만으로 베어내면서 우연히 태한의 눈에 비친 상황 하나.

세현을 향해 떨어지던 벼락이 그대로 소멸한다.


작은 블랙홀이라도 있는 듯 그 자리에서 사라지곤 태한을 향해 달려든다.

위에서 떨어지던 번개가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어이없는 상황에 태한은 도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걸 다 컨트롤 한다고!? 이런 건 그 둘이라도─!’


이후론 더 가관이었다.

난데없이 번개로 된 구체들이 마구잡이로 생기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승기조차 사라졌다.

하늘에선 벼락이 수직으로 내리꽂고 있질 않나 구체에서도 푸른 번개가 주변을 덮치기 시작했다.

무자비하게 발산하는 것 같으면서도 태한을 집요하게 노리는 번개 덕분에 결국에는 태한의 마나석이 깔끔하게 두 동강 났다.


“어후~ 졌다 졌어. 뭐 하나 할 수 있는 게 없네.”


대련이 끝난 즉시 태한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런 태한쪽으로 세현이 걸어갔다.


“상성이 좋았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지금까지 나한테 썰려 나간 마법사들은 죄다 욕할걸?”


그대로 누워버린 태한은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


“네?”


세현은 누워있는 태한의 옆으로 가 앉았다.


“아직 학생인 너에게까지 손을 벌리기 싫어서 나름 열심히 해봤는데 안 되더라.”


태한은 상체를 일으키곤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쓸어내렸다.


“멀쩡한 팔까지 잃어버렸고.”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세현아.”


교단의 근거지에 관한 정보는 100년도 전에 알아냈다.

위치 변화 한번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놈들의 근원지.


“단체로 습격했을 때 말이야. 어딘가 게임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어.”


흔히 널려있는 마을의 골목, 언제 지어졌는지 모를 교회로 향하는 샛길.

흰색과 검은색의 날개가 한 쌍을 이루는 문양 사이를 가로지르는 십자가 하나 걸려있는 글자 하나 없는 교회.


특이점이라면 있다.


교회와 이어지는 골목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총 10곳의 서로 다른 골목의 끝이 그곳을 가리켰다.

순간이동도 아닌 기이한 현상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 일그러짐이 일어나있다.


“단독주택보다 살짝 큰 정도였어. 혹시 모르니 우리는 다 같이 문을 열었지.”


정말 특별한 것 하나 없던 벽돌 건물의 네모난 목조 문 앞에 50명이 떼지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그 속에 드러난 일그러짐 두 번째


“어땠을 것 같아?”


교단을 습격하기 위해 전해져야 할 정보.


“복도.”


세현은 이미 그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긴 두 분께 들었으려나?”


길게 늘어진 복도.

이것이 교단의 일그러짐 두 번째. 건물의 규모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 그 속에 들어있었다.


“우릴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오더라. 뭐 너도 알겠지만, 전부가 계약자.”


부족하다 난리 치는 계약자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나온다.


회색의 민무늬 가면을 쓰곤 잘도 싸우는 교단들.

그 덕에 누구 한 명 밝혀내지 못하고 기세 좋게 시작한 기습은 순식간에 꺾여버렸다.


“순간이동을 하도 당해서 내가 어딨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눈 떠보니 팔도 날아가 있고.”


현실임에도 머리가 거부하는 상황에 살아 돌아온 이는 10%에 불과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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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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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끝나가는 여름방학 24.09.15 2 0 13쪽
26 교단 (2) 24.09.06 6 0 12쪽
» 교단 (1) 24.08.28 6 0 12쪽
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10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19 악몽 (2) 24.05.04 10 0 10쪽
18 악몽 24.04.15 12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9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9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6 0 11쪽
1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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