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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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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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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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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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5)

DUMMY

마법 하나 사용하지 않았던 세현의 몸이 번개로 둘러싸여 있다.

파지직 소리를 내며 흐르는 번개.

수아에게도 닿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펼쳐진 번개였지만, 닿아도 아프거나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번개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발톱이 길게 자라난 짐승의 발과 같은 형태로 세현의 손을 감싸고 있다.


“랑수···”


수아가 중얼거린 세현의 모습은 노아도 알고 있는 마법이었다.


‘뇌제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일 텐데. 어떻게?’


그저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을 어떻게 해야 마법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마법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로 줄곧 이어오던 질문이었다.

번개 마법의 천재, 다시는 없을 재능을 가진 최고의 마법사 뇌제가 등장하기 전까진.


그녀는 번개를 이용한 수많은 마법을 창조했다.

현재 존재하는 번개 마법의 9할은 그녀가 만들었으니 미친 재능이지.

그중 뇌제가 설명했음에도 사용할 수 없던 마법들이 몇 있는데 지금 세현의 손에 들린 저것도 마찬가지다.

번개를 뭉쳐 손에서 유지 시킨다는 터무니없는 마법.


“아야야···”


분명 진심으로 달려들었다.

배운 적은 없어도 마인의 피지컬로 내리꽂는 주먹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파트너인 노아조차 의문을 제시했다.

당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세리아라고 했잖아.』


건물 일부가 무너지며 생긴 잔해를 치워내며 마인은 일어섰다.


『이세현 세리아라며.』


세현이 빠르다는 건 순간이동에서 수아를 구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단숨에 끝낼 생각으로 달려들었는데


『어, 세리아지?』


1초, 아니지. 그것보다 빠르게 말 그대로 눈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 복부와 머리를 후렸다.

찔러넣듯 오른손으로 복부를 가격했고 채찍을 휘두르듯 외팔로 머리를 부쉈다.

복싱 같은 무술을 배우진 않았으나 마인의 피지컬이 추가되니 일반인에겐 보이지조차 않는 공격이 펼쳐졌다.

단 두 번. 고작 두 번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물론


『다 피했어.』


맞는다는 한에서 통하는 말이지만.


『뭐?』


있을 수 없다. 발이 빠르다는 것과는 다르다. 반응하는 거니까. 발이 빠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세현은 순식간에 일어난 공방에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서 반격했다.


『살살 안 했다? 진심으로 때렸어. 그런데 맞은 건 나네?』


마수를 실컷 상대하는 프로조차 마인을 상대하는 건 꺼릴 텐데 어떻게 학생 하나가.

몸으로 겪었음에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 이세현은 움직였다.


“조금만 기다려.”


방금 마인처럼 세현이 사라지더니 멀리서 공사장에서나 들어본 소리가 들려왔다.

돌처럼 단단한 잔해들이 무너지는 소리. 그 소리에 저절로 시선이 움직였다.


“세현아!?”


그리고 시선이 향한 그곳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세현이가···’


마인을 압박하고 있는 세현이 있었다.


‘세현이가 마인을··· 이게 말이 돼?’


세현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매번 지기만 하니까.

적어도 마수가 떼로 덤비지 않는 이상 세현의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 정도로.


『레나! 괜찮아!?』


노아가 그린 미래에 이딴 장면은 없었다. 순간이동을 벗어날 순 있다고 생각했어도 학생이 어떻게 마인을


“아파.”


번개를 두른 세현은 마인과 버금가는 속도와 힘으로 마인을 때려눕히고 있다.

둘 사이에 어떤 공방이 일어나고 있는지 수아조차 눈으로 좇을 수 없었다.


“적당히 해.”


그러다 피어난 붉은 빛에 세현의 공세가 완전히 꺾였다.


“노아~ 사용해도 되지?”


붉은빛이 마인을 감싸자 세현은 거리를 벌렸다.

들어본 적 있다. 수많은 종을 아울러 부르는 마수처럼 마인도 한 종이 아닌 다수를 합쳐 부른다.

그 마인 중엔 피를 조종하는 흡혈귀라는 종이 있다고.


‘잡종이 아니었어.’


그 흡혈귀라는 놈들은 상대하기 버거운 상위종이라고.


“이제 죽여줄게.”


세현이 흠씬 두들겨 팬 덕에 주위에 뿌려진 핏자국들.

흡혈귀는 소량의 피만 있더라도 이를 몇 배는 부풀려 조종한다.


‘어?’


핏자국에 불과한 소량의 피는 어느샌가 길게 뻗어 나와 세현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고 있었다.

어깨를 관통한 피의 가시는 찌른 순간 짧아지더니 바닥에서 떠올라 마인의 주위를 돌고 있다.


“넌 얼마나 버틸까?”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퍼졌다. 그와 동시에 피의 가시가 쏟아진다.


‘왜 이렇게 빨라!? 늦었―’


마법을 펼치기도 전 마인의 마법은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방어할 수 없다. 그대로 피범벅 되기 직전 얼음벽이 솟아났다.


‘수아?’


자신을 향해 오른손을 뻗은 수아가 눈에 들어왔다.

마인을 상대한다는 압박감에 팔과 다리를 떨고 있는 수아가 보였다.


“괜,괜찮아?”


결과가 정해진 싸움. 자신들은 도망치는 것 외에 살아남는다는 미래가 없는 싸움. 그럼에도 수아는 끼어들었다.


‘이번엔 안 도망쳐.’


다시는 잃을 수 없으니까.


‘어떻게 만났는데. 세현이를 다시는!’


친구를 잃는다는 현실이 지옥임을 알고 있으니까.


‘저걸 막을 정도면 꽤 단단하네. 하지만’


마인은 팔을 휘둘렀다. 손에 묻은 핏방울을 공중으로 흩뿌렸다.

공중에 날려진 핏방울은 가시처럼 뭉쳐지고 이미 반쯤 무너진 얼음벽을 향한다.


“이번 껀 못 막을걸?”


마인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번 공격에 얼음벽은 무너지고 그 틈을 이어 마인은 계속해서 압박했다.

다른 형태는 일절 없이 그저 피로 된 가시들이 하늘을 메워간다. 대상은 세현과 수아.


‘막아야 하는데. 지켜야 하는데.’


겨우 바늘 정도였던 크기가 달라지진 않았다.

다르다고 한다면 그 속에 들어있는 마나가 방금까지완 천지차이란 점.

막는다는 게 의미 없어진 이상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


달린다고 한들 세현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마법이다. 막을 수도 없다.

처참한 상황에 수아는 눈을 감아버렸다.


“걱정마.”


두 번 다시는 돌이키기 싫었던 과거.

세현을 잃는다는 고통 속에 사로잡힌 과거.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현아······”


또다시 구해졌다. 눈앞이 붉은 가시들로 물들었었는데.


‘마법을 없애는 마법. 레나의 마법까지 없애버릴 줄은 몰랐네.’


세현의 목소리에 눈을 떴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칫, 이것도 없애버리네.”


마인은 다음을 준비했다. 싸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황하면 안 된다.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뒤집힐 수 있으니까.

마법을 없앤다는 치트를 사용하더라도 계속해서 퍼붓는다면 분명─


“이번엔 지켜줄게.”


하은에게 들었다.


“다시는 그러지 마.”


수아를 잃기 싫었던 자신 때문에 피를 토해내며 내지른 도망치란 소리에 수아가 망가졌다.


“좋아하는 사람을 뒤로하고 도망가는 그 고통을··· 넌 알아?”


괴로워했다.

자기만족에 불과한 그걸 구했다고 할 순 없잖아!


‘똑같은 일은 없어!’


“이것도 없애봐!”


마인의 마법이 완성된다. 하나하나가 사람만 한, 가시라 부르기도 뭐한 것들이 만들어진다.


“!?”

‘언제 여기까지?’


승리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세현이 눈앞에 튀어나왔다.

분명 몇십m는 떨어져 있던 이세현이


‘조금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 나보다 빨라.’


자극을 받은 것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화를 못 참았을까.

마인이 있는 곳까지 달려왔긴 하지만 막상 그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왼팔을 다쳐 잘 움직이지도 않으니 주먹을 활용한 방금 같은 공격은 할 수 없을 터. 오히려 악수다.


“빠르긴 한데. 그게 다야.”


붉은빛, 세현을 둘러싼 얼핏 구의 형태를 만들어낸 피는 이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이물질을 없애려 움직였다.


‘안돼.’

“안 돼!!!! 세현아!!!!!”


마인이 주먹 쥠과 동시에 핏덩이는 움직인다.

구 속에서 가시가 돋아나 세현을 향해 뻗어나간다.

가시가 돋아난 면의 반대편까지 뚫어버린 붉은 피, 완벽한 구의 형태였던 피는 이제 모닝스타처럼 가시가 튀어나온 형태로 변해버렸다.


“휴, 힘들었다.”

‘이렇게 쎌 줄은―’


『레나!!!』


노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과하다고 뭐라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개?’


푸른 번개. 듣도보도 못한 푸른 번개가 주위를 에워싼다.


“죽어.”


‘뒤!?’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든 줄 알았던 꼬맹이.

결국엔 자신의 마법에 갇혀버린 그 꼬맹이의 목소리가 뒤에서 튀어나왔다.

예상이나 했을까. 마인인 자신이 세리아의 꼬맹이에게 질 수도 있다는 걸.


“꺄아아악!!!!!!!”


비명이 울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의 비명이 한낱 학생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아파아파아파아파!!!!!!’


단순히 번개가 일렁이는 공격.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것도 아니다.

세현의 주위에서 튀어나오는 번개들이 도트뎀을 준다.


“이,이게 뭐야!!! 파란색 번개는 뭔데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움직임이 멈춘 지금 세현은 멈추지 않고 마인의 머리를 잡은 채 오른손으로 주먹 쥐었다.


『서로 방심했네』


“설마 이세현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마인에게 집중한 나머지 노아를 잊고 있었다. 계약자니 말이 들리지 않는 상황에도 소통은 될 거고 서포팅할 수 있는데 그걸 잊었다.

다급히 수아가 얼음벽을 세워줬지만


‘도울 수도 없어?’


노아의 낫은 단숨에 벽을 가르고 세현을 향했다.

사악!!


‘없어졌어!?’


낫이 지나가며 바람 가르는 소리를 냈다. 세현을 노렸지만, 허공을 휘두른 꼴이 됐다.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마인과의 계약.

사람 한 명이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마인, 그런 마인과 동등한 위치에 오른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마인과 교류하게 되면서 생긴 개념이 계약이다.

괴물이 괴물과 만나더니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발전하면서 맺는 일종의 속박.


“노,노아 조심,해.”


상대를 신뢰하기에 서로의 강함을 알기에 하는 계약.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강함보다 신뢰가 우선시되기에 이런저런 경우야 있겠지만, 계약을 맺는다면 강해진다.


‘순간이동이라도 쓰는 것 같은 마법. 그런 건 하나뿐이잖아.’


남들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마나가 마인과 이어지니까.


“천이.”


계약했다면 강하다. 이게 일반적인 상식.


“뭐라고?”


그러니 계약한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면


“저렇게 빠른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거기다 이거 봐. 번개에 닿아도 아무렇지 않아. 이런 건 하나밖에 없어.”


그것 또한


"계약자. 이세현은 계약자였어."


괴물이겠지.


작가의말

곧 개강이다…… 개강 싫어싫어싫어싫어


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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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10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19 악몽 (2) 24.05.04 10 0 10쪽
18 악몽 24.04.15 12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9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 중간고사(5) 24.02.15 24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9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6 0 11쪽
1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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