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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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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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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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악몽 (2)

DUMMY

케인의 비명이 이곳을 적셔간다. 그런데도 여성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저희의 불경함을”


두 번째 단검은 왼쪽 어깨를


“만물을 조율하시는”


오른쪽 허벅지를


“오늘도 기도를 올립니다.”


다음은 왼쪽 허벅지. 단검은 케인의 피로,


“아······아!”


작은 새싹은 그의 비명으로 물들어갔다.


“모든 이는─”


“안돼!!!!!!!”


마지막 남은 단검 하나가


“그대를 위해.”


케인의 심장을 관통했다.


‘미안해······’


시야가 어두워진다.

날카롭게 찔러오던 고통이 이제는 차갑게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만 같다.


‘아,’


지켜야 하는데.


알기 싫어도 깨닫는다.


‘아빠가 미안해.’


내 자식만큼은 지켜야 하는데. 미안해.


자신은 죽는다. 이대로 희망으로 채워주어야 할 아이를 절망으로 물들인 채 아무것도 못 하고.


“세,현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악!!!!!!!!!!!!!!"


운명이란 지독하지.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그 힘을 잃고 결국 어긋났어. 그런데도 운명은 이어나가야 하지. 다만 그 책임이 넘어갔을 뿐이야.


콰과과과광!!!


화재의 영향일까? 지진이라도 난 듯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괴한의 일행 중 하나가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런 그의 말을 여성은 무시하지 않았다.


“어서 나갑시다. 인사는 무사히 마무리됐어요.”


케인의 연구실이 무너졌다.

입구로 돌아가선 늦는다고 판단한 라이는 자신들을 가로막던 천장을 없애버렸다.


“어딜 가.”


연구실로 들어오자마자 깨달았다. 지금 가슴속에서 들끓는 살기를 향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정신이 무너진 듯 축 늘어진 채 바닥을 기고 있는 세현이와 세현이를 누르고 있는 덩치.

무엇보다 사지에 검이 박힌 채 피투성이가 된 케인.


“죽어.”


상황 파악을 할 필요도 없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들을 죽인다. 이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마인!?”


“벌써 도착했다고?”


라이가 무리를 헤집는 사이 세현을 속박하던 남성에게 검이 날아왔다.


“비켜.”


사방에서 찔러오는 남성은 세현에게서 바로 떨어졌다.


‘이건 마나검술? 벌써 왔다고?’


자신을 향하던 검 사이로 목소리가 섞여 들어왔었다.

계획보다 일찍 도착한 뇌제와 라이.

저 둘을 상대할 생각 따윈 없다.


‘일단 주위를 끌고 도망─’


목소리가 들려왔던 방향으로 앞이 뾰족한 얼음 조각들을 날린 후 뒤는 생각하지 않고 날개를 펼쳐 하늘로


푹!!


!?


하연의 등장으로 세현을 구속하던 남성은 곧장 도망을 선택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걸 알면서 도박할 수는 없으니 당연한 결과.


그런데 목숨을 대가로 한 도박은 이미 시작했다.


‘하늘에도 검이?’


남성은 양팔과 다리를 잃고 그대로 하연의 번개 속에 갇혔다.


“세현아!!”


검은 연기 사이로 쓰러진 세현이 보였다.


“괜찮아!?”


세현은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초점 없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


뻐끔뻐끔 입을 여닫으며 눈물과 함께 말을 흘렸다.


“아···빠”


쾅!!!!


‘인사로 마나가!’


세현을 구속하던 한 명을 제외한 넷이 라이 한 명에게 괴멸당했다.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누군 팔이 뜯겨나갔고 누군 다리가 뜯겼다.

사지 중 어디 하나 온전히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부위가 없다.


“후─”


교단.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 참사다.


‘멋대로 죽지 말라고.’


네 명 모두를 기절시킨 라이는 케인에게로 갔다.

더는 움직이지 않는 싸늘하게 굳어버린 친구에게로


‘하연이 몸 고친다며.’


케인을 대신해 주먹 쥐었다.


‘하나뿐인 아들 잘 키우고 싶다며.’


분노를 잠재우려,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눈을 감은 순간.


“크흐······”


소리가 들려왔다.


“케인?”


케인의 손이 떨린다. 분명 죽어있던 케인이 몸을 일으킨다.


케인이 살─


□□□□!!!


케인에게서 사람이 아닌 짐승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빠?”


뼈가 다 비치는 녹아내린 살점과 전신에 불규칙적으로 솟아난 새하얀 뿔.


‘거짓말’


네발로 걷는 짐승.


“오지마!”


자신이 보고 있는 케인의, 아빠의 모습은 과거 자신이 죽인 마수였다.


□□□!!!!


세현을 본 마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앞의 라이를 무시하곤 곧장 세현에게로 향했다.

아들이 걱정돼서 달려가는 아빠의 모습이 아닌 먹잇감을 바라보는 짐승의 모습으로.


“아─”


“세현아!”


도망치긴커녕 그를 향해 손을 뻗는 세현일 하연이 낚아챘다.

돌진하던 그는 목표가 없어지자 바로 방향을 틀고는 주변을 살폈다.


“세현이 데리고 있어.”


하연과 세현 그리고 마수로 변한 케인. 둘 사이를 가로막은 건 라이였다.


‘도시에 뜬금없이 나타나던 마수들도 다 교단 짓이었구나.’


장소와 시간 상관없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이트가 있을 거라는 추측.

이를 관찰하진 못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도시에 마수가 출몰하는 현상을 설명할 순 없었다.


□─


“시끄러!!!!”


라이의 소리에, 마인의 소리에 마수는 움츠러든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둘이니까.


‘정말 마수로···’


라이가 한 발짝 내디디면 케인은 그만큼 뒤로 물러난다.

피식자임이 확실해진 지금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이 그를 지배했다.

라이는 바로 달려들었다. 달아날 수 없도록 목덜미를 잡아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케인!”


그리고 몇 번이고 되새겼다.

이런 모습이 되기 전 가지고 있던 네 이름이 케인이라고 기억해내라고.


“라이.”


그런 친구의 모습에 하연은 복잡해져만 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머리로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

덩달아 세현을 붙잡고 있던 팔에도 힘이 풀렸다.

세현은 그대로 라이에게 힘도 못 쓰고 있는 케인에게 다가갔다.


“세현아.”


하연은 세현을 따라 천천히 그에게로 발을 내디뎠다.


“빨간색.”


라이의 바로 앞에서 세현은 중얼거렸다.


“아빠.”


세현은 망설임 없이 마수로 변해버린 케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잠! 세현아?!”


라이와 하연은 순간 당황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케인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들이 세현의 손을 부리 칠 수 없었다.


“아빠는···”


그저 지금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달랐다. 세현의 손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밝은색이.


‘마나? 설마 세현이가?’


“아빠는 더 밝았어.”


모든 생물은 자신의 마나를 느낄 수 있다.

마수의 진화 개체로 분리되는 마인조차 거대한 마나가 발생하면 그걸 어렴풋이 알 뿐 볼 순 없다.


“나가!”


연구에 몰두하기 전, 하연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불리던 불이라는 속성에 일가견이 있던 그는 밝은 빨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현의 눈에 비친 그의 마나는 검게 물들어 있는 칙칙함이 아닌 누군갈 밝게 비춰줄 수 있는 그런 밝음이었다.


‘말도 안 돼.’


자신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케인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이 공간 속 마나의 흐름.


“마나가 빠져나가고 있어?”


케인에게서 마나가 빠져나가고 있다. 세현의 손을 거쳐 허공으로 사라져간다.


“라이···”


넋 놓고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취해있었다. 그러다 들려온 하연의 목소리에 깨달았다.


자신이 잡았던 마수가 더는 마수가 아니라고.


“케인?”


라이는 일어났다.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케인. 한 번 죽었던 케인이 몸을 일으켰다.


“아빠!”


자신에게 안겨 오는 아들. 오늘 이곳에서 난 세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는 모두 주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세현이를 끌어안아 말해주고 싶다.

아빠라는 놈이 이 모양이라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한편으론 자신이 알게 된 모든 걸 전달해야 한다.

지금 내 몸에 일어난 현상. 세현에게 일어난 현상. 세현이 얻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개념의 힘.

이 모든 걸 전달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케인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몸으로 팔을 움직였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떨리는 팔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마지막에 결론 낸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전해야 했기에,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아닌 양손으로 하늘과 기절한 교단을 가리키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세현을 향해 미소 지었다.


이것이 케인의 마지막. 케인은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아빠? 아빠!!!”


케인은 그 행동을 끝으로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후 경찰과 게이트의 동료들이 찾아와 현장을 빠르게 수습되어 갔다.

화재는 완벽히 진압됐고 기절한 교단은 연행됐다.


“엄마. 알려줘.”


하연과 라이는 세현의 곁을 지켰고 자신들의 손을 쥐고 있던 세현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


“교단이 뭐야?”


흘러나오는 눈물을 삼키곤 말했다.

케인을, 아빠를 이렇게 만든 교단이 뭔지.

그리고 수아와 자신을 갈라놓은 마수를 만들어내 낸 교단이 뭐하는 놈들인지.


“세현아, 그게···”


자신들을 신의 수하라고 자칭하며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 단체. 하연이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안 말할 거야.”


대답 못 하고 있던 하연을 대신해 라이가 입을 열었다.

혹여나 마음 약해질까 세현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세현과 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왜? 왜! 복수할 거야. 알려줘!”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그럼에도 세현인 소리 질렀다.


“알려줘! 알려줘!”


끝까지 아무 말 없자 세현인 둘과 잡은 손을 뿌리쳤다. 둘 앞으로 달려 나가 말했다.


“내가 약해서 그런 거지? 내가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세현아.”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 하연과는 반대로 라이는 세현이를 더 압박했다.

폭발하듯 자신을 헤집어 놓은 감정을 삼키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답했다.


“어.”


마나를 볼 수 있게 된 세현이라면 알 것이다. 자신은 절대로 라이를 이길 수 없다고.


“그럼 이기면?”


그래서 다짐했다. 힘을 기르자고.


“이기면, 내가 강해지면”


교단을 부수자고.


"누구한테도 지지 않게 되면 말할 거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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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끝나가는 여름방학 24.09.15 2 0 13쪽
26 교단 (2) 24.09.06 5 0 12쪽
25 교단 (1) 24.08.28 5 0 12쪽
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10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 악몽 (2) 24.05.04 10 0 10쪽
18 악몽 24.04.15 12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9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9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6 0 11쪽
1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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