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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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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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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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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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2)

DUMMY

“네가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야.”


태한의 말이 끊기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세현은 일어났다.


“이 근처에 절벽 같은 곳 있어요?”


“절벽?”


잠시 고민하던 태한은 한 곳이 떠오른 듯 앞장서 걸어갔다.


“갑자기 절벽은 왜?”


걸어가는 와중 어쩌면 당연할지 모를 의문에 세현은 이렇게 답했다.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한 5분쯤 걸어가니 직각에 가까운 절벽이 나타났다.

위에서 바라보니 날 수 없다면 즉사도 가능하겠다 싶을 높이의 절벽.


“그래서? 보여주고 싶은 건?”


절벽의 높이를 확인하겠다며 혼자 앞나간 세현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태한은 발길질로 낙엽을 대충 치우곤 앉았다.


“솔직히 이해되지 않으시죠? 왜 엄마나 라이는 제가 교단을 상대하는 걸 허락했을까. 왜 고작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교단에 대해 알려줬을까.”


세현의 질문에 태한은 침묵했다. 정곡을 찔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세현이 제시한 의문 때문에 지금까지 설득한답시고 주저리주저리 말했으니까.


“잘 안 보이려나?”


세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 작은 도깨비불들이 떠올랐다.

불, 세리아는 사용할 수 없는 마법.


“불? 방금!?”

‘세리아가 불···?’


태한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까지 의문을 표현했지만, 세현에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세현은 그저 주위를 살필 뿐이었다.


“이 정도면 잘 보이겠네요.”


준비가 끝났는지 심호흡을 크게 하는 이세현.

세리아인 애가 불을 사용하는 것도 놀라운데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태한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대체 뭘···”


낭떠러지 위 앞을 향해 뻗은 손끝에서 번개가 일렁인다.


“아,파란색 번개라면 이미 들─”


마인의 특별한 신체에 특히 번개에 강한 라이에게조차 고통을 선사한 푸른 번개.

그 마법에 대한 건 익히 들어왔다.


“파란색 아니에요.”


불이 밝히고 있어도 여전히 밤이라는 환경이 순식간에 밝혀지진 않으니 당연히 파란색이 어둡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착각했다.


‘파란색이 아니라고?’


저건


“설마!?”


검은색 번개.

세현의 오리지널이 아닌 딱 한 번 세상에 그 처참함을 드러냈던 저주 덩어리.

콰과과광!!!!


“아까 말씀하셨죠? 제가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라고.”


어쩌면 자만일지도 모를 세현의 말, 그렇지만 그 말에 아무런 뜻을 내세울 수 없었다.


“쓸 수 있다고···?”

‘그 마법을 자유자재로?’


그날, 천에 달하는 마수를 일격에 쓸어버린 그 번개.

번개란 개념의 틀을 잡은 하연에게서 마법을 빼앗았다.

마법의 극치에 도달하고서야 사용할 수 있는, 그동안의 모든 걸 잃는 마법.


“사용할 수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세현은 태한을 향해 돌아서 미소 짓는다.


원리가 무엇인지. 자신이나 다른 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가?

머릿속을 채운 의문들이 해소되기도 전, 세현의 입이 열렸다.


“아저씨는 엘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 질문.

검은 번개를 떠나 애초에 마법에 관한 것도 아니다.

엘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저주를 꺼냈다.


“엘듄··· 갑자기 그건 왜?”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당장에 아들이 엘듄이니까.

태한에게서 돌아오는 질문에도 세현은 아무런 답 없이 그저 바라봤다.

마치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일단 말해보라고.


“알지. 아들이 엘듄인데.”


마나가 보통의 몇 십배에 달해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살아있음에도 마나가 전혀 없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하고.


막상 아들이 엘듄이란 사실에 관련된 정보란 정보는 쓸어 담았던 태한.

지금껏 마법을 사용했다는 기록 하나 없었다.

용사가 등장하는 허구 속에서조차


“너···”


엘듄의 상징, 썩어버린 날개.

손바닥만 한 크기에 날갯짓조차 못 하는···


“그 날개!”


엘듄만이 보였던 유일한 특이점 하나.


“몸 하나는 튼튼하죠. 마나를 제어할 수도 없으니 날 수도, 남들처럼 잘 달릴 수도 없어요, 그렇지만”


다른 종들관 확연히 달랐던 유일한 장점.


“마법에 잘 견뎌요. 회복도 빠르죠. 당장에 저만 보더라도 죄다 찢어졌던 마나관이 싹 나았고요.”


한때 누군가 제시한 가설이 있었다. 이는 물론 태한이 모은 정도에도 있었다.


사실 엘듄은 비운의 돌연변이 같은 것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이 아니냐는 가설.

현실에 막혀 희망을 쓰고자 내뱉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던 가설.


‘사실이었던 거야···?’


"마나친화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요."


신체 내부에 있는 마나와 외부의 마나는 엄연히 다르다.

적당량이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마나와 반대로 외부의 마나는 사용할 수 없다.

폐마나라고도 불리며 그 용도를 찾아헤멘 끝에 알게 된 건 외부의 마나가 마나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


여기서 튀어나온 것이 마나친화력.

마나친화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외부 마나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마나회복을 넘어 자연치유에도 작용할 정도로요. 그런 몸으로 마법을 한계까지 받아드렸을 때.”


팔다리가 떨어지고 한쪽 눈이 불타 사라졌던 말 그대로 죽기 직전의 한계.


“이상한 게 보이더라고요. 지금도 보여요. 안개같이 퍼져있는 마나가.”


피에 물들어 앞이 안 보였던 그날의 발버둥 한번.


“마나가 보여···?”


‘이 애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마나가 보인다고?’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과연 세현에게 통하는 단어일까.

태한은 스스로 물어온 이 질문에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검은 번개는 마법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태현은 감탄사 이외의 것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지금 세현에게서 나오는 새로운 개념이 모든 발언을 거부했다.


“마나를 융합시키는 마법융합, 그게 엘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에요.”


“마법융합?”


마법은 마나를 이용한 결과값.

마나를 속성으로 변화시키는 그 과정을 지금껏 본능적으로 행하고 있었다.


“세현아, 너는 알고 있다는 거야?”

‘그 누구도 글로 옮기지 못했던 마법의 원리를···’


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태한은 주저앉았다. 단순히 다리에 힘이 빠졌다.

세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의 선이 완전히 변해버린다.


“그럼 왜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이를 알았더라면 아들은, 지한이가 좌절했던 그 시간을─


“교단을 끝내기 위해서요. 저만 사용할 수 있는 지금 끝내야 해요. 그리고 원리도 정확히 몰라요.”


아들의 평생소원인 마법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돌았던 것 같다.

그것 하나에만 꽂혀선


“우리 지한이도 너처럼 될─”


“아저씨.”


자신의 말에 끼어든 세현덕에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원리를 모른다고 했어요. 아니면 제가 했던 방식으로 하시게요? 팔다리를 다 떨어진 채로 한쪽 눈은 타버리고 남은 한쪽도 피범벅이 돼서 앞이 안 보일 지경이 됐던 저처럼요?”


태한은 오른손을 주먹 쥐어 들어 올렸다.


‘어른이 돼서 한심하네.’


그 주먹을 그대로 자신을 향해 내리쳤다.

충격에 땅으로 쓰러지고 벌어진 입 사이로 피도 새어 나왔다.

그렇지만 바로 몸을 일으켜 세현을 향해 고개 숙였다.


“미안하다.”


“아니요. 괜찮아요.”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머리가 식히니 떠오른 생각


“그런데 말해줘도 괜찮은 거였어?”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는 사이라지만, 팔을 한쪽 잃은 자신은 현역 때처럼 활동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에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지 않았던 정보를


“네”


세현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없으니까 아주 죽을 맛이다. 행동대장씩이나 되는 놈이 언제까지 쉴 건데?”


동시에 튀어나온 당황할 법도 하지만 태한은 미소를 보였다. 그야 저 말투는


“라이가 전해달래요.”


“그래. 그렇구나. 고맙다 세현아.”


태한은 옷에 붙은 흙을 털며 일어났다.

세현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어른이 아닌 든든한 동료를 향해 말했다.


“조금 걸을까? 가디언에 관해서 할 말도 있고.”


태한은 보이지 않는 별장 쪽을 가리켰다.


“네.”


가디언, 나름 고른다고 고른 선생들과 학생들인데 그 속에 교단이 섞여 있다.

채영이 부임하면서 지어진 가디언의 합숙 장소가 흘러간 것도 그렇고.

모두가 모인 타이밍을 노린 것도 그렇고.

손에 쥔 칼이 역으로 돌아오기 전에 밝혀내야 한다.


뜬금없긴 하지만 태한의 바로 옆에서 걸어가던 세현에게 문뜩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세현아,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네? 네.”


“만약 마인을 상대한다고 한다면 몇 명까지 상대할 수 있어?”


“음···”


제법 긴, 한 10초? 고민 끝 결정한 대답.


“한 50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대련하고 왔지.”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세현을 반기는 건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서 있던 수아였다.

눈을 반쯤 감고는 목소리야 졸음 한가득 섞인 학교에서가 아니라 대련할 때랑 비슷하니 별 차이 없지만, 묘한 서늘함이 세현을 찔러왔다.


“네,넵”


그대로 경직된 세현에게 걸어가더니 뒷덜미를 잡곤 날개를 펼치는 수아.


“잠─ 수아!?”


세리아는 분명 근력이 약할 텐데 세현 한정으로 중력이 사라지기라도 하는지 잘도 날아오른다.

공중에서 버둥대는 세현과 조용히 그를 끌고 가는 수아가 산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은 모두에게 보였고 걱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판에 태한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었다.


“너무 늦게까지 노는 건 안 좋은데~”


손을 망원경 잡듯 오므리곤 둘이 사라진 곳을 쳐다보는 태한. 그런 태한의 곁으로 지호가 걸어갔다.


“그래서? 진짜로 대련 했어?”


게이트에서 근무하던 태한은 현재 강사로서 활동 중이다.

그러니 보통이면 가르쳤다 생각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아빠도 늙긴 늙었다.”

‘아빠가 졌다고?’


세현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수아조차 이겨버린 새로운 벽이었으니까.

그래도 아빠를 이기진 못할 거라 생각했다.

빛과 어둠을 이용해 분신을 만들어내는 태한의 오리지널, 간신히 따라 하는 수준까지 쫓아온 자신은 뚫어내지 못했다.


“······”


태한은 지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내 아들이란 놈이 왜 풀 죽어있어?”


최근 급증한 마수출현 소식에 국민은 게이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이 된 사건이 태한.

실력이 부족하니 마수에게 당하고 도시에까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비난들이 쏟아졌다.

가장 신뢰하고 감사해야 할 사람들을 헐뜯고 있는 상황의 중심에 지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자리잡고 있다.


‘아빠가 왼팔만 잃지 않았더라도···’


뭐,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가족 간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지호가 한껏 풀 죽어있자 하은이 달려와 그의 팔을 낚아챘다.


“하은아?”


“닥치고 따라와.”


그 둘도 열심히 달려선 산속으로 사라지니 혼자 덩그러니 남게됐다.


‘청춘이네~ 하은이 데려가주면 참 좋을텐데’




“씨바아아악!!!!”


회색 천으로 둘러싼 괴한이 남성의 왼쪽 가슴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이번 인사도 끝이네. 요즘 많지 않아?”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찔러넣은 단검에서 손을 놓지 않은 남성은 그 상태로 입을 열었다.


“인사는 얼어 죽을···”


작게 속삭였다.


“뭐? 뭐라고 했어?”


바로 근처에 있던 동료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남성은 단검에서 손을 놓곤 돌아섰다.


‘죄송합니다.’


이젠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스스로가 역겨울 지경에 도달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살육을 끝맺는 것.


“돌아가자고. 셰라.”


자리에서 일어난 남성은 허공을 향해 누군갈 불렀다.

화재로 피어나는 연기가 자욱할 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균열이 일어나더니 백발의 여성이 머리만 쏙 내밀었다.


“응.”


머리카락과 상반되는 검은 피부톤에 속눈썹과 눈동자 또한 새하얀 것이 이질감이 느껴질 뿐인 여인.


“아직 남았나?”


여전히 머리만 내민 상태로 눈을 잠시 감고는 다시 떠 입을 열었다.


“남은 건 0. 수고했어. 딘.”


딘은 셰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돌아가자.”


이 말과 동시에 사라졌다.


“야! 혼자만 가지 말고 순간이동이라도 열어줘!!!”


작가의말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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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끝나가는 여름방학 24.09.15 2 0 13쪽
» 교단 (2) 24.09.06 6 0 12쪽
25 교단 (1) 24.08.28 5 0 12쪽
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10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19 악몽 (2) 24.05.04 10 0 10쪽
18 악몽 24.04.15 12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9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9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6 0 11쪽
1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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