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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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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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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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중간고사(4)

DUMMY

“야, 말.”

“맞잖아? 쟤를 왜 그렇게 챙기는데?”

“하긴 맞긴 해ㅋㅋ”


말 하나하나가 세현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7대1이라면 점수가 그렇게 낮게 나오지 않으니 수아가 의도적으로 세현을 마지막에 내보냈다 생각하는 듯했다.


‘죽진 않겠지.’


눈을 반쯤 뜨곤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꽉 깨문 이가 보인다.

지금 세현의 표정을 딱 한 번 본 적 있다.

적지 않게 충격받았기에 아직도 기억하는 저 표정의 의미는 분노.


“세현이 화났다.”


수아가 혼자 중얼거렸는데 옆에 있던 지호가 과하게 반응했다.


“왜!? 쟤네 뭔 짓 했어!?”


그 말을 들은 지호는 혼자 유난 떨더니 두 손을 가슴팍에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준비됐지?”


경기장에 필드가 펼쳐지고 노아는 경기장에서 벗어나 원래 있던 관중석 쪽 좌석으로 돌아갔다.


“시작!”


“걍 빨리 끝내자!”


대련이 시작하자 한 명을 제외한 여섯이서 펼친 마법들로 하늘이 메워졌다.

수가 수다 보니 수백의 마법진이 금방 만들어졌는데 솔직히


‘많기도 해라.’


의미 없지.


“수고했어.”


늘 그랬던 것처럼 세현은 팔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열심히 만들어댄 마법들이 사라졌다.


“뭐야?”


당황할 만도 하지.

맞췄다면 건물 한 채 정도는 가볍게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의 마법이 순식간에 지워졌으니.


“마법이···” “그거 진짜였어!? 정말!?”


모두가 무시하던 세현의 마법을 지우는 마법.

평판을 높이기 위한 수아의 연기에 불과하다 조롱했던 그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동안의 상식이 비틀렸다.


다들 자신 있게 쥐고 있던 마법이란 무기가 사라지니 그대로 굳어갔다.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마법이 의미가 없는 괴물을 상대하라는데 저걸 이기라고?

이미 뇌는 이길 수 없다고 결정지었다.


“뭐해!!!”


처음부터 방패를 소환한 채 모두의 앞에서 방어에 몰두하던 유일한 사람.

팀원 모두가 세현을 조롱하기 바쁜 와중에도 모두의 앞에서 묵묵히 방패를 들었던 팀장.

신우는 굳어버린 모두를 향해 외쳤다.


“아직 안 끝났어! 지수랑 렌은 무기 꺼내! 나머진 엄호해주고!”


전력을 다해야 이길까 말깐데 가만히 멈춰 있을 여유 따윈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외쳤다.


‘재밌네.’


그 외침 한 번에 버벅대면서도 자리를 옮긴다.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진형을 갖추고 숨을 골랐다.

190cm에 딱 봐도 헬창의 냄새가 나는 신우를 완전히 가려버릴 정도로 거대한 방패를 선두에 세운다.

홀로 진을 친 신우, 도끼와 창을 든 인간이 그 뒤를 따랐다.

마법이 소용없는 이상 유일한 공격수단인 둘, 남은 넷은 공격 따윈 생각에서 지워버리고 앞의 셋을 지원할 마법을 준비했다.


‘형들이 하던 거랑 비슷하네?’


사전에 준비했던 수아를 격파하기 위한 진형.

마수를 토벌하는 대표적인 진형에서 힌트를 얻은 진형이 구축됐다.

이제 남은 일은 눈앞의 괴물을 격파하는 것.

그것 단 하나.


‘훨씬 약하지만.’


그러나 뭐 하나 시작도 하기 전, 세현은 이미 진형의 중심에 있었다.


“뒤!?”


날개도 없다. 설령 날았더라도 이 거리를 좁히는 건 프로라도 불가능할 터.


‘대체 언제!?’


팀원을 향하는 세현의 손, 모든 상황을 보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킬 수 없다.


“도망쳐!!!!”


신우는 소리쳤지만 늦었다.

플라즈마처럼 세현을 중심으로 번개들이 일렁이고 이내 이곳 전체를 덮친다.

필드 전체가 샛노랑의 번개로 채워졌다.


“말도 안 돼······”


방금의 일격에 여섯이 무너졌다.

들고 있던 방패에 숨어 겨우 버틴 신우만이 살아남았다.


“끝날 줄 알았는데.”


탈락한 모두가 경기장 밖으로 달아나기 바쁜 와중 세현의 시선은 신우를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세현의 앞에서 방패를 들어 올리는 것 외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막아야 해. 막아―’


방패 속에 숨어버린 신우


“앞이 보이긴 해?”


신우는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공중으로 버려졌다.


‘뭐가 어떻게···?’


정신 차렸을 땐 이미 뒤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몸이 날아가 있었다.


“안 보이면 못 막잖아.”


허공을 발버둥 치다 이세현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 있는 방어조차 할 수 없게 된 자신을 향해 세현은 샛노랑의 마법진을 겨누고 있었다.

깨달았다. 이세현은 이길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대련이라고 부르기도 과분한 장난이 끝났다고.


“끝.”


다수를 상대로 세현은 단 두 번의 마법 사용으로 경기를 끝냈다.

끝낼 수 있었다.

방해꾼이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면.


세현과 신우 사이 허공에서 검은 균열이 생겼다.

공간 자체가 부서진 듯 보이는 검은 무언가로 세현의 번개가 사라지고 웬 여성이 그 속에서 나타났다.


“조금 따끔한데?”


누가 사용했는지 어떤 마법인지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순간이동.”


저건 마인과 계약을 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마인?” “꺄아아악!!!!!!”


방금까지 시험이 이뤄지던 이곳은 모두의 비명이 섞여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가디언의 졸업 기준 중 하나가 마수 딱 한 마리를 혼자서 토벌하는 건데 그것보다 수십 배는 위험한 녀석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곳엔 노아가 있다.

가디언의 선생은 한때 게이트에서 근무했을 정도로 실력자이니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끄럽네.”


마인이 나타난 이곳은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들어오려는 마법을 완벽히 차단해 버리는 필드.

필드 속이라면 마인의 행동 또한 제한할 수 있었다.

필드가 사라지긴 전까지는.


마인과 동시에 걸어나온 노아가 손 한 번 튕기자 필드는 사라졌다.

이제 이곳 모두가 마인에게 노출됐다.


“필드가···” “도망쳐!!!!!”


노아가 박수치듯 손바닥을 모으자 그 속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연기는 노아의 손을 따라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어느샌가 검은 봉이 되에 노아의 손에 들려있었다.

노아의 손에 잡을 수 있는 봉 부분만 해도 2m가 넘는 검은 낫이 튀어나왔다.


“조금 조용히 해줄래?”


낫이 가벼운지 한 손으로 잘도 돌리고 있던 노아는 양손으로 낫을 잡더니 그대로 허공을 베었다.


‘이건―!?’


하늘에서 웬 조각들이 떨어졌다. 유리 조각처럼 투명한 조각들,

피부에 닿아도 아무렇지 않을 뿐 아니라 그대로 통과해 만질 수조차 없는 조각들이 떨어졌다.


‘순간이동!’


자연스레 시선은 하늘로 향했고 그제야 머리 위에 생긴 검은 균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금 신우에게 날린 번개를 삼킨 것과 동일한 균열이 머리 위에 나타났다.

다행히도 양옆은 훤히 뚫려있어 앞으로 몸을 던져 균열로 들어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묘하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게 몸이 둔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당장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눈앞의 난관을 헤쳐나온 지금 눈에 들어온 현 상황,

순간이동이 머리 위에 나타난 건 세현뿐이 아니었다.

아까까지 대련하고 있던 신우네는 물론 대기석과 관중석에 있던 모두에게 균열이 생겼다.


“수아!?”


급하게 수아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예상대로 균열에 반쯤 먹힌 수아가 보였다.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먹히기 시작했다면 끝. 벗어날 방법 따윈 없다.

분명 그래야 정상인데


“세현이는 탈출했네? 나머진··· 어?”


균열에서 벗어난 수아가 있다.

어느샌가 세현의 품속에 있는 수아.

그녀 또한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영문 모를 표정을 하고 있었다.


‘늦었지만, 일단 이거라도’


세현은 이제는 무릎까지 내려간 균열을 향해 소리쳤다.


“지호!!!! 그거 조금은 버틸 거니까 기다려!!!”


둘에게 손을 뻗어 간신히 마법을 씌우는 데 성공했다.

샛노란 번개 사슬. 세현이 방어로 애용하던 마법이 둘을 보호했다.


‘한 명이라도 더!’


균열에 완전히 삼켜지기 전, 신우에게도 같은 마법을 발동할 수 있었다.

수아와 세현을 제외한 모두가 균열에 먹혔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린다.


“이야~ 멋져!”


머리에 있는 뿔과 푸른톤의 피부를 가진 마인이 세현에게 박수를 보내왔다.


“순간이동에서 벗어난 것도 대단한데 그 상황에 수아를 구해? 이건 예상 못 했는데? 그치 노~아”


그녀의 뒤엔 노아가 있다.


“놀랐어.”


‘설마 순간이동 중인 수아를 꺼내다니.’


앞에서 뭐라 지껄이든 세현은 그저 싸움을 준비했다.

수아를 자신의 뒤로 숨기고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주의해야 하는 게 저 둘 뿐인지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애가 정신 사납게 눈깔을 굴리고 있으니 마인이 친절히 입을 열었다.


“우리 둘뿐이야~”


마인의 말을 떠나 세현의 눈에도 다른 이들은 비치지 않았다.

적이 앞에 있는 둘뿐임을 확신하고 자세를 낮춰 본격적으로 둘을 주시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둘이나 남았네. 귀찮은데.”


마인이 투덜거리는 사이 노아는 마인의 옆으로 걸어왔다.


“후딱 처리하자. 겨우 학생 둘인데 얼마나 걸린다고.”


마인과 계약한 괴물. 사람 한둘은 벌레 잡듯 죽일 수 있는 녀석들이 눈앞에 있다.

순간이동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수아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다.

상황 파악은 물론 갑자기 나타난 마인으로 복잡해지다 못해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이제 겨우 마수 하나 잡게 됐는데 저 괴물들을 어떻게 상대하라고.


“너무해 노아~ 수아 정도면 귀찮을 것 같은데~”


정작 저 둘은 맘 편히 기지개 피고 앉았다.

학생일 뿐인 둘이 뭘 하던 자신을 이길 순 없을 테니 여유로울 수밖에.


“그럼 네가 수아 맡을래? 네가 귀찮다고 하는 건 재밌어 보인다는 거잖아.”


무슨 장난감 고르듯 가볍게 떠들어대는 노아의 질문에 마인은 미소를 보였다.


“아니, 난 세현이로 할래~ 아까부터 신경 쓰였거든.”


한바탕 소동 후 조용해진 경기장 위 둘의 대화는 세현에게 들릴 정도로 아주 대놓고 진행됐다.

공격할 상대조차 선택하고 있는 그 여유로운 목소리, 마인이 세현을 지목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아까 세현이를 노린다고!’


“세현아!!!”


표적을 알린 공격. 물론 거짓말일 수도 있다.

세현을 공격한다면서 방심한 수아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수아는 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은 페이크를 하든 정직하게 공격해온들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니까.

지금 마인에게 있어 자신들을 페이크를 넣을 정도로 심리전을 할 상대가 아니다.


쾅!!!!


누군가 수아를 지나 관중석 바로 밑, 벽에 처박혔다.

생각하기 전에 움직였어야 했다.

마법이면 마법 힘이면 힘 기본적인 스텟이 다른 종족관 차원이 다른 마인이 상대인데 생각이란 걸 했다.

이제 겨우 마수 한 마리 잡게 된 자신이 마인을 상대로


“세,세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 있기도 벅차다.

전부, 여기 있던 모두가 순식간에 당했다.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와는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바뀐 건 없었다. 선택지가 도망 하나인 후회만 남을 길이 놓인다.

세현이조차 마인에게 당해


“불렀어?”


“세현아!?”


당하지 않았어?


작가의말

벌써 설이네~


다들 설 잘 보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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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교단 (1) 24.08.28 5 0 12쪽
24 별장 24.08.25 9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9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8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3 0 12쪽
19 악몽 (2) 24.05.04 9 0 10쪽
18 악몽 24.04.15 11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8 0 12쪽
15 재앙(1) 24.03.18 9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3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8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1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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