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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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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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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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DUMMY

[긴급 속보]

[국내 토종 인공지능 회사 K-AI 대표 K씨가 오늘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K씨는 IPO(주식 공개) 준비에 극심한 스트레스 받은 것으로 밝혀진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부검 등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존나 좆같다.

저건 내 잘못이 아니다.

안 그래도 텀시트(Term-Sheet: 투자계약의 주요 조건)를 쓰느라 밤새는 중에 틀어놓은 텔레비전에 긴급 속보.

우연히 고개를 돌려 본 소식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아니,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잖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저 회사에 들어간 투자금.

그래, 저 회사에 내가 집행한 금액만 100억대다.

K-AI 회사에 시리즈B 집행의 메인 VC였으니까.

이 정도 금액이면 저 양반 목숨보다 돈이 먼저 생각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 웅


[김 대리 : 강동경찰서 타살 혐의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김 대리 : 유서 발견으로 거의 자살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한차례 핸드폰의 진동 끝에 화면에 뜬 김대리의 톡.

그래, 차라리 타살이면 낫지.

괜히 이러다 죄 없는 내가 이걸 뒤집어써야 할 것 같잖아.


----


강남 테헤란로가 훤히 보이는 한 빌딩 꼭대기층.

품격있는 내부 디자인과 다르게 고성이 오가는 것이 내부 인테리어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한쪽 벽면에 쓰여 있는 ‘Success partner', 이곳엔 요즘 핫한 기업들의 명패가 꽤 많이 걸려있다.

그리고 방금 그 명패를 옆으로 한 사람이 억울하다는 손짓을 하며 지나갔다.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대표니임!”

“그래도 그렇지 얼마나 밀어붙였길래 창업자가 자살한단 말이야? 백 수석 제정신이야?”


그렇게 그 남자는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있는 책상에 도착하자 곧바로 두 손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마치 죄인처럼.

그리고 죄인처럼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나, 백승호다.


“IPO 준비가 원래 빡센 거 잘 아시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사람이 죽을 정도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하나. 자네가 무슨 검찰이야? 어?”

“거기에 들어간 돈이 100억이 넘습니다. 특례상장 얼마 안 남았다고요!”



개 같다.

언제는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해놓고 인제 와서 일이 잘 못 되니 다 내 잘못이란다.


원래부터 IPO 준비는 쉽지 않다.

매일 같이 뜨는 주식 공모와 상장 때문에 일반인들은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조차도 IPO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기술 하나 믿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체질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증권거래소에 신청조차 안 된단 말이다.

무엇보다 매출 없이 순전히 기술 빨로만 특례 상장시키는 것은 정말 ‘전문’의 영역.


“자네가 아무리 배달의 종족, 유신사, 코팡 투자를 성공 시킨 VC라고 해도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네.”

“IPO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

“누가 뭐라 했나! 자네 이 바닥에서 별명이 뭔 줄 알아? 독사야 독사, 일 개같이 한다고. 알아?”


천재 독사겠지.

대표는 그게 욕인 마냥 내게 이야기했지만 벤처 캐피털 시장에선 최고의 칭호지.

어떻게든 회사를 성공시켜 돈을 벌게 한다는 독사.

불과 입사 6년 만에 국내 최대 벤처 캐피탈 중 하나인 엘 벤처스의 수석 파트너가 된 전설.


“대표님! 저, 정말 서운합니다! 제가 이 투자회사를 위해 지금까지 한 게 얼만데요?”


내 한마디에 대표님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다.

난 순간 그 책상 앞에 놓인 명패를 쳐다봤다.


대표이사 김호중.


메이저 증권사 출신이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여의도가 아닌 강남에 투자회사를 차렸고 초반엔 전전긍긍하다가 자원 투자로 점점 성장하더니 내가 입사하고 난 후 순식간에 대한민국 내 탑 티어 사모펀드의 주인이 됐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후계자로 찍었던 사람이 바로 나, 백승호다. 

곧 저 명패에 적힌 이름이 내가 될 수 있었는데. 제길!


“백승호 수석 파트너.”

“네, 대표님.”

“잠시 현직에서 물러나 있어. 시간 지나서 수습되면 그때 다시 부를 테니까.”

“하···. 대표님.”


그와 함께 일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표정만 봐도 안다.

목소리 깔고 말한 거 보니 이미 계산이 끝났다는 뜻.

분명 자기 네트워크 안에 들어와 있는 검경은 다 뒤져봤겠지.

하지만 그의 스타일상 어설프게 개입하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니 차라리 날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살꺼면 사고, 말 거면 말자.

이게 그의 지론이니까.

그럼 이제 난 어쩐담. 해외로 나가야 하나.


“나도 알아. 자네가 이 자리를 얼마나 탐내 했는지. 하지만 어쩌겠나. 나도 누구보다 이 자리 물려주고 싶었다고. 2보 전진 위해 1보 후퇴한다고 생각해. 알겠어?”


대표님의 위로에 전혀 와닿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쉰다고 생각하면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지.


“하, 대표님. 근데 저... 먹고살아야 해요. 저 돈 한 푼 없는 거 아시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그 많은 돈을 불법 토토랑 코인 투자로 날려? 아니 자네는 진짜 그럴 때마다 이해가 안 돼. 그 많은 성과급 다 도박 질로 날리고 와서 인제 와서···.”


겨우 가라앉힌 목소리가 다시 올라간다.

하긴 성과급으로 받은 수십억을 다 도박이랑 코인으로 날렸으니 욕 먹도 싸긴 해.

하지만 내가 도파민 중독인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어휴, 답답해 정말. 원래는 지방 중견 기업에 자리 만들어놨는데···괜히 또 경찰이 그곳 뒤질 수도 있으니까. 잔말 말고 자, 받아.”


대표도 더 이상 언성 높이기 싫은지 책상 위에 놓인 쪽지를 하나 들더니 내게 건넨다.


“이게 뭡니까?”

“가서 한 1년 있다 와.”


내게 준 쪽지엔 꽤 어색한 도시 이름의 주소가 적혀있다.


“운양시?”

“어, 거긴 아무리 털어도 아무도 탈 없는 곳이니까, 거기 가봐.”

“여기가 어딘데요?”

“가보면 알아.”


----


-부아앙


경부고속도로에 한국에 3대 밖에 없다는 부가티 시론.

그리고 그 차 오너인 나는 오랜만에 경부고속도로라 신이 날 법했지만 출근 시간의 체증이 오히려 짜증 나게 했다.

가다 멈추고를 몇 번 반복.

그럴 때마다 옆 차 주인의 시선이 느껴진다. 물론 개의치 않지만.


“어휴, 이 정도 밀리면 결국 거기서 살아야 하잖아. 짜증나는구만. 뭐, 어디라고?”


세상에서 차 밀리는 게 제일 싫은 나로선 서울에서 출퇴근이 점점 멀어져갔다.

그냥 그 근처에 아파트 하나 빌려달라 그럴까?


난 다시 내비게이션에 찍힌 최종 목적지를 보았다.

경기도 운양시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다.

평생 서울에 산 내가 이곳을 벗어난 곳에서 산다는 걸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

뭐, 인생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어?

그래도 지방으로 안 가고 경기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나.


그렇게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세 시간쯤 달려 IC를 빠져나가 좀 더 들어가더니 이제야 ‘운양시’ 간판이 보인다.

그래도 아파트도 있는 것 보니 사람 사는 곳이네.

도시에 완전히 진입하니 흔한 경기도 시골 같은데, 그래도 마트도 있고, 있을 것 다 있구나.

이 정도면 뭐, 살 만하겠는데?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아직 10분을 더 가야 한다고 떠 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하자 보이는 건 웬 허름한 종합운동장.


“뭐야? 여기 맞아? 운동장인데?”


내 눈앞에 80~90년대에 지어질 법한 시멘트로 덕지덕지 지어진 한 운동장이 거대하게 서 있다.

난 일단 차를 주차하곤 내리지도 않은 채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뚜우우


[어? 도착했나?]

“대표님, 이게 뭐예요?”

[뭐긴 뭐야. 보이는 그대 로지.]

“무슨 운동장 하나 있는데요? 그것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어, 축구단이야. K3 구단 하나 내가 인수한 거 몰랐나? 그때 이야기했었는데.]


K3 축구단?

설마 연초 신년 식에 축구단 인수가 자기 꿈이었다며 말했던 그 축구단?


“아···. 그때 술자리에서 이야기하신 그 구단이요?”

[응, 맞아 맞아. 오늘부터 자네를 대표로 보냈으니까. 맡아서 하라고. 사건 잠잠할 때까지.]


아니, 이 양반이.

차라리 지방 공장을 보내지. 그래도 그럴싸한 회사에 날 보내야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안 망가질꺼아냐.

말도 없이 웬 축구단이냐고.


“아니, 갑자기 무슨 축구단이에요? ”

[자네도 축구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영국 축구 좋아한다며. 토토쟁이들은 해외 축구 전문가들이잖아. 오랜만에 가서 경영 공부도 좀 하면서 잘 이끌어 보라고. 사고 치지 말고. 월급은 지금 받는 거에 반 줄 테니까 잠잠해질 때까지 거기 있으라고.]

“네? 반이요? 아니 그건···.”

[그럼 감옥 갈 거야? 구치소 갈 거야?]


한계에 도달했는지 전화기 너머로 대표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넘어온다.

씁, 하. 무슨 축구단이야. 그래도 백수로 노는 것보단 나으려나?

아니 그래도 몸 쓰는 거 제일 싫어해서 이 길 걷기 시작했는데 무슨 축구냐고.


“흠···. 알겠습니다. 그럼.”

[이왕 맡는 거 잘해봐. 그 구단 인수하면서 내 꿈 이뤘다고. 그래도 운양시에선 나름 인기 있다고 들었어. 내가 공사가 다망해서 갈 수 없으니까 자네 보낸 거 아니야.]

“인수하신게 이런 좆···아니, 허름한 구단인 줄 몰랐어요. 이거 상태는 보시고 인수하신 거 맞죠?”

[그럼, 자네가 뭘 모르나 본데 축구단 꽤 비싸. 그리고 수익성이 개판이라 그냥 구멍 뚫린 항아리에 물 붓는 거라고. 자네가 잘 만들어봐.]

“하···알겠습니다. 들어가십쇼.”

[응, 전권 줄 테니까 알아서 하고 그래도 1달에 한 번 보고하라고. 알겠지?]

“네.”


-뚝


전화를 끊고 앞 유리 사이로 보이는 운동장.

유난히 후져보이네.

에휴, 그래 이렇게 일이 닥쳐버렸는데 어떻게 하냐.

그러니까 왜 자살을 해가지고...응?


-똑똑.


그때 운전석 창문 밖으로 한 여자가 서서 이리저리 안을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안경 쓴 그녀의 어깨로 흘러내린 머릿결이 내 소중한 차에 닿으려고 했다.

뭐야, 이 여자는. 근데 여기 장애인주차구역인가? 왜케 쳐다봐?

난 슬쩍 창문을 내렸다.

그러자 꽤 흰 피부의 그 여자는 안경을 들어 올리더니 눈을 부라린다.


“저기요. 여기 주차하시면 안되세요.”

“네?”

“여기 저희 관계자들만 주차할 수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이동해주세요.”


아니, 내가 오늘부터 여기 대표인데 왜 주차하면 안된다는 거야?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지자 난 일단 차에서 내렸다.


“아니, 주차장이 이렇게 넓은데 좀 차 좀 대면 안 됩니까?”


갑작스럽게 차에 내리더니 한 남자가 자길 쳐다보며 한마디 하자 그 여자는 끔벅 놀랬다.

솔직히 딱 봐도 헐어 빠진 운동장에 이른 아침부터 누가 차를 대겠냐고.

생각보다 공격적인 반응에 그녀는 목소리가 한풀 죽는다.


“네? 주차하지 마시라는 게 아니라 죄송한데 여긴 운양FC 관계자 전용 구역이라서요. 이동해서 다른 곳에 주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휴, 그 한마디 했다고. 쫄기는.


“저도 관계자예요.”

“네? 아하하, 장난이 좀 심하시네요. 저희는 이~런 고급스러운 차를 타고 다니시는 직원분이 없으시거든요.”


그녀는 슬쩍 내 차를 보더니 입술 꼬리를 내렸다.

하긴 이 동네에 부가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겠냐고.


“그러시겠죠. 이게 얼마짜린데요.”

“네? 참. 장난치지 마시고 나가주시죠.”

“아니, 저도 관계자라고요! 오늘부터 이곳에 대표로 온 사람이에요.”

“네? 대표? 대표님이요? 당신이요?”

“네! 사무실이나 좀 안내해주시죠.”


난 그녀를 옆을 슬쩍 지나 운동장 건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전형적인 90년대에 봐왔던 종합운동장 건물.

안 봐도 뻔한 상태.


“하, 입구는 또 어디야?”


-타다닥


그녀는 내 뒤에서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유난히 큰 눈으로 날 쳐다봤다. 


“저···정말로 대표님이세요?”

“네, 그래요. 오늘부터 운양FC인지, FC운양인지 일하게 된 백승호입니다. 근데 그쪽은 누구신데요?”

“아, 아! 안녕하세요. 전 운영팀장, 김세영입니다.”


이 조그만 축구단도 팀장이 있어? 하긴 직원들은 좀 있나.


“아, 네. 운영팀장님. 그럼 사무실이 어디죠?”

“아!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금세 내 앞으로 나서곤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뭔갈 치면서 경기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철망이 처진 문을 지나 작은 문으로 들어가더니 계단에 성큼성큼 올라선다.

그렇게 3층을 올라가니 입구에 써진 한마디.


[ 운양 풋볼 클럽(Unyang Football Club) ]


“참나, 풋볼 클럽은 무슨···.”

“네?”

“아뇨. 여기 생긴 지 얼마나 됐어요?”

“아, 여긴 운동장 생긴 지는 20년이 넘었고요. 축구단은 7년 됐습니다.”


아니 무슨 사무실 복도부터가 옛날 90년대 학교 같네.

그렇게 쭉 들어갔을까.

나이 지긋하게 늙으신 한 분이 반대편에서 다가온다.

뭐야 범상치 않은데, 감독님이신가?


작가의말

*소설의 재미를 위해 K리그3에서 K리그2로 승강제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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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24.05.07 26 2 11쪽
14 축구단 운영은 전쟁이야 24.05.02 39 3 11쪽
13 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24.04.30 41 3 12쪽
12 어느 정도 끝나가는 재정비 24.04.28 58 3 11쪽
11 고액 연봉자를 잡아야될까 24.04.26 51 3 12쪽
10 분위기를 바꾸는 외국인 선수 +2 24.04.24 64 2 11쪽
9 50명 넘게 모인 트라이아웃 24.04.21 64 3 12쪽
8 늦은 스토브리그 24.04.20 68 3 13쪽
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78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83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83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81 3 14쪽
3 감독은 누가 딱인가 24.04.14 90 2 13쪽
2 스태프가 고작 4명? 24.04.13 108 2 11쪽
»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24.04.12 2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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