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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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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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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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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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액 연봉자를 잡아야될까

DUMMY

베테랑.

팀에서 베테랑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그냥 나이만 많이 먹었다기보다 오랫동안 팀에 있으면서 팀의 문화에 녹아들어 중심이 되는 그런 선수.

거기에 노력과 실력이 함께 동반되는 선수이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 그래서 베테랑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야, 너는 안 가냐?”


라커룸 한쪽에 조용히 축구화를 고쳐 신는 한 남자에게 주장인 김형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반응은 정반대로 꽤 차갑다. 누가 보면 둘이 싸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왜요, 저도 가야 합니까.”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감독님이 그래도 짬 되는 사람들이 가서 그 메멘토인가 뭐시긴 인가, 외국인 선수 적응 도와달라고 했었잖아. 하는 시늉은 해야지.”


그는 축구화를 다 신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똑바로 바라봤다.


“형이나 가십쇼.”


그가 지나간 자리에 왠지 모를 스산함.

그 기운은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여간 정배 선배는 왜 저런대요?”

“몰라, 원래 저러니까.”


형종에게 다가오는 부주장 이원석은 그에게 위로랍시고 말을 건네는 걸 시니컬하게 받는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는 뜻.


박정배.

나이는 26세이자 팀 중간급 선수, 포지션은 미드필더.

특이하게 세미 프로 생활만 7년을 넘게 한 선수. 운양FC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있어 고참 역할을 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혹자는 전 감독의 양아들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주 출전한 선수기도 했다. 하지만 떨어지는 사회성 때문에 결국 주장단에 들지 못했고, 코어 한 팬층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스타는 되지 못 한 그런 인물이다.


이런 박정배 선수의 장점은 바로 체력.

90분간 풀로 뛸 수 있는 팀 내 몇 안 되는 선수기도 했다. 그래선지 팀 내 최고 연봉자 중 하나.


“아무리 그래도 작년 10골 이상 넣은 박진우보다 연봉이 높은 건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난 선수들의 연봉표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HR을 몇 번 해보긴 했지만 보통 회사의 경우 업무 범위가 있고 성과가 있으니 그걸 통해 평가한다지만 축구선수들은 단순히 기록으로 평가하기엔 외적인 부분까지 고려 안 할 수가 없으니 더 어려웠다.

거기에 불과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된 내가 함부로 할 수도 없고. 그저 스탯으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감독님!”


김무성 실장이 노크도 없이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온다.

저 양반 그래도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지.


“무슨 일 입니까?”

“박정배 선수에게 K리그2팀이 붙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붙었다니, 감시가 붙었단 말인가?


“소문에 의하면 K리그2인 김포FC가 박정배에게 접촉했대요.”

“접촉이라면 데려가겠다. 이 말인가요?”

“네! 확실한 것은 아닌데 거의 그래요!”


뭔가 큰일이 난 것처럼 떠드는 김무성 실장에 비해 내 반응은 뜨뜻미지근. 오히려 팀 내 고액 연봉자인 그가 나간다면 오히려 잘 된 것 아닌가?


“아니, 대표님.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특히 박정배 정도면 저희 운양FC 에이스예요. 이 선수가 빠지면 저희 타격이 큽니다. 그 정도 미드필더 K리그3에서 구하기 힘들어요!”

“흠···. 마침 박정배 선수를 보고 있었긴 했는데···. 그 정도인가요? 일단 알겠습니다.”


난 바로 호들갑 떠는 김 실장을 진정시키고,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진성씨, 감독님과 함께 잠깐 제 방으로 올래요?”


이럴 때 써먹으려고 단지 유튜버였던 김진성을 전력 분석관에 추천했다. 그야말로 스탯과 기록에 미친 사람이니까. 한국에서 코치 생활을 안 했던 감독과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나 포함 4명은 박정배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결국엔 이 친구를 잡으려면 최대한 빨리 재계약 제의하는 게 맞는데, 문제는 이 친구 연봉이 꽤 세다는 겁니다. K리그3에서 기본급 7천만원 받는 친구는 흔치 않아요.”


나는 먼저 현재 박정배에게 K리그2 팀이 노리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팀 내 사정도 함께 설명했다. 그에게 재계약을 제의하려면 못 해도 8천 이상은 줘야 할 텐데, 과연 그게 맞나.


“먼저 박정배 선수, 스탯이 어떻죠?”

“2022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35경기 수비수로 딱 1경기 뛰었습니다. 태클 성공률은 87%, 패스 성공률은 78%였습니다. 성공률 자체는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역시 이 친구의 장점은 90분 동안 무려 평균 11킬로 이상 뛰는 체력입니다. 이만큼 뛰는 선수는 K리그3에 3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김진성의 브리핑.

난 바로 이휘정 감독을 쳐다봤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음···. 좋은 선수입니다. 체력이야 아직 시즌 전인데도 꽤 올 라 와 있구요.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데, 급할 땐 중앙 수비수도 볼 수 있는 멀티 자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돈에 부담이 안 된다면 데리고 있는 걸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하긴 스탯만 봤을 땐 데리고 있으면 분명 좋은 선수다.

하지만 문제는 금액 대비 데리고 있는 게 맞는가.

아무리 1억원의 승리 수당이 있다 하더라도 혹시나 실패했을 땐 정말 최악의 적자 사태가 날 수도 있었다.


“근데···사실 이 친구의 단점은 돈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 한참 노트북을 보던 김진성의 말에 모두가 쳐다봤다.


“훈련할 때 보면···타 선수들과 대화를 안 해요.”

“대화?”

“네, 문제는 다른 선수들도 박정배 선수와 대화를 안 합니다.”

“그···그거야 걔 성격이 좀 내성적이어서···.”


다급한 김무성 실장의 변호.

난 이런 비슷한 상황을 어디서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맞다.

지금은 국내 1위 온라인 커머스, 갓팡.

그때 투자를 결정할 때 갓팡의 CTO가 문제였지.

스탠퍼드 졸업에 엄청난 실력자였지만, 사회성이 부족하고 대화하지 않아서 문제였던 그.

유일하게 갓팡 CEO와만 대화하던 그는 역시 대표가 책임지겠다며 끝까지 데려가려 했지만 결국 사과폰 사전 예약이라는 엄청난 빅 이벤트일 때, 서버가 터져버리자 결국 빠르게 막지 못해 그 일로 사임했다.

그럴 수 있는 일 아닌가 하기엔 그를 비호하는 직원들이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문제.


“흠···감독님도 느끼셨나요?”

“음, 네. 그걸 느끼긴 했습니다.”


그때 김진성이 슬쩍 노트북을 돌린다.


“이 영상을 좀 보실래요?”


그곳엔 작년 목포FC와의 경기에서 박정배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밑으로 쳐져 있던 박정배의 롱패스가 계속 실패하는 모습이 반복. 결국 후반엔 옆에 있는 중앙 수비수에게 짧게 패스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롱패스는 보통 약속된 움직임이 전제이지 않습니까? 박정배의 롱패스는 톱이든 좌우 윙이든 누구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저건 분명 훈련 때 연습이 제대로 안되서 저런 거라 보입니다.”


흠···. 하긴 NFL처럼 전술 암기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당연히 손발을 맞추는 연습을 하겠지.


“저 패스가 제대로만 연결되면 정말 위협적이긴 하겠네요.”

“네, 하지만 저런 패스가 결국 성공률을 다 깎아 먹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짧은 패스를 주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패스 성공률이 낮았었구나.


점점 영상을 보면 볼수록 부정적.

이대로 보내주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슬쩍 보니 김무성 실장과 이휘정 감독의 표정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대표님 아니 감독님, 봐보십쇼. 역으로 생각해보면 쟤 패스도 되는 애라니까요. 전 감독이 관리를 잘 못 해서 그렇지, 잘만 교육 시키면 진짜 좋은 애입니다.”


김무성 실장은 이 자리에 없는 전 감독 탓을 시전.


“맞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단합시켜보겠습니다.”


이휘정 감독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다짐까지.

하지만 난 이런 상황의 끝을 봤기에 쉽게 동의할 순 없었다.


“두 분 다 의견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 친구 연봉이면 분명 더 나은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휴, 대표님. 탈 K리그3 급이라니까요. 정배 저 친구···.”


점점 흥분하려는 김무성 실장을 말은 난 단호히 끊었다.


“김무성 실장님. 돈이 문제라 말씀드렸습니다.”


내게 박정배는 실력은 있을지 몰라도, 큰 결점이 있으며 심지어 연봉도 비싼 선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저 친구를 데리고 있으려면 싸기라도 해야 했다. 옆에 듣고 있던 이휘정 감독은 답답한 지 턱을 괴며 날 쳐다봤다.


“결국 결론은 돈 문제만 아니면 데리고 있을 수 있겠다. 이 말이네요.”

“···.”


순간의 침묵. 누구나 알지만 돈 문제야말로 결국 자기들이 해결 할 수 있는 없는 문제.

겨우 김무성 실장이 입을 연다.


“대표님, 제가 설득을 해볼까요?”


그의 눈빛은 진실했다.

저 선수가 진짜 운양FC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심은 가진 자가 해소 해야 하는 법.


“아뇨, 제가 만나볼게요.”


---


운양시 별다방.


“박정배 선수?”


내 부름에 막 별다방에 들어온 그는 고개를 돌렸고 의외라 생각했는지 좀 놀란 눈치. 


“커피 한잔해요?”

“전 안 마시겠습니다.”

“네? 그래도 뭐 좀 마셔요. 제가 살게요.”

“아뇨, 저 커피 안 마신 지 꽤 됐습니다. 할 말만 하시죠.”


이야, 그래도 회사 대표가 이야기하는데 이렇게까지 차갑게 반응하는 친구는 또 처음이네.

흡사 누가 보면 딱 싸가지 없다고 판단하기 쉬울 것 같은데. 근데 커피까지 제한하는 것 보면 운동엔 진심인 것 같단 말이지.


“그래요, 그럼.”


얼죽아인 나만 앞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뒤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운양FC에서 4년 있었어요. 나이는 아직 20대 중반이지만 전체적으로 나이 어린 운양에선 베테랑, 맞죠?”

“···.”

“왜, 다른 구단에 안 가고 운양에 계속 있었던 겁니까?”

“네?”

“작년에도 K리그2 팀에서 영입 제안했잖아요.”


놀란 눈치.

지금까지 평온하던 눈빛이 꽤 흔들렸다.

크크,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는 눈치.

어떻게 알았냐고? 직접 전화했다. 올해는 그렇다 치고 이 박정배에게 김포FC의 애정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


“김포FC 전력강화실장님 되십니까?”

“누···구 시죠?”

“아, 저 운양FC 대표 백승호입니다.”

“아···! 이번 새로 오신?”


걸걸한 목소리.

딱 봐도 이 바닥에 경험이 짙은 사람이다.

이럴 땐 돌아갈 필요 없다. 피차 바쁜 입장이니까.


“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박정배 선수 데려가려고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예? 이유가 있습니까. 잘하니까요. 그 친구 저희 연락한 지 올해가 처음 아닙니다. 꽤 오래됐어요.”

“그 친구 단점도 알고 계십니까?”

“단점? 아아, 좀 싸가지 없는 거? 그거 옛날에 운양FC에 있을 때 좀 맞았잖아요. 그래서 그 뒤로 애가 그렇게 된 거지, 고교 축구할 땐 안 그랬어요.”


뭐야, 문제가 폭행이었어?

확실히 국내 스카우트들은 선수들을 고교 때부터 쭉 모니터링하니 히스토리를 다 알고 있네.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이번에 외인, 괴물을 데려오셨던데, 제가 박정배 정보를 줬으면, 하나만 물읍시다.”

“네, 물어보십쇼.”

“이번에 온 친구 100만 달러 넘죠? 도저히 그 스펙 100만으로 데려올 수 없겠던데?”

“100만 맞습니다.”

“진짜요?”

“네, 지금 정보 거래 중인데 제가 거짓말하겠습니까.”


나부터가 지금 대화가 괜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라고 선을 확 그었다. 그래야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니까.


“으하하하, 화통하신 분이구만. 알겠습니다. 참고로 운양에서 박정배 잡으려고 해도 안될 거예요. 작년에야 전임 감독이랑 사이가 좋았어서 남았는데 올해는 뭐···K2로 당연히 오고 싶지 않겠어요?”

“그렇겠죠.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연락하시죠.”

“그래요. 내년에 K2 오시면 볼만 하것네. 잘해보슈, 으하하”


이 양반의 말에서 이미 우리를 무시하고 있는 느낌.

올라올 테면 올라와 봐. 

시발, 올라가 주지. 


“박정배 선수, 계약 연장 하고 싶습니다. 다만 연봉은···전 시즌과 동결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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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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