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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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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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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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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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스태프가 고작 4명?

DUMMY

“안녕하십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회색 점퍼에 검은 바지, 듬성듬성 있는 흰머리.

나이 꽤나 있어 보이는 남자가 반대편에서 나를 발견하자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리곤 내 앞에 서더니 갑자기 90도 인사.

이렇게까지 인사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잖아.

보아하니 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겠구만.


“저는 시설 담당 김봉식이라고 합니다.”

“아, 네. 오늘부터 대표로 오게 된 백승호라고 합니다.”


아, 아까 운영팀장이 그새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는지 날 보자마자 아시네.

그래도 상대가 깍듯이 인사해오는데 그렇다고 버릇없게 할 수도 없고 나도 최대한 예의 있게 해야지.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휴, 제가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쪽이 대표실입니다.”


봉식 씨는 바로 옆 사무실 문을 열었고 슬쩍 보이는 안에는 순간 90년대로 회귀한 느낌.

아니, 이건 이 종합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옛날로 돌아갔다는 게 맞겠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2023년인데 딸랑 노트북 하나 있는 책상과 앞에 놓인 소파들.

그리고 진짜 오랜만에 보는 유리로 덮인 탁자.

심지어 그사이에 껴 있는 녹색 천은 억지로 90년대를 오마주 했다고 해도 믿을 만 했다.


하지만 그 실망감도 잠시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검은색 철 창문 테두리 밖으로 푸릇푸릇함을 보자 나도 모르게 창가로 다가갔다.


오, 이렇게 축구장을 바라보는 건 또 처음이네.


백날 지금까지 토토 하느라 영상으로만 바라봤지, 축구장 한번 가볼 생각을 안 했으니.

그런데 인조 잔디라 그런 건지, 잔디가 겨울이라 다 죽은 건지 듬성듬성 보이는 흙들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사람 하나 없는 넓은 운동장을 바라보니 

여기에 사람이 찬다는 말이지.

평소에 야구는 몇 번 보러 간 적이 있지만 축구야 월드컵 때나 한 번씩 보던 것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니 새롭긴 하네.


“저기···.”


한참을 창문 밖을 바라보는 날 뒤에서 누군가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뒤를 쳐다보니 책상을 가리키는 김세영 팀장.

명패 하나 없이 깔끔하게 치워진 책상이 크게 반갑지만은 않았다.


“여기가 제 자리인가요?”

“네, 맞습니다. 대표님.”


난 책상을 슬쩍 만져보곤 앞에 낡은 소파에 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자 손을 내밀었다.


“두 분 다 앉으세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가운데 앉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들 또한 내 움직임에 같이 고개를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운양 풋볼 클럽? 이 축구단의 대표를 맡게 된 백승호입니다.”

“오, 이름이 백승호! 부모님께서 축구를 너무 좋아하셨나 봐요.”


아, 그 유명 축구선수 백승호라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을 말하는 건가.


“아뇨, 제가 그 축구선수보다 나이 더 많아요.”

“아···네.”


대표를 처음 해보긴 하지만 대충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안다.

이미 VC(벤처투자)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내가 이 작은 축구클럽 운영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것이 없다.


“설마 직원은 이 두 분이 다인가요?”

“아뇨, 아뇨! 저희 말고 시설 담당하시는 분이 한 분 더 있으시고요. 코치님이 한 분 계세요.”

“그럼 총 4명 밖에 없나요?”

“아, 네···. 몇 명 더 계셨는데 근래 퇴직하셔서요.”


4명이라···. 이건 거의 스타트업인데?

그것도 초기 스타트업. 그런데 7년이나 됐다 이 말이지.

보통 투자 업계에서 7년이 됐는데 규모가 이 정도라면 특출난 기술이 없는 한 끝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5년을 넘었는데 제대로 된 매출조차 없다면 차라리 접는 것을 추천할 정도니까. 근데 축구단이라···. 그냥 비싸게 팔고 넘기는 게 최선인가.


“그럼, 제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죠? 뭐 업무 보고···그런 게 있나요?”


내 질문에 머뭇거리며 자기 앞에 앉은 봉식을 힐끔 쳐다보는 세영 팀장.

그러더니 겨우 입을 뗐다.


“물론 업무보고는 따로 드릴 예정이고···. 무엇보다 먼저 감독을···선임하셔야 합니다.”


감독?

축구단 감독? 설마 이곳 감독도 없었어? 하긴 4명 중에 코치가 있댔지 감독은 말 안 했었네.


“네? 감독이요?”

“네. 감독님 인선이 제일 중요하고, 빨리 해야 해요.”

“아니, 무슨 축구단이 감독이 없어요? 아무리 K3라고?”

“원래 계셨는데요. 계약만료로 나가셨어요.”


계약만료로 나갔다고?

아니, 대표님 너무하시네. 아예 이 정도면 이거 처음부터 다시 만들란 뜻이잖아.

인사팀도 없을 텐데 이거 어디서 어떻게 찾는담? 채용사이트에 공고 올려야 하나?


“하···. 그럼 지정해놓은 후임자나 기타 후보는 있어요? 보통 감독은 어떻게 찾는데요? 국가대표는 막 위원회 구성하고 그러던데.”


나도 당황했는지 빠르게 말이 나왔고 그 말이 끝나자 세영은 옆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한 서류를 꺼내더니 내게 내민다.


“제가 나름 짜왔는데 보실래요?”


오, 그래도 일머리 있는 친구는 하나 있구만. 센스 좋아.

하긴 이래서 운영팀장인가.


“네네, 줘보세요.”


흠···.

이게 뭐야?

고등학교 축구팀 감독? 중학교? 현재 축구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네?

이런 사람을 감독을 선임해도 되는 거야?


난 세영 팀장의 얼굴과 서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게 진짜 맞는 일인지 의문을 표했다.


“아니, 그래도 K3리그이긴 하지만 그래도 월급 받는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인데, 감독 후보가 어디 고등학교 코치, 이러는 건 좀···. 이게 맞아요?”

“음···. 어···. 세미프로팀에 바로 데려올 수 있는 감독 후보군이 많진 않아요.”

“여기 세미프로예요? 그냥 프로가 아니고?”

“네···.”


세영 팀장은 그것도 모르고 왔냐는 듯이 쳐다봤지만, 난 오히려 세미프로팀을 맡긴 대표님 생각에 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 양반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미 프로팀을 맡겨?


“일단 좀 생각을 좀 해볼게요. 업무 첫날인데 저도 적응을 해야 하니까요.”

“아, 네! 그렇죠?”

“일단 세영씨는 작년 재무제표랑 올해 예산안 좀 가져다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어차피 축구단도 회사와 같다.

결국 숫자가 모든 걸 이야기해 줄 것이다.

특히 내가 적자 기업 전문이다. 구사일생시킨 스타트업만 몇 개인데, 오히려 매출 구조가 단순한 축구단쯤이야 일도 아니지.

아마 대표님도 그런 걸 기대했을 것이다.


- 예압!! 


응? 무슨 소리지? 

난 소리 나는 창문을 쳐다봤고 그 모습을 본 김봉식은 냉큼 받아 챘다.


“오전 훈련을 시작하는 중일 겁니다.”

“훈련을 여기서 하나요? 훈련장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요?”

“아, 네. 훈련장은 따로 없습니다. 지금 몸 풀고 오전 훈련 한 다음 점심 먹고 오후 훈련합니다.”


궁금하네. 어떤 모습일지.

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코치로 보이는 한 남자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있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하얀색 축구 재킷과 검은색 하의를 입은 선수들의 모습 표정이 그리 나빠만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숫자가 대충 봐도 스무명이 안 되어 보이는데···. 축구 11명이 뛰는 스포츠 아니에요? 저렇게 적어도 되나..”

“아, 그게 지금 비시즌 기간이기도 하고···계약 만료되어 나간 선수들도 꽤 있고···. 그래서 빨리! 감독님 선임하셔서 새로운 선수들 영입해야 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선수영입?


“선수영입도 제가 해요?”

“네, 그럼 누가···?”


하, 할 일 존나 많네.

근데 좀 재밌긴 한데 이거. 보통 스포츠 구단의 영입, 방출은 단장이 할 텐데 작은 구단이라 대표가 알아서 하는 건가.

확실히 감독 선임이 중요하겠는데?


“결국 그럼 감독이 단순히 훈련, 전술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네트워크가 넓은 사람도 중요하겠네요.”

“네, 맞아요! 보통 K3리그의 경우 확실히 인맥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경우가 많죠.”


-똑똑


그때 대표실 문을 두드리곤 들어오란 말도 없이 바로 누군가 들어온다.

멀끔한 정장 차림.

딱 봐도 나와 같은 장르 같은데···.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요?”


짙게 바른 왁스 머리를 한껏 넘긴 그가 허리를 잔뜩 굽혀 인사하며 들어오자 옆에 있던 세영 팀장이 막아섰다.

주차장이든 대표실이든 막는 거 하나는 기똥차네.


 하지만 그 남자는 한두 번이 아닌 듯 세영 팀장을 슬쩍 밀어놓더니 힘껏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답했다.


“에이, 왜그래요 세영씨. 아침부터 인상 쓰지 마요. 주름진다니깐.”


그렇게 그녀 옆으로 살짝 지나 다가오는 그.

가까이 올수록 진한 향수 냄새가 온 코를 감쌌다.


“반갑습니다. 에이전트 김무성 실장이라고 합니다. 주차장에 있는 부가티 주인이시죠? 새로 오신다는 구단 대표님.”

“네, 그렇습니다만?”

“제가 감독님 매물부터 선수 매물까지 요청만 하시면 바로 이메일로 레쥬메 쏴드릴게요. 맡겨만 주세요.”


크크크, 딱 눈빛이 호구 잡은 느낌이네.

하지만 내가 누군지 잘 모르네.

에이전트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 최소 강남 바닥에서 놀던 사람이다.

그렇다고 무시할 필요 없다. 상대가 날 호구로 생각한다면 가끔 그렇게 착각하게끔 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휴, 감사합니다. 조만간 요청하겠습니다.”

“네네, 그래도 이번 대표님은 저랑 말이 자알 통할 것 같습니다.”

“명함은···없으세요?”

“아, 명함 드려야죠. 확실히 비즈니스맨이시라 으하하.”


그는 웃음으로 어색함을 달래며 급하게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고 난 그 명함을 받곤 그를 쳐다봤다.


“전 아직 명함이 안 나와서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네, 아휴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빠른 시일 내 좋은 자리 한번 마련할까 하는데···.” 

“아뇨, 제가 주변 정리되면 나중에 따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도 이 메일을 통해 요청할게요.”

“아···. 네, 그러시죠.”


그에게 말릴 필요는 없다.

확실하게 내게 그는 필요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줘야 한다.

난 그의 명함을 내 지갑에 넣으며 그를 쳐다봤다.

할 말 다 끝났으면 이제 나가보라는 뜻.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닌지 바로 세영씨를 쳐다보니 뒷걸음질을 친다.


“그···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다들 나중에 뵐게요!”


-쾅.


그거 나간 뒤 세영씨는 한바탕 지나간 걸 막지 못한 책임감 때문인지 내게 다가와 울상을 짓는다.


“괜찮아요. 저런 사람들 제가 잘 압니다.” 

“이런 경험이 많으신가 봐요?”

“아, 네. 아 참, 제 백그라운드를 다들 모르시겠군요?”


하긴 나도 현 상황이 황당하지만, 이들도 피차일반.

언제 날 잡아서 회식 한번 해야 하나.


“네, 그리고 대표 취임 보도자료도 내야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세영씨가 내요?”

“아, 네···.”


이야. 운영에다가 마케팅까지. 업무분장에 근본이 없구만.

하긴 인력 없는 스타트업이 다 그렇지 뭐.

근데 사건 터져서 온 내가 괜히 소란스럽게 취임 소식을 전달할 필요는 없겠지.  


“취임 보도자료는 나중에 냅시다. 지금은 감독 선임이 최우선이니까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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