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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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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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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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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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느 정도 끝나가는 재정비

DUMMY

“이정수 선수는 저희와 함께하는 것이 여기까지입니다.”

“아···”


첫 번째.


“호민기 선수도 저희와 여기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네? 저 올 시즌···하.”


두 번째.


“라수현 선수도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저 진짜 준비 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까?”

“네.”


이렇게 세 번째.

14명의 선수 중에 3명의 선수를 정리했다.

혹시 울고불고 난리 칠 거라 예상했지만 이미 그들은 예상을 했다는 듯이 약간의 저항도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뭔가 일반 회사에서 직원들과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 세미프로에서도 쫓겨나면 사실상 그들이 꿈꾸는 프로의 꿈은 쉽지 않을 텐데.


하긴 나도 쫓겨난 입장에서 누굴 걱정해.

당장 이 망해버린 구단을 내년에 승격 못 시키면 나부터가 나가리 될 판이라고.


“흠···대충 이제 정리할 선수들은 다 한 건가.”


11명의 선수에서 트라이아웃으로 8명을 충원하여 19명.

마지막 외국인 선수 2명까지, 총 21명.

아직 라커룸의 룸은 좀 남은 상태. 시즌 시작까지 남은 기간은 1달. 3명 정도 더 충원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후, 박정배를 동결로 잡아서 망정이지, 이거 완전 예산 오버 될 뻔했잖아.”

 

----

 

“동결이요? 저 그냥 나가겠습니다.”

“대신.”


박정배는 동결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어이없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미 예상된 반응. 난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정수, 호민기, 라수현 이 선수들은 곧 구단을 나갈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


그는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멈추고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저 세 명. 라커룸 내 파벌을 만들어 박정배 포함 여러 명을 괴롭혔던 선수.

어떻게 알았냐고? 그래도 오랫동안 구단에 있었던 이길영 코치가 알려주었다. 난 바로 이 사실을 감독에게 보고. 그들을 방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 K2리그 진출 시 연봉 1억을 보장해드리죠. 옵션 제외 순수 기본급입니다. 아마 목포는 옵션 포함 1억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걸로 그를 잡긴 무리수.

결국 프로는 돈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그걸 대비해 김무성 실장이 미리 목포의 계약조건을 알아 왔다. 


“그래도 프로구단에 가고 싶습니다.”


그렇지, 마지막 남은 수.

세미프로보다 프로에 가는 것이 모든 선수의 희망이니까.


“저는 이 작은 축구 클럽을 앞으로 대한민국 제1의 구단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먼저 올 시즌 K3리그 우승으로 승격할 겁니다.”

“그걸 어떻게 믿죠?”

“불과 한 달도 안됐지만, 이 팀이 바뀐 것이 느껴지지 않나요?”


영국 프로리그 출신의 감독.

체계적인 코치진.

받쳐주는 자본.

모든 것이 목포FC보다 낫다.

결국 그것들을 믿고 베팅하는 수밖에. 


---


난 노트북에 떠 있는 연봉 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출은 차라리 쉽다. 문제는 지금 남겨야 하는 사람 중에 연봉을 줄여야 하는 사람들.

다행스러운 건 에이전트가 있는 선수가 2, 3명뿐이라는 것. 아무래도 에이전트가 있으면 좀 까다롭다.

 

“우와아!”


응? 뭔 소리지?

난 사무실 밖 창문으로 함성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곳엔 한참 선수들끼리 팀을 나눠 연습 게임 중.

아직 전지훈련도 안 갔는데 벌써 저래도 되는 건가? 한쪽은 4-3-3인 것 같고, 다른 한쪽은 5-3-2네.


두 진영이 꽤 열심히 하는 가운데 그중 한 선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다다다다


“와씨, 쟤 왜케 빨라?”


환호성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출신 호끼 짜라카.

키는 170cm 밖에 안되지만 엄청난 주력과 순간 가속도.

준수한 볼 트래핑, 단점은 전술적 이해도와 마음이 급해질 때 나오는 고집스러움.


내가 인도네시아 청소년 대표팀 출신인 짜라카에 대해 아시아 기반 에이전시인 블루레코드에서 받은 리포트다. 이제 나이 18세지만 유럽 2부리그나 3부리그에서도 콜이 왔던 친구. 


나와 이휘정 감독은 그의 비디오를 보자마자 마치 서로 통한 것, 마냥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올 시즌 이휘정 감독은 전술은 5-3-2의 빠른 역습을 통한 득점을 생각하고 있는 터라 공격 쪽에서 빠른 선수가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어필했다.


그 예상은 역시 정확했다.

그는 오른쪽 라인을 휘어잡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리 세미프로라고 하지만 최소 그보다 경력은 5, 6년은 더 되는 선수들이기에 쉽게 돌파하기 쉽지 않을 터.

하지만 결국 축구는 스피드로 하는 것.

그의 주력에 반대편 수비가 계속해서 무너졌다.


“이야, 진짜 드리블하며 너무 잘하는데···?”

“근데 짜라카 타입의 선수는 몸싸움 되는 수비수한테 안되지 않을까요?”

“아씨, 깜짝아.”


내가 너무 경기를 집중해서 봤는지 옆에 세영 팀장이 오는 줄도 몰랐다.


“엥, 대표님 놀라기도 하시네요?”

“저도 사람입니다만···?”


그녀는 놀란 내가 의외라며 옆에 들고 있던 결재서류를 내밀었다.


“오-그러시구나. 이거 결재해주세요.”

“뭡니까?”

“전지훈련 기획안이요.”


아, 전지훈련.

다른 팀은 이미 전지훈련 기획이 끝났겠지만 우리는 이제야 완료했다. 특히 사실 3월 넘어서기까지 쌀쌀한 한국에서 K리그1 구단들이야 동남아나 일본으로 가겠지만 세미 프로인 우리는 남쪽으로만 가도 감지덕지.


“순천-목포로 이어지네요?”

“네, 그쪽이 따뜻하기도 하고 2부리그 팀들도 많이 그 라인을 간대요.”

“좋습니다. 진행하세요. 제가 특별히 도울 일이 있나요?”

“음···. 뭐, 예산 넉넉히 주셔서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좋네요.”


난 빠르게 기획안을 읽은 후 소매에서 펜을 꺼내 즉석에서 사인했고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한차례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인 채 자기도 창문 밖에 경기를 지켜본다.


“근데 저 인도네시아 선수는 왜 한국에 온 거래요? 실력은 K리그1 실력이라던데···.”

“음···그건 기밀인데요.”

“예? 그러니까 더 궁금한데요?”


후, 이걸 말해줘?


“저 친구가 K-pop 마니아인데, 특히 걸그룹 다이브를 좋아한대요. 제가 저 친구. 다이브랑 자리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


순간 세영 팀장은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안경 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진짜요? 그런 이유로 여기 왔다고요?”

‘네, 진짜예요.“

“아니, 대표님이 다이브랑 친해요?”

“아뇨, 제가 친한 건 다이브 소속사 대표죠.”

“아···.”


엔터테인업계야말로 투자업계와 빼놓을 수 없는 곳.

그 정도 인맥은 어렵지도 않다.


“그나저나 다음 주에 저희 운양FC 서포터즈랑 미팅 있는 것 잊지 않으셨죠?”

“네, 그럼요. 고객들인데요.”

“에? 고객이요? 푸흡.”


세영 팀장은 팬들을 고객이라고 하는 말에 웃었지만 난 애초에 그 생각이 잘 못됐다고 생각. 물론 스포츠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팬.

이들은 직접 매년 경기를 보러 티켓을 구매하고, 굳즈도 사며 심지어 시즌권까지 구매한다.

말 그대로 직접 소비자인 셈.


일반 회사도 자기들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을 쓰는데 축구단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난 팬 중에서도 강성이면서도, 중심을 잡는 서포터즈야말로 우리 구단이 가장 중요하면서 존재 이유.

그들을 승격 전에 탄탄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내겐 선수단을 강화하는 것만큼 중요했다.


“그런데 스무명 정도 오실 것 같은데 출장 뷔페를 준비하는 게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은데···.”

“정확히 말하면 뷔페긴 한데 한 입 거리가 주메뉴예요. 거기에 와인과 맥주가 곁들이는.”

“네···.”


그래도 고객 모시는데 맨입으로 모시기는 좀 그렇지.

뭐라도 입에 들어가면서 대화 나눠야 분위기가 좋아진다.


“그들이 올 시즌 콜 리더(응원단석에서 리드하는 사람)부터 시즌 내내 응원 할 텐데 그 정돈 해드려야죠.”

“네, 뭐. 서포터즈 대표에게 말하니 좋아하긴 하더라구요.”


-똑똑


“감독님, 잠깐 미팅할 수 있으실까요?”


그때 들어온 한 사람.

시설 담당 김봉식씨. 그가 들어오자 서둘러 세영 팀장은 나갔고 나는 그에게 소파로 자리를 안내했다.


“그럼요, 가능합니다.”


그는 소파에 앉자 경기장 좌석 전체가 그려진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엔 군데군데 동그라미로 표시가 되어있다.


“그때 지시하신 것 말이죠···.”

“지시라면 어떤···아, 카메라 설치요.”


난 봉식님한테 앞으로 경기 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카메라 설치를 지시했다. K리그3의 경우 중계가 없기 때문에 이 경기 데이터를 다각도로 수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지시했다. 


이것도 물론 이휘정 감독과 김진성 전력 분석관의 요청.


“네! 경기장 내 경기 모습을 찍는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셔서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데···다른 건 다 되겠는데 그 C석 중앙에서 내려다보는 그건 좀 쉽지 않아서요.”


쉽게 말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뷰(view).


“음···아무래도 힘들까요? 전체 선수 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 뷰거든요.”

“네, 근데 저희 운동장이 너무 오래돼서 말씀하신 위치는 사실상 달기 너무 힘들고 C석 맨 위 자석 끝에 기둥이 있는데 거기에 다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혹시 거기서 찍은 뷰 있을까요?”


그는 자기 핸드폰을 꺼내 내게 보여줬다.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도 충분.


“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이 운양종합운동장을 운양시에서 대여하고 있잖아요. 제 계획으로는 K리그1 승격을 하게 되면 새 구장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점점 봉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시민구단에서 재단법인으로 전환되며 자연스럽게 운양종합운동장에 대해 임대료를 내게 되었지만, 인수과정에서 대표님의 신들린 협상으로 3년간 지원받게 되었다.


그거 아니었으면 후···끔찍하다.

어떻게든 그 안에 이 후진 경기장에서 탈출해야지.


“아휴, 저야 이 구단에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운양FC 공식 전지훈련 날.


모든 선수가 운양종합운동장에 집결. 아직 전용 버스도 없어 전세 버스로 이동하지만 선수들 표정에는 하나같이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 전지훈련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선발 여부가 결정될 테니.

난 신경 안 쓰려다가 가는 날인데 배웅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


“대표님, 좋으시겠다아.”


가만 보고 있는 내게 세영팀장이 다가오더니 한마디.

전지훈련까지 따라가는 대표가 어딨어.

운영팀장은 이 일정을 기획했으니까 당연히 가야 하는 거고.


“그럼 세영씨가 대표하세요.”

“치-.”

“정호씨, 영상 잘 담아서 바로 쇼츠로 유튜브에 올리세요.”

“넵, 걱정 마십쇼.”


난 무엇보다 전지훈련 떠나기 전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오정호 팀장을 따로 불렀다.


“오 팀장님, 이번에 전지훈련 꽤 중요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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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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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24.05.07 3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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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늦은 스토브리그 24.04.20 78 3 13쪽
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88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92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96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9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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