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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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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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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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제 첫 단추를 꿰다

DUMMY

마드리드 한 카페.


​3명의 면접자를 회의실이 아닌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이미 몇몇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선 실제로 면접을 근처 카페에서 보는 경우가 꽤 흔하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확실했다.

물론 후보자가 수십, 수백의 경우 시간과 장소의 문제로 못 하겠지만.


나와 세영 팀장은 이른 아침부터 카페 앉아 면접자들의 자료를 정리하거나 더 깊게 조사했다. 가투는 자기도 참여하고 싶다고 징징댔지만, 원래가 그럴 수 없는 몸. 시간을 초 단위로 쓰는 친구니까.


“대표님, 세 번째 면접자는 좀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어요. 비행기가 연착됐다네요.”

“네, 오늘 안에만 오면 된다고 전해주세요.”


어차피 급히 잡은 미팅.

지금은 일단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기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이해할 정도.


-따랑


카페 문에 달린 종이 울리자 한 남자가 들어왔다.

180cm는 되어보는 키에 완전한 민머리.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이 남자는 누가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누구 닮았는데···.


난 세영 팀장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줬고 그녀는 급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혹시 면접 보러 오셨나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선글라스를 슬쩍 벗더니 그녀를 쳐다보며 인사하는 그.


“아, 네. 안녕하세요. 마이클 박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후보자, 박진철.

영어 이름 마이클 박.

중학생 때 영국으로 이민 가 명문 리버풀 대학교 스포츠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영국 3부리그인 EFL 리그 원의 포트 베일에서 전술 코치를 하고 있다.


영국 3부리그에서 한국인이 코치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도 하고, 워낙 일정이 바빠 겨우 미팅이 가능한 인물.


가만 보니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를 따라 한 건가.


나와도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곤 본격적으로 면접.

난 주로 그의 축구관에 관해 물었고 세영 팀장은 상황별 질문을 했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인상 깊은 건 전술적 조예.


“제가 추구하는 전술은 양쪽 풀백을 중앙으로 옮겨쓰는 겁니다. 물론 공격할 때요. 그럼 하프라인 안쪽에 있는 선수들이 더욱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가 압박 후에 양쪽으로 공을 보내면 쉽게 문제 되지 않을까요?”


그의 전술 이야기를 듣다 내가 반론하자 깜짝 놀란 눈치. 에이전트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대표라고 한 게 분명하다.


내가 사설 토토 중독자인데, 그 정도도 모를까.

무슨 브라질 3부리그 축구부터 여자 배구까지 최소 결과는 다 확인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럴 수 있지만 흠···그래서 풀백이 굉장히 이 전술에선 중요하죠. 활동량이나 축구 지능이나 이런 부분들이 받쳐준다면 K3리그쯤이야 완전히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풀백은 현실적으로 못 구한다.


“그럼 저희 팀에 부임하시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풀백 포지션이겠네요.”

“네, 그렇죠. 그렇다고 뭐 꼭 이 전술만 고집하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그건 당연히 팀의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문제죠. 제가 알기론 꽤 많이 지원해주실 거라고 하던데요.”

“누가요?”

“에이전트가요.”


전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의 상황을 봤을 때 극한의 상황에서 팀을 리빌딩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원만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운양FC의 감독을 하고 싶으세요?”

“물론 제가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서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뭐 1군 감독이라면 해보고 싶어요. K3리그? 하부리그이긴 하지만 승격, 제게 어렵지 않아요.”


급히 진행하는 리크루팅.

당연히 소설 속에서만 보던 간절함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너무 계산적인 사람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선 시리즈A, 최대 100억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회사들 리크루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능력과 몰입이다. 물론 회사는 그 지원자가 원하는 조건을 받쳐줄 때 회사 입장에선 그 두 가지를 본다는 뜻이다.


두 번째 후보자, 존 기.

한국이름 기형도.


현재 스페인 1부리그 그라나다CF 코치.

1부리그 코치지만 그라나다CF가 2부리그에 오랫동안 있을 때부터 함께 하면서 승격을 경험한 코치.

하지만 국적이 한국이 아니다. 어머니가 한국인일 뿐. 혼혈이라 한국어가 아예 능숙한 건 아니라고 들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가 중요하다.


“헬로우, 마이 네임 이즈 존 기.”


난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세영 팀장은 또 영어 듣기 모드냐며 투덜. 그래도 이 지원자는 꽤 열정적인 게 특징.


“승격은 선수가 아무리 좋다고, 돈을 아무리 지원해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 승격 스토리 듣고 싶었다고.


“저희 그라나다가 승격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정신, 바로 스피릿이었습니다. 이길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이 감독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현재 그라나다 감독 곁에서 어떻게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는지 배웠습니다.”


속사포처럼 내뱉는 이야기들.

난 천천히 이야기해도 된다며 커피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전 운양FC의 선수들을 설득해서 어떻게든 승격하게끔 만들겠습니다.”

“그럼 저희 팀에 현재 문제점이 뭔지를 한국어로 설명해줄 수 있나요?”

“그···그건, 음···제가 급하게 오느라 조사를 다 못 했습니다.”


흠···. 한국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건지, 조사를 안 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됐든 좀 아쉽긴 하네.

일정이 급하긴 했지.


그렇게 두 후보자 면접이 끝나고 잠시 쉬는 타임.

물론 비행기 연착이라 쉬는 거긴 하지만.


“세영씨는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아요?”

“하···. 너무 어려운 문제네요.”


그녀는 팔짱을 끼곤 고민하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첫 번째 지원자는 스펙은 정말 좋은데 저희랑 안 맞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지원자는 열정 있고, 정말 승격까지 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 안엔···안될 것 같아요.”


그렇다.

두 사람 다 2%가 부족하다.

첫 번째 지원자는 정말 K3리그에선 볼 수 없는 선진 축구를 보여줄 것 같다. 초반엔 힘들어도 장기 플랜으로 봤을 땐 득이 되는 그런 인재.

두 번째 지원자는 분명 승격은 시킬 것 같은데 올해 안엔 안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우리는 다음 시즌엔 K3가 아닌 K2에 있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하다.


그때 누군가 헐레벌떡 들어온다.

손질 안 된 긴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

체크 셔츠에 청바지.

스타일은 완전 IT 개발자 느낌인데, 설마···저 사람이?


“혹시 휘정님?”

“네, 네! 제가 이휘정입니다.”


급하게 들어온 그는 세영 팀장의 안내에 따라 앉자마자 급하게 자신의 노트북을 꺼냈다.


“제가 비행기 연착 때문에 좀 늦었습니다. 제가 늦는 사람이 아닌데.”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마지막 후보자, 이휘정.

불과 저번 달까지 영국 3부리그 리그1 소속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에서 코치하다가 계약 만료로 현재 무직.

영국 5부리그 팀에서 인턴으로 시작.

3부리그 임시 코치를 거쳐 정식 코치까지 갔던 인물.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계약 연장을 하지 못했다. 이 사람과는 이 이유가 중요하다.


그는 마음이 급한 건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급한 건지 세영 팀장이 건넨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자기 앞 노트북에 집중했다.


그렇게 잠깐.

어느 정도 세팅이 끝났는지 우리를 쳐다보았고 난 그에게 물었다.


“준비되셨나요?”

“네! 무엇이든 질문 주세요.”


오, 이 자신감 봐라.


나와 세영 팀장은 운양FC 감독직에 지원하게 된 이유부터 차근차근 물었다.


그때 대답만 하던 그가 오히려 내게 질문했다.


“운양FC가 3부리그인데, 선수가 12명밖에 없더라고요? 하부리그라서 그런 건지, 작년보다 반 이상이 계약 만료로 나갔던데 왜 그런 거죠? 원래 이 정도 규모로 운용하나요?”


오호, 우리 팀에 대해 분석을 해왔나?


“네, 작년에 시민구단이었다가 올해 새로 저희 구단주님이 인수했습니다. 그러면서 꽤 많은 선수가 계약만료로 나간 상태예요. 부족한 선수들은 감독 선임 직후, 공개 트라이-아웃 및 영입할 예정입니다. 물론 선임될 감독님과 함께요.”

“오, 매력적이네요. 그럼 앞으로 대표님의 비전은 어떻게 되세요?”


비전이라, 사실 부임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내가 비전을 이야기하는 건 옆에 듣는 세영 팀장이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느낀 솔직한 감정과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축구 클럽, 운양FC.


“으하하.”


내 비전을 듣더니 시원하게 웃는 그.

뭐지? 대답이 웃기진 않았는데.


“크크, 전 에이전트가 없습니다. 정말 우연히 전 구단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에 수석코치가 제게 이런 기회가 있다고 알려왔죠. 전 듣는 순간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흠···재밌네요. 기회가 되면 꼭 같이하고 싶습니다.”

“그럼 저도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왜 전 직장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못했습니까?”


---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출장의 피곤함 때문이라도 쉴 만했지만 나와 세영 팀장은 각자 노트북을 꺼낸 채 일에 집중했다.

나야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만, 그녀는 처음 겪을 텐데도 지금까지 따라오는 게 문제없었다.


“세영 팀장님, 한국 도착하면 전 스태프와 선수들 미팅 잡아주세요.”

“네!”

“그리고···이번 출장 수고하셨습니다.”


순간의 침묵. 대답이 돌아올 법도 한데 아무 소리도 없자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뭐야, 칭찬에 약한 타입이야?


“왜 그래요? 뭐 제가 못 할 말 했어요?”

“아, 아니요···. 솔직히 대표님 제가 오해했는데···아직 다 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새 감독 잘할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표님의 감을 믿어요.”


---


그렇게 한국에 도착한 뒤 며칠 뒤.

전 구성원들과 공식적인 첫 만남 있는 날.


난 대표실에서 새 감독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다 모두가 모여있는 대회의실로 향했다.


오늘 내 첫인사와 함께 선임한 감독을 소개할 것이다.

날 보자마자 세영 팀장은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아니, 대표님께서 말하지 말래서 오늘까지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네, 고생하셨어요.”


사실상 구단 내 공식 스피커인 그녀가 혹시나 소개 전에 소문이 퍼질까 봐 단단히 입조심시켰다.


회의실엔 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내 얼굴과 움직임 하나를 놓치지 않고 쳐다봤다.

스태프까지 합치면 16명.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원래는 부임하자마자 인사부터 해야 했었지만 워낙 바쁜 일이 많아서 이제야 봐서 그런지 때아닌 긴장감이 감돌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빠르게 인사드려야 했지만 제 소개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어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대표로 부임한 백승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


내 인사에 세영 팀장의 박수 유도.


“저는 이 구단에 오기 전에 투자업을 하던 사람입니다. 특히 저 평가된 기업을 투자하여 비싼 값에 파는 일이 제 일이었죠. 솔직히 운양FC가 저평가되어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맡은 이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구단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와아아


좀 괜찮았나?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네.


“그런 의미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감독님 선임이죠. 정말 빠르게 움직였습니다만 굉장히 힘들고, 어렵게 모신 분입니다. 앞으로 3년간 이분과 함께 운양FC를 이끌어보려고 합니다.”


기대가 가득한 시선.

과연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네.


“나와주세요, 이휘정 감독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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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8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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