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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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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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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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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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DUMMY

 [운양FC 전지훈련 1일 차 vlog]

 └ 이야 새로운 얼굴들 많네! 올해는 기대해봐도 될 듯!

 └ 저 사람이 영국에서 왔다는 그 감독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음.

 └ 메멘토, 덩치 봐라 진짜 든든하다.

 + 외 23개


전지훈련 첫날부터 올라가는 숏츠의 뜨거운 반응.

물론 반응이라고 해봤자 빅리그 팀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당연히 비교는 저번 시즌과 해야지. 특히 메이저 언론에 몇 번 등장하자 확실히 최소 K리그2급의 관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정호 팀장에게 가장 신경 쓰라고 했던 것이 인스타와 유튜브. 보통 축구단의 마케팅팀이라면 언론보도나 기자회견 등이 주 업무, SNS 관리는 부 업무이겠지만 K리그 3팀은 어차피 주 업무 양이 적을뿐더러 중요하지도 않다.


“정호씨, 저희 마케팅 전략은 간단합니다. BTS 전략이에요.”

“BTS 전략이요? 세계적인 팀이 하는 마케팅을 따라 하잔 말씀이세요?”


갑작스럽게 BTS라니.

그것도 세미프로인 구단이.


“아뇨, 예전 방탄소년단일 때 마케팅이요. 물론 스포츠에서 경기력과 성적이 제일 중요하지만, 저희는 어차피 언더독이에요. 스토리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난 2015-16시즌의 EPL 우승했던 레스터 시티를 노트북에 띄우면서 설명했다. 특히 레스터 시티의 스타인 제이미 바디가 팬들과 함께하는 여러 사진을 보여줬다.  


“거기에다 선수들과 팬들의 간극을 확 줄여서 정말 친밀감이 느껴지는 마케팅을 해야 해요.”

“음···대충 무슨 뜻인진 알겠네요.”

“네, 그래서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하고 오프라인 모임이나 경기 후에도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가질까 해요.”


하지만 내 말에 오정호 마케팅팀장은 기대보단 걱정이 많은 표정.


“근데···대표님. 스포츠팀들은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적이 안 나올 땐 욕 많이 먹을 텐데요.”


경기 수가 많은 야구만 봐도 한 경기의 승패에 따라 여론의 높낮이가 확 변한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하는 축구의 특성상 만약 패배 시 욕먹는 기간이 꽤 길다.

하지만 그렇다가 포기할 수 없는 법. 어차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럴 일이 없게 하는 게 첫 번째, 만약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 선수들의 준비과정이나 노력을 선수 개별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두 번째입니다. 이런 콘텐츠들이 하나 둘 씩 모여서 최대한 팬들이 성적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흠···크하하하.”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오 팀장은 갑자기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날 보더니 한마디.


“대표님, 여전하시네요. 그 일을 어떻게 저 혼자 해요! ”


운영이나 마케팅 모두 각각 혼자 쳐내고 있는 상태.

김세영 팀장이나 오정호 팀장 모두 과부하 상태이긴 하다.

하지만 운영단에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하면 정말 예산을 넘어버릴 가망성이 농후.

지금은 어떻게든 말로 때워야지.


“오 팀장님, 내년엔 꼭 충원해줄게요.”

“예? 올해는요!”

“올해는 고생 좀 해줘요.”

 “에? 저 죽어요, 대표님!”


죽는소리 그만해라 정호야.

내가 너를 아는데 충분히 감당 가능하잖아.

어쩔 수 없지. 이걸로 끝내자.


“대신 승격 시 보너스 두둑이 드리죠.”


---


“자자, 이쪽에 놔두세요!”


분주한 대회의실.

김세영 팀장과 오정호 팀장은 의자를 배치하고 사운드와 디스플레이를 확인하느라 정신없고 나 또한 이것저것 체크하느라 정신없는 것은 마찬가지.


1차 전지훈련이 끝나고 대부분의 선수는 전라남도 순천 호텔에서 대기하고 감독님과 주장단은 잠깐 운양시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바로 서포터즈 데이 때문.


보통 시즌 전엔 출정식을 하지만 그건 규모가 클뿐더러 오려고 하는 팬들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괜히 망신만 당할게 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서포터즈 데이.

지금까지 운양FC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웅성웅성


하나둘씩 팬들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운양FC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는 것을 보니 정장 입고 있는 내가 약간 머쓱할 정도.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짧은 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

한 손엔 아이패드를 들곤 내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그녀.

스포츠메일 홍지수 기자.


이야, 이 자리까지 오다니. 그렇게 이 구단에 관심이 있단 말이야?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거야?


“혹시나 했는데 정말 오셨네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휴, 고맙긴요. 인터뷰 요청 하나도 안 받아주시니 저희가 찾아와야죠. 저희가 오늘 서포터즈 데이 잘 찍어서 기사 내 드릴게요.”


찡긋 웃는 그녀.

기자만 아니었어도 그냥 넘어갔을 듯.

내가 뭐라고 무슨 특종 잡겠다고 이렇게 부르면 오는 거지.


일단 난 그녀를 애써 무시한 채 옆에 대기실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이휘정 감독과 주장인 김형종, 부주장 박정배가 앉아있다.


왜 박정배가 부주장이냐고?

순전히 감독의 뜻이다. 나조차 괜찮겠냐는 물음에 그는 자기를 믿으라며, 자기 생각엔 박정배는 결코 사회성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라 생각한단다.


그리고 구단 내 경력이나 실력 모두 부주장의 적임자.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앞으로 팀의 중심으로 책임을 더 주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하는데 내가 거기다 대고 거절할 순 없는 노릇.


그렇게 감독과 주장이란 모두 자리에 앉아 각자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유난히 이휘정 감독이 초조해 보인다. 

  

“감독님, 긴장되시나요?”


내가 다가가자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이마에 땀을 닦는다.

지금 2월인데···.


“어휴, 긴장되네요. 제가 감독은 처음이라 코치 때 팬들 만나는 거랑은 너무 다르네요.”

“하하, 그렇죠. 영국에서도 이렇게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지 않나요?”

“네네, 시즌 전이나 후에 거의 정기적으로 하는데 저는 참가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하하, 편하게 하십쇼. 제가 옆에서 잘 서포트하겠습니다.”

“네, 대표님만 믿습니다.”


보통 이런 행사의 경우 사회자를 따로 두겠지만 우리는 그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세영 팀장이 사회를 맡기로 했다. 이미 그녀는 팬들과 친밀감이 형성되어있어서 그런지 자기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행사.

예상과 달리 100명 가까이 온 행사는 큰 회의실이 꽉 찼고 추우 날씨가 무색하게 열기가 계속해서 피어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2024년 운양 풋볼 클럽 서포터즈 데이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와아아!


100여명의 서포터즈.

정말 많은 생각이 드네.

고작 100명이지만 그들의 열기는 1,000명 못지않았다. 막상 보니 더 행사를 후하게 하지 못 한 게 아쉬울 뿐. 그렇게 세영 팀장은 나부터 한 사람씩 소개한 뒤 내게 마이크를 넘겼다.


한마디 하라는 뜻.


“안녕하십니까. 운양FC 대표이사를 맡은 백승호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뵙고 저희가 작년까지 시민구단이었다가 올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어떤 비전으로 앞으로 이끌어갈지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난 간단하게 만든 PT를 켜 그들 앞에 내 생각이 담긴 발표를 시작했다. 현재는 K리그3 하위권이 예상되는 구단이지만 최상위 리그에 걸맞은 외국인 선수, 코치진을 시작으로 승격과 우승 그리고 발전 방향성까지.


내 말 한마디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덩달아 신이 나는걸?


“그리고 저희 감독님 및 주장단도 자기 위치에서 올 시즌 어떤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감독님, 영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오셨는데, 한국 하위리그는 경험이 없으실텐데 올해 승격할 수 있을까요?”

“트라이아웃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현재 선수 구성으로는 공격 축구는 아닌 것 같은데, 점수를 내지 않으면 결국 이기지 못 할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감독 경험이 없으신데 솔직히 좀 걱정됩니다.”


이휘정 감독에게 향한 일방적인 포화.

감독님은 하나하나 질문에 답을 하느라 진땀.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아 보이자 내가 나섰다. 


“자자, 여러분. 많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난 다시 화면에 15-16시즌의 EPL 레스터 시티의 우승 사진을 띄웠다.


“축구는 저희가 합니다. 하지만 저희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팬들이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 말은 즉슨 저희 성적은 결국 서포터즈분들이 얼마큼 성원을 보내주는 것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하하하.”


일단 웃음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이미 작년과 아예 다른 팀입니다. 선수 영입부터 마케팅까지, 아직 K리그3 팀이지만 모든 시스템은 K리그1, 그 이상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표로서 당연! 올해 목표는 우승으로 승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는 레스터 시티처럼 K리그1을 우승하는 것입니다!”


-우와아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뻥카를 쳐서라도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했다. 괜히 서포터즈 데이하면 좋은 소리가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네.

질문부터가 기자보다 날카로우니 원. 


그렇게 기본 행사가 끝나고 뒤에 비치된 음식과 술을 한잔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박정배 선수! 완전 팬이에요!”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웃는 그.

난 이미 행사 전에 그에게 다가가 한마디.


“팬들입니다. 안 웃겨도 웃으세요.”


그 말 그대로 실천 중.

김무성 실장 말대로 생각보다 박정배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

특히 소통이 없는 그가 부주장이 되었으니 신기할 수밖에. 

 

그때 누가 봐도 코어 팬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운양FC가 선명히 적힌 머플러와 유니폼 거기에 모자까지.

분명 얼마 안 팔려서 그냥 창고에 쌓여있다고 들은 굳즈들을 모두 착용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대표님! 운양FC 서포터즈 회장입니다.”

“아, 회장님. 안녕하세요.”

“네, 그···쓰읍···흠.”


뭘까. 뭐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다름이 아니라 뭐 하나 요청해도 될깝쇼?”

“네? 요청이요? 그럼요, 하하.”

“그게···무리인 줄 압니다만 저희도 원정···버스를 좀 도입해주시면 어떤가 싶어서요.”


원정 버스?

그게 뭐지?


“아, 원정 버스···그게 뭘까요?”

“왐마, 그걸 모르시네. 그 원정 경기하러 갈 때 팬들이 갈 수 있게끔 구단에서 버스 지원해주는 거요.”


아, 그런 게 있었어?

잠깐만 이건 결국 구단에서 교통비 대라는 소리잖아?


난 순간 예상치 못 한 비용에 당황했다.

이 회장이야말로 오늘 같은 자리에 확답받으면 무를 수 없다는 것을 이용. 나한테 묻는 게 뻔했다. 거절하면 역적, 수락하면 돈이 나가는 문제.


“어휴, 회장님!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어이쿠, 김 팀장님.”


그때 나타난 구세주. 세영 팀장.


“K리그2 올라가면 그때 다시 문의해보세요!”


그녀는 티 안 나게 내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곤란한 상황이 되자 바로 치고 들어왔다.


“네네, 저도 승격 후에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회장님. 꼭 할 수 있도록 메모에 적어놓겠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나도 횡설수설.

어쨌든 그렇게 정신없이 행사가 마무리되고

모든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자 나도 내 차로 돌아가려고 경기장을 나갔다.


“대표님!”


나를 부르는 한 여자, 홍지수 기자.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그녀는 검은 하이힐을 신은 채 천천히 또박또박 다가온다.


“아, 네. 오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아휴, 아니에요. 정말 알차게 준비하셨던데요?”

“아닙니다. 저희 직원들이 고생했죠. 그럼.”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을 떨쳐내고자 난 서둘러 인사하며 일어났다. 


“잠깐만요. 저희 단독 인터뷰 하나 해주시죠.”


크크, 그래 결국 원하는 게 이거였나? 이렇게까지 운양시까지 온 대가가?


“아, 그건 이미 제가···.”

“K-AI 사건, 연관성 있는 것 알고 있습니다.”


이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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