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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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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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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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DUMMY

대표는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일반 기업에서도 직원이나 동료의 성과를 평가할 때나 아니면 계약을 연장할 때, 심지어 연봉 협상 등 임원이라면 생각보다 꽤 많이 싫은 소리를 하게 된다.


문제는 누구나 좋은 소리만 해서 착한 상사, 대표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 오히려 욕을 먹더라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임원의 본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중요한 업무를 우리는 ‘인적 관리’라 부른다.

이것은 이미 임원들이라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회사에 따라 중요 인재들을 타 회사에 뺏기지 않은 것이 제1 목표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이직은 경우에 따라 다른데 스타트업의 경우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회사와 다르게 축하까지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이직에 대해 보수적이며 이건 당연했다.


물론 MZ들 사이에선 더 이상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지금,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X신 소리 듣기 때문인지 나부터가 누가 이직한다고 하면 축하한다고 하는 편.


문제는 이 축구 클럽은 꽤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 소비자인 팬들은 더욱 민감한 문제. 각 구단의 스토브 리그에서 충성스러웠거나 혹은 팀의 상징인 선수들이 라이벌 팀으로 가게 되면 정말 그 분노는 평생 가기도 했다.


아스날의 애슐리 콜처럼.


하지만 그것도 최상위리그에서나 통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K리그3, 특히 세미프로에선 그걸 화내는 팬들도 적을뿐더러 오히려 프로무대로 가면 축하하며 보내주기도 하니까.


그래도 내 입장에선 김형종과 박진우 모두 팀의 핵심 선수인데, 전력상의 문제를 떠나 이 선수들을 각기 다른 클럽에 뺏기면 그 욕은 고스란히 내가 먹을 것임이 틀림없다. 난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솔직하게 말 할게요.”


지금 내 앞에 문제의 두 선수가 앉아있다. 홍 변호사가 대동하겠다고 했지만, 따로 부르겠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머리로 차갑게 상대할 때가 아니다.


“두 분 다 다른 구단에서 제의가 온 걸로 알아요. 물론인 적 문제는 에이전트와 함께 이야기하는 게 맞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도 담당 변호사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라 이 구단의 진실 된 입장을 모를 거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사뭇 놀랐는지 서로를 쳐다봤지만, 아직 입은 열지 않았다.


“두 분 중에 혹시 이 운양FC를 떠나고 싶은 분이 있으신가요?”

“···”


이어지는 침묵.


“전···첫 해외라 가보고 싶긴 합니다.”


올 시즌 주전 공격수가 될 박진우.

베트남 리그이긴 하지만 그래도 K리그3와 다르게 프로리그이며, 더 높은 연봉을 제안받았을 것이다.


“네, 그러실 것 같아요. 제가 드릴 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이 축구 클럽의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 비전은 이미 이야기했으니 잘 아실 테고···.”


난 앞에 놓인 찻잔을 슬쩍 들었다.

결국 핵심은 자기 자신의 커리어 그리고 돈.


“제가 메멘투와 짜라카를 어떻게 이 구단으로 데려왔는지는 혹시 아시나요?”

“에이전트가 데려온 거 아닌가요?”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형종.

그래도 주장을 맡고 있어선 지 표정에 이미 숱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두 선수 다 글로벌 에이전시가 추천했고, 검토해서 데려온 선수들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는 레이시우드와는 바로 연락이 가능한 사람 국내 많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나다. 그 말은 곧 너희들도 보내려면 최고 수준 에이전시를 통해 보낼 수 있단 말이다.


“결론은 여러분들이 해외를 꿈꾸시든, 더 높은 연봉을 원하시든 그걸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여러분의 에이전트가 아니라 저라는 겁니다.”

“팀의 선수를 내보내는데 대표님이 역할을 하신다는 건가요?”

“네, 그럼요.”


팀이 선수를 내보내려고 한다니.

그것도 핵심 선수를. 그냥 들으면 충분히 이상한 말이다.


“어떤 팀도 팀의 핵심을 보내주려고 하지 않을 텐데요? 솔직히 저는 이번 기회 놓치면 언제 갈지···.”

“풉, 여러분들이 절 잘 모르시는군요.”


난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했으니까.


“제가 여러분들을 잡아두려는 이유가 이 구단의 핵심 선수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

“돈입니다. 돈. 전 투자자예요. 장사꾼이죠. 여러분들이 분명 우리 팀의 핵심 선수인 건 맞지만 제게 중요한 건 이 구단을 승격시켜 여러분들을 지금 몸값의 10배로 이적시킬 겁니다. 그래야 남는 게 있죠. 안 그래요?”


우리나라는 돈을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입 밖으로 돈 이야기 꺼내는 걸 싫어한다. 내가 돈 이야기를 꺼내자 두 선수 모두 당황한 모습이 역력. 에이전트 없이 대놓고 돈 이야기는 약할 수밖에.


“지금 여러분들 상황에선 이 방법이 가장 윈-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 K2리그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K1리그로 올라가서 이적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이 받는 연봉에 0 하나가 더 붙을 겁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승격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냥 헛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서로의 믿음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협상인 것.


“각자 생각해보세요. 2주 드리겠습니다. 시즌 전까진 그래도 결정해주셔야 저희도 대비를 해야하니까요.”


그들을 잡겠다고 애걸복걸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숱한 회사에서 핵심 구성원을 잡겠다고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보았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돈과 비전, 환경 그리고 마음이 떠버리면 잡기가 매우 힘들다.


나부터가 초연할 필요가 있다.


---


375장.

지금까지 팔린 시즌권 판매 수.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숫자지만 오정호 팀장은 불만인지 요즘 매우 예민하다.


“하, 이 영상 재밌는데 왜케 조회수가 안 나오지!”


그는 시즌권 판매에 목숨을 건 마냥 선수들에게 ‘시즌권 챌린지’라며 한명씩 나와 독려 캠패인을 벌이는 중


-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14경기 이상 직관 시 유니폼 증정!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선수들에게 멘트를 달달 외울 만큼 반복해서 시켰고 주장인 김형종은 툭 치기만 한 습관적으로 외치고 다녔다. 이제 시즌 시작까지 2주. 그 안에 자신이 목표한 500장을 채운다는 것이 점점 기적에 가까워졌을 때 그가 내게 찾아왔다.


“대표님! 선수 차출 좀 허락해주세요!”

“선수 차출? 어디로요?”


그는 자신이 아는 축구 유튜버에게 우리 선수들을 게스트로 보내겠다며 유튜버 채널을 내게 보여주었다. 구독자 수 15만. 많지도 적지도 않은···. 하지만 유튜브 업계에선 15만이면 크게 쳐주지도 않는 것이 문제다.


“보내기 좀 애매한 수치인데, 조회수도 겨우 1~2만 나오고. 냉정하게 말하는 거예요.”

“대표님, 저희 K리그3 선수 게스트로 받아주는 곳도 드물어요. 지금 저희가 가릴 때가 아니라구요!”

“그렇다고 하기엔 훈련하고 있는 선수를 보낼 순 없잖아요. 감독님께 물어보긴 할 텐데 아마 안될 가망성이 높아요.”


오 팀장 입장에선 구독자 백만명이든 십만명이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든 나가 홍보를 해야겠다는 간절함.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창 훈련 중인 선수를 빼 오는 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정 안되면 대표님이라도 나가주세요.”


엥?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그러니까 시즌티켓 500장은 애초에 무리였다니까.

오 팀장은 그 조건을 걸면 내가 감독을 설득해 우리 팀의 그나마 스타인 박진우를 보내 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난 바로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반나절 정도는 괜찮다고 허락받았지만 문제는 통제되지 않는 발언들이다.


언론 인터뷰 또한 연습이자 다 짜인 각본.

아무리 콘텐츠가 좋다지만 잘못 선수를 보냈다가 실언이라도 하게 되면 오히려 그걸 메꾸는 게 훨씬 힘들다. 박진우가 달변가도 아니고, 최소 1시간을 유튜브 콘텐츠를 소화하려면 별의별 것을 다 물어볼 텐데···.


“그냥 제가 나갈게요.”


결국 이럴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그렇게 도착한 마곡동 한 오피스텔. 오 팀장이 촬영 전날에 내게 보내준 질문지를 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어려운 질문은 없었지만 언론 인터뷰는 경험이 많이 없어선지 뭔가 준비가 안 된 느낌.

이렇게 미디어에 등장인가. 이 유튜버는 땡잡았는걸.


문 열고 들어가자 소박하게 만들어진 스튜디오에 머리를 다 밀어버린 한 남자가 날 보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안녕하십니까! 유튜버 크록스라고 합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난 절로 고개가 숙였다. 혹시나 10만이 넘어 거만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 전혀 예상 밖. 특히 외모도 반가울 만한 외모는 아닌지라 바로 욕부터 나올까 걱정했지만, 꽤 정중하단 말이지.


“잘 부탁드립니다.”

“아휴,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현업 축구 클럽 대표가 나온 건 진짜 축구 유튜브 쪽엔 처음 일겁니다, 헤헤.”


하긴 나오더라도 감독이 나오지, 대표가 나올 일이 뭐 있나. 더 높으면 단장일 테고···. 애초에 선수 경험 없는 대표가 나온다는 게 흥행에서도 단연 손해일 텐데.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내 눈앞에 뜬 화면엔 시청자가 몇 명인지 보였다. 보통 100~500명 정도 실시간으로 본다고 했는데 지금 보이는 숫자는 700명. 평소보다 더 들어왔는데?


“아요~! 형님들! 오늘 아주 귀한 분 모셨습니다. 우리 K리그3, 예- 구단 감독? 아니죠. 단장? 아니죠. 운양FC 대표님 모시고 오늘 시원하게 방송해 보겠습니다. 자, 박수!”


크록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채팅창엔 숱한 손바닥 이모티콘들이 줄줄이 올라왔고 중간에 ‘누구냐’는 멘트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애써 웃으며 답했다.


“안녕하십니까. 크록스티비 구독자 여러분. 운양FC 대표를 맡은 백승호입니다.”


이 유튜브 라이브라는 게 단순 언론 인터뷰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인터뷰야 눈앞에 인터뷰어 1명만 있으니 어떤 질문이든 내가 말만 잘하면 내 흐름대로 이끌 수가 있었다. 하지만 라이브는 이 유튜버의 영향일지 몰라도 흐름이 괴상하다. 특히 채팅창에 온갖 질문들이 난사되어 올라오니 더 정신없었다.


“이번에 데려오는 선수들을 면면을 보면 K리그3 급이 아닌데 이게 재정적으로 감당이 되나요?”


다행히 예상 질문.


“솔직히 말해 적자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요. 그래서 운양FC 시즌권 구매를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으하하하, 이야 대표님 정말 이 상황에서 장사를~~ 대단하신데요?”

“저희가 단기적 시선으로 봤을 땐 위험한 상황이죠. 하지만 결국 스포츠 비즈니스는 선투자 후 수익입니다. 저희는 다양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현재 운영 중이며 K리그3 만 보고 운영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말하는 것은 져 본 적이 없는 나다.

고작 시청자 1000명도 안 되는 방송에서 떠는 사람은 아니다. 난 크록스의 짓궂은 질문에도 농담도 섞어가며 잘 대답했고 슬쩍 본 채팅창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순조로우면 꼭 따라오는 것이 문제.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운양FC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요?”

“음···전북 현대요.”


그렇게 방송을 터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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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24.05.07 27 2 11쪽
14 축구단 운영은 전쟁이야 24.05.02 41 3 11쪽
13 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24.04.30 44 3 12쪽
12 어느 정도 끝나가는 재정비 24.04.28 59 3 11쪽
11 고액 연봉자를 잡아야될까 24.04.26 5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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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80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87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85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85 3 14쪽
3 감독은 누가 딱인가 24.04.14 92 2 13쪽
2 스태프가 고작 4명? 24.04.13 110 2 11쪽
1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24.04.12 2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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