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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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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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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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 운영은 전쟁이야

DUMMY

“와, 차 진짜 좋다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난 그녀에게 일단 차에 타라고 했다.

괜히 대화를 누가 들을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그녀는 신이 난 듯 차에 타자마자 내부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곤 날 쳐다보니 환하게 웃는다.


“우리 거래해요.”

“거래요?”

“네, 저희 스포츠 메일이에요. 그래도 국내 스포츠 언론 탑이라구요. 백승호 대표님이 무슨 일 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정도는 다 알고 있어요.”

“네, 그래서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다리를 꼬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지만 이내 겨우 돌렸다. 

생각해보니 이 차 안 공기가 왜 이렇게 어색한가 했더니 차에 여자를 태운 게 도대체 얼마 만이야. 정신 바짝 차려야지.


“앞으로 운양FC 소식은 저한테 먼저 주세요. 대신 저희가 대표님 뒤를 캐거나 터트릴 일은 없을 거예요.”


결국 정보 거래인가.

일개 K리그3 축구 클럽의 소식을 독점해봤자 남는 게 없을 텐데 왜 이러는 거지?


“저희 정보가 그렇게 가치 있나요? 그런 정보 거래는 EPL 급은 되어야 될 텐데.”

“오호호, 당연히 운양FC는 값이 얼마 안 되죠! 저희가 원하는 건 운양FC의 백 대표님의 근황입니다. 강남 테헤란로에서 돈 좀 굴린다는 백 대표님이 과연 이 작은 축구단을 어떻게 운영할까 궁금하기도 하고···이걸 어떻게 팔아넘길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 여자, 이미 이 구단을 인수한 목적까지도 알고 있네.

하여간 기자들이란.


“그럼 그 비밀 지킨다는 것을 어떻게 믿죠?”

“그걸 안 믿으면 대표님이 방법이 있나요?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내 차의 글로브박스를 슬쩍 만지더니 곁눈질로 쳐다본다. 


“어차피 저희 안 믿으시잖아요. 개인적으로 나쁜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불여우다.

오늘 같은 날 짧은 스커트를 입었지만, 화장은 진하게 하지 않았다. 화장까지 진했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있었을 터. 적당한 관심과 선을 지킬 줄 안다는 것. 기자 생활을 헛투루 한 것 아닌가보다.


“좋습니다. 운양FC 공식 언론보도 외에 소식은 단독으로 드리죠. 홍보 담당자에게 말해놓겠습니다.”


난 그녀를 똑똑히 쳐다보고 말했다.

이왕 거래를 할 거면 확실히 해야 했다.


“대신 무슨 소식이든 무조건 기사 내주세요.”

“오케이! 던딜!”


---


운양종합경기장, 대표실.


나를 포함해 구단 운영 회의가 진행 중.

참석자는 김세영 운영팀장과 오정호 마케팅팀장.

단 세 명이지만 오가는 이야기는 거의 구단 운영 전반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시즌권 판매.


“오 팀장님께서 시즌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알겠는데, 현재 구성은 좀 과해요!”

“세영님, 이번 시즌 좀 과하게 가야 다음 시즌에 K리그2 올라갔을 때 팬들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니까요!”

“100명 정도 사는 시즌권 판매에 이 정도 예산을 쓰는 건 무리라고요!”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시즌권 구매자를 위한 혜택.

전반적으로 세영 팀장이 말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작년 운양FC 시즌권 판매는 고작 105장.

보통 상시 관람권이 포함된 이 시즌권은 기존 티켓값에 20~30%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된다. 거기에 여러 굳즈들이 들어가 있는 구성. 이미 빠듯한 손익에 굳즈까지 주니 그냥 마이너스인 셈.


작년 운양FC는 단순하게 상시관람권 할인 및 머플러 증정만 했었다. 이 구성에 마케팅팀장인 오정호가 확 늘려온 것.


“저희 홈 경기 직관이 16경기예요. 그중에 90%인 14경기 이상 직관하신 분께 다음 시즌 유니폼을 증정한다는 게 그렇게 손해 보는 건 아니라고요!”

“유니폼 원가가 얼만지 아세요? 무조건 적자예요!”

“이 구성으로 시즌권 판매가 더 늘 수 있다는 것은 생각 안 하세요?”


한 사람은 이성, 한 사람은 감성.

한 사람은 단기, 한 사람은 장기적 이익

결국 이 논쟁은 내가 손을 들어야 끝날 문제다.

돈을 더 쓸 거냐 아니면 덜 쓸 거냐.

사실 오정호 팀장의 말처럼 한다고 해서 시즌권 판매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진 않을 거다. 작년 운양FC 평균 관중은 750명. K리그3 구단 치고는 평균 이상이며, K리그2 평균보단 낮다.


도대체 뭘 보고 대표님은 팬 좀 있다고 하신 거지. 어쨌든 이 숫자를 확실하게 끌어올리지 않으면 내년에 수익 개선도 굉장히 힘들어지게 된다. 안 그래도 선수단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난 상황에서 최대 고민.


“오 팀장님, 이번 시즌권 판매 목표가 어떻게 돼요?”

“500장입니다.”

“에? 500장이요?”


오 팀장의 당찬 포부에 김세영 팀장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시즌권 업무를 해본 터라 놀란 게 당연. 지금보다 5배를 더 많이 한다고?


“그게 가능하겠어요?”

“해봐야죠. 이미 전략은 섰습니다.”


전략이라···.

저 친구가 허언하는 친구는 아닌데, 뭔가 전략이 있는 걸까. 


“500장이면 그에 맞춰 굳즈들을 준비해야 하나요?”

“작년과 동일하게 머플러는 나가고, 머그잔, 무작위 포토 카드가 기본 구성이고 직관을 14경기 보신 분만 유니폼을 드리는 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보다 예산이 적게 들 수 있습니다.”


흠, 일종의 성과제인가.

10만원이 넘는 유니폼을 줄 테니 14경기를 봐라.

사실 직관을 그렇게까지 오는 건 쉽지 않다. 500장이 설마 다 팔린다고 했을 때도 실제로 그걸 달성하는 사람은 100명도 안될게 뻔하다.


“결론 내리자면 먼저 저도 세영씨의 의견에 먼저 동의해요. 어차피 1년에 100장 정도 판매되는 시즌권에 장당 10만원 상당의 상품을 주는 건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날 보고 힘차게 끄덕이는 세영 팀장.

하지만 난 고개를 돌려 정호 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테스트라고 생각하고 해봐도 좋아요.”


테스트란 말에 이제 나를 쳐다보는 두 팀장.


“우리 나름대로 파격적인 상품을 걸었을 때 팬들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우리가 향후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에 정말로 오 팀장 말대로 500장 언저리 팔리면 저희는 내년도 마케팅을 구상할 때도 그에 근거 있게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승인하겠습니다.”


-쿵쿵쿵


그때.

누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꼭 급한 건 김무성 실장이다. 이번엔 또 뭔가.


“박진우랑 김형종에게 모두 오퍼가 들어갔다는 루머입니다.”


두 사람은 이미 재계약이 끝난 선수인데 오퍼가 들어갔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이 새끼들 낚아채기네요?”


갑자기 세영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김무성 실장에게 소리쳤다. 낚아채기라니···계약이 끝났는데 무슨 낚아챈단 말인가.


“낚아채기가 뭐죠?”

“저희가 계약이 일괄 1월 30일에 마무리되고, 2월 1일부터 갱신되는데 갱신되기 전에 다른 구단이 계약 제의를 해서 낚아채 가는 겁니다.”

“네? 그게 말이 되나요? 계약서가 그렇게 되어있어요?”

“네, 문제는 그렇게 되었을 때 어차피 연봉이 낮았던 친구들은 가더라도 위약금이 낮게 발생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흠···. 얼핏 들으면 뭐가 문제인가 싶다.

선수들끼리 이적은 기본적으로 이적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연봉이 낮은 선수들은 아예 계약 파기를 하고 위약금을 내버리고 다른 구단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그 위약금은 새로운 구단에서 내주는 형태로 말이다.


프로선수처럼 프로 계약의 경우 워낙 위약금도 세고 재계약 시 이적료도 높게 발생하지만 세미프로에선 연봉은 낮을뿐더러 이적료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인데 이게 실제로 일어난다고?


“지금 그럼 우리 팀에서 핵심 자원인 두 선수에게 모두 타 구단이 접근한다는 거죠?”

“네, 김형종 선수한텐 목포FC가, 박진우에겐 웬 베트남 구단이 접근했어요.”


시발, 이제 경쟁상대가 베트남이야?

일단 이들을 뺏기면 안 됐다. 특히 시즌이 2주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뺏긴다면 타격이 너무 컸다.


“흠··· 일단 감독님 모시고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변호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운양FC 법률 자문은 누가했었죠?”

“아, 여기서 15분 거리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데 그분이 주로 하셨어요. 근데···그분도 인수되면서 계약 만료 처리되어서 아마 다시 연락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건 그럼 제가 처리할게요. 이번 기회에 법률 자문 바꾸죠.”


---


“그러니까 이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선수들 마음 뿐이라는 겁니까?”


이휘정 감독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으로 쳐다봤다.

프로 구단 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세미프로라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다니. 특히 감독 입장에선 이미 전술 적응 훈련을 한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선수 2명이 빠지면 올해 우승은커녕 상위권도 힘들어질 가망성이 높았다.


“대표님, 저도 축구 바닥에 오래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뭐 중고등학교 스카우트야 별의별 일이 다 있지만 프로 세계에서 이런 도의 없는 일이라뇨.”

“감독님, 진정하십쇼.”


분통을 터트리는 감독.

애써 그를 말리는 김 실장.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마음은 결국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그걸 막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쓸 순 없어요. 그들의 에이전트들이 분명 훨씬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막아야 한다는 김무성 실장의 말에 급하게 나와버린 내 속마음. 하지만 사실인 걸 어떻게 해. 안 그래도 팀 내 고액 연봉자인 두 사람을 잡겠다고 이미 재계약을 완료한 것을 다시 뒤집을 순 없었다.


- 똑똑

- 덜컥


그때 검은색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흡사 국정원 요원처럼 누군갈 잡아가려는 기세로 들어오더니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내게 인사.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누구···신지.”


산전수전 다 겪은 김무성 실장도 그 모습에 당황.

난 그를 보고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 제 후배예요. 정앤김 법률사무소 변호사입니다. 바쁘니까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이리로 앉아.”


정앤김.

대한민국 최고 로펌 중 하나.

뻥 좀 보태서 살인자도 징역 안살게 만든다는 전설의 로펌.


“반갑습니다. 정앤김 파트너 홍철호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현재 한국에서 손흥민, 김하성 법률 자문 맡고 있습니다.”

“헉···손흥민? 김하성? 국내 최고 스타 아닌가요?”

“네, 스포츠 관련 사건은 제가 한국 최고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새끼 또 재수 떨어지게 자랑부터 하네.

근데 실력에 비해 이게 유일한 단점이니까. 이 친구를 쓰려면 이 정돈 참고 들어줘야 했다.

난 그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고 그에게 계약서를 넘겼다. 그는 계약서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뱉은 한 마디.


“음···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겠는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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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24.04.30 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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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액 연봉자를 잡아야될까 24.04.26 58 3 12쪽
10 분위기를 바꾸는 외국인 선수 +2 24.04.24 75 2 11쪽
9 50명 넘게 모인 트라이아웃 24.04.21 72 3 12쪽
8 늦은 스토브리그 24.04.20 78 3 13쪽
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87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91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95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92 3 14쪽
3 감독은 누가 딱인가 24.04.14 103 2 13쪽
2 스태프가 고작 4명? 24.04.13 118 2 11쪽
1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24.04.12 26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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