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27
추천수 :
39
글자수 :
81,828

작성
24.04.14 22:00
조회
93
추천
2
글자
13쪽

감독은 누가 딱인가

DUMMY

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잘 만들어진 팀이었고, 프로덕트 또한 매력적이었다. 출시 직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10만 유저를 모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대표가 고소당했다.

죄목은 횡령 및 배임.


물론 경험 없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기가 잘못을 하는지 모르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땐 보통 모르고 넘어가거나 나중에 수습을 하는 거로 마무리되지만 그땐 함께 투자했던 투자사 한 곳이 고소한 것이라 본격적이었다.


횡령과 배임으로 고소당한 대표에게 리더십이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자진 사임을 했고 순식간에 로켓에 함장이 없어졌다.


그 회사의 시리즈A 주관사가 나의 엘 벤처스였다.

다행히 내가 담당 VC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겐 후임 대표를 찾는 역할을 줬다.

갑자기 모래알에서 진주 찾기도 아니고 적합한 대표를 찾으라니. 물론 그땐 3, 4년 차였기에 그 명령을 거부할 힘 같은 건 없었다.


그때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인터뷰다.

그것도 관련 모든 구성원을.


-으핫! 핫!


듬성듬성 흙 바닥이 보일 만큼 관리 안 된 축구장에 열댓명의 선수들이 한 사람 중심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난 멀리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지금 이 팀에서 저 코치가 필요한지, 아니면 저 코치조차 정리해야 할 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코치라면 감독 선임에 있어서 그의 의견은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내가 서 있는 걸 확인했는지 지 한 차례 훈련이 끝나자 그 코치가 내게 다가왔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스포츠 재킷.

단호한 인상에 구릿빛 피부.

꽤 큰 키에 굳게 다문 입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보다 다부져 보인 그였다. 충분히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 차림은 언뜻 봐도 열정 하나는 가득할 느낌.


“새로운 대표님이신가요?”

“네, 안녕하세요. 백승호라고 합니다.”


그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곤 공손히 인사한다.


“체력코치를 맡은 이길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휴,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조심스럽게 내민 손에 힘껏 악수.

느낌은 꽤 괜찮네.


“선수들에게 인사하시겠습니까?”

“아뇨, 인사는 따로 날 잡아서 하시죠. 그나저나 뭐 하나 물어보려고요.”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그런가.

그는 잔뜩 긴장했는지 쭈뼛쭈뼛한다.


“지금 시즌 종료 후에 휴식 기간 아닌가요?”

“아, 네. 맞습니다만 그래도 운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나와서 운동시키고 있습니다.”


흠···. 세미 프로구단이라 그런 건가.

보통 시즌 소집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나.


“그래도 쉴 땐 쉬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올 시즌 풀로 뛰었던 주전 몇 명은 현재 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기 있는 친구들은 다 후보라고 보면 되나요?”

“후보···라고 하기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요.”

“그걸 정할 감독님이 안 계시니까. 그렇죠?”

“네, 맞습니다.”


이길영 코치.

운양FC에서 일한 지 3년.

내려오기 전에 세영 팀장에게 잠깐 들었지만, 피지오 출신의 체력코치라고 했다. 


“혹시 우리 운양FC에 맞는 감독은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네? 갑자기 저한테 그런 질문을···.”

“에이~ 부담 가질 필요 없이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봐요. 아니면 뭐 이상적인 유명한 감독을 이야기해도 되고. 펩? 클롭? 이런 유명 감독들도 다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K3 구단에 무슨 펩, 클롭이겠지만 오히려 그에게 부담 없이 대답하기 좋을 것이다.


“아,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의 데 제르비 감독 좋아합니다.”

“데 제르비? 이탈리아 출신 감독 말이죠?”

“네. 중앙에서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는 감독이죠.”

“근데 그런 축구를 운양FC에서 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건···.”


그런 짧은 패스를 통해 중원을 장악하는 축구야말로 선진축구이긴 하겠지만 이런 K3 구단에선 그걸 구현하기 쉽지 않다.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흠···. 그렇겠죠?”


세미 프로에서 패스플레이를 중심의 축구 플레이라···. 토토 하느라 가끔 K2 경기를 보긴 했지만, K2만 경기만 봐도 패스 플레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건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 하부리그도 마찬가지.


“나중에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여기서 길게 이야기 좀 그렇고, 여러 가지 물어볼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그럼 다음 감독님은 언제쯤 정해질까요?”

“아하하, 최대한 빨리 구해볼게요. 저도 오늘이 근무 첫날이라서요.”

“아, 네. 너무 성급했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래야 모든 게 시작 될 테니까요.”


난 멀리서 날 쳐다보며 쉬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그들 입장에선 회사 대표가 바뀌었는데 내가 누군지,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겠지.

하지만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만나는 것은 그저 마이너스.

  

“그럼 구하기 전까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할 텐데, 코치님 역할이 매우 크세요.”

 “아휴, 아닙니다. 아무쪼록 좋은 감독님 구해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감독이라···.

  

-----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니 책상 위에 한 서류철이 올려져 있다.


‘재단법인 운양풋볼클럽 2022년 재무제표’


“오, 제법 빨리 준비했네.”


난 책상에 앉아 바로 서류를 펼쳤다.

스타트업 투자부터 중견기업 M&A까지 모든 투자 비즈니스를 하기 최초의 단계. 재무제표만 보면 대충 이 회사가 어떻게 굴러갔는지 다 알 수 있지.


“2022년도 1년 예산이 20억이라···. 이 정도면 진짜 웬만한 좆소 수준 예산밖에 안되네. 아, 작년엔 시민구단이었구나. 그래서 운양시 지원금도 있었고···.”


그래도 아무리 시민 축구단이라지만 그래도 기업인데 20억 규모에 운양시 지원금이 15억···. 고작 20억으로 1년을 꾸렸고 버는 돈은 1억 좀 넘게 벌었네.


완전 적자인데? 이거 인기 있는 거 맞아?

매출이 1억 따리 회사라···.

이 정도면 좀 잘되는 음식점 아니야?

아니지, 맛집은 몫만 좋으면 몇십, 몇백억 하는 곳도 있는데.

그리고 비용 대부분이 인건비, 소모품비, 행사운영비···.


회원권 티켓 매출, 이게 티켓판매일 텐데···.4천 만원? 이 정도면 사람이 들어오긴 한 건가? 이적 수익은 당연히 없을 테고. 


생각보다 심각한데?

다행인 건 예금이 한 5억 정도 있는 것.

이것조차 없으면 당장 대표님께 전화해서 돈 꽂아달라고 했다. 유형자산이라고 해봤자 버스나 비품이고.


굳즈라고는 기껏 해봐야 백만원 정도 들여서 만들었고, 심지어 다 팔리지도 않았네.

분명 동네에서 팬들이 좀 있는 거로 들었는 데 전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거면 올 시즌은 아예 안 만들어야 하나.


그때 내 앞에 놓인 머그잔이 눈에 걸렸다.

세영 팀장이 웰컴키트라며 주고 간 머그잔.


운하 가운데 떠 있는 배의 모습이라···.

저게 이 축구단의 로고인 건가.

흠···. 퀄리티를 보니 왜 굳즈 판매가 저조한지도 알겠고.


현재 이 구단의 문제점은 적자보단 저조한 매출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큰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직원을 줄이든 방법을 썼겠지만, 이곳은 축구단이다.

무조건 써야 하는 돈이 정해져 있는 비즈니스란 말이다.


거기에 시민구단이어서 그런지 수익과 지출을 개념 없이 쓴 여력이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왜, 대표님은 시민구단을 인수하신 거지?


“후···. 이거 손댈게 한둘이 아닌 데?”


결국 축구 구단이 돈을 잘 벌기 위해선 성적이 좋아야 할 것이다. 그럼 무엇보다 제일 먼저 해결할 일은 감독 선임이 될 것인데, 문제는 세영 팀장이 준 후보군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작년 지도자 급여로 나간 금액이 6천만원. 이 정도로 감독을 구할 수 있어?”


1억도 안 되는 금액이다.

내가 VC 2년 차에 1억이 넘었는데, 수십명의 선수를 이끄는 감독이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세미프로라고 해도 그 정도 금액으로 운양FC를 한단계 끌어올릴 만한 감독을 찾는 건 쉽지 않겠지.


“K3리그의 목표는 결국 승격인데, 이게 가능한 감독이면서 팀에 융화가 되는 감독을 찾아야 한단 말이지?”



난 바로 서류를 덮고 노트북을 켜 검색에 들어갔다.


이 바닥도 그레이드가 있을 텐데, 보통 프로선수 출신이면 억 단위는 아무것도 아닐 테고. 흠···. 찾아보니 K3 감독도 국가대표 출신도 있긴 하는구나.


대부분 1년 단기계약으로 들어오는 것 같고, 아무래도 K3는 시민구단이 많으니 결국 시장 뒷배로 들어오는 건가.


-웅


그때 울리는 한 전화.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아이고,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오전에 뵈었던 김무성 실장입니다.”

“아, 네. 제 번호를 어떻게 아신 거죠?”

“어휴, 저도 이 바닥에 꽤 오래 버텼습니다. 으하하. 그나저나 감독 선임 걱정 많으시죠?”


소문 다 났네! 이거.

그래, 뭐라고 하는지나 들어보자.


“네, 누굴 모셔야 할지 원···.”

“어떤 분을 원하십니까?”

“저는 당연히 이 운양FC를 승격시킬 감독을 원하죠.”

“에이, 그건 누구나 그렇죠. 급을 물어보는 겁니다. 급!”

“급이요? 뭐, 프로출신, 국대 출신 이런 거 말인가요?”

“네네, 이미 급대로 연봉도 대충 정해져 있고, 말씀하시면 지금 집에서 놀고 있는 제가 아는 국대 몇 명 바로 꽂아드릴 수 있어요. 프로출신이면 더 많고요.”


속셈이 뻔히 보여서 오히려 좋네.

한번 쓱 긁어볼까.


“전 그런 급보다 좀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네? 장기요? 대표님께서 이 바닥 잘 모르시나 본데, 어차피 대표님 1년 하고 가실 거면 감독도 1년 계약으로 뽑으셔야 해요. 다년계약? 그거 말만 다년입니다.”


이 시발, 이 양반 계속 이야기 듣다 보니까 선 넘네.

물론 여기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대놓고 1년만 대충하고 나가란 소리잖아.


“구단 다년계약이라고 하면 뭐해요. 가는 사람이 1년 이상 할 생각을 안 합니다, 대표님.”


틀린 말은 아니다.

K3에 혹시나 국가대표급이 온다면 그는 1년 내내 상위 구단으로 가기 위해 알아보겠지.


“그리고 이 바닥 결국 네트워크 인맥 싸움이에요. 선수 데려다 쓰고 보내고 그거 다 하위 리그일수록 인맥 빨 입니다. 어차피 국대 출신 딱 한명 앉혀놓으면 그 이름 따라서 선수들 들어오고 운 좋으면 승격도 하고 그런 거죠.”

“그렇게 실장님은 수수료 크게 떼가시고요.”

“네? 으하하. 그것도 그렇죠.”


이 새끼···.

정곡을 찌르니까 할 말이 없네.

확실히 선수야.


“그럼 가진 이력서 말씀하신 급.대.로 보내주십시오. 가능 연봉 함께 적어주시면 제가 골라보겠습니다.”

“어휴, 알겠습니다. 어디로 보내드릴까요?”

“문자로 이름이랑 약력, 연봉 이 세 개만 리스트 해서 보내주세요. 그중에 괜찮은 사람은 나중에 이력서 요청하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바로 찍어서 드릴게요.”


---


그렇게 대충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차.

1층 문을 나서려고 하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인 거 보니 세영 팀장?


“아니, 글쎄.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니까요. 축구가 11명이 하는지 모를지도 몰라요.”

“에이, 그래도 세영씨 그건 아니지. 그것도 모르는 사람을 대표로 앉혔을까.”


오호, 부임 첫날부터 뒷담화야?

슬쩍 보니 세영 팀장과 김봉식 담당이다.


“전 정말 기대했다고요. 작년까지 그저 K3만 전전하는 구단이 기업가가 인수했다길래, 맨체스터 시티처럼 그냥 팍팍 돈도 쓰고 올해부터 날아가겠다 했는데! 어휴, 웬 스포츠카 끌고 온 샌님 한 명 와가지고···.”

“그래도 스마트 해 보이고 그러더만···세영씨가 잘 보필해야지.”

“담당님! 제가 이 남자가 가득한 이 바닥에서 축구 하나 좋아 들어온 여자예요.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샌님 보필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고요.”


이 정도 목소리면 뒷담화가 아니라 사실상 앞 담화 아닌가.

도저히 그냥 못 지나치겠는데? 


“엣흠···.” 


내 인기척에 두 사람은 벌떡 놀랬다.

특히 세영 팀장은 손으로 입을 가리곤 내게 총총 다가왔다.


“어? 대···대표님 벌써 들어가시게요?”

“네, 여러분도 정리하고 들어가세요.”

“아, 네넵. 그럼 들어가세요.”


난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쳐다봤다.

이 정도면 충분히 그녀가 눈치챘을 것이다.

하긴 미덥지 않은 게 당연하긴 해.

그렇게 지나가려다 그녀를 돌아봤다.


“아 잠깐, 세영 팀장님? 저 내일 출장 갈 건데 같이 가시죠.”

“네? 출장이요? 갑자기요?”

“네, 감독 구하러 가야죠.”

“아, 어···어디로?”

“스페인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하루 쉬어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24.05.07 28 2 11쪽
14 축구단 운영은 전쟁이야 24.05.02 41 3 11쪽
13 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24.04.30 44 3 12쪽
12 어느 정도 끝나가는 재정비 24.04.28 59 3 11쪽
11 고액 연봉자를 잡아야될까 24.04.26 53 3 12쪽
10 분위기를 바꾸는 외국인 선수 +2 24.04.24 67 2 11쪽
9 50명 넘게 모인 트라이아웃 24.04.21 67 3 12쪽
8 늦은 스토브리그 24.04.20 72 3 13쪽
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82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87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87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86 3 14쪽
» 감독은 누가 딱인가 24.04.14 94 2 13쪽
2 스태프가 고작 4명? 24.04.13 111 2 11쪽
1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24.04.12 250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