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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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최근연재일 :
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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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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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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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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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늦은 스토브리그

DUMMY

-삑!

-끄아악

-삑!

-더 빨리 뛰어!

-끄아악!


난 지금 운양종합운동장 C석 한 가운데에 앉아 새로운 코치진 아래 선수들이 한껏 열을 올리며 훈련하는 것을 보는 중이다. 축구는 예전 국가대표 경기 한번 봐 본 것이 전부라 눈 앞에 펼쳐지는 훈련들이 이렇게 빡센 줄 몰랐다. 평소에 운동은 젬병인 난 그저 그들이 대단할 뿐.

특히 영국 3부리그 출신 감독의 훈련이라 뭔가 선진적일 거라 생각했지만, 내 눈엔 그저 선수들이 힘들어서 딱 죽기 전까지 훈련하는 느낌.


후, 그나저나 일단 너무 춥단 말이지.

그나마 대낮이라 겨우 버텼지. 조금만 더 보다 들어가야겠다. 왜 시즌 준비를 한겨울에 하는 거야.


이제 1월 중순. 추운 날씨가 평범한 계절.

보통 3월부터 11월까지 시즌 기간이며 12월부터 2월까지가 K리그의 스토브리그다.

보통 팀 같은 경우 12월에 휴식 기간을 갖고 1월부터 본격적인 다음 시즌 준비를 하지만 선수영입, 방출은 시즌 종료 직후부터 시작한다.

선수들은 쉬지만, 스태프들은 더 바쁜 그런 계절인 셈.


“대표님! 여기 계셨어요?”


그때 경기장 C석 출입구에서 나타난 세영 팀장.

그녀는 날 보더니 날씨가 춥다며 투덜대며 올라온다. 그리고 옆에 낀 결재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대표님, 여기 트라이아웃 신청자입니다.”

“아, 수고했어요.”


지금 운양FC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현재 우리 운양FC 선수단은 총 GK2명 포함 총 14명. 최소 10명이 더 필요한 상황. 빠르게 영입을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훈련을 보는 것도 남아있는 14명 중 혹시 방출을 해야 하는 선수가 누군지 살펴보기 위해 보는 것도 있다.


난 자연스럽게 그녀가 건넨 결재 파일 받아 펼쳐보았다.

총 56명.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 역시 언론보도의 효과가 엄청나네.

한참 서류를 보다 고개를 올렸고, 앞엔 그녀가 훈련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추운데 서서 보는 게 좀 안쓰럽네.


“여기 앉아요. 앉아서 봐요.”


난 내가 깔고 앉아있던 방석을 빼서 옆자리에 두면서 말했다. 그곳에 거절 없이 앉더니 집중하면서 보는 그녀.


옆에서 보니 얼굴이 좀 수척한데?

요즘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어젠 좀 잤어요?”

“네, 겨우 4시간 잤어요.”


4시간? 겨우? 뭐야, 나 들으란 소리잖아.

그러니까 일을 빨리빨리 해야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괜히 뭐라고 하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빠르게 화제 전환.


“축구가 단지 좋아서 들어왔다면서요.”

“네, 그렇긴 한데 요즘 너무 일이 많아서 그거 하나로 버티기 힘들어요.”


크흠···.


“근데 왜 그 많은 구단 중에 운양FC예요?”

“아, 제가 운양고 나왔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집에서 취준 생활하다가 스트레스 풀러 축구 직관을 자주 왔는데, 어느 날 운양FC에서 사람 뽑는다길래 지원했어요.”

“여기서 일하는 건 만족스러워요?”

“솔직히 처음엔 월급도 쥐꼬리만 하고 일도 가르쳐주는 사람 없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경험도 쌓였고 정도 많이 생겨서 괜찮아요. 진짜 매번 직관 가는데 돈은 안 들겠다 싶어서 들어 온 건데 벌써 세월이···씁, 근데 요즘엔 돈에 안 맞게 일이 너무···.”


또 결론이 일 많다고로 끝난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마케팅은 사람을 뽑을까 해요.”

“예? 진짜요?”


날씨가 춥던 말던 이제야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네, 앞으로 마케팅 파트에 일이 많아질 거예요. 지금 거의 손 안 대고 있는 팬카페도 관리 해야 해서, 사실상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세영 팀장 혼자 못 합니다.”

“다행이다···.”


애초에 운영과 마케팅을 혼자 한다는 게 무리다.

특히 마케팅은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영역이라 이미 내가 아는 지인에게 연락을 해놨다.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총괄했던 친구인데, 실력이 매우 뛰어나요. 그 친구도 축구 구단은 마케팅 해본 적 없어서 매우 흥미 있어 하더라고요.”

“오, 남자인가요? 나이는요?”

“네, 나이는···세영 팀장님이 올해 몇살이죠?”

“헉, 제 나이도 모르셨어요? 진짜 실망이다···. T라고 생각하긴 했지만···저 올해 딱 서른이요.”

“아, 그 친구는 서른네살? 일걸요.”

“오···”


무슨 생각을 하는데 저렇게 좋아하지?

어쨌든 마케팅 총괄하는 친구는 다음 주에 처음 출근하기로 했고, 그렇다고 운영파트의 사람을 무작정 뽑을 순 없다. 지금 코치진과 추가될 선수들 연봉까지 계산하면 이미 10승은 넘게 해야 본전인 수준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최대한 빠듯하게 운영해야 한다. 필수 포지션 중에 이제 남은 건 전력강화실장 하나.


“불과 시즌 시작 한 달 반 정도 남았어요.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

“네! 그래도 사람이 들어온다니, 너무 신나네요.”


그래, 내려갈 땐 기분 좋게 내려가야지.

그녀는 신나는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불러세웠다.


“세영 팀장!”

“네!”

“전지훈련도 빨리 기획해서 가져오세요.”

“아악! 또 일이야!”


---


“하, 진짜 너무 힘들어.”

“영국에서 온 선진 훈련이 이런 거야? 강도는 한국식보다 배는 더 쎈데?”


라커룸 안에 젊은 사내의 숨소리가 가득하다.

웬만해선 땀 나지 않을 추운 날씨에도 이미 그들은 흠뻑 젖은 옷들을 벗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면서 한 번씩 내뱉는 한숨. 그 와중에 축구화를 막 벗은 한 선수가 팀 주장인 김형종에게 물었고 형종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몰라, 나도. 하”

“형, 그나저나 우리 트라이아웃 언제 한대요?”

“나야 모르지. 이번 달 안엔 하겠지.”


선수들 사이에 관심사는 역시 공식 트라이아웃.

사실상 반 가까이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기와 누가 경쟁하게 될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영 팀장한테 물어봐 봐요.”

“왜? 우리 팀 주전 공격수, 박진우가 그런 거까지 관심 가져?”


박진우. 26세.

키 177cm의 운양FC의 스트라이커로 침투 실력 하나로 대전 시티즌에 발탁되었지만, 기량이 커지지 못해 결국 K2, K3리그까지 온 비운에 인물.

하지만 그의 능력이 K3리그에서는 꽤 통해 작년 10골 이상 넣은 유일한 팀 내 공격수다.


“아니,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이 팀에 들어올 선수들을 전방위적으로 찾고 있대요. 제가 아는 애도 이번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다고 그러던데.”

“그래? 누가?”


“감독님이랑 대표님이요. 아니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올해는 우리 구단 관심도가 완전 다르다니까요, 진짜. ”

“그럼 좋은 거 아냐?”


형종은 샤워 백을 든 채 진우를 쳐다봤고 그는 자기 말을 이해를 못 하는 그를 답답하다며 말했다.


“형, 유명해지는 건 좋은데, 문제가 저희 아직 재계약도 안 했잖아요. 오늘도 훈련하는 거 대표님이 보시더구먼요. 지금 딱 봐도 누구 살릴 지 각 재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저도 밀릴까 봐 걱정된다니까요.”

“야, 우리가 아무리 세미 프로여도 그렇지. 다 프로 경험 있는 사람 아니야? 당연히 경쟁해야지···뭔 소리야 그게.”


형종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진우를 나무랐다.

하지만 라커룸 분위기는 정 반대.

그가 쓱 돌며 다른 선수들 살피니, 그들의 반응 또한 공감보단 걱정. 그들에겐 프로에서 생존 못 해 겨우 세미프로도 간절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K리그 3의 활약을 통해 상위 리그로 올라갈 발판으로 생각했겠지만, 지금까지 하위 순위에 머물렀던 운양FC는 그저 올라가지 못해 버티는 선수들이 대부분. 그들에겐 트라이아웃이 성장이 아닌 위기였던 것.


“···안 그래도 선수 없는데 여기 있는 인원들은 그대로 가겠지···다들 그러니까 불평하지 말고 훈련 열심히 해.”


형종은 씁쓸하지만 차마 어쩔 수 없었다.


---


호프집 ‘마셔마셔’


“크! 한 잔 적셔!”


세영 팀장은 신이 났다.

오랜만에 칼퇴에, 친구들과 맥주 한잔.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


“요즘 왜 이렇게 바빠? 월요일마다 술타령하던 네가 요즘엔 연락 한번 없어.”

“야, 말도 마. 진짜 인수되고 새로운 대표님 오셨는데, 진짜 얼마나 일을 시키는지. 지금까지 꿀 직장이라서 다녔는데 이제 그것도 아니야.”

“야! 당장 때려치워. 맨날 지기만 하는 그 축구단에 왜 붙어있어! 천하의 김세영이.”


그녀 주위에 2명의 친구는 그녀의 한마디에 맞장구치느라 정신없었고, 그녀 또한 적절한 위로에 술이 절로 들어갔다.


“그래도···확실히 돈 많은 투자자한테 인수당하니까, 다르긴 하더라.”

“왜? 올해는 다를 것 같아?”

“응, 코치진만 6명이 넘어. 작년에 고작 3명이었다고, 적응이 안 된다니까. 그리고 다음 주에 트라이-아웃 하는데, 작년에 10명 지원했거든? 올해는 몇 명인 줄 알아? 50명이 넘는다니까? 진짜 개 미쳤어.”


신나게 말하는 세영 팀장에 비해 친구들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못 느끼는 상태. 하지만 그녀가 즐거워 보이니 친구들도 함께 신난다.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 너 승격하면 여행 가자고 한 지가 5년이 넘었잖아!”

“맞아 맞아, 이 년 일부러 여행 안 가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올해는 진짜 달라. 갈지도 몰라! 자, 건배!”


그때, 한 남자가 슬며시 다가왔다.


“저기···.”


훤칠한 키에 살짝 꼰 앞머리.

옥스퍼드 셔츠에 반듯한 코트. 누가 봐도 훈남인 그가 세영 팀장이 있는 테이블에 다가오자 여자 셋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네? 무슨···.”

“하, 저희 근데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어서요···.”

“무슨 소리야, 우리가 뭔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다고.”


너무 갑작스러웠는지 입이 안 맞춰진 상태.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는 세영 팀장에게만 시선이 꽂혀있다. 그걸 느낀 세영 팀장은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


“어머, 세영이가 뭔 일이니? 저런 남자한테 먹힌다고?”

“어머머, 쳐다보는 눈빛 봐.”


두 친구는 이미 소곤대며 그 남자를 쳐다보기 바쁜 그때. 이미 세영 팀장의 입꼬리는 내려올지 모른다.


“무슨 일···이시죠?”

“운양FC에서 일하시나 봐요?”


갑작스럽게 직장 언급을? 축구 팬인가.


“아, 네. 그런데요?”

“반갑습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할 마케팅 담당 오정호라고 합니다.”

“아···아!”

“합석해도 될까요?”


---


그렇게 운양시 한 호프집이 새로운 만남이 진행되고 있을 때 쯤 시내 유일한 호텔 중식당에선 다른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후, 근데 제가 전력 분석의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뭐야, 너 자신 있었던 것 아니었어?”

“분명 자신은 있었는데, 막상 진짜 하라니까 겁이 좀···나네요.”

“크크, 좋은 사람들이야. 만나서 네가 준비한 거 잘 이야기해봐. 나한테 했던 것처럼 하면 되잖아.”


그렇다.

난 일전에 말한 전력 분석관 미팅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했고, 감독과 수석코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때 열린 문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온다.


“감독님! 수석코치님! 여깁니다.”

“아 네!”


두 사람은 훈련 마치고 경기장에서 오는 상황이라 모두 운동복 차림. 하지만 그게 더 전문가다워 보였다.

난 자리에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에 옆에 앉은 친구를 소개했다.


“이 친구가 제가 말한 전력 분석관 후보자, 유튜버 토라운드 김진성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김진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감독 이휘종입니다.”

“수석코치 박수현입니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적당한 살집의 김진성은 긴장했는지 허리를 최대한 굽혀 인사했고, 두 사람은 손사래 치며 일어나라고 했다.

얘, 완전히 긴장했네.


“구독자 5만도 안 되는 하꼬 유튜버이긴 하지만 축구, 특히 하부리그 정보나, 전술적으로도 지식이 많은 친구를 전 못 봤습니다. 오늘 한번 대화해보시고 두 분께서 결정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저희도 축구인 출신이 아닌 전력 분석관 좀 신기하면서도 기대가 됩니다.”

“잠시만요, 음식 놔드리겠습니다.”


미리 시켜놓은 중식들이 깔릴 때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고 맛깔스러운 깐풍기와 미리 시킨 고량주가 옆에 놓이자 자연스럽게 서로 건배했다.


하지만 그때.


“솔직히···올해 안에 운양FC 승격 힘듭니다.”


김진성의 한마디에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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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원치 않은 유튜브 출연 24.05.07 27 2 11쪽
14 축구단 운영은 전쟁이야 24.05.02 41 3 11쪽
13 팬들이 제일 까다로워 24.04.30 44 3 12쪽
12 어느 정도 끝나가는 재정비 24.04.28 5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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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분위기를 바꾸는 외국인 선수 +2 24.04.24 67 2 11쪽
9 50명 넘게 모인 트라이아웃 24.04.21 67 3 12쪽
» 늦은 스토브리그 24.04.20 71 3 13쪽
7 최강 코치진 결성 24.04.19 80 3 12쪽
6 이제 첫 단추를 꿰다 24.04.18 87 3 12쪽
5 카페에서 감독 면접 +1 24.04.17 85 2 12쪽
4 스페인에서 감독 구하기 24.04.16 85 3 14쪽
3 감독은 누가 딱인가 24.04.14 92 2 13쪽
2 스태프가 고작 4명? 24.04.13 110 2 11쪽
1 나보고 축구단을 맡으라고? 24.04.12 2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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