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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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청동뽁이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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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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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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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감독 면접

DUMMY

총 10명의 후보.

3곳의 글로벌 에이전시들이 찾아낸 후보군 숫자다.

영국 1부리그인 프리미어 리그부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까지 정말 유럽 거의 모든 리그를 훝어서 적합하다고 찾아낸 후보들이라고 한다.


아무리 돈을 크게 걸었다지만 단 하루 만에 이렇게 후보군을 가져올 줄이야. 하여간 돈에 미친 애들이란.


특히 축구 강국인 영국과 스페인엔 각각 3명의 한국 코치들이 3, 4부 리그에서 활동 중이었고 그들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들은 나 포함 세 명의 구매 결정권자들을 앞에 두고 그들의 장점을 어필하기에 바빴다.


“ 가투, 다른 회의실에서 따로 미팅을 좀 해야겠는데?”

“응, 그러자.”


정리를 위해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가투는 나와 세영 팀장을 다른 회의실로 안내하곤 커피를 사 오겠다고 잠깐 나갔다. 나는 괜찮았지만 2시간 넘게 PT를 듣느라 세영 팀장은 넋이 나가 있는 상태.


“세영씨, 괜찮아요?”


내 부름에 반쯤 감긴 눈을 겨우 뜨는 그녀.


“네네! 괜찮습니다. 안 들리는 영어 듣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겠네요.”

“그래도 평소에 영어 공부 해놓은 게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뿌듯하지만 너무 졸려요.”


솔직히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용하고, 내리 2시간을 버틴 것도 용하단 말이지. 생각보다 쓸모 있을 지도.


시차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의 마드리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례가 될 수 있음에도 세영 팀장을 모셔 온 이유는 이 팀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팀장님뿐이기 때문이에요.”


내 말을 듣던 그녀는 무슨 의도인지를 아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그러시겠죠.”

“4명뿐인 스태프 중에 그나마 훈련을 리드해야 하는 이길영 코치는 당연히 데려갈 수 없고, 그렇다고 시설 담당인 분을 데려갈 순 없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운영팀장이신데 감독 선임에 충분히 조언할 위치라고 생각이 드네요.”

“네, 감사해요.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그런데···.”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날 바라보며 말했다.


“한국 내 감독은 전혀 생각 안 하세요?”


아, 그녀가 준비해둔 리포트.

그녀 나름대로 준비할 걸 텐데 아예 내가 무시했다고 생각하겠네.


“생각 안 해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난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그녀 가까이 앉아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K2, K3리그의 근 10년간 승격시킨 감독들을 나름 찾아봤어요. 그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싶어서요. 대부분의 감독이 전술적이기보단 선수 관리에 특화되어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떻게든 선수를 얼마나 갈아 넣든 승격만 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운양FC는 승격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팀이라는 거예요.”


작년 운양FC 성적은 6승 7무 23패, 11위.

이 정도면 승격 이야기를 꺼내는 게 우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감독을 선임한다면 결국 아무리 내가 승격을 외쳐도 들어오는 감독은 ‘무슨 개소리야’를 외치며 버티기만 해도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


아예 판을 뒤집는 게 필요했다.

어차피 작년까지 시민구단이던 축구클럽이 이제 사기업 소유가 됐으니 그에 맞는 이데올로기와 멘탈리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렇기 위해선 감독부터 새로워야 했다.


난 세영 팀장에게 핸드폰을 꺼내 2022년 K3 리그 테이블을 보여줬다.


“세영씨는 이 리그 테이블에서 승격을 목표로 한 팀이 몇 개나 될 것 같아요?”


그녀는 핸드폰을 쳐다보다 엉뚱한 걸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든 팀이 승격을 노리는 것 아닐까요?”

“제가 볼 땐 K3리그에서 승격을 노리는 팀은 3팀이에요. 화성FC, 목포FC 그리고 울산시민축구단 이렇게요. 나머지는 말로만 승격을 노리는 겁니다.”

“에? 정말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모든 스포츠 클럽은 각 리그에 맞게 목표나 정책에 따른 예산을 줍니다. 어떤 클럽은 우승을 목표로, 어떤 클럽은 상위권, 중위권, 강등 탈출 등 여러 목표에 맞게 말이죠.”


난 그중에서 가장 승격이 유력한 화성FC를 가리켰다.


“이 중에 화성FC만이 시 지원까지 합쳐 1년 예산이 30억이 넘습니다. K리그2 수준의 규모죠. 인기도 있어 관중 수도 꽤 들어오고요. 실제로 시즌 시작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이적 루머가 꽤 돌더군요.”

“그곳은 워낙 시 예산이 큰 곳이잖아요···.”

“네, 맞아요. 결국 성과 내기 위해선 가장 먼저 돈이 받쳐줘야 해요. 예전처럼 헝그리정신이 성적을 내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그래서 연봉이 몇억이 넘는 감독을 원하시는 거예요?”


세영 팀장은 책상에 놓인 서류들에 적힌 희망 연봉을 가리키며 물었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전 단순히 이 팀을 승격이 아닌 아예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서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구요.”


난 벤처 투자자다.

저평가된 기업이나 상품에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난 내가 속한 이 축구단을 현재에서 벗어나 저평가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당연히 먼저 투자가 되고, 그에 맞는 인재가 구해져야 한다. 


“그런데 대표님의 계획대로 하려면···저희의 재정 규모로 그게 될까요? 저희 1년 예산은 이 연봉을 주면 남는 게 없는걸요?”


현실을 잘 아는 세영 팀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자 걱정 말라는 듯이 슬쩍 웃어 보였다.


“그렇죠? 돈이 문제죠?”


---


이틀 전.


난 퇴근 후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뭐가 됐든 이런 망해버린 축구단을 내게 맡긴 이유와 목표를 알아야 움직일 수 있을 거 아냐!

아무리 봐도 그 사건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충 있다 오라고 날 보낸 느낌은 아니란 말이지.


“대표님!”

[어, 좀 훝어봤어? 어때? 살릴 수 있겠어?]


훝어봤어?

그가 내게 일을 처음 맡기고 보통 내뱉는 첫마디.

어떤 기업이든 보통 일주일이면 사이즈 나온다.

이 회사는 손 안 대도 날아가는지.

손을 대도 안되는지.

손을 대야만 날아가는지.

그런 의미에서 운양FC는 등급으로 따지면 폐급이다.

만약 일반 기업이었으면 쳐다도 보지 않을 수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여기서 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뭡니까? 그냥 대충 하면 돼요?”

[크크, 자네는 꼭 그렇게 목표를 물어보지. 뭐일 거 같나?]

“저야 모르죠. 승격입니까?”

[승격? K2로? 그거 시키려고 자네 거기로 보냈겠어? 자네 말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널렸는데?]


널렸다고?

이 양반 지금 운양FC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있는 거야?


“그거 아니면 뭡니까? 그럼 구단 매각인가요?”

[크하하, 맞아. 그것도 아주 비싼 값에.]


그럴 줄 알았다, 이 돈에 미친 양반.


“이런 상황의 축구단을 비싼 값에 사가는 미친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렇게 만드는 게 자네 역할이야. 자네는 투자자잖아. 저평가된 가치의 기업을 투자로 점핑시키라고. 물론 그렇게 되려면 성과가 필요하겠지? 그것도 아주 말도 안 되는 성과!]


말도 안 되는 성과?

설마···이 양반.


“설마 목표가 K리그1까지 승격이에요?”


이 양반 단단히 미쳤네.

난 평소에 K리그를 잘 보진 않았지만 K2 리그에서 K1 리그 승격도 진짜 엄청난 노력과 운이 동반되어야 겨우 할 수 있을 텐데 그걸 해내라고?


[승격으론 부족하지. 기껏 해봐야 투자금의 10배도 못 받을 것 같은데? 난 100배는 벌어야 맞다고 봐, 백 수석.]

“100배요? 그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10년이 넘는 운동장에 코치진은 고작 4명인 곳이라고요. 인건비로 볼륨 키워서 매각하는 방법조차 안 되는 곳입니다!”

[그만큼 백지에서 시작하잖나. 차라리 어중간히 열 몇 명 있는 것보다 아예 없는 게 낫지. 안 그래?]

“그건···그렇습니다만.”

[천재 투자자의 명성을 보여주라고. 아무도 관심 없던 패션플랫폼 좌로우로에 시드 5억 넣고 100억으로 엑시트(exit) 한 전설 다시 한번 기대하겠어.]

“네?”


진짜 이 양반 속이 없는 건지, 불가능한 미션을 주는 게 특기인 양반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그건 평범한 아이템이긴 했지만 솔직히 대표가 서울대 출신에 팀 자체가 빵빵했을 때 이야기잖아. 지금은 나 빼고 출신조차 알 수 없는 스태프들과 세미 프로 선수 열댓명이 다라고! 


하지만 난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무를 수 없다는 것을.

그럴 거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야 했다.


“그럼 돈이라도 확실히 지원해주세요.”

[돈? 올해 운양FC 예산이 20억일 텐데? 그 정도면 K3리그에서 탑급이야. 몰라?]


안다. 예산 20억이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 되는 팀은 꽤 있다. 그걸로 승부를 보기엔 내가 자신이 없었다.


“대표님, 옆에 울산시민축구단도 그 정도 해요. 말도 안 되는 성과를 위해선 그만큼 선행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대표님이 저한테 알려주신 겁니다.”

[뭐? 선행 투자? 크크, 그래 뭘 원하나?]

“추가 예산 지원해주십시오.”

[얼마를 더 달라고.]

“30억이요.”


20억 + 30억, 총 50억.

당연히 대표님은 안 받겠지.


[자네 미쳤어? 1년 예산이 20억인데 30억을 지원해달라고? 이 친구 지금 정신이 단단히 나갔구만?]

“올해 우승해 보이겠습니다. 내년엔 K2 리그에서 봐야죠.”


우승이란 단어.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축구단을 인수했다는데 보통 사람이면 가슴이 뛰어야지.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네.]

“뭡니까?”

[그냥 줄 순 없고 승리 수당으로 주지.]


뭐? 승리 수당? 진짜 이 양반이···.


[어차피 우승한다며? 그럼 지원은 떼놓은 당상 아닌가? 1경기 승리할 때마다 1억씩 주겠네,]


승리할 때마다 1억? 그럼 36경기니까 36억?

더 좋은 조건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여기서 협상하면 그렇게 해서 어떻게 우승할 거냐고 반문할 테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


“그럼,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저희가 승리할 때마다 팀 승리 수당으로 1억을 받는다는 말인가요?”

“네, 이건 기밀 사항이니 누구에게도 말씀하지 마세요.”

“헉, 대박. 아니 무슨 1경기 승리 수당이 1억이이야. 진짜 구단주님 대박이시다.”

“총 36경기 전승을 하게 되면 저희가 받을 추가 지원금이 36억입니다. K리그3 내 최고 수준 지원금이죠. 물론 승리를 해야 하지만.”


36억이란 소리를 들은 세영 팀장은 잠이 확 깼는지 커피를 들고 막 들어온 가투를 보고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운양FC 성적은 6승 7무 23패, 11위.

꼴찌는 아니었지만, 리그 내 승점 자판기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작년의 경우 추가 시 지원금은 고작 6억.


내 계획대로 모든 게 이뤄지려면 최소 30억 이상의 금액이 필요해. 결국 어떻게든 승리를 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헤이, 승호. 어떻게 후보는 좀 추렸어?”

“응.”


난 총 10개의 이력서 중에 3개를 뽑아 책상 위에 펼쳤다.


“10명의 후보를 다 만나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해서 제가 미리 세 명을 추렸어.”

“엥? 벌써?”


가투는 자기와 상의 한번 없이 고른 게 미더운지 내가 고른 3명을 유심히 쳐다봤다. 옆에 있던 세영 팀장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킨 채 껴들었다.


“뭘 가장 중점적으로 본 거야?”

“생존 능력과 위닝 멘탈리티.”

“그게 문서에 보여요?”


당연히 안 보인다.

문서엔 그저 학력, 라이선스 내용 그리고 커리어.

거기에 에이전트들이 적은 희망 연봉, 옵션.

마지막으로 순전히 그들의 입으로 들은 후보자들의 특징들이 적혀있어질 뿐이다.


“그냥 느낌이야. 내 감을 믿어.”


결정된 이후로 최종 후보 3명의 면접을 위한 프로세스는 빠르게 진행됐다.

먼저 담당한 에이전트들은 자기가 직접 담당하고 있든 아니면 누굴 통해 받은 것이던 그들을 3일 안에 비행기에 태워 마드리드로 오도록 해야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그걸 가능하게 하려고 수수료 10배를 부른 거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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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단을 맡은 천재투자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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