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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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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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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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디데이까지는 이제 3일이 남았고 오늘도 현수는 베란다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은 밤 어두운 밤하늘에는 달과 별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며칠 전까지 보이던 데이보스는 보이지 않았다. 


밤하늘에서 사라졌지만 데이보스가 정말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지구와 데이보스의 사이에 달이 위치하면서 달에 가려서 데이보스가 보이지 않게 된 것 뿐이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현수의 시선은 데이보스가 있을 방향, 그러니까 밝게 빛나고 있는 달을 향해 있었다. 


'보름달이라서 그런가 꽤 밝네.'


보름달의 환한 빛에 홀린 것인지 현수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달을 바라만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엄청난 빛이 쏟아졌고 현수는 눈이 타는 것 같은 통증에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몸을 돌렸다. 


현수의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 빛은 달에서 뿜어진 것이었고 그 빛은 온 세상을 밝게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으악!"


갑작스레 쏟아진 빛에 각막이 타버리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 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빛은 언제 나타났냐는 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은 빛만으로도 세상은 대낮처럼 밝았지만 눈꺼풀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줄어든 것을 느낀 현수가 조심스럽게 실눈을 떴다. 


강한 빛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현수는 조심스럽게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며 시력을 확인했다. 


조금 시큰거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고 다시 몸을 돌린 현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광경이 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달이! 달이!"


놀란 현수는 벌떡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했다. 


안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던 현수의 어머니도 커튼을 뚫고 방 안을 환하게 만들어버리는 빛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리고 이어서 들린 현수의 비명과 고함에 놀란 어머니가 허겁지겁 안방에서 현수가 있는 거실 베란다로 나왔다. 


"괜찮니?"


놀람과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물었지만 현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현수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에 놀란 나머지 어머니의 질문을 듣지 못했다. 


현수가 대답도 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자 어머니도 현수를 따라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현수가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저게 뭐니?"


놀란 어머니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지만 현수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수와 어머니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달이다. 


공처럼 둥글었던 보름달이 지금은 깨진 유리 구슬처럼 박살이 난 채로 밤 하늘에 떠 있었다. 


"달이? 달이 왜 저렇게 된 거니?"

"저도 몰라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의 질문을 들은 현수가 여전히 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조각나 버린 달에 놀란 사람들은 현수네 가족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도대체 달이 왜 조각이 났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달이 부서졌음에도 달의 뒤에 있던 데이보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계엄령이 발동되면서 방송국은 치안과 질서 유지를 위해서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하는 뉴스를 제외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고 이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와 예능을 하루종일 재방송해주었다. 


반복되는 재방송과 늘 같은 뉴스에 현수네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지만 달이 조각나버린 상황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이 기다리던 긴급 뉴스가 방송되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현수와 현수의 어머니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의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거의 모든 집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뉴스 속보라는 타이틀이 나오고 나서 익숙한 아나운서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분명히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익숙한 모습은 아니었다. 


계엄령이 발령된 후에도 언제나 단정한 모습으로 뉴스를 전해주던 아나운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흐트러진 모습으로 마이크 앞에서 종이를 들고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을 읽어주고 있었다. 


공중파 방송국의 유명한 아나운서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뉴스를 전한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이었지만 현수는 물론 현수의 어머니도 아나운서의 모습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나운서가 전해주는 뉴스가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NASA가 운영하는 PDCO의 발표에 따르면 조금 전 데이보스가 달과 충돌했다고 합니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지구방위조정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PDCO(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는 이름만 보면 영화에나 나오는 가상의 기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미국 NASA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것만 같은 이름을 가진 PDCO의 임무는 진짜로 지구를 지키는 것이다.


다만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등의 천체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것이 PDCO의 임무였다. 


당연히 데이보스의 등장 이후 PDCO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데이보스를 감시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조금 전의 엄청난 섬광은 데이보스가 달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이고 충돌의 여파로 지금 보시는 것처럼 달이 파괴되었습니다.

현재 PDCO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는 데이보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번 충돌이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속보를 전할 때는 아나운서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데 지금도 아나운서는 같은 내용을 열 번이 넘게 반복해서 전하고 있었다. 


그때 스탭이 한 장의 종이를 아나운서에게 내밀었다. 


스탭이 내민 종이를 본 아나운서가 놀라서 종이를 건네준 스탭을 향해서 물었다. 


'정말이야?'


아나운서의 물음에 스탭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탭이 아나운서에게 종이를 건네는 장면, 종이의 써 있는 내용을 확인한 아나운서가 놀라는 장면 그리고 스탭에게 종이에 써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장면까지 모두 그대로 방송이 되었다. 


방송사고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이 되었지만 아무도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수의 가족을 포함해서 지금 속보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아나운서가 받아든 종이에 쓰여진 내용이 궁금할 뿐이었다. 


'방금 전해진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PDCO의 발표에 따르면 데이보스는 달과 충돌해서 소멸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달과의 충돌로 데이보스가 소멸되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수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축구 한일전에서 역전승을 할 때보다 더 큰 함성이었다. 


***


달과의 충돌로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했던 데이보스가 사라짐으로 해서 인류는 종말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손이 미끄러워서 접시를 놓치고 깨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바닥에 떨어진 접시가 커다란 몇 개의 조각으로 쪼개지기는 하지만 그보다 작은 파편들도 무수히 생겨나기 마련이다. 


데이보스와 충돌한 달도 마찬가지다. 


데이보스와 충돌한 달은 크게 두 조각으로 쪼개져 버렸지만 무수히 많은 파편들을 만들어냈다. 


큰 두 조각에 비해서는 작지만 모든 파편들이 작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파편들은 수 미터 이내의 크기였지만 그 중에는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의 크기를 가지고 것도 있었다. 


데이보스와의 충돌로 쪼개진 달의 조각들은 쪼개지기 전의 달처럼 지구를 공전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파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파편의 일부는 충돌의 여파로 달의 궤도 밖으로 나가 버린 것도 있었고 반대로 지구쪽으로 튕겨진 것도 있었다.



달과 함께 지구를 공전하는 파편들 중 일부와 지구쪽으로 튕겨진 파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지구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두 개씩 떨어지던 파편들이 나중에는 하루에서 수십 개씩 떨어지기도 했다. 


지구로 떨어진 대부분의 파편은 지표면과 멀리 떨어진 대기권의 높은 곳에서 폭발하거나 소멸했다. 


하지만 일부 파편은 첼라빈스크 운석처럼 지표면에 비교적 가까운 곳까지 내려와서 폭발하면서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고, 극히 일부의 파편은 지표면에 직접 충돌하기도 했다. 


지표면에 충돌한 파편이 일으킨 피해는 데이보스의 충돌로 예상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피해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 데이보스가 지구로 충돌해서 인류 전체가 멸종하는 것에 비한 것이지 피해 자체가 무시할 정도로 작다는 말이 아니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파편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재앙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수준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산업 지역이나 발전소 근처에 파편이 떨어진 경우에는 당장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 파편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파편이 떨어진 바다와 가까운 해안은 쓰나미로 쑥대밭이 되면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사람들은 그저 파편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기만을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로 떨어지는 파편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대신 떨어지는 파편의 크기가 커지면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파편의 숫자가 늘어났다. 


외국의 어느 도시에 파편이 떨어져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백 채의 건물이 붕괴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리고 파편 하나가 평양을 직격했다. 


***


데이보스가 달과 충돌한 이후로 가장 바빠진 직업 중 하나가 바로 기자와 아나운서 같은 언론인들이다. 


'뉴스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조금 전 파편이 평양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조금 전 평양에 파편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아직 평양에 떨어진 파편의 크기나 그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더 자세한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거의 매일 파편이 떨어졌다는 뉴스와 그로 인해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접하다보니 사람들은 먼 나라에 떨어진 파편과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뉴스에 둔감해져 있었다. 


그러나 파편이 평양에 떨어졌다는 뉴스는 파편 뉴스에 둔감해져 있는 사람들의 온 몸에 솜털이 곤두서게 할 만한 뉴스였다. 


특히 현재 군에 복무하는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평양이 사라져버렸다는 뉴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현수의 형인 윤수도 지금 군복무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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