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뒤폰트
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7,150
추천수 :
360
글자수 :
652,307

작성
24.06.03 09:00
조회
52
추천
4
글자
9쪽

소비에트 88여단 1

DUMMY

그날저녁 진송의 가게.

오늘도 채소볶음을 깨작거리고 있다.


“낮에 고기를 푸지게 잡쉈나봅니다. 입맛이 없어요?”


“....”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습니까?”


“...”


“형수님이 답장을 안해줘요?”


“이 자식이...”


녀석이 몸을 움츠리면서도 얼굴은 헤헤거리고 있다.

이놈에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관두자 관둬.”


“근데 대장, 저번에 부대에서 잡은 소련군인 있잖아요?”


“그런일 있었어?”


여전히 정신이 딴데 팔린채 무심결에 대답했다.


“아니 요즘 정신을 어따팔고.. 아아.. 죄송합니다. 젓가락 내려놓으시죠. 하핫. 진선생이 이렇게 웃는것 많나? 하여간 저번에 2소대에서 부대를 기웃거리던 수상한 놈을 잡았잖습니까? 잡고보니 소련군이였잖아요. 그래서 오늘 오전에 대대로 넘기기로 했다고 말입니다. 어제 여기서 똑똑히 말한것 기억 안나십니까?”


“응, 난다. 그만 침 튀겨라.”


“헤헤, 그런데 호송하다가 놈이 도망쳤답니다. 왠놈들이 습격해서 2소대원 두명이 다쳤나봐요. 부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금 중대장이 방방뛰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래?”


“그래가 아니에요. 분위기가 엄청 살벌하다니까요. 설마... 우리까지 여파가 미치진 않겠죠?”


“걱정할것 없다. 이시겐을 아직도 모르냐? 그녀석 성격으로는 그냥 쉬쉬하고 넘어갈거야. 말이 새나가봤자 좋을게 없으니까.”


“헤헤헤, 그렇겠죠? 성격은 포악한 놈이 간댕이는 또 작아서.”


박성우가 피식 비웃으면서도 안심하는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뜬금없이 소련군이라니. 여태 소련하고는 부딪힌적이 없질 않나요?”


음..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여태 소련과는 부딪친 적이 없었다.

소련 군인이 갑자기 여길 염탐하다니..


얼마 못가서 그 연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내 인생에 들이닥친 엄청난 사건이었다.


.....


만주의 겨울은 두텁고 길다.


한번 내린 눈은 삼월이 될때까지 오직 쌓이기만 할뿐 녹는법이 없다.

넓은 평원이 하얀 솜이불을 덮은것처럼 티끌 하나없는 설원이 됐다.


하얀 도화지위에 점하나가 움직이는 것처럼 지프 한대가 설원을 가로지르고 있다.

길위에 수북이 쌓인 눈아래에, 얼음처럼 단단하게 다져진 눈덩어리에 미끄러지며 위태롭게 나아가고 있다.


바퀴를 휘감은 쇠사슬에 돌처럼 단단한 눈덩이가 길옆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겨지고있다.


“야야, 핸들을 그렇게 갑자기 꺽으면 안된다고 임마!! 차가 더 미끄러지잖아.”


“아.. 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겨울운전은 처음이라서.”


박성우의 갈굼에 막내가 쩔쩔매고 있다.

그렇게 몰아세우면 안될텐데..

오히려 차가 더 요동치고있다.


뒷좌석에 앉아 잔뜩 긴장하고 있으려니, 열하에 처음 갔을때가 생각난다.

그때와 비교해보면 막내녀석도 운전이 늘긴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났는가... 그러고보면 이길 다닌지도 반년이 됐다는 소리다.


“요새처럼 폭설이 심한날은 안가도 되지 않습니까?”


이 겨울에 뭔 개고생인가.

박성우의 입이 불만스럽게 삐죽나왔다.


“그래서 이제 가는거야. 십일이나 됐다.”


“대장님은 후방에 온후 유난이 역사에 취미가 생기셨나 봅니다.”


“왜. 이상해?”


“대장답지 않아서요. 역시 철벽은 전장에 있어야 하나봅니다. 녹스는 기미가...”


말을 흐리며 내눈치를 본다.


“하긴 네녀석 살이 피둥피둥 찐걸보면 전방으로 가긴 가야할것 같다.”


“네? 계획은 있으십니까?”


“글세. 봄이오면 전근신청 한번 해보려고. 일년 쉬었으면 충분하지.”


“그. 그렴 이시겐은 어쩌고요?”


녀석이 당황하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이시겐을 걱정하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일이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 이녀석아.


“이시겐? 제 앞길을 누가 닦아줄수 있겠냐? 자기가 감당해야지.”


놈이 조용해진게 침울한 모양이다.

하긴 후방이 얼마나 편했는가.


그러든 말든 차는 계속달려 어느덧 전방에 원당현이 보인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보니 어디가 논밭이고 마을인지 자세히 보지않으면 가늠이 안된다.


“막내야. 오늘은 문앞까지 뽀짝대라. 걷기 싫다.”


“네,,”


차가 집쪽으로 다가간다.


“손님이 있나 본데요?”


집앞에 어지럽게 발자국이 찍혀있는게, 대충봐도 한둘이 아니다.

차가 대문 바로앞에서 멈췄다.


“대장님..”


박성우가 집안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안채 문옆에 서서 이쪽을 보고있는 한 사내, 갈색곰이 앞발을 들고 서있는 것처럼 덩치가 산만한게 행랑채의 홍씨는 아니다.

별일이네. 진선생집에 손님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차문을 열고 나오니 얼굴에 부딪치는 겨울 바람이 상당히 매섭다.

손에는 개다리 한짝을 동여맨 뭉치가 들려있다. 오늘은 개고기 수육과 탕을 해라고 할셈이다.


“손님도 있어 보이는데 저흰 여기에 있겠습니다. 먹을때가 되면 말씀해 주십시오.”


뒤에서 들리는 박성우의 소리, 이 녀석들 봐라. 차안에서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다니.


쯧쯧, 기름 아까운줄도 모르고..

속으로 혀를차며 집안으로 들어가 안채 앞에 서니, 곰같은 사내가 담배를 문채로 위아래히 훑어본다.

옆에 서보니까 덩치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딱봐도 군인이네.

비록 사복을 입었지만, 눈빛이 날카롭고 딱딱하게 굳은 기도를 보니 전형적인 무인이다.


그런데 이놈, 이상하군.

분위기가 만주군이나 일본군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진선생. 한현입니다.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안채에다 대고 정중하게 말했다.

옆에 섰던 갈색곰은 여전히 날 째려보고 있다.


웃긴 놈일세? 만주에서 만주군 장교를 감히 빤히 쳐다보는 자가 있다니. 기분 나빠하기 전에 좀 신기하지 않는가.

더군다나 기세가 전혀 눌리지 않는걸 보면, 나와 비슷하거나 높은 계급인건가?


그때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진선생이 호들갑스럽게 나온다.


“아이고 한중위님 오셨습니까? 오늘 제가 복이 터지나 봅니다. 이렇게 반가운 분들이 한꺼번에 찾아주시다니요.”


“개고기 좀 사왔습니다. 사모님께 또 부탁드려야 할것같습니다.”


“부탁이라뇨 별말씀을요. 자자 들어가시지요. 빨리 탕과 수육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손님도 계시니까 담에 오지요.”


“하이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엄동설한에 예까지 오셨는데요. 들어가십시요.”


“그럼. 차만 한잔하고 일어나겠습니다.”


마지못해 방으로 들어가자 선생이 따라들어오며 갈색곰에게 말한다.


“김선생도 얼른 들어오세요. 밖은 춥습니다.”


“난 괜찮소.”


갈색곰이 무뚝뚝하게 대답하는게 귓등으로 들렸다.


좁은 방안에는 세명의 사내가 서로 몸을 밀착한채 앉아있다.

내가 방안에 들어서자 셋의 눈길이 한꺼번에 나에게 꽃힌다.


날 경계하는가? 넷 사이에 어색한 눈빛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진선생까지 앉으니 사람수만 다섯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좁던 방이 더 빼곡해졌다.


이놈들도 군인이군.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다. 이 세사람도 밖의 사내와 몸에서 풍기는 기도가 비슷하다.


따라들어오며 자리에 앉은 진천부의 유쾌한 목소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있다.


“하핫. 모두 초면이시죠? 이런식으로 새로운 친구를 알아가는 법입니다. 하핫. 제가 소개 올립지요.”


그러더니 세사람에게 말한다.


“여기 중위님은 한현 중위님이시죠. 우리야 잘 모르지만, 만주에서는 아주 끗발이 좋으신 분입니다. 군대에선 철벽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토시...”


희미하지만 뚜렷하게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셋중 가장 어려보이는 사내가 들릴듯말듯 살짝 중얼거렸다.

그러나 분명히 들었다. 내 일본이름을 말하는게 틀림없다.


이자들은 나를 알고있다!


다시 선생이 날보더니 왼쪽남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삼십대 중반의 사내는 빼빼마른 체구로 얼굴도 헬쑥하다.


“자. 한중위님. 이분은 김책이라고 하십니다.”


“김책입니다. 뜻밖의 장소에서 귀한분을 알게 되는군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이자는 딱봐도 선생과 같은 부류다.

머리에 뭔가가 가득차 있을것같은 전형적인 문사풍의 사내로, 연배도 선생과 비슷해 보인다.


“전 이분을 무불통달이라고 부르지요. 세상에 모르는게 없다는 뜻입니다. 대단한 학식을 가지신 분입니다. 하핫.”


김책을 보며 놀랍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어색한지 요란하게 웃는다.


“무불통달이라니요. 선생께서 절 구름에 태우시는군요. 쓸데없는걸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일뿐입니다. 제대로 배운적이 없는 얄팍한 지식입니다. 배움의 질이나 양 모두에서 진선생에게는 한참 멀었지요.”


“왠걸요. 가끔 선생께 배움을 청하다보면 날밤까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습니까. 하핫.”


“그만큼 선생께 배울게 많은탓입니다. 순전히 부족한 제탓이지요.”


듣다보면 둘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둘이 서로 칭찬하는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자랑이다.


“하핫. 얘기가 길어졌군요. 자 가운데 분은..”


“나. 김일성이요.”


가운데 앉은 통통한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3 흑전사
    작성일
    24.08.28 10:39
    No. 1

    대단합니다. 작가님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군요. 조선말, 구한말 권세가들 생각만해도 울분이 터지고 작금의 날도적들 생각하면 보기도 생각조차 하기 싫은 조선역사들인데 대단한 인간상 묘사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4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8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1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2 4 10쪽
»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3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50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6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