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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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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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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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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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DUMMY

어제 오랜만에 진선생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근처 냇가에서 얼음낚시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지난번 그냥 헤어진게 미안한지 매운탕을 끓여준다고도 했다.


그럼 얻어 먹어야지.

지프를 몰고 약속한 냇가로 향했다.


낚시하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이럴땐 혼자가는게 나을거야.

박성우를 부대에 남겨둔채 직접 지프를 운전했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천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들판과 별 차이가 없다.

이렇게 얼었는데도 낚시가 가능하다고?


거의 다 왔다. 하얗게 변한 풍경에 점 하나가 보인다.

선생이 양동이를 옆에 낀채 얼음에 동그랗게 구멍뚫고, 낚시대를 드리우며 쭈그려 앉아있다.


요즘 이상기온이라더니, 아침인데도 공기가 약간 쌀쌀하게 느껴질뿐, 한창 기승부리던 겨울의 시린 추위는 없어졌다.


이정도면 낚시하기 좋은 날씨인가.


“저번엔 그냥 가시게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게 왜 선생님 탓입니까? 그냥 우연이었을 뿐이죠. 전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할 노릇입니다. 하핫.”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원래 이런겨울엔 책이나 읽으며 소일하면서 보내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그 친구들 때문에 정신 없었습니다. 해주라는게 뭐그리 많은지. 화평현에 이것저것 챙기느라고 꽤 분주했습니다. 이제야 중위님께 연락을 드렸군요. 하핫”


아, 저번 소련군인들 얘기하는 것같다.

바쁘긴 바빴나보다. 웬만해선 죽는 소리 안하는 양반이 장황하게 앓는 소리를 한다.

그래서인지 얼굴도 초췌해지고 눈밑에 검은 음영도 진해진것도 같고.


그런데 그 소련놈들 화평리에선 무슨일인가.

도망간 부대원을 체포하러 왔다고 하지않았나.

무슨 일처리가 굉장히 요란한 느낌이네.


얼음구멍 하나에 나란히 마주보며 낚시대를 드리웠다.


오호~~ 이렇게 낚시대를 드리우니까 제법 물고기가 잡히는데?

벌써 숭어를 세 마리나 잡았다.


“하핫. 어떻습니까. 낚시의 묘미는 손맛이라고들 합니다. 오늘 제대로 손맛을 느끼시는군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자기의 텅빈 바구니를 보고 머쓱하게 웃으며 말한다. 과연 그의 말대로다.

이런게 바로 손맛이구나!


“하핫. 오늘 한중위님 낚시 처음이라고 하지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벌써 몇 마리째냔 말입니다. 하핫.”


“하하하.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겨울낚시가 재미있습니다. 앞으론 자주하게 될것 같습니다.”


“하핫. 맞습니다. 제가 자주 부르겠습니다.”


낚시를 몇시간째 계속하자 배가 출출해진다.

선생이 주섬주섬 가져온 마른장작을 꺼냈다.


겨울엔 야외에서 마른나무를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장작을 집에서 가져왔나 보구나.


주변의 젖은나무를 꽃아 거치대를 대충 만든후 솥을 걸고 눈을 담았다.

장작에 불을 붙이자 곧 솥안의 눈이 녹는다.


가져온 보따리에서 각종 양념과 채소를 숭어와 함께 넣으니 얼마 안있어 솥안이 부글부글거리며 끓기 시작한다.

도대체 진선생은 못하는게 뭘까?


“얼음낚시도 꽤 해보셨나 봅니다. 이것도 능숙하시네요?”


“낚시도 겨울 소일거리중 하나지요. 사실 낚시나 사냥이나 야외에서 하는 요리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혼자도 아니고 둘이지 않습니까? 훨씬 재밌어졌습니다. 하핫.”


모닥불가에 앉아 탕이 끓여지기를 기다렸다.

만주의 동장군은 모닥불을 아무리 피워도 얼음이 얇아지지 않을 정도로 강을 꽁꽁 얼렸다.


한참 장작불을 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선생, 갈수록 전황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은 어떻게 보십니까.?”


“하핫. 저에게 무리한걸 요구하시는 군요. 혹시 중위님은 일본이 어디까지 가리라고 보십니까?”


“어디까지 말입니까?”


“네 맞습니다. 과연 일본에게 최악은 어디일까요?”


“최악이라.”


물론 생각해보지 않은건 아니다.


“모든걸 잃고 그들 땅으로 돌아가는것 아닐까요? 빈손으로 말입니다.”


“빈손으로 열도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씀이시군요. 글쎄요. 승전국이 화근을 남겨둘까요?”


“선생은 일본땅 마저 뺏길거라고 보는군요?”


“하핫. 앞의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지요. 하지만 대비를 할 필요는 있겠지요. 우리가 할수있는건 예측이 아니라 가능한 변수에 대비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대비라는 것, 얼마나 막연한 말인가.

거대한 전쟁이 흔하디 흔한 불안한 시대다.

그리고 지금 최고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 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비할수 있을까.


“그럼 제가 앞으로 어떡해야 합니까?”


“아이고. 이를 어째... 지금 당장은 매운탕을 먼저 해결하는게 급선무군요. 벌써 펄펄 졸이고 있지 않습니까. 하핫.”


솥뚜껑을 열어보더니 과도한 몸짓으로 화들짝 놀라며 말한다.

둘은 식사를 시작했다.


선생 따라서 젓가락으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고 입에 한웅큼 넣었다.


신선해서 그런지 생선 살이 달짝지근하게 감칠맛이 돈다.

얼큰한 국물이지만 목구멍에 미끄러지듯이 술술 잘 넘어간다.


확실히 부인보단 선생이 해주는 음식이 훨씬 맛있다.

그걸 부인도 알고있을까? 뭐 알고있겠지.


금방 냄비 바닥이 드러났다.

놋으로 된 바닥에 증거를 남기듯 약간의 국물찌꺼기가 묻어있을 뿐이다.


그때 멀리서 요란한 모터소리가 들린다. 사이드카였다.

부대에서 연락할때 지프 대용으로 쓰이고 있는, 바퀴가 달린 의자를 옆에 붙인 오토바이다.


사이드카가 우리가 있던 강언덕에 섰다.


역시나 박성우였다.

시동도 끄지않고 제방을 미끄러지듯 뛰어 내려온다.


전쟁이라도 일어난건가?

저녀석이 저렇게 허둥대는걸 보니 분명 부대에 무슨일이 터졌다.


“대장님!! 큰.. 큰일났습니다.”


그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왜이리 호들갑이냐? 무슨 전쟁이라도 터졌어?”


“그.. 그게 아니고요. 지금 부대가 난리났다니까요!! 마키다 소대장과 대원 둘이 죽었답니다.!!”


“뭐.. 뭣?”


“아까 오전에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답니다. 지금 이시겐 그새끼가.. 아.. 아니, 이시겐 중대장이 꼭지가 완전히 돌아서, 먼저 두 소대를 이끌고 출발했습니다. 중대장의 상태로 보면 월산현을 불바다로 만들 기세입니다. 아까 대장을 찾으며 난리가 아녔습니다. 일단 출동준비는 해놨습니다. 얼른 복귀해야 합니다!!”


생각할것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장교가 살해당하다니..

이번 사건은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몇달전 아편쟁이와 대치할때 그놈들도 내가 다치는건 원하지 않았었다.

그 후폭풍을 감당할수 없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선생도 담담히 보고만 있다.


“선생 아무래도 지금 가봐야 할것같습니다. 담에 또 보시지요.”


“네. 어쩔수 없지요.”


미안해하며 인사하는 내게 선생이 선선한 미소를 보여준다.


내가 돌아서서 조금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돌아서서 선생을 봤다.


뒷짐을 지고 여전히 희미한 웃음을 보이는 상태였다.

선생의 눈과 마주쳤다.


“선생,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얼토당토하지도 않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후두부를 얼리는 쎄한 느낌이 입술을 열게 만들었다.

직관이라고 부르는 전신의 감각세포들이 우연이 아니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선생이 일부러 이리로 날 불러낸것 아닐까.


“그럴리가 없지요. 그런데 중위님,”


입술을 가늘게 가로로 벌리며 웃고 있지만, 매섭게 뜬 눈초리는 입술과 전혀다른 의미로 가늘게 찢어졌다.


“앞으로는 곤란한 일이 자꾸 생길겁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일들 말이지요. 아까 중위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이게 다 일본의 쇠락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앞으로는 더 힘든 상황을 직면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비하라고 말씀 드린겁니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공허한 담론에 불과했다.

내눈이 깊게 잠겼다.


“그래요. 그럼 아까 여쭤보신걸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일본이 패망한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셨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미련을 버리고 만주를 빨리 떠나십시오.”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 당황스러웠다.

지금 당장 떠나라니, 엉뚱한 소리 아닌가.

억지로도 할수없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허무한 담론이 낫다.


설마 이게 끝일까. 실망스런 기색을 애써 감추며 선생을 빤히 쳐다봤다.

내마음을 아는지 착잡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만일 일본이 물러난다면 만주는 다시 무주공산의 빈집이 될것입니다. 심각한 내전에 휩싸이겠지요. 어느쪽이 승리하든 일본군에 부역했다고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만주 아니 중국을 떠나시는게 좋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야합니까?”


“조선이 있지 않습니까. 고향으로 가십시오. 중위님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은곳이지요. 중위님의 재능이면 크게 쓰일곳이 있을것입니다. 가서 조국을 위해 그 재능을 써보는것도 나쁠건 없지요.”


어색하게 짓는 얕은 미소에서 쓴맛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에게는 쓰다못해 입안 전체를 얼얼하게 만드는 충고였다.


누가 힘들게 정착한 곳을 떠나는걸 마음내켜 하겠는가.

그것도 쫓겨나듯이...


하지만..

그래, 그것도 대비겠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렴풋이 감이오는것 같다.


출발한 지프를 선생이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다.

마치 다시는 못볼것 같은 처연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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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4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51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9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40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8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2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2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3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50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6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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