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들의 라이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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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1:25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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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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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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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DUMMY



"니미럴, 이러면 우리 x된거 아닙니까?”


박성우가 욕지거리를 하지만, 그깟 몇마디로 답답하게 조이는 심정을 다 표현할수 없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않는 최악의 광경을 어찌 말로 다 담을수 있겠는가.


그래, x된거 맞다.


불과 몇달전이었다.

몇놈만 빼고 저놈들의 부대를 괴멸시킨게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놈이 더 포동포동해져서 나타날수가 있단 말인가.


“x발. 저 새끼도 살아있었다니.”


희멀건 얼굴로 앉아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김책을 보며 말했다.


“운빨 쥑이는 새끼네..”


엄동설한에 복부에 총상을 입고도 멀쩡하다는건가?

회복이 덜돼 행색이 안좋아 보이지만 결국은 살아남았다.


어떤놈이 그랬던가?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단상 뒤에 여러줄의 의자에는 군정의 고위장교들과 정치인들이 앉아있다.

거기에서 단상 바로 아래의 우리를 노려보는 따가운 눈길이있다.

맨 마지막줄에 앉아 유난히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이는 자.


그래 저놈도 있었지.


강건이었다.

놈의 날선 눈빛과 마주하자 심장이 거칠게 박동하기 시작한다.


“x팔, 놈들이 저렇게 거물이었단 말이오? 오금이 저려 있을수가 없네.”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겠지.

빌어먹을.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적을 대면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고 있다.


그로부터 몇일이 지났다.

또다른 손님이 내앞에 나타났다.


아...

강순영이었다.


다방에서 김명국의 옆에 순영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일본이 패망하자 열하가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장교들이 폭도들에게 피살됐어. 난 미리 준비한 덕에 서둘러 평안북도 고향으로 내려올수 있었지.”


김명국이 입이 타는지 물한잔 마신후에 말을 잇는다.


“빌어먹을 세상이 됐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고향도 이미 난리가 아니었어. 인민재판이라는 이유로 학살이 자행되고 있더라. 인민 위원회는 허울뿐이야. 이미 지방은 빨갱이들 세상이다.”


그는 노모와 순영이를 데리고 평양으로 다시 피신해 왔다.


“형님.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요?”


“일단 상황을 좀 지켜봐야지. 서울 사정부터 알아볼 참이다. 거긴 미국군정이니까 빨갱이 세상은 아닐거 아니냐. 넌 어쩔거냐? 여기에 계속 머물것이냐? 여긴 결국 빨갱이 세상이 되고 말것이다.”


그러나 김명국 얘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순영이..


내 신경은 온통 순영에게로 향하고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로 내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순영이와 밖으로 나왔다.


시월의 평양이 쌀쌀하다고는 하지만 만주만할까.

평양시내, 아름드리나무가 온통 빨갛게 채색돼 있고, 벌써 낙엽으로 떨어지려 하고있다.


둘이 나무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한참이나 아무 말없이...


하고싶은 말, 해야할 말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나 입밖으로 쉽사리 꺼낼수 없었다.


일본이 패망하자 도망치듯이 이곳으로 내려왔다.

열하에 가서 순영을 데리고 올 생각도 못한것, 그게 못내 미안했다.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져야 했는데..


대동강변을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순영씨.”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고개를 살짝들며 바라보는 얼굴엔 역시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경황없이 혼자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미안하오.”


기다란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던 그녀는 여전히 말이없다.

무엇보다도 슬프고 애잔해 보이는 커다란 눈을 보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만큼 먹먹해졌다.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이렇게 무책임한 놈이었을까.


“세상이 어수선해서 결정을 쉽게 못한다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던것 기억합니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일본의 패망을 앞두고 요동치는 상황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하지만.


“정말 바보같은 소리였소.”


허울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비겁함 때문이었다는걸, 감정에 예민한 세포들부터 절절하게 깨우치고 있다.


“그럴때 일수록 옆에 바짝 붙어있어야 했습니다.”


살벌한 전투의 연속, 패배가 예정된 전쟁과 대책없이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상황까지, 이 모든게 버거울수록 그만큼 소중한것은 놓치지 말고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잃지않는다.

그래야 헤어지지 않는다.


더이상 서글픈 실수를 되풀이하며 앞에 소중한것을 놓칠수는 없다.


“순영씨...”


이름을 부르고 잠시 멈칫하자, 그녀가 조금 고개를 든다.

그래,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우리 결혼합시다.”


갑작스런 고백에 순영이 눈이 커졌다.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결혼밖에 없다.


아련해서 더 슬퍼보이는 눈에, 다시 망울망울 커다란 물방울이 맺히려 한다.

봇물처럼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있는 듯이, 눈동자가, 입술이 연하게 떨리고 있다.


짐짓 의연한 것처럼 굴었지만, 가슴 한편이 헛헛해지며 긴장되는건 어쩔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 더 이상은 얘기가 필요 없겠지.

그냥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게 최선일거야.


잠시 동안 그렇게 망설이던 그녀가 입술끝을 부드럽게 올리고, 수려한 턱선이 곱게 휘며 말했다.


“그래요. 중위님.”


그녀의 대답을 듣자 가슴 한켠에 짙게 자리잡은 불안감이 이제야 비로소 흩어졌다.

그녀의 뺨이 살포시 분홍색을 띠고 있다.


며칠간은 결혼준비로 경황이 없었다.

이왕 결정된 결혼, 질질 끌 필요없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많은 하객을 불러 떠들썩한 결혼식을 할순 없지만, 고당 선생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인사들이 축하해줬다.


며칠뒤에 고당 선생이 소개해준 작은 교회에서, 몇명의 하객만 데리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별다른 혼수품도 없이 선생의 문간방에 신혼을 차렸다.


당연히 박성우는 다른비서의 집으로 쫓겨났다.


이렇게 결혼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때에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었다.

현준혁이 죽자 소련의 폭주가 거침 없어진 탓이다.

이것 역시 김책의 치밀한 사전공작 덕분이었다.


지방에 미리 파견해있던 88여단의 조선 공작단이 활약한 덕분에, 김일성은 원산항을 통해 입국한후 빠르게 북한의 정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11월에 벌써 북조선 공산당이 창당 되었고 김일성이 위원장이 되었다.


김일성이 평양에 들어온지 한달도 안됐을 때였다.

내 결혼만큼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북조선의 모든 좌익세력을 아우르는 거대한 정당, 당연하게도 소련군정이 뒷배가 되어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민족주의가 진영은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아직도 선생의 고택에는 많은 사람이 들락거렸다.

억울한 피해를 입은 일반인뿐 아니라 선생을 따르는 민족주의자, 기독교인들. 공산주의자. 소련 고위장교. 그리고 김일성까지.


와서하는 행태들도 다양하다.


억울하다고 뜰에 앉아 펑펑울며 읍소하는자. 은밀히 상의하는 자. 결의를 세우는 자. 그리고 협박하는 자까지.


남쪽에서 보낸 밀사들도 하루를 멀다하고 찾아왔다.

이승만. 김구. 여운형등이 보낸 사람들로 한결같이 월남을 권유하러 온 것이다.


“뜻은 선생과 전적으로 동의하오. 하지만 여기를 떠날수는 없소. 선생의 말처럼 공산당치하에서 우리 북녘동포들이 고통을 받는다고하면 더더욱 떠날수가 없소. 내가 남으로 떠난다면 북녘의 동포들은 공산치하에서 더 큰 고통을 받지 않겠소? 내 어찌 이걸보고 발 편히 누울수가 있겠소? ”


여운형의 밀사에게 한 말이다.

미군정에서도 선생을 범정부기구의 위원으로 임명하고, 마침 평양을 방문한 브라운 육군소장으로 하여금 직접 선생의 월남을 권유하게 했다.


“미안하게 됐소. 나는 북한 일천만 동포와 운명을 같이 하겠소. 내가 죽을자리는 이곳 평양. 북녘 동포의 옆자리 뿐이오.”


한치의 흔들림없는 단호한 태도, 선생의 생각은 답답할 정도로 확고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김일성이 고택에 나타났다.

문밖에 있던 나와 김일성의 눈이 마주쳤다.


만주의 진선생 집에서 잠깐보고 헤어진후 얼마만인가.

이놈이 날 기억하려나?


“토시오 선생, 오랜만이오.”


날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헉, 이놈 기억력 좋네.

그나저나 이놈, 가까이서 보니 그새 살이 더 쪘다.

밤마다 소련놈들 숙소에서 파티를 벌인다는 소문이 돌더니 이거 사실 아냐?


머리에 찐득거리는 기름을 잔뜩 바르고 단정하게 빗은 모습이, 예전의 군인이었던 흔적은 거의 사라졌다.

뭐, 처음 볼때도 군인같지는 않았다. 피둥피둥 살쪄서 그랬을까.


그리고 성격이 굉장히 활발해졌다.

처음 볼때처럼 눈싸움만 하던 놈이 아니었다.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조선이름은 한현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소? 하하하, 살아있으니 이렇게 또 보게 되는구료.”


일부러 하는 소린가? 속으로 뜨끔했다.

그래, 자식아. 그때 널 죽였어야 했다.


“한현 선생. 내 선생에게 긴히 제안할게 있소.”


뜬금없이 제안이라니?

뭐라고 입을 열수가 없었다.


“선생도 아실것이오. 우리 공화국은 이제 시작단계요. 모든게 부족하지. 그중에서도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오. 선생 같은 유능한 장교가 군문에 들어온다면 공화국 군대에 큰힘이 되지 않겠소? 부디 나와 우리 공화국에 힘을 보태주시오.”


미친놈 아닌가. 택도 없는 소릴 지껄인다.

화평 전투에서 못죽인게 안타까운 사람한테 이따위 수작질이다니.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없이 뱉어내는 놈들에게 몸을 맡기라니.

피맛을 풍기며 승냥이 아가리속으로 들어오라는 미친 소리와 다름이 없다.


“네. 신중하게 검토해보겠습니다.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정중히 대답했다.

김일성이 흡족한지 웃음을 띄며 눈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고당 선생앞에 자리를 잡았다.


놈은 선생에게 무슨 수작질을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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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사보임강 전투, 대륙을 통일하다 1 24.06.24 35 2 9쪽
59 혈맹의 시작 3 24.06.23 39 2 10쪽
58 혈맹의 시작 2 24.06.22 33 2 10쪽
57 혈맹의 시작 1 24.06.21 44 2 9쪽
56 패권전쟁, 출사하는 소년장군 24.06.20 45 2 10쪽
55 중공군의 두기둥, 팔로와 동북연군 24.06.19 40 2 10쪽
54 팔로군 총사령관 24.06.18 42 2 10쪽
53 선각자의 길 2 24.06.17 39 2 9쪽
52 선각자의 길 1 24.06.16 44 2 10쪽
» 평양에 나타난 두사람 24.06.15 49 2 10쪽
50 고당, 현준혁, 그리고 김일성 24.06.14 40 2 10쪽
49 고당 선생 24.06.13 37 2 10쪽
48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2 24.06.12 35 2 12쪽
47 만뇌서생의 마지막 모습 1 +3 24.06.11 38 2 10쪽
46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5 +2 24.06.10 44 2 9쪽
45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4 +1 24.06.09 42 2 10쪽
44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3 +1 24.06.08 41 2 11쪽
43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2 +1 24.06.07 39 4 10쪽
42 화평전투, 소련군 몰락하다 1 +1 24.06.06 57 4 9쪽
41 소비에트 88여단 3 +1 24.06.05 42 4 10쪽
40 소비에트 88여단 2 +1 24.06.04 42 4 10쪽
39 소비에트 88여단 1 +1 24.06.03 53 4 9쪽
38 지청천vs홍사덕, 누구의 길을 따를것인가. +1 24.06.02 50 5 10쪽
37 뜻밖의 여인 4 +1 24.06.01 44 4 10쪽
36 뜻밖의 여인 3 +1 24.05.31 48 4 9쪽
35 뜻밖의 여인 2 +1 24.05.30 46 4 9쪽
34 뜻밖의 여인 1 +1 24.05.29 56 4 9쪽
33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2 +1 24.05.28 56 5 9쪽
32 어쩔수 없는 일본의 선택. 1 +1 24.05.28 57 4 9쪽
31 만뇌서생 드디어 만나다. 5 +2 24.05.27 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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