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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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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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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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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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전초전이다

DUMMY

국내 사출성형 업체는 조금 과장을 더해 편의점처럼 전역에 깔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단, 특히나 해안 지역에 크고 작은 사출성형 공장들이 우후죽순 지어져 있었는데, 그러니 서로 경쟁도 치열한 편이었다.


사출 성형 제조업체가 미래에도 그 승리를 거머쥐게 되리라는 건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하나 케미칼을 보면 그 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아니, 사실 그 답이 하나 케미칼이 버텨온 전례로 따져보면 조금 특수한 경우라고 봐야겠지.

참신한 라이선스 승부보다는 2차 밴딩 업체로 기능하던 곳이었으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가격 전쟁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것이다.

장점이 없는 많은 소규모 사출 성형 기업들이 시장에서 제거되는 이유는 곧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돼서다.

초기 단계부터 경쟁 브랜드와 맞설 수 있는 라이선스 및 제2의 기술력. 그리고 공정의 단계로 발전해나가지 않으면 미래에도 답이 없는 것이다.

하나 케미칼은 다행히 시화공단에서도 초기에 세워진 공장이다. 덕분에 과거에는 사출 성형 제품의 품질 요구사항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해서 꾸준하게 벤딩 업체로서도 입지를 굳혀갈 수가 있었다.

다만 요즘에는 국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또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제품의 사출 성형 공정에 대한 요구 사항도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사출 성형 제조업체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오늘.

아버지는 한 가지 특단의 발표를 한다.

사출 성형 장비는 이미 전부 다 갖춰져 있었고, 성형 설계자는 물론 금형 설계 및 제조와 일선 작업자 등의 개선 여부에 초점을 맞춘 과정과 결과 지시를 내린 것이다.

곧 AVT의 수주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장의 과반수가 AVT의 오더 주문량을 따라야 한다.

때문에 다들 우왕좌왕했다. 이 정도로 대규모의 오더를 쳐내야 할 때라는 걸 직시하기에 조금은 생소한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노력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걸 모두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최전선에서 우리들을 독려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터지게 된다.

어찌 보면 문제랄 건 딱히 없는 건수기는 한데, 타이밍이 참 공교로웠다.


“팀장님.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말입니까?”


공장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최 대리가 따라 왔다. 그러면서 속닥거리듯이 이러는 게 아닌가.


“TX가 최근에 중국 업체와 손을 잡았답니다.”


거기까지만 들어서는 별다를 거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뒷내용이 상당히 거슬렸다.


“에코SL하고요.”


나는 순식간에 떨떠름해진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TX와 에코SL이 손을 잡았다고요? 아니, 무슨 수로?”

“메인 플레이어는 TX고 테이블 마련도 TX가 협상을 주도했습니다. 에코SL이 중국에서 조금 큰 수주처를 개척해낸 모양이더라고요. 그걸 에코SL과 TX가 양자로 묶여서 같이 쳐내게 된 거죠.”

“종목은요?”

“2차 전지라고 합니다.”

“···!”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2차 전지는 최근 하나 케미칼에서 다변화의 목표로 삼고 있는 주요 종목이기도 했다.

그걸 두고 에코SL의 우재영 대표와 TX의 여 대표가 담합해 중국 내 제법 영향력 있는 수주 업체를 발굴해낸 모양이다.


“분위기는 대충 어떻답니까?”

“안 그래도 제가 예전에 TX에서 일하다가 탈출한 전적이 있잖습니까.”

“최 대리가 TX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건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는데.

내 물음에 최 대리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3개월까지만 딱 채우고 그냥 에라이, 더러워서 때려 친 곳입니다. 자율성이 극도로 보장되지 않은 곳이 또 TX잖아요. 대표도 브로커 출신이라 기술 유출 같은 것에도 굉장히 예민하고요.”


TX의 여 대표는 원래 해외 시장에서 중개무역을 하던 브로커 출신이었다.

브로커가 나쁘다는 건 아니라지만 여 대표가 해먹은 전례가 워낙 많았기에 업계에서도 TX와 입찰 경쟁을 벌이라고 한다면 10에 9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상대로 두기엔 까다롭지만 내 편으로 두면 그만큼 든든한 우군이 아닐 수가 없는 존재가 바로 여 대표이다.

그러나 여 대표의 민심은 가진 능력에 비해 우군에 따라서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왜?

배신 전문이었으니까.

교묘하게 계약 내용을 비트는 치사한 짓은 차치하고서라도 여 대표는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고는 원리금을 50% 이상 해먹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공장을 폐업하는 식으로 검은 돈을 굴린 종자였다.

물론 TX가 생기기 이전의 얘기다. 하지만 그 사기기업들이 고의적 부도 처리들이 난 게 전부 TX의 전신이기도 했다.


‘교활한 놈들이 쌍으로 모였네.’


이이제이를 할 게 아니라 적과 적이 손을 맞잡고 우리와 하필 교차점에서 만나게 된 거다.


“그런데요?”


내 미묘한 감정선을 포착한 것인지 금세 얼굴에 흥미가 생긴 최 대리가 곧장 대답했다.


“퇴사하기 전에 친했던 형님 하나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근속 중이신데, 제가 또 그 형님 결혼식 사회도 맡을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 한 번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랬더니?”

“매출 비중을 늘리게 될 방안으로 사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나서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꽤 서두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하나 케미칼과 AVT에게 한방 먹이려고 하는 거 같답니다. 중국 업체인 만큼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은 되는데, 그렇다고 2차 전지 개발하고 생산해내는 게 우리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타격이야 받겠습니까?”

“그걸 그 형님이라는 분이 전부 솔직하게 말을 해줬다고요?”

“서로 가족사까지 아는데요. 더군다나 그 형님도 요즘 TX에서 일 못해먹겠다고 좀 현타도 온 거 같더라고요. 해서···.”

“아무튼 알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2차 전지에 대해서도 종류가 상이할 수 있기에 벌써부터 지나친 비약을 해서는 안 될 거라 스스로를 안심시켰던 거 같다.


사출이라 함은 그 종류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하나 케미칼은 사출성형 공법 중에서도 선글라스 등이 접히는 부분인 인서트 사출은 물론 수평과 수직형 사출기를 전부 배치시켜 광범위한 일을 역사적으로 도맡았었다.

솔직히 수직형 사출기 분야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둬온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케미칼이 이 업계에서 발돋움을 특별나게 하지는 못했다지만 알려진 이유가 바로 철저한 사후관리에 따른 명성 높이기에 있었다.

선도적 기술력은 없으나 자동차 에어필터 전용 사출기를 두 번째로 국내에 도입시키기도 했었고, 하이브리드 방식의 LED 전용 초고속 사출기도 굉장히 빨리 들여온 걸로 알고 있다.


아버지는 기술력 부분에서는 약할지 몰라도 유행에 관해서는 선도자인 격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세계기능경기대회에도 나갈 정도로 촉망받았던 기술자 출신이었다는 거다.

정말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는 일인 거다.

뭐, 어떻게 보면 남이 개발한 사출기를 갖고 버티는 격이지만 그래도 그 사출기에 미세한 조정을 일으켜 남다른 정밀성과 사후 관리를 자랑한다는 측면에서는 하나 케미칼이 유명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요즘 들어 하나의 성과를 내기 일보 직전이라고 들었다. 초정밀 오일필터에 관련한 사출기인데, 이 종목은 대부분 수입품으로 워낙 가격이 고가다보니 한 대만 수입하고 추가로 더 필요한 기기를 제작회사에 또 고가를 주고 맡겨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최근 하나 케미칼 개발부에서 수많은 오류 끝에 기계를 제작하기에 이른 거다. 약 90%의 완성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 문제의 요소는 TX와 에코SL이 한데 뭉쳤다는 거다.

나는 이 차장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차장 라인에서부터 박 기장과 노 기장에게로까지 그 사실이 전이되게 된 시점에 나도 얼떨결에 팀장급까지 참여할 수 있는 회의에 불려가게 되었다.


“팀장까지 부른 이유는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이번 소식, 여간해서는 팀장급까지 소집하지 않는데 아마도 비상체제로 돌입해야 할 듯하다. 정보전이라고 하지.”


팀장과 차장급이 모두 대동된 자리.

모두들 침묵하며 현 사태에 대한 계산을 하기에 바빴다.

겹칠까? 과연 겹치지 않을까?

만약 종목이 겹치게 된다면 중국 업체와의 출혈 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완성도면에서는 중국제와 미제의 비교만 따져 봐도 미제의 손을 들어주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는다.


사출 시장에도 컨트롤 업체라는 게 있다.

물론 모든 분야의 업계에서 당연히 적용되는 항목으로, 이곳에서의 사출 성형품에 대한 단가 라인들이 수평적 요소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예컨대 어떤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해당 기업체 완성품은 어느 마진 베이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더라, 어디 단조 공법으로 이뤄낸 사출품은 이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더라, 하는 식의 마진 베이스.

중국 업체가 상도를 어기고 대량으로 뽑아내어 박리다매 식으로 연출을 해내버린다면 우리를 포함한 전국 2차 전지 소재가 겹치는 공장들은 하나 같이 난리가 나는 거다.

이미 지금도 중국 기업으로 인해 골머리가 썩히는 상황에서, 하필 그것도 TX와 에코SL의 조합이라니. 환장할 만했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와중, 박 기장의 말에 노 기장이 말을 보탰다.


“대부분 기업들은 고객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슈들을 놓고 경쟁만 하고 협력은 배제하지. 그렇게 돼서 뭐가 남느냐. 스스로 이익의 간격을 줄이면서까지 기업의 존망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식의 결과가 태반인 거야. 우리 하나 케미칼이 여태 기술력 하나 없다고 조롱을 받으면서도 명맥을 유지한 건 전부 협력자적, 동반자적 포지션을 취하고 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다.”


노 기장은 말수가 별로 없는 편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았다. 생긴 건 정말 무뚝뚝한, 결벽증에 걸린 아저씨 같은데 그게 아니다.


“업계의 대변혁을 몰고 온 예시가 어디 있더라. 그래, GM과 도요타가 전지 개발을 위해 정보를 교환한 시점부터였을 거다. 그 이후로 기술을 공동개발하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갔고, 우리는 실패했지만 다자간 성공의 예시가 적지 않다. 내가 열거한 자동차 업계의 양자 협력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역시나 우리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코SL과 TX는 서로 보기만 해도 으르렁대는 사이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전개가 극으로 치닫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빨리 손을 잡았냐. 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더니 아무래도 이런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겠더라. 누구, 알고 있는 사람?”


대화를 거의 나눠보지는 못했어도 이게 노 기장의 유형이었다. 답을 미리 내려놓고 그걸 맞추는 사람을 특별히 편애하는 식의 방법을 즐겨 쓰는 사람이다.

좌중 침묵.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손을 들자 노 기장이 의외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눈치다.


“저저번 분기 막바지를 기점으로 우리 하나 케미칼과 에코SL의 협상 테이블이 어그러지면서였죠. 예견된 일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왜? 그리고 이유는?”

“우재영 사장이 가진 파워가 약하던 시절 하나 케미칼과의 입찰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었죠. 그때는 에코SL도 기술력이 없었을 때였기도 하고, 신생이었을 때였고요. 그렇다고 지금도 에코SL이 대단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라지만 워낙 중국과의 교섭이 많은 만큼 일거리가 많은 업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하나 케미칼이 지금 이 바닥에서 버티는 이유와 맥락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노평오 기장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렇지.”


그가 이어서 말했다.


“누구보다 정확하게 맞췄다. 그런데 TX는 거기다 이번 AVT와의 계약에서 최후의 유력지로 남아있을 정도였지만 하나 케미칼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지. 둘 다 이를 갈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겹치는 소재를 노리고 들어왔다는 계산이 깔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더라.”

“···.”

“경쟁은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친이기도 하다만, 아무래도 이번 우리 입장에서는 애써 잡은 악어가 하마에게 가리가리 찢기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게 된 거다.”


그리고 어느새 침묵하던 박 기장의 말.


“이제부터 전초전이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과 댓글 매번 고맙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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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소한 조건 +1 24.06.30 2,482 46 13쪽
71 장미꽃 +2 24.06.28 2,652 53 13쪽
70 중국몽이 아닙니다 +4 24.06.27 2,761 48 15쪽
69 업계의 공룡들 +3 24.06.26 2,814 47 14쪽
68 저랑 내기 한 번 하시죠 +3 24.06.25 2,833 56 11쪽
67 2차 전지의 장외전 +3 24.06.24 3,121 54 13쪽
» 이제부터 전초전이다 +3 24.06.23 3,337 60 13쪽
65 이뤄보지 못한 꿈 +4 24.06.22 3,391 65 12쪽
64 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졌다 +4 24.06.21 3,580 65 12쪽
63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5 24.06.20 3,521 67 12쪽
62 사업계획서 +3 24.06.19 3,648 64 13쪽
61 AIE +5 24.06.18 3,753 70 12쪽
60 영업의 섭리 +9 24.06.17 3,796 66 12쪽
59 나비 +5 24.06.16 3,802 69 13쪽
58 더 좋은 전망이 되어줄 겁니다 +4 24.06.15 3,877 70 15쪽
57 고정매출액이 아니라 잠정 산출액입니다 +3 24.06.14 3,952 69 13쪽
56 편견의 불식 +4 24.06.13 4,059 79 12쪽
55 계약전문내용 +3 24.06.12 4,171 77 14쪽
54 살점까지 발라서 +4 24.06.11 4,298 76 15쪽
53 포장마차 +4 24.06.10 4,279 80 12쪽
52 순수한 소감 +3 24.06.08 4,385 76 12쪽
51 성공한 모습으로 +3 24.06.07 4,556 82 12쪽
50 전원 소집한다 +2 24.06.06 4,553 79 13쪽
49 뒤엎어버리죠 +4 24.06.05 4,686 78 12쪽
48 물꼬 (수정) +4 24.06.04 4,858 72 12쪽
47 역전의 용사들이 납셨네 +3 24.06.03 5,043 82 14쪽
46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4 24.06.02 5,091 77 14쪽
45 인생에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2 24.06.01 5,469 82 13쪽
44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4 24.05.31 5,616 84 13쪽
43 너를 위한 한 자리가 비어 있다 +3 24.05.30 5,709 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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