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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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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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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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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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엎어버리죠

DUMMY

국내에 있는 사출 기업들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물론, 모두가 잘 나가는 건 아니다.

아버지 때만 해도 창고형 대형 컨테이너 하나 경매로 입찰 받아 중고 사출기기 돌려서도 충분히 먹고 살았다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더군다나 하나 케미칼은 선발주자이면서도 가진 라이선스들이 후행으로 치고 들어온 기업체들에 비해 변변찮기 짝이 없었다.

개발 컨트롤 타워와 전략 사업부가 포진해 있는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오면, 하나 케미칼은 이들의 참신한 라이선스에 후발대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양자 유통 구조를 짜게 되는 순간, 하나 케미칼로서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공단에서 끈질기게 버텨준 덕분에 맡겨주는 기업체들이 적지는 않다지만, 언젠가는 작은 불량 하나로도 뭔가를 더 요구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하나 케미칼로서는 좋은 일이 아니다.


한두 번의 커다란 B2B 계약에 대한 실패를 경험해서인지 아버지는 더 위축되어버렸다.

벤더 업체 입장에서는 그저 구멍가게 사장이나 다를 바 없는 불안을 갖고 약자의 입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발전이 없으면 도태되고, 쇠퇴하는 순간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다.

다행이게도 최근 AVT의 고객사 합류는, 하나 케미칼로서는 마진폭을 증여시킬 수 있는 데에 크나큰 발판이 되어줄 거였다.

그렇게 되면 당장 이번 해에는 매출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고 영업부가 할 일은 사실상 많지 않게 된다.

계약기간 동안에는 과반수의 사출품이 AVT로서 공급받는 형태의 시장계약이니 위탁물류 코스트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남겨먹을 것들이 적지 않을 터였다.

다만 이 바닥 생리를 알고 있는 심 차장이 가만히 있겠냐는 거지.

그나마 심 차장과 문 팀장의 허점을 파고들기에 이 차장이 갖고 있는 저울추의 무게는 제법 묵직하다는 사실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야. 이 차장을 오늘에서야 다 보네.”


이 차장과 내가 직접 마주하게 된 큐엔 몰드는 꽤 오랜 기간 하나 케미칼과 연을 트고 있는 자동차 부품 기업이었다.

물량 폭주로 인해 우리가 2차 벤더도 같이 맡게 된, 일종의 또 다른 고객사이기도 했다.

이 차장의 눈짓에 나는 과일꾸러미와 한우세트를 눈 앞 고객사 사장에게로 건넸다.


이거 다 박 기장의 카드로 산거다.

이곳을 딱 짚어서 온 이유?

큐엔 몰드 박 사장을 두고, 나와 이 차장이 딱히 그를 하나 케미칼의 영업부와 짜고 치는 공범으로서 지목을 한 건 아니었다.

대신 확인이 필요한 절차가 있었다.


“도 기장님이 보내서 오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발주업체들 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큐엔은 흑자폭을 늘리고 있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럽기도 하고, 배워갈 점도 많다고 느꼈습니다.”


박 기장이 아닌 도 기장을 위장 언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큐엔 몰드.

처음 본진을 300평에서 이제는 5,000평까지 이전해 확장한, 저력이 있는 사출업체였다.

그러니까 대기업 자동차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겠지.

하나 케미칼의 생산맨들 연봉과 비교해 봐도 평균 1.5배나 높은 곳이었다.


“이번에 S9 인증 받으신 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허허. 그게 뭐 나만의 성과인가.”


큐엔 몰드는 자체적으로 금형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다이 스폿을 개량한 걸로 직접적인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였다. 이 라이선스 하나 덕분에 큐엔 몰드가 갑자기 급성장을 하게 된 거고.


이 차장은 박 사장과 딱히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온라인 인보이스 시트와 오프라인 시트를 대차대조하기 위해 도 기장 지시 아래 왔다는 말로 가볍게 둘러대었다.

도 기장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영업부도 전혀 우리의 은밀한 움직임을 알 턱이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해가 안 가서. 굳이 저번 주에도 뽑아간 온, 오프 인벤 표를 다시 달라는 이유가 있나? 왜, 도 기장이 뭐라고 태클이라도 걸어?”


박 사장은 이때부터 살짝 눈이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도 기장의 지시라지만 왜 굳이 기존 영업부도 아닌 새롭게 신설된 기획부에서 고작 하루 만에 만들어진 명함을 내밀며 찾아왔냐는 거다.

그 상황에서 노련미를 발휘하는 이 차장은 따로 하나 케미칼의 외부감사인이 지난해 3분기 재무 재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뭔가 이상 정황이 있다는 말을 흘리듯 언급했다.


최 대리가 콕 짚어 언급했기에 정황상 의심이 가는 유력한 업체.

하지만 박 사장 입장에서는 좋게 들릴 리가 없는 내용이었다.

빤히 쳐다보며, 무슨 수를 재고 있는지를 먼저 심증 상이라도 굳히려 해봤다.

순간 이 차장과 나의 눈빛이 박 사장 모르게 무언으로 전달되었다.


보건대, 박 사장의 눈빛에서 변색한 의혹이 한 점이라도 읽히지 않는 걸 봐서는 그가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걸 우리 둘 다 깨닫게 되었다.

하긴, 사장이 반 푼어치도 안 되는 코스트를 갖고 개입을 하는 상황 자체가 웃길 노릇이겠지.


“이번에 새로 승진한 재무부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본론은 이제부터였다.


“그런 디테일은 또 언제 접했대? 참 소식통 빨라. 아무튼 꼼꼼해, 그 후로 회계 원가에서 누수 한 번 없었고.”


문제는 큐엔 몰드의 재무부장이라는 거창한 감투를 차기 전, 그가 우리 하나 케미칼과의 테이블에 항상 빠짐없이 나섰던 자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 나선 자리에서 최 대리는 항상 외면당하기 일쑤였고.


“조금··· 아귀가 안 맞는 거 같은데요.”

“어디가 이상해?”


몇 가지 T/OE나 운영 비용계에 관한 부분. 그리고 판매관리비와 가공비, 즉 현장운영비용에 대한 코스트 얘기를 나누자마자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에는 박 사장도, 그리고 나와 이 차장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으흠. 왜 여기 왔는지 짐작이 가네. 알았어.”


박 사장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박 사장은 그 먼 옛날 폴리 유한회사에서 재경부는 물론 재무 쪽 경력이 있는 만큼 해당 시트 관련해 절대 무지하지 않았다. 다만 재무부장을 너무 믿어서 탈이지.

작년 3분기 손익계산서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차대조표를 코스트 시트로 일일이 나뉘어서 박 사장이 재무부장이 아닌 재무팀장 쪽에서 개인적으로 메일로 발급을 해주기로 하고 자리를 끝냈다.

이상한 정확이 포착된 이상 허투루 짚고 넘어갈 수 없었다.

이 차장의 그랜저를 내가 직접 운전하게 되고, 가는 동안 우리는 한참이나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러다가 침묵을 깨게 된 발단 하나가 이 차장 입에서 튀어 나왔다.


“나는 말이야. 차장 달고 무슨 경찰도둑놀이 하는 거 같아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거든. 아마 서 팀장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팀장 돼서 하는 일이 암행어사 놀이라니. 우리가 무슨 방범대도 아니고. 그치? 솔직한 말로 법 쪽에 빠삭한 변호사 몇 명 고용하면 될 일이잖아.”

“그렇죠.”

“그런데 또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게 아니다?”

“···.”


왠지 무슨 말을 할 거 같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숨길 건 숨겨야 하는 게 회사 차원에서도 입장이 서겠죠.”


내 말에 이 차장이 손 관절을 우두둑, 소리 내며 풀었다.


“그렇지. 봐, 우리 하나 케미칼. 조금 전 큐엔 몰드처럼 요즘 라이선스도 아니고 철 지난 라이선스로 더 이상 우려먹지도 못하는 회사야. 공장형 기업? 아니면 기업형 공장? 어순이 다르든 뭐가 상관인데? 그래봤자 하청맨밖에 더 돼?”

“···.”

“지금 이 일 터지면 하나 케미칼, 감당 못할 지경에까지 이른다. 소문 나봐. 지금 우리와 거래 트고 있는 업체들 모두 발칵 뒤집어지는 거야. 그래서 자체 손익산출 해서 정말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의 결과가 나왔네? 그렇게 되는 순간 그들만의 문제일까? 아니지, 아니야. 이런 거 하나도 통제 못했다는 망신 하에 하나 케미칼과의 공고한 동맹도 전부 다 무너질 걸? 그렇게 되면 우린 손가락이나 빠는 신세가 되는 거야.”


흘깃 바라보니 이 차장의 얼굴은 의외로 태연해 보였다.


“박 사장이 그래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야. 그 사람이 산단에서 얼마나 잔뼈가 굵은 인간이었는데? 내가 이곳에 굳이 도 기장 지시로 왔다고 했더니 바로 딱 이상한 거 알아차리잖아. 왜 영업부로 이관된 일이 새롭게 편성된 기획부로서 나서서 자기네 재무부까지 연결이 되느냐고.”


나는 그렇다는 말로 고개만을 끄덕이며 고의적으로 침묵했다.


“내가 볼 때는 이거 뒤에서 프로핏 농간질 한 거야. 재미있는 건 그렇다고 박 사장의 큐엔 몰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분기보고서에 재고자산명세 주석을 비공개하고 있다가 이제야 라이선스 내놓고 성장 좀 된다, 그러니까 외부감사회계법인 눈치 봐 개선권고 받을까봐 공개했잖아. 그 과정에서 박 사장 같이 노련한 인간이 또 개인적으로 해먹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는 소름이 오소소 돋아 오르려는 걸 느꼈다.

각자마다 차이가 있다 뿐이지 결국 해먹었다는 건 다 똑같다는 얘기였다.


“왜 누구는 내 돈 주고 소나타 사면서 또 누구는 법인 이용해서 슈퍼카 타고 다니겠어? 전문 감사? 종합감사? 아니, 회전율 지표 하나만 지독하게 파내려 가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런데 박 사장, 침묵했잖아. 자기도 모르는 블랭크 갖고 분노는 하되 지도 찔끔한 거야. 박 사장 이번에 크리스티까지 날아가서 미술품 구입했다고 한다. 그것도 두 점이나. 세속적인 목적으로 부자놀이 하고 있는 거지.”

“결국 적을 적으로 제압하는 꼴이 되겠네요.”

“지도 분할 거 아냐. 근데 어떻게 해. 자기도 해쳐먹은 게 있는데, 부하직원들이 그걸 알면서도 자기들도 가만히 있어? 아마 박 사장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잔대가리 굴리고 있을 걸?”


나는 솔직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이 차장이 가진 디테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어쨌든 그래도 사장 명패 쥐고 있는 한 잔가지만 잘려 나가겠죠.”

“서 팀장 말이 맞아. 그러니까 한 번 지켜보자고. 다음 주에 3자 베트남 기업 발주품 관련해서 CNO, 위탁계약 테이블 마련한다고 하니까. 어차피 최 대리도 온전하게는 못 믿어. 아니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뭔가 건져 올릴 건더기도 못 가져올 거 같다는 거야. 서 팀장. 우리 빨리 끝내자. 하나만 파내려 가서 끝장내면 그 후로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고인 오물들 전부 건져서 분리수거하자고.”


이 차장은 마치 그게 사명인 듯 더욱 더 각인이라도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덩달아 내 사기도 오르게 되었다.

하나 케미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노라면, 적어도 하나 케미칼이 어떤 부분에 대한 라이선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폭 넓게 보자면 김창우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뛰어들어야 할 판이라면··· 차장님 말씀대로 빨리 뒤엎어버리죠.”


이미 썩어 빠진 관행에 대한 보류는 충분히 해줄 만큼 해주었다. 더 이상 알리바이를 만들기 전에, 본질이 훼손되기 전에 마무리 짓기로 결심했다.

부디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이 내용이 외부, 특히 영업부나 도 기장 쪽으로 안 흘러들어가기만을 바랄뿐이다.


이 차장은 역시나 독기가 바짝 오른 얼굴로 웃고 있었다.


“내가 책임지고 심 차장 명줄 끊어놓는다.”


***


팀장과 차장쯤 돼서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는 만큼 분명한 성과가 필요했다.


하나 케미칼은 오늘도 고요하고 평화롭다.

다만 윗선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를 향해 있다는 걸 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이 된 오늘.

최 대리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굳이 접선을 하기에는 불필요한 거 같아 명확히 선을 그어 놓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큐엔 몰드요. 재고 턴 오버 관련해서 하나 이상한 점을 찾아낸 거 같습니다.]


그 순간 감이 딱 왔다.


이 놈들.

끝장을 내보자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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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공휴일 되시고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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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소한 조건 +1 24.06.30 2,482 46 13쪽
71 장미꽃 +2 24.06.28 2,652 53 13쪽
70 중국몽이 아닙니다 +4 24.06.27 2,761 48 15쪽
69 업계의 공룡들 +3 24.06.26 2,815 47 14쪽
68 저랑 내기 한 번 하시죠 +3 24.06.25 2,833 56 11쪽
67 2차 전지의 장외전 +3 24.06.24 3,121 54 13쪽
66 이제부터 전초전이다 +3 24.06.23 3,337 60 13쪽
65 이뤄보지 못한 꿈 +4 24.06.22 3,392 65 12쪽
64 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졌다 +4 24.06.21 3,581 65 12쪽
63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5 24.06.20 3,521 67 12쪽
62 사업계획서 +3 24.06.19 3,648 64 13쪽
61 AIE +5 24.06.18 3,753 70 12쪽
60 영업의 섭리 +9 24.06.17 3,796 66 12쪽
59 나비 +5 24.06.16 3,803 69 13쪽
58 더 좋은 전망이 되어줄 겁니다 +4 24.06.15 3,877 70 15쪽
57 고정매출액이 아니라 잠정 산출액입니다 +3 24.06.14 3,952 69 13쪽
56 편견의 불식 +4 24.06.13 4,059 79 12쪽
55 계약전문내용 +3 24.06.12 4,171 77 14쪽
54 살점까지 발라서 +4 24.06.11 4,298 76 15쪽
53 포장마차 +4 24.06.10 4,279 80 12쪽
52 순수한 소감 +3 24.06.08 4,386 76 12쪽
51 성공한 모습으로 +3 24.06.07 4,556 82 12쪽
50 전원 소집한다 +2 24.06.06 4,554 79 13쪽
» 뒤엎어버리죠 +4 24.06.05 4,687 78 12쪽
48 물꼬 (수정) +4 24.06.04 4,858 72 12쪽
47 역전의 용사들이 납셨네 +3 24.06.03 5,044 82 14쪽
46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4 24.06.02 5,091 77 14쪽
45 인생에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2 24.06.01 5,469 82 13쪽
44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4 24.05.31 5,616 84 13쪽
43 너를 위한 한 자리가 비어 있다 +3 24.05.30 5,710 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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