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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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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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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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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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졌다

DUMMY

내가 바란 삶. 내가 바란 계획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대단한 삼성맨이나 이재용 부회장, 일론 머스크 같은 선구자적인 삶을 바라지 않았다.

히어로가 되는 삶은 버겁다. 내게 주어진 짊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현실직시를 하고 말지.

거기다 그런 영웅놀이?

그것도 능력을 잘 써야만 영웅이 되는 거지, 까딱 잘못했다가는 실수 한 번에 악당이 되어버리고야 만다.

지금과 같이 온기를 나누고 내가 바라마지 않는 평범한 삶 속에서 조금 더 나를 위해 살 줄 알고, 나 자신을 아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지만 남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지론을 실천해보고 싶었다.

나만의 평생 버킷리스트다.


그래서 지금의 난 어떤가.


작지만 많은 변화를 이뤘다. 누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난 이미 깔아놓은 몇 가지 설계로 인해 노후의 오랜 안정을 보장 받을 것이며, 앞으로도 사태의 반전은 지금처럼 종종 일어날 것이다.

AVT는 내 예상에 없는 루트였다. 먼 길을 돌아 떠날 수도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건 나로서는 질색이다.


“왜, 굳이? 너한테도, 하나 케미칼에도 이보다 좋은 미래성이 보장되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서 팀장, 우리 솔직해지자.”


박 기장은 나와 둘이서만 있을 때처럼 편하게 말했다. 어쩌면 지금 믿고 있는 강력한 기회가 과연 진짜 기회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는 눈치다.

뭐, 사실 그런 눈치를 보지 않더라도 지금 겉으로만 보이는 현실의 나였으면 넙죽 받아들이는 게 맞겠지.

만약 내가 이 제안을 승낙하기만 한다면 아버지는 진정한 공장형 기업으로서의 도모를 꿈 꿀 수 있게 될 것이다.

라이선스 개발비라는 명목으로 당위성도 보장받을 수 있을뿐더러, 개발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몇 가지의 가능성 있는 연구를 안정된 조건 하에서 실현해낼 수 있을 터였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아버지가 꿈꾸는 해외 법인 설립도 뜬구름 잡는 얘긴 아니게 될 것이었다.


그저 해외에 법인 하나를 설립한다는 간단한 개념의 문제가 아니다.

공단에서의 공장 해외 법인 진출은 많은 사실 적시를 해주기 때문이다.

하나 케미칼이 제 2의 하나 케미칼을 내세웠을 때의 그 파급력은, 곧 중국에서의 공장을 설립한다는 전제를 깔고 나서 유통 채널이 무제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넓은 곳을 보면 견문도 넓어지는 법이다. 이와 같은 이치다.

우리가 더 이상 2차 벤더로서의 기능만 수행하는 게 아닌, 오더를 내리는 발주사가 될 역전현상을 불러일으킬 절호의 기회가 현재 나에게 달려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를 보는 이들의 눈빛이 뜻하는 바가 무언지 다 보인다.

아버지의 야망이, 박 기장의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가. 이 기정은 그 정반대의 지론을 펼칠 준비가 되었다는 각오가.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자리.

나 하나가 뭐라고.

그저 웃음이 나온다.


“만약 사장님이 원하신다면 AVT로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뭐를? 네 미래를 날 더러 결정하라는 거냐?”

“회사 차원의 개념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로서는 명분이 없는 실정이라고 해도요.”

“···.”


깊게 가라앉은 분위기. 이들의 눈빛에는 음영이 져있었다.

내 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가기 싫다고, 여기 남아서 또 다른 미래를 도모하며 개혁에 앞장설 수 있는 실낱같은 능력이라도 펼치고 싶다고.

이것도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그러나 아쉽지 않을 통장과, 서영도처럼 몇 번을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투자처를 이미 알고 있으니 내가 뭔가 굳이 글로벌한 목표를 이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AVT에 가서도 충분히 미국에서 난장을 벌일 자신이 있다.


“알겠다. 일단 가 있어라. 추후에 다시 부를 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사장님은 묵직함이 깔린 눈빛으로 내게 입술만을 움직였다. 느린 표정의 파노라마에서는 나를 향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면서도 곧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믿게 될 때까지 난 기획부 일에 집중했다.

영업부가 쓰는 미팅실에 있는 테이블에서 몇 가지의 회의가 오갔고, 그 주에 있을 예정된 일을 쳐내는 데에 집중했다.


“성화ST의 전무 쪽과의 자리는 일단 오케이 한다는 뉘앙스만 풍기고 다음 푸시 때는 기장님 측으로 아예 넘겨버리죠. 일단 우리는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잖습니까.”

“오래된 거래 통로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딱 입을 다물어 버리면 그것도 속 보이는 거 아닐까요? 위약금 30퍼센티지에 대한 부분을 잘라낼 만큼 전 그만큼의 리스크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데요.”


김태용과 류현수는 지금 회의에서의 공적인 담론을 노트에 적느라 바쁘다. 이론이 실전이고, 곧 실전이 경험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최 대리도 간간이 말을 거들고 있었지만 중립을 지켰다.

그리고 남아영 과장과 나의 대화가 잔잔한 설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성화ST는 우리에게 중요한 목전지는 아닌 곳이다. 어차피 그쪽도 마찬가지다.

상용화 될 자질구레한 플라스틱 비품 오더를 주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서도 있으면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곳.

다만 진짜 없을 때에는 일변도가 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우리가 AVT를 손에 쥔 입장이 아닌가.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 케미칼의 위상이 대폭 올라간 게 사실이었다.

다른 발주사들도 AVT와 하나 케미칼의 협력사 공적 공개를 이미 알아챘겠지만 지역 뉴스에서도 떠들썩하게 나올 정도이니 우리의 쾌거를 꽤 배 아파할 게 뻔했다.

AVT가 미국의 중견 종합사출업체라는 사실은 이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실이 부실한 곳도 아니다. 거기다 전신이 뭔가. 바로 플로우 매트릭이 아닌가.

국내 대기업, 그러니까 삼성이나 현대, SK 같은 곳의 벤딩을 맡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해외업체 수주로의 개념만 따지고 본다면 AVT도 그리 밑지는 곳이 아니다.

하나 케미칼 입장에서는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의 목표만 실현하면 될 일이니까.


한참 대화가 오간 끝에 잠깐 이 차장의 눈이 내게로 얽혔다.

남아영 과장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지만 팀장으로서 네가 얼마나 이 자리를 주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개념의 자리다. 그러나 디테일마저 뽑아내지 못한다면 내가 아버지에게도, 이 기정과 박 기장에게도 단 한번이나마 인정받았을 그 가치가 희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더욱 더 생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다.


“차라리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요?”

“상대적으로 어차피 국내 인지도가 부족한 건 둘 다 같은 실정입니다. 판매량을 어느 정도 확보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쳐도 성화ST는 어차피 우리에게 건더기가 아닌 찌꺼기 개념의 발주만 맡기고 있죠. 그래도 오래 연을 튼 업체라고, 다음 운영비를 좀 절감해 준다는 차원에서 5퍼센트 마진을 우리 쪽에서 네고해 줍시다. 그러면 저쪽에서도 군말은 나오더라도 컴플레인 요소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겁니다.”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라고는 하나, 딱히 이번을 갈급히 필요로 하지는 않는 만큼 성화ST에게 양보할 수 있는 그릇을 보여주되 다음 기회를 같이 살피기로 한다. 그 정도면 딱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참신한 내용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가 더 손해를 볼 명목의 문제이니까.

그러나 이렇게 하면 AVT와의 첫 단추가 더 원활히 꿰어질 수 있는 통로가 연결되게 된다.


“···그럼 제가 그쪽 본사하고 직접 연결을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로부터 남 과장이 회의실을 나섰다가 약 10분 후 다시 들어왔다. 영 불안한 표정으로 나갔던 남 과장이 나에게 시시비비를 따지자고 한 게 아님을 알기에 설전 중에서도 서로가 차분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돌아온 남아영 과장의 얼굴빛이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수용하겠답니다.”

“그래. 그럴 거 같더라.”


남 과장의 씩씩한 말투에 이 차장이 팔짱을 낀 채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 차장은 가만히 있었지만, 가만히만 있던 건 아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얼굴에서 보이는 확신은 내가 이 차장을 믿게 만드는 과정의 작은 연속일 뿐이었다.

그러니 팀장급에서 나올 클레임이 어떤 건지는 마진과 상대, 그리고 우리 측에서 요구당할 수 있는 어느 중간 포인트를 잡는 것에서부터 조율해야 된다는 걸 요즘 들어 날 은근히 테스트하는 걸로 테이블을 끝내는 이 차장이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기존 영업부가 전부 축출이 된 곳에서 급조된 부서이자 팀원들이었다. 나도 사출부 과장을 맡고 얼마 되지도 않아 팀장으로 전격 발탁이 되었고.

그러니 나를 의심한다기보다는 원래 그릇을 갖고 있던 이 차장은 그만큼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나설 때를 제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회의 진행을 해보자고. 최 대리 포함해 모두들 잘 들어놔. 뭐가 문제인 거 같은지 파고들 핵심 요소를 갖고 굳이 침묵하지 말고 물어볼 건 물어보고 아니다 싶은 건 딱 커트하고. 우린 지금 완성된 영업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잊지 마. 아니, 영업하는 데에 그 누구도 완성된 조직은 없어. 1퍼센트의 가능성을 올려 51대 49의 싸움이 되도록 하이 더 테이블을 이루는 게 우리 목표라는 걸 잊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체계는 점차 완비되어 간다.

다들 얼굴에 피로도가 짙게 깔려 있지만, 그래도 분명히 하나의 팀으로서 구심점이 생겨가는 순간이었다.


***


“오늘도 일 쳐내느라 바빴을 텐데. 아무래도 괜히 불렀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박 기장은 조금 미안해하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이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명분이라는 게 유달리 존재한다는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폿집에서 구워 먹는 고기에 소주 한잔이 들어간 반주 개념의 자리.

아니, 밥은 먹지 않으니 그냥 술자리라고 해야겠다.

물론 고기와 술은 허수라는 걸 안다. 박 기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는 일단 들어봐야 그 알맹이를 알 수 있을 테니까.


“이미 사장님 라인에서 전부 결정은 났어. 조금 유치한 얘기지만 우리끼리 투표를 했거든. 공장장님까지 가세한 다음에 말이야.”

“예. 그래서요?”

“그걸 말하기 전에 난 너에게 한 가지를 묻고 싶다.”

“···?”

“왜 그 좋은 기회를 마다하려는 거냐?”


박 기장의 말을 필두로, 이로써 결정이 났다는 확신이 섰다.

아버지는 나를 AVT에 보내지 않을 걸로 확답을 내리신 모양이다. 그리고 이 기정도, 박 공장장도 내 쓰임새에 대해 조금 더 데리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나 보았다.

다만 박 기장은 보는 전제부터가 다르게 깔린 거겠지.

그래서 이곳으로 나를 부른 것이다.


“네가 보여준 최종 컨펌 내용들 전부 읽어봤는데, 솔직히 내가 네 입장이 아니라도 오히려 내가 가고 싶을 정도더라.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 거야.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

“내가 너라면, 이라는 가정을 깔았다는 건 곧 네가 내 라인이라고 상정을 하고 말한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알고 있습니다.”


박 기장의 말에서 처음으로 약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늘 담대하고 강한 포용력을 지녔으며, 자기주장이 필요할 때는 그 어느 소신도 굽히지 않던 박 기장의 어깨가 오늘 처음으로 작아 보였다.


“나는 솔직히 아까 기정님 말씀처럼 또 다른 방향으로 이해가 안 간다. 넌 들어보았냐? 사람이 사람을 원하는 데에 무슨 거창한 감정이 필요 있을까만, 섀넌 리치 쯤 되는 사람이 너 하나를 영입하고 싶다고 하나 케미칼과의 계약내용까지 전면 재수정 해주는 걸 넘어서 보전계약까지 추진해준다니. 난 이 바닥에서 그런 말, 그런 경험 해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작가의말

소중한 추천 감사합니다.

다가올 주말 좋은 일, 웃는 일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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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사소한 조건 +1 24.06.30 2,482 46 13쪽
71 장미꽃 +2 24.06.28 2,652 53 13쪽
70 중국몽이 아닙니다 +4 24.06.27 2,761 48 15쪽
69 업계의 공룡들 +3 24.06.26 2,815 47 14쪽
68 저랑 내기 한 번 하시죠 +3 24.06.25 2,833 56 11쪽
67 2차 전지의 장외전 +3 24.06.24 3,121 54 13쪽
66 이제부터 전초전이다 +3 24.06.23 3,337 60 13쪽
65 이뤄보지 못한 꿈 +4 24.06.22 3,391 65 12쪽
» 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졌다 +4 24.06.21 3,581 65 12쪽
63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5 24.06.20 3,521 67 12쪽
62 사업계획서 +3 24.06.19 3,648 64 13쪽
61 AIE +5 24.06.18 3,753 70 12쪽
60 영업의 섭리 +9 24.06.17 3,796 66 12쪽
59 나비 +5 24.06.16 3,803 69 13쪽
58 더 좋은 전망이 되어줄 겁니다 +4 24.06.15 3,877 70 15쪽
57 고정매출액이 아니라 잠정 산출액입니다 +3 24.06.14 3,952 69 13쪽
56 편견의 불식 +4 24.06.13 4,059 79 12쪽
55 계약전문내용 +3 24.06.12 4,171 77 14쪽
54 살점까지 발라서 +4 24.06.11 4,298 76 15쪽
53 포장마차 +4 24.06.10 4,279 80 12쪽
52 순수한 소감 +3 24.06.08 4,386 76 12쪽
51 성공한 모습으로 +3 24.06.07 4,556 82 12쪽
50 전원 소집한다 +2 24.06.06 4,554 79 13쪽
49 뒤엎어버리죠 +4 24.06.05 4,686 78 12쪽
48 물꼬 (수정) +4 24.06.04 4,858 72 12쪽
47 역전의 용사들이 납셨네 +3 24.06.03 5,044 82 14쪽
46 제일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4 24.06.02 5,091 77 14쪽
45 인생에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2 24.06.01 5,469 82 13쪽
44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4 24.05.31 5,616 84 13쪽
43 너를 위한 한 자리가 비어 있다 +3 24.05.30 5,709 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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