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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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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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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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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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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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 친구들 03

DUMMY


자리에 앉자 서버가 그녀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세레나가 이제 식사 준비를 시작해 달라고 말했다.


그 순간에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그녀는 목소리 마저도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눈빛만큼 차갑지는 않았다. 차분하고 조곤조곤 하지만 온화함도 담긴 말투였다.


물론~ 난 지금 콩깍지가 제대로 씌여서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안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이렇게 금사빠 타입인줄 몰랐다.


세레나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끈질기게 다시 질문을 해 왔다.




“둘이 무슨사이야? 어디서 만났던거야?”




“아.. 저.. 그게..”




내가 어버버 하고 있는 동안에 그녀가 먼저 대답을 했다.




“전에 [경계]갤러리에서 본적이 있어.


속으로 래빗맨 맞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 중에 날 보더니 깜짝이야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라 나도 기억을 하고 있지."




“흠.. 별로 로맨틱한 스토리는 아니네~


난 또 어렸을때 가족모임에서 만난 소꿉놀이 친구고,


꽁냥 꽁냥 나중에 크면 결혼하자 했던 어여쁜 스토리라도 숨어 있는줄 알고 기대 했더니.”




“넌 너무 망상이 과해, 세레나~”




“그때도, 이번에도 죄송합니다.. .. ..”




“아니야~ 별말씀을. 하여튼 만나서 반가워.


난 쿠로사와 이시모토.


친구들은 대부분 그냥 사와라고 불러.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니까 볼때마다 기겁하고 놀랄 필요는 없어.”




[경계] 갤러리에서 만나기 전 휘트니 미술관에서 부터 그녀를 찾아다니고,


그동안 매일같이 틈만나면 첼시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니면서


그녀를 다시 볼수 있을까 돌아다녔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을리 없다.


지금 이런 감정은 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나만의 상황이다.


여기서 너무 오버하거나 이상하게 굴면 첫인상부터 엉망이 될수 있다.


실수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나를 더 경직되게 만들었다.






때마침 스테이크와 매쉬드 포테이토, 아스파라거스, 양송이구이, 크림시금치, 프라이드 어니언 등이 줄 이어 나왔다.


그리고 스테이크도 5개의 부위가 차례로 나왔다.


와인도 중간 중간 바뀌어 가면서 음식과 함께 서빙 되었다.


스테이크를 굉장히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평소 술을 잘 안드시는 가족문화 때문에 와인에 대해서 별로 배운바가 없었다.


가족 식사에도 술이 페어링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늘의 완벽한 식사는 와인 덕분인 것 같았다.


와인을 잘 모르지만 덕분에 음식 맛이 훨씬 끌어올려 지는 것 같았다.


정말 맛있는 스테이크들을 많이 먹어봤지만 와인과의 조화 덕분에 태어나 먹어본 최고의 식사가 되었다.


아니면 그녀와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디저트로 나온 브라우니와 추가로 주문한 하몽과 모듬 치즈만 테이블에 남았다.


그리고 세레나가 페어링 하고 남은 보틀을 옆에 놔달라고 했다.


우리가 편하게 따라 마시겠다고 하고 방을 비워 달라고 했다.


옆에 추가 테이블을 당겨 식탁보를 깔고, 먹다 남은 5병의 와인을 세팅 해두고 나갔다.


식사 도중에는 새로운 음식과 술이 나오고 치워지고 해서 좀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이야기 하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또 다시 제이의 설득이 시작 되려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자기 멋대로 일것 같은 이미지 였지만 의외로 지켜야 할 선을 넘지는 않았다.


제이가 하는 말이 분위기를 깨고 과하다 싶은 상황에서도


와인이나 식사에 대한 컨트롤 이외에 대화의 주제에 대해서는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


식사의 호스트 역할은 확실히 하면서도 오늘의 만남이 나와 제이의 대화라는 것을 알고 행동했다.


품격있고 세련되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제이는 열정이 넘치지만 과유불급을 배우지 못한 순수청년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순수가 향하는 곳도 나름 의미있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두시간 정도의 식사 시간이었지만 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나도 마음을 뺏긴 것이다.


사와에게 마음을 뺏긴 것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말이다.


이 사람들을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해보자!!”




나는 제이의 일장연설을 끊어버리고 이렇게 말했다.




“어??!?”




“해보자고. 다큐멘터리.”




“어? 진짜? 예~~쓰!!!! 그래 잘 생각했어!! 진짜 재밌을거야.”




“그런데 나에대한 다큐 말고 우리에 대한건 어때?”




“어??”




“제이. 니가 말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것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그런데 난 이제 겨우 스타트라인에 서서 아무것도 이룬게 없어.


내가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귀감을 주려면


지금이 아니라 무언가라도 달성한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상징적인 존재라서 관심을 갖는건 아무 의미 없잖아.


그런 상징이 역사를 만들어야 의미가 생기는거 아닌가?


나는 아직 내가 뭘 하게될지 모르겠어.”




“그럼.. 해보자는 건..?”




“그렇다고 뭐 20년 뒤에나 하자는건 아니야.


함께 어울리고 기록도 남기고 브이로그를 올리거나 스트리밍을 하거나 그건 다 좋아.


그런데 지금은 관점이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


나를 위대한 시대정신을 담아낼 존재로 설정하고 다큐를 만드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


내가 뭐라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이미 어떤 카테고리에서 이름이 좀 알려지긴 했지만 그건 내 의도도 아니었고,


내 능력은 더욱이 아니니까.


지금 할수 있는건 어깨에 힘빼고


하이브리드 생명체의 지구생활 적응기? 친구만들기? 이런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너도 편안하게 기록 차원에서 브이로그 형식으로 영상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그 바닥에 나를 영웅으로 만들고 메시지를 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면


제작자의 의도가 편집이나 미장센에 영향을 줄거야.


그리고 단편영화 같은 것도 아니고 장시간 노출되는 브이로그 라면 결국 엉망진창으로 꼬이고 말거야.


그 의도가 현실과 괴리가 생기고 보는 사람들도 그 괴리감이 느껴질거야.


요즘 사람들에게 그런 허구가 먹힐리 없어. 그것부터 바꿔야해.”




그렇게 말이 많던 제이가 조용해 졌다.




“그냥 의도적인 연출 같은 거 없이 너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담아 보는 것 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너무 거창한 목적의식 없이.


그냥 덤덤하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생명체도 인간이라는걸 보여주는 것 부터..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부터..”




마지막 문장은 그녀와 앞으로도 자주 보기 위한 밑밥이었다.


제이와 나의 프로젝트를 여기 앉아있는 4명으로 엮어보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영상을 전공하기로 결심하면서 나도 어떤 프로젝트를 해야하나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제이의 아이디어와 접근방식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제이가 원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지 말자는 말을 접근방식을 바꿔보자는 쪽으로 애둘러 말하는 중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말이 없던 제이는 고개를 끄덕 끄덕 했다.




“컨셉이나 방식은 조율해서 더 다듬어보자.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어쨌거나!! 나랑 프로젝트 같이 한다는 거잖아? 그치??”




제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제이가 아닌 사와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응, 같이 할게!”




눈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보자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브라우니에 포크를 가져갔다.


테이블 건너편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재밌는지 와인잔을 돌리며 세레나가 빙긋 웃는다.




“나~ 이 멤버 너~~~무 맘에 든다!! 우리 자주 보자~~!! 알겠지?


내가 부르면 다 바로 바로 튀어 나오는거야!!”





세레나가 건배를 하자며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다같이 잔을 부딪쳤다.


쨍~ 하고 울리는 와인잔의 소리가 경쾌하다.


그 이후에는 좀 더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려다보니 호구조사 처럼 이런 저런 질문을 하게 됐다.






제이는 나와 같은 2060년생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아직 샌프란시스코에 계시고 두분 다 엔지니어로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데 디테일 한건 잘 모른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 기숙사에 배정받아서 숙소 생활을 한다.


세레나와는 학교에서 교양수업을 듣다가 만났고, 세레나가 먼저 내 노예가 되라고 했다고 한다.


아.. 뭔가 어울린다..





세레나는 2059년생. 어렸을때는 이탈리아에서 살다가 초등학교때 미국으로 왔다고 한다.


어퍼이스트 사이드에 부모님과 함께 생활 중 이라고 한다.


부모님 이야기는 굳이 안하는데 왠지 유럽 어딘가의 귀족집 자제가 아닐까 싶다.





쿠로사와는 2058년생.


서로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그냥 친구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까지 일본에서 다니고 대학진학 때문에 미국으로 왔다고 한다.


부모님은 두분 다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고 한다.


국적도 일본이고 유학생 신분으로 체류중이라고 한다.


미드타운 쪽 스튜디오에서 혼자 생활 중이다.


앗싸.. 하는 속마음이 튀어나올 뻔 했다.


아직 그녀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아닌지도 확인을 못했다.


초면에 그런거 물어 보기엔 좀 아닌것 같아서 그 질문은 하지 않았다.


뭔가 세레나가 나를 보면서 베실베실 웃는게 내가 쿠로사와에게 관심이 있는걸 눈치 챈 모양새다.


에이.. 모르겠다.


난 어차피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인간이라 바보가 아니면 다 알아챌꺼다.






한잔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다.


식당 밖으로 걸어 나오니, 이미 완전히 어둠이 깔렸다.


서로 워치를 툭툭 부딪치며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제이는 술이 약한편인지 상태가 별로였다.


세레나는 술 때문에 업 된건지 원래 늘 이런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쿠로사와는 여전히 무표정에 또렷한 눈빛이라 적어도 취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랜시간 나눠서 마시기는 했지만 한자리에서 와인 5병을 마셨으니 적지 않은 양이다.


나야.. 원래 알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얼마를 마시거나 취기라는 걸 느껴 본적이 없다.





세레나가 어느새 다가와 내 손을 덥석 잡고 조물거리며 말했다.


이 자식.. 뭔가 고양이나 강아지 발바닥 만지는 것 같이 내 손을 만지는 것 같은데..




“레온~ 맛난거 먹고 싶으면 누나한테 연락하고~~~


제이 없이 따로 봐도 되는 거 알지~?




묘한 늬앙스를 남기며 콧소리 섞인 인사말을 했다.


장난치는 건지 아님 원래 이런 캐릭터인 건지 아직 잘모르겠지만


그 말을 하면서 내가 아닌 쿠로사와의 표정을 살피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쿠로사와의 표정이 궁금했지만


내가 보통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뒤통수에 눈이 달려있는건 아니라서 볼수 없었다.





잠시후 리무진이 우리 앞으로 왔다.


세레나가 술 취한 제이를 리무진 안에 우겨 넣었다.




“굿~나이~잇” 하고 둘이 먼저 떠나갔다.




쿠로사와와 둘이 남겨진 나는 괜시리 뻘쭘했다.




“저.. 내가 데려다 줄까?”




“아니, 괜찮아. 우리집. 여기.”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우리가 나온 식당 옆에 옆 건물이었다. 바로 집앞이었다.




“잘가~ 오늘 반가웠어. 또 보자~”




그말을 남기고 그녀는 도어맨이 열어준 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나는 그 문이 닫히고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우리집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 이제 친구가 생긴 건가..?”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다.


오늘은 일기장에 뭐라도 좀 적어놔야 할 것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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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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