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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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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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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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전쟁의 서막 01

DUMMY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우리의 동거, 아니 합숙은 나름 성과가 있었다.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구석에 대한 빈틈을 빠르게 메꿔가기 시작했다.


사와는 생각보다 더 털털한 구석이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옷을 아무데나 벗어 놓고, 집 정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다.


덜렁거리고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콩깍지가 벗겨질 만한 결정적 결격사유는 없었다.


어차피 그런 집안일은 로봇이 해주니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의 동거, 아니 합숙의 단초가 되었던 그녀의 검도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부모님이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상상도 못했던 전개이지만


외할아버지가 일본의 어떤 무술유파의 계승자라고 한다.


그리고 파파라치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쫒아다니는 부모님이 아닌


외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다고 한다.


덕분에 어려서 부터 검도를 배웠고 매일매일 수련하다보니


이제 아침운동을 안하면 몸이 쑤신다고 한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들어올때 어떻게 반입을 한 건지 영화에서나 보던 일본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면 그걸로 훙~ 훙~ 풍압을 일으키며 뒷마당에서 검술을 다진다.


그게 그냥 휘두르는 정도를 넘어서서 다가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줄 정도였다.


[아침시간은 뒷마당 출입금지 - 죽을지도 모름]


외부인이 우리집에 온다면 그 안내문을 꼭 걸어둬야 할 정도이다.


그리고 몇주가 지나자 어디서 구해 온 건지


성인 몸통만한 동그란 도마 같이 생긴 나무판을 몇개 가져왔다.


그리고 그 나무판을 뒷마당 여기저기 걸어뒀다.


그 다음에 검은 천에 쌓인 무언가를 꺼냈다.


그중에 하나가 땅에 떨어지는데 [쩔그렁]하는 묵직한 쇳소리가 났다.




“수.. 수리검..??”



나는 깜짝 놀랐지만 사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 유파가 이런것도 다루는 곳이라서~


오래 쉬면 실력이 녹슬까봐 이것도 틈틈히 연습하려고.”



우리집 뒷마당에서는 쉬쉬쉬쉭 하는 소리가 자주 났다.


장검을 휘두를때도, 수리검이 날아가서 나무판에 꼿힐때도 쉬쉬쉬쉬쉭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무술유파야!!!! 너 닌자지?? 닌자인 것이냐?? 닌자인게야!!’




속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사와는 아침운동의 효과 덕분인지 더 힘차고 밝아졌다.


눈빛은 예전보다도 더 번뜩이게 되었고, 쓸데없는건 물어보지마!! 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아하하하하하. 좋은게 좋은거지.. 그래도 저렇게 사랑스러운 걸..’





뒷마당에서 식사에 쓸 루꼴라와 바질을 뜯고 있는데 머리 위로 쉬쉬쉬쉬쉭 소리가 지나갔다.




“사와!!! 제발!!!! 아침 시간 말고는 진검이나 수리검 연습은 하지 말아줄래!!!!”



“아.. 미안~ 고멘네~~”



그리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알게 된 건, 사와는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말수가 적은 편인줄 알았는데,


일본의 가족과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할때 보니 말수가 적은 편이 절대 아니었다.


알고보니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꼭 필요한 말만 했던 것이었다.


발음이 좋고 어려운 어휘도 잘 써서 영어를 잘 하는줄 알았는데


골전도 이어폰의 AI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간씩 타이밍이 늦고 그러다보니 말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나는 사와와의 소통을 더 깊게 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와의 대화가 예전 대비 훨씬 많아졌다.





세레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요조숙녀 같았다.


내가 요리를 할때면 와서 돕는건 일단 세레나 뿐이었다.


그리고 요리 실력도 꽤 수준급 이었다.


우리 아빠가 요리를 잘 하시는 편이었는데, 그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뭔가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요리의 기원이나 식자재 레시피 등 아는것이 굉장했다.


“그런것도 안먹어봤다고?” 하며


불쌍한 중생들, 이 누나가 또 나서줘야 겠구나.. 하는 태도로 직접 만들어주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그럴때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럼!! 누가 만든건데~~~”라며 겸손이 없어서 스스로의 품위를 좀 까먹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옷을 쇼핑하는 것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정말 아끼고 사랑해서


조금 망가지거나 하면 직접 바느질까지 해서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요즘 나노소재로 만든 옷을 사면 굳이 이렇게 안해도 된다 하면





“이런 근본없는 것들!!! 복식에도 예의가 담기는 거야!!


그렇게 소울 없는 옷에 마음이 담기니? 마음이 없으면 예의도 없는거야!!”


라면서 저녁시간이면 내일 스케줄을 보며 그에 맞는 옷을 어떻게 맞춰 입을지 고민했다.





말투가 좀 톡톡 튀어서 그렇지


대부분의 영역에서 세레나는 매너가 좋고 알아서 잘했다.


뭘 하든 수준급으로 잘했다.


영화 같은데서 나오는 귀족가문의 자녀들이 받는 교양수업 같은 것을 들은 건가?


아니면 그냥 원래 본인의 취향이 그런건가? 모르겠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하는건 아닌데


이건 좀.. 민폐가 될수도 있다.. 싶은건


매일 매일 목욕을 2시간씩 했다.


우리집은 화장실이 층마다 있으니까 괜찮기는 한데


그 두시간동안 그렇게 쉴새 없이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에서나 나올 것 같은 가곡을 부르기도 하고


최신 K POP 아이돌의 노래도 따라 불렀다.


목욕탕 안이라 들여다 볼수는 없지만 왠지 춤도 추고 있을것 같다.


그렇게 2시간여의 작은 콘서트가 매일 매일 열린다.


아.. 쫌..




제이도 24시간 같이 계속 붙어있다보니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스마트 나노렌즈를 촬영때문에 24시간 착용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별로 사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중독자 수준으로 심심하면 스크린을 열고 SNS를 한다.


게임도 하고, 웹툰이나 웹소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하면서 하루종일 IT기기를 달고 산다.


스마트 나노렌즈가 출시되고 나서는 그 사람이 지금 온라인인지 아닌지를 외관으로 확인할수 없어졌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나 회사에서도 스마트폰 보지마세요, 여기는 촬영안되요~ 그런 제한이 사라졌다.


개인이 사용을 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이들도 자유롭게 언제나 온라인 상태이고 사람들의 IT중독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냥 그게 당연한 것처럼 세상이 변해 버렸다.


숨 쉬듯이 당연하게 언제나 온라인 상태로 VR, AR 상황을 전환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제이가 스마트렌즈를 사용중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그런데 같이 생활을 하다보면 말을 걸었을때의 딜레이라던지,


눈동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라던지,


미묘하게 사용중일때 나타나는 반응들이 있다.


그런것으로 스마트렌즈 사용중인지를 알수 있다.





그런데 제이에게 그런 반응을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분명 우리 영상에 대한 편집에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무료 스토리지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무편집 24시간 올 업로드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AI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더라도


현재 우리 채널에 일주일에 4~5개의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그 편집을 언제 하는건지 온라인 상태인걸 본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우리 채널 운영에 대한 것도 그렇고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면 바로 바로 자료를 준다.


검색이나 질문에 답을 해주는 AI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 퀄리티로 다듬어진 자료들이다.


딱 봐도 제이가 직접 만든 것 같은데,


다양한 분야의 이 자료들은 언제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제이는 쉬는 시간이면 낮잠을 많이 잤다.


무슨 신생아냐고..


하루에 1~ 2번 정도 낮잠을 안 자면 자기는 두통이 온다면서


스케줄러에 하루의 일정을 잡을때도 일부러 점심식사 후에 낮잠 시간을 정해둔다.


우리랑 같이 놀다가도 자긴 머리가 좀 아프다며 낮잠 자고 온다고


카페에 구석 자리에서 엎드려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낮잠을 잔다.


참 다들 특이한 녀석들이다.


이런 멤버가 같이 한집에 살고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한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 없이 친밀도를 더 해갔다.


우리의 SNS채널은 체계를 다듬고 팬 층이 두터워 졌다.


우리의 친밀도가 올라가며 우리의 티키타카도 더 재미있어졌다.


우리의 삶도 재미있어졌고, 그걸 보는 구독자들도 그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구독자는 더 빠르게 증가해서 6개월이 넘어갈 무렵 1400만명에 달했다.


원래 팬이 많던 배우나 가수가 새로 채널을 열었을 때와 비슷한 속도였다.


우리가 함께 하는 영상들 뿐만 아니라


부록적 성격의 개인 영상들도 인기를 얻었다.






개인 채널은 세레나가 가장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쇼핑과 뷰티 관련 영상들은 정말 많은 관심을 얻었다.


제이는 평소에 관심이 많던 테크와 관련된 설명과 소개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것도 많은 추가 구독자를 끌어들였다.


사와와 함께 하는 힐링 영상은 불멍, 물멍, 수족관 등에서 촬영한 정적인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사와의 표정이 함께 나온다. 그게 끝이다.


그 영상은 조회수는 다른 멤버들의 영상보다는 적은데,


무려 4시간 ~ 6시간씩 되는 영상을 다보는 구독자가 많은 것 같았다.


채널 통계를 보면 사와의 영상이 체류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아마도 BGM처럼 그냥 틀어 놓는 구독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개인채널에서 사회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라이브를 했다.


예를들어 최근 전염병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면,


현대인들은 왜 그런것을 좋아할까요?


어떤 심리가 그들의 내면이 공포를 건드린 걸까요?


같이 생각해 보자며 이런 저런 전문가들의 의견도 찾아보고


라이브 방송중에 올라온 댓글을 보며 토론도 해보고 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나라는 인간이 워낙 철학적인 사고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고


딱히 어떤 개인 방송 테마를 잡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주제의 선택은 별로 좋은 판단은 아니었던것 같다.






우리 채널을 개편하기 전에 관심도는 압도적으로 나에게 쏠려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친구들의 개인방송에 비해서 꼴찌이다.


모든 것은 노잼 방송을 한 내 탓이다.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뭔가 방송을 통해서


[나도 당신들과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의견에 동조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기를 기대한게 아니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이렇게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부분에서는 전략이 통한것도 같다.


나를 하이브리드 생명체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봐주기를 원했던 나의 바램대로


나의 인지도도 점점 평범해지고 있었다.


조회수.. 어쩔..





역시 재미를 놓쳐서는 안되는 거였나..


댓글이 부정적이고 욕도 많아졌다.


[너 따위가 뭘 안다고 떠드냐?]


[고상한 척 하지마라]


[노잼]


[틀딱 토끼]


[인간도 아닌 주제에 인간인척 하지마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이런 댓글들이 많아지면서 불쾌함을 넘어 겁이 나기도 했다.





소통을하고 인지도를 올린다는 것은 정말 양날의 검이다.


영향력과 수입까지도 얻을 수 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수많은 요인을 낳는다.


순식간의 우리의 채널이 1400만명의 구독자를 모으고 점점 잘되고 있지만,


나는 100만명의 안티를 양성한 것 같다.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해야겠다.


나도 내 개인 방송에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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