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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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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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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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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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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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 전쟁의 서막 02

DUMMY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평소에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가 그사람을 결정한다.


아무리 페르소나를 갈아 끼우고 다른 역할을 해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나는 태어나서 평생을 나는 뭐지? 를 고민하며 살아왔다.


내가 노잼 진지충이 된 이유는 내가 그런 생각으로 가득찬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려서는 애니메이션에 빠지고, 청소년기에는 아이돌에 빠지고,


친구도 많고. 연애도 많이하고 즐거운 취미들로 가득한 풍성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일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아직 그 답을 주지 않았다며 나를 다그쳤다.


[나라는 존재는 뭐지?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이 질문에 답을 달라고 나를 괴롭혔다.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다들 어느정도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을까?


그때 다들 본인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꿈을 꾸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가는 중에 경험을 통해 갈림길을 만나면 또 한번 고민해 보겠지.


갈림길이 올때마다 자아를 업데이트하고 또 앞으로 나아 가겠지.


다들 그렇게 살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능 했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고여있어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뱅글뱅글


[나는 뭐지? 나는 뭐지? 나는 뭐지? 나는 뭐지? 나는 뭐지? 나는.. .. ] 그렇게 돌고 만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나의 머리는


나의 행동도.. 나의 말도.. 재미없고, 진지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개인 채널에서도 자꾸 진지한 이야기만 하게된다.


나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가볍고, 재미있게, 즐겁고, 유쾌하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굳이 볼 필요가 없다.


굳이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서 스트레스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계속 나의 생각과 말이 그쪽으로 흐른다.


아.. 나는 방송하면 안되는 사람인가..


차라리 사와처럼 말 없이 멍때리는 거나 했어야 하는 건가?


딱히 나에게 맞을 것 같은 기획이 떠오르지 않는다.






삶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내 행동은 마음을 향해 나 있는 투명한 유리창문과 같다.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여진다.


내 생각이 결국엔 행동에 담기게 된다.


달에서 올려다보는 리얼블랙의 하늘처럼 나의 마음은 검은색이다.


내 행동도 결국 검은색으로 물든다.


칠흑같은 눈동자를 가진 사와도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빛나는 노란색이다.


세레나를 보면 그윽한 인디고 블루가,


제이를 보면 반짝이는 은색빛이 비친다.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매력이 팬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다.


나를 보고 있으면 우울하고 슬퍼지지 않을까?


나에게서 비치는 검은색을 보고 있으면 말이다.





나는 청소년기에 넘어 섰어야 할 단계를 올라서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본디 색깔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고유의 색을 가지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들이 저렇게 빛날수 있고 나는 그리 못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나의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 것 때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중2병은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자아를 형성하기 전에


주변을 탐색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들을 흉내내기 시작한다.


저 사람이 멋 있으니 나도 저렇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 멋있다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영화나 만화 아니면 주변인물이다.


그 캐릭터들은 단편적이고 1차원적인 경우가 많다.


극중에서는 짧은 시간적 구성으로 잘라 보았을 때 멋있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입체적인 상황이되면 그 캐릭터는 유치해 보일수 있다.


중2에 우리들은 그런 것들을 흉내내보고 깨닫는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걸치면 우스꽝스러울 뿐이라는 것을.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으려면 나의 체형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자아를 만들어 간다.


그게 멋진 모양일수도 있고, 별로일수도 있다.


하지만 점점 나의 몸에 맞게 다듬어진다.


결국에는 재단하여 꼭 맞게 만든 맞춤 슈트처럼 자아를 다듬은 사람은


누가 봐도 멋진 캐릭터가 된다.


입체적이고 360도를 돌려보듯이 어느 시점에서 봐도 멋지다.


그 과정으로 나아가는 길에 본인의 고유한 색깔도 드러나게 된다.


처음에는 노란빛을 띄다가 노년이 되며 황금처럼 빛 나기도 한다.


짙은 파랑색이 세월과 함께 힘을 점점 빼더니 평온한 하늘색이 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 나의 자아에 어떤 색을 칠해볼지 결정하지 못했다.


중2병을 앓고나야 나에게 어울리는 옷과 색을 찾을 수 있는데,


아직 그병을 앓지 않았다.


혹시나.. 그 병은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어른은 안걸리는 병이면 어떻게 하지?


아니면.. 나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달라서..


영원히 중2병이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나는 영원히 자아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늘 아무것도 없는 우주처럼 공허하게 블랙이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나면서 덜컥 겁이 났다.






우리 채널은 전체적으로 계속 성장하며 조회수도 잘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나를 향한 안티들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았다.


내가 영상으로 다룬 사회이슈들이 다른 커뮤니티에 좌표가 찍힌 것 같다.


어떤 이슈 이건 찬 반 세력이 존재한다.


내가 그 찬반 중에 하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 나머지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내 영상은 빠르게 퍼다날라지고 돌격대가 처들어 온다.


각종 인신공격이 쏟아져 들어온다.


신경쓰지 말자고 다짐하고서도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처음에는 화가나다가 그 숫자가 너무 많아지자 겁이나기 시작했다.


달에서 처음 지구에 올때 했던 걱정들이 다시 살아났다.


협박성 댓글들은 그냥 말이 그렇다는거지 정말로 나를 향해 칼날을 들이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숫자가 많아지면 그중에 진짜 미친놈도 있을지 모른다.






상황이 좀 심각해지자 친구들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회의를 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단 내 개인 챕터는 다른 기획이 생길때 까지 멈추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올린 영상들고 댓글만 닫을지, 아니면 영상 자체를 지울지를 고민했다.


우리가 만나서 늘 즐겁고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이야기만 해 왔었는데,


첫번째 시련이 다가오자 다들 어쩔줄을 몰랐다.


우린 노련한 전문가들이 아니라 운좋게 성장한 대학생들에 불과했다.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괜히 나는 위축되어 외출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내 개인 챕터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 함께 하는 영상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 고모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웬일인지 사와가 함께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고모와 약속을 잡고 간만에 [경계]갤러리를 향해 걸었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와와 함께 거리를 걷는데 둘다 딱히 할말을 찾지 못해 아무말이 없었다.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는 우리의 프로젝트 때문에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 모든일이 내 탓인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갑자기 아무일 없다는 듯이 농담을 하기도 뭐하고..


말 그대로, 할말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슥~ 하고 사와가 내 손을 잡았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 손을 잡고 걸었다.


이내 사와는 손 잡은 모양을 바꿔 깍지를 끼고 더 꼭 잡았다.


고개를 돌려 사와를 봤다.


그냥 덤덤한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지만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어떤 응원의 말도 이만큼 힘이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옆에 있어 줄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매일 매일 무거운 일본도를 휘두른 덕분인지 그녀의 손은 여기저기 딱딱한 굳은살이 있었다.


인형과 같은 외모와 달리 투박하고 거친 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태어나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따듯함과 부드러움 이었다.


어렸을때 처음 입안에 푸딩을 넣었을때가 떠올랐다.


맛이 아닌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부드러움이라는 단어에 첫 번째로 연결된 연상은 밀크푸딩 이었다.


지금 이순간 내 뇌에 각인된 부드러움의 연상은 사와의 손으로 변경되었다.


이 굳은살 투성이의 사와의 손이 나의 사전에서는 부드러움의 정의이다.





나에게도 정말로 친구가 생겼구나.


나에게도 정말로 사랑이 찾아왔구나.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 생겼구나.


최근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했다.


슬프고 우울하고 좌절했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과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이 문제가 내 모든것을 집어 삼킨것 같았다.


학교 수업도, 즐거웠던 일상도, 추진하던 프로젝트도 제대로 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문제도 지금 이순간 아주 작아졌다.


사와가 해준 그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옆에 있어 줄게]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생겨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이겨낼수 있다.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살아가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계속 반복 될 것이다 .


겨울은 지금 뿐 아니라 또 찾아올 것이다 .


그리고 그때마다 힘들겠지.


어떻게 이겨낼지 모르겠고, 걱정에 사로잡히겠지.


그 모든 문제의 솔루션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솔루션이 없고 그대로 실패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기쁜일이 생기고 슬픈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나눌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그걸로 된것일지도 모른다.


상처가 나고 흉터가 남아도 된다.


약을 발라주고 치료를 해줄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다.


[많이 아팠구나.. 내가 곁에 있어줄게.]


하고 말해줄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게 인생이 아닐까?


그게 인간의 삶이 아닐까?


그게 AI나 다른 생명체들과 인간이 다른 부분이 아닐까?


나는 사와의 손을 꼭 잡고 있으니 정말 인간이 된것 같았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지탱해준다.


설령 프로젝트가 무너지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무슨일이 생겨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친구들이 있어서, 사와가 있어서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도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았다.


[경계]를 향해 걸어가는 십여분만에 최근 몇 주간 끙끙 앓던 마음이 다 나았다.


하지만 마음이 나았다고 이 상황을 방치할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상황의 해결책을 찾아보자.


고모라면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경계]로 들어서서 리셉션의 제니 누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엘리베이터로 가서 고모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7층 건물의 가장 높은 곳이었다.


고모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그리고 그때까지 꼭 잡고있던 우리의 깍지손을 보고 한번 더 미소를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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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P - 전쟁의 서막 05 24.06.11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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