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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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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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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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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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 전쟁의 서막 03

DUMMY


고모에게 현재에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고모는 많은 질문을 하지는 않고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조카가 데리고 온 여자아이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으셨다.


한참을 그렇게 듣고만 있었다.




“레온, 그래서 너희들 같이 이야기는 해봤니?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정해진 것이 있니?




“아니요.. 아직 정한건 없어요.


일단 제가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꼭지는 그만하기로 했어요.


너무 댓글들이 일방적으로 안좋아서..”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수도 있겠지만,


고모가 [경계]를 운영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줄게.


레온 너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계]는 대중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틀을 깨부수는 일을 한단다.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지.


기존에 대중들이 가지고 있던 인식의 틀은 생각보다 견고해.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단다.


마네가 [풀밭위의 점심식사]라는 작품을 공개 했을 때,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어.


비평가들과 대중이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지.


당시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을 비꼬고 세상을 풍자한 그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그림은 미술사에 중요한 챕터를 차지해.


인상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까.


그 직전에 미술계는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가 주류 였으니까.


그들에게 인상파의 그림은 작가가 자기 멋대로 그린 그림이었어.


색도, 빛도 원근법도 신체비율도.. 모두 작가가 주관적인 감각을 강조한 인상파 화풍을 보고


기본도 모르는 엉망인 그림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인상파 화가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그림을 그린게 아니야.


그들은 인간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본 거야.


인간은 기계처럼 수치로 재단하고 정확히 세상을 그려내는 복사기가 아니라


그 순간 순간의 작가의 심정과 감각이 속삭이는대로


세상을 왜곡해서 받아 들일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왜곡하여 받아들인 그 세상이 그 사람에게는 진짜 세상이라는 것.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거야.


마네는 자기 그림이 논란이 될 걸 알고 있었어.


아니 어쩌면 일부러 미술계에 물의를 일으킨거지.


그렇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귀기울여주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던진거야.


그 메시지는 조롱과 비웃음과 욕으로 되돌아오지.


거대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내 잠잠해 지는 것처럼


세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한것처럼 보여.


하지만 세상은 그 메시지를 들었고, 결국에는 깨달았어.


맞아.. 인간은.. 사실 그런 존재였지.


우리가 보는 세상도 사진처럼 깔끔한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에 따라 일그러진 그런 세상이지.


우리의 세상은 이쪽이 더 닮아 있는 건지도 몰라라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해.


그 이후로 등장한 다양한 미술사조들도 대부분 비슷한 패턴이야.


일부러 물의를 일으킬 정도의 스캔들을 만들어.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만들어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람이 설득 되지는 않아도 일부의 사람들은 그 의견에 동의해.


그렇게 사람들의 지평이 넓어지고, 활동반경은 점점 넓어지지.


꼭 미술 뿐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그런것 같아.


어그로를 끌고, 노이즈마케팅을 하는 것의 시초는 미술계 일거야.


물론 그런 일을 벌이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고 전달할 메시지를 다듬어야겠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을 같이 해보고


그에 대한 답을 던져야 하는거야.


아무거나 그냥 난장판을 만들어서 어그로를 끄는건 의미가 없지.”




고모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 뒷편에 걸려있는 그림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하던 라파엘로가 그린 명작중에 [사탄을 물리치는 성 미카엘]이라는 작품이 있어.


대천사 미카엘이 발로 악마를 밟고 서 있는 그림이야.


이 작품은 경계의 초창기 발굴 작가의 작품인데 그 라파엘로의 그림을 패러디 한거야.


작품 이름도 [사탄을 물리치는 성 미카엘]로 똑같아.


하지만 밟고 서 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성인들이야.


각 종교의 아이콘이자 처음과 끝인 존재들이지.


감히 욕되게 해서는 안되는 존재들.


성 미카엘의 자리에는 스티븐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서있어.


이 작가는 어느쪽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세상 모두에게 욕을 먹었지.


특별히 종교계에서 언급을 한건 아니었지만 수많은 신도들이 살해협박도 많이 했고,


작가가 우상으로 세워 영웅으로 묘사한 스티븐 잡스의 팬들도 그를 욕했어.


어그로 끌려고 이상한 곳에 고인을 이용했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 작품은 엄청나게 화제가 되고 퍼져나갔지.


각종 SNS에서 밈으로 이용되고, 게임이나 웹툰이나 많은 2차저작물에서 패러디의 패러디도 계속 등장했지.


이 작가는 이 작품 하나로 끝난게 아니라 꾸준히 메시지를 던졌어.


종교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뇌하고 발목에 족쇠를 채우는 집단이라고.


특정한 어느 종교를 공격한게 아니라 [종교]라는 것 자체를 계속 공격했어.


그리고 지금 30년 정도가 지났는데,


재미있는건 당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비율이 30년전에 80%였는데, 지금은 55% 정도라는 거야.


물론 이 작품이 사람들을 종교에서 멀어지게 했다는 말이 아니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을 정의하던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고 있던 것을 꽤뚫어 본 거야.


그 작가의 메시지가 대중들의 마음속에 있던 인식의 변화의 불씨에 바람을 훅 불어 넣은거지.


그렇게 작은 불똥이 활활 타오르게 되는 역할을 했을지도.


그런것처럼 사람들은 이미 어느정도 다 느끼고 있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틀이 더이상 현실세계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살이쪄서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어.


그 타이밍에 명분과 빌미를 던져주는 사람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거야.


지금 이 그림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Top10에 들어간단다.”





고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셨다.




“레온, 너는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고모.. .. .. 전.. 저는.. .. .. 모르겠어요.. ..”




“몇명의 사람이 너에게 돌을 던진다면 그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 일지도 몰라.


하지만 수백만 수천만명이 너에게 돌을 던진다면


네가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는 걸지도 몰라. 레온.


네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어.”




“저를요? 하이브리드 말이에요?”




“아니, 너를 두려워 하는게 아니란다.


인간은 분명히 지금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야.


우리는 아직 어떻게 생긴 미래로 넘어가게 될지 잘 몰라.


사람들은 그게 두려운거야.


그런데 네가 나타나서 그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거야.


현재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꼬집기 시작한거야.


인간과 다른 존재가


더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더 인간처럼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너는 미래이고 자신들은 과거에 남겨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


뾰족하게 이거다 라는게 아니라


막연하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세상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트리거를 당겨버린 것 같아.”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택은 네 몫이지만,


고모는 네가 계속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구나.


네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너는 그 사람들의 경계를 넘어간거야.


사람들의 인식을 찢어버릴 존재.


그게 악당인지 메시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결과가 긍정일지 부정일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가 될 건 확실해.


여기서 그냥 도망치고 숨어버리면 편하겠지.


하지만 네가 갈길은 가시밭 길이 맞을 것 같구나.”




“.. .. ..”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태풍이 오는데 도망칠까? 아니면 웅크리고 숨어있을까?


나는 그 두가지 옵션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기위해 고모를 찾았다.


고모는 새로운 선택지를 주셨다.


태풍이 오는 그 사이를 뚫고 전진 하라는 것이었다.


두려웠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얽혀있다.


나를 향한 비난이 언제든 이들에게 칼날을 돌릴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더 망설여 졌다.


이런 나의 생각을 알아채신건지,


이번에는 고모가 사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사와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쿠로사와라고 했지?


레온이 힘들때 옆에 있어줘서 정말로 고맙구나.


네가 옆에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될거야.”




이 두사람을 한 프레임 안에서 보게 될줄은 몰랐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같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닮은것은 전혀 아니지만, 묘하게 둘의 포스라고 해야하나..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와는 고모에게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레온은 잘 할수 있을거에요.”



흠.. 나는 나를 모르겠는데..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내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 무거운 어깨가 티타늄 갑옷이라도 두른것 처럼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모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클클무 하우스로 걸어오는 길에 생각이 더 많아졌다.


[경계]갤러리를 나오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번 잡은 이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가 우정에서 사랑으로 나아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아준건 그냥 위로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모호한 상황을 위로가 아닌 진전으로 픽스하고 싶었다.


그녀도 다시한번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두가지 옵션중에 하나를 선택하려 고모에게 상담을 하러갔는데,


하나의 옵션이 더 생겼다.


머리가 더 복잡해 졌다.





“쿠로사와, 네가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것 같아?”




사와는 잠시 생각하더니 덤덤하게 대답했다.




“앞에 장애물이 있다면 단숨에 베어버려야지.”




비장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하는 사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런 모습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일 이었으면 나도 망설이지 않고 정면돌파 했을 것 같아.


그런데 이 채널은 너희와 함께 하는 채널이고..


내 안티들이 더 늘어나면 너희들에게 피해를 줄것 같기도 해서.. 그게 걱정이야.”




“레온, 네 말대로 이건 네 채널이 아니라 우리 채널이잖아.


네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이야.


네 앞에 나타난 장애물도 나를 막는것과 같다.


베어버린다!!”




그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것이 내 책임도 아니고, 모든일을 예측할수도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생길것이다.


그때마다 도망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풀어내고, 또 전진하고, 또 새로운 문제가 찾아오면 해결해야 한다.


두려움에 지지 말자.


그렇게 망설이다가는 다시 달 연구소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을 다잡았다.




“베어버린다!!!!” 내가 기합을 넣으며 큰 소리로 사와의 말을 따라했다.



“베어버리자!!!!” 사와가 내 말을 따라 한번 더 외친다.



“베어버리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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