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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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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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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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전쟁의 서막 07

DUMMY

우리는 일단 맨해튼의 클클무 하우스로 출발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우리가 묵은 스위트룸에서도 잘 보였지만 가까이 가서 둘러봤다.


산책로도 예쁘게 잘 되어 있고, 20여분 정도 걸리는 유람선도 탔다.


우비를 입고 폭포 바로 앞까지 가서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들을 얼굴에 맞았다.


그 엄청난 소리와 압도적인 스케일이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간단히 관광모드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고 점점 더 심각해 지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고즈넉한 클클무 하우스 입구에 온통 스프레이로 욕설이 써 있었다.


대부분 나에 대한 혐오발언 들이었다.


[지구를 떠나라 잡종!]


[존재 자체가 역겹다]


[인간인척 하지마! 더 무섭다!]


이런 글귀들이 노랑 빨강 다양한 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예전에 피켓시위에서 비슷한 문구들을 본적이 있었지만 지금과는 달랐다.


여기는 집이다.


절대로 안전하다고 느껴져야 할 집이 공격을 받았다.


지금 내 안에 드는 감정이 두려움인지 분노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사와가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 집 안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세레나는 가사 로봇들을 불러서 빨리 이것들 지우라고 시켰다.


제이는 범인을 찾아보겠다며 주변의 CCTV위치를 조사하러 나갔다.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던 날도 그랬는데..


멍하고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별거아니다.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다.’




속으로 되뇌어 보지만 진정이 잘 되지 않는다.


그때 거의 따귀에 가까운 강도로 사와가 내 양쪽 볼을 짝 소리나게 잡았다.


깜짝 놀랐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레온!! 이제 시작이야!! 이런걸로 멘탈 흔들리지마!!”



그렇다.


이건 단순하게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로 의도적인 공격이고 테러일 수 있다.


그들이 정확히 누구고,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런 공격에 무너지면 그들의 의도대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후 세레나가 소리치며 들어왔다.




“얘들아!! 이것 좀 봐!!”




SNS에 급등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방금 우리가 클클무 하우스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고


집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각도를 보니 클클무 하우스 조금 위쪽에 드론이 촬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군가가 도촬을 하며 우리의 반응을 찍고 유포했다.


아마도 이 낙서를 하고 장난질을 한 그놈일 것이다.


그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댓글에는 불쌍하다는 반응과, 쌤통 이라는 반응, 그냥 재밌거리로 보는 반응들이 달렸다.





몇시간이 지나자 그 영상을 이용해서 다양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생명체, 혐오 단체의 표적이 되다]


[래빗맨, 지구 생활 실패하나?]


[울지마, 래빗맨]


대부분의 기사들은 나를 동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혐오범죄는 용납받을 수 없는 행위다.


인종, 성별, 종 차별 뭐든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들이었다.


이 테러를 시작한 자들의 목적이 어떤 것 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나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평소에 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다시 응집하기 시작했다.


몇달 전에 나의 인권부여 판결이 나온 이후에


다소 잠잠 해졌던 나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렉카 채널을 운영하는 ㅁ튜버들이 잽싸게 이슈를 물고


클클무 하우스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들까지 파내기 시작했다.


클클무 하우스의 가격 이라던가,


할아버지의 자산규모에 대한 추측성 영상.


나의 대학 입학 과정에 대한 의혹.


이런 영상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얼마 후 모자이크를 한 인터뷰가 올라왔는데


본인이 전직 프로 선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종목은 자기가 누군지 알수 있어서 못 밝힌다고 했다.


몇년전에 달 연구소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래빗맨에게 운동을 가르쳤다고 했다.


래빗맨은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본것만해도 5미터 이상의 점프를 하고,


공을 세게 던지면 터질 정도의 힘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비밀유지 계약으로 말을 못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래빗맨에게 속고 있는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영상에 [별 헛소리까지 나오는군.. ]하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


하지만 조만간 역시 그럴줄 알았다며


[래빗맨은 괴물이다. 인간이 아니다. 우리와 다르다.]


의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타이밍에? 이런 영상이? 이것도 미리 준비 한건가?’





어디까지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고


어디서부터 댓글부대의 공격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여론전을 점점 뜨겁게 만들며


[하이브리드 생명체는 정말 인간인가?] 하는 쟁점을 부각시켰다.


정말 빠른 속도로 나를 다시 이슈로 만들었다.


이건 정말 언론에 대해서 빠삭한 프로가 작정하고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뭔가를 대응할 여지도 없이 정말 빠른 속도로 일이 커져갔다.





모든 영상이 그 집단에서 기획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대부분 하나의 맥락이 있다.


레온 비트만과 일반 사람들의 괴리감을 만들기 위한 것 같았다


세계최고 갑부의 손자. 맨해튼의 단독주택.


서민들은 이런 내용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것이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유전적으로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본인과 같은것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다르다는 것은 싫어하거나 공격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늘 나와 다른 것을 공격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국가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물어 뜯는다.


상대방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나를 지키기 위한것 이라는 명분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내가 속한 사회가 나를 정의한다.


사회생활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 생존할수 없다.


생존하더라도 주도권을 쥔 자에에게 나의 생사여탈권이 넘어간다.


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이 주도권을 가지고있어야 안전이 보장된다.


정치를 하고, 전쟁을 하고


나와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한 인간의 본능 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 대한 여론전은 나 자체를 공격하지 않는다.


나의 도덕성이나 문제점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하나.


[레온 비트만은 보통의 인간과 다르다.]


나의 다름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나는 인간 세상에 속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인간의 경계선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도,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버둥거리고 있다.





제이가 모니터에 정리한 자료들을 띄우며 나를 불렀다.


우리는 1층의 거실로 모여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CCTV를 돌려봤어.”


자료를 정석대로 구한 것인지 해킹 한 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굳이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제이가 영상을 보여주었다.


우리 집 앞에 낙서를 하고 간 녀석들은 검정색 벤에서 내려서 순식간에 스프레이로 글씨를 쓰고 사라졌다.


모두다 검정색 후드를 뒤집어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차가 집 앞에 멈춰서서 낙서를 하고 다시 탈 때까지 1분도 걸리지 않은것 같다.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흡사 군인들이 작전을 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사와가 말했다.



“[클라우드 헤븐]에 있는 AI가 로봇 같은 것을 이용해서 저렇게 움직일수도 있나?”



“아니, 한번 전뇌화 한 AI를 다시 로봇이나 클론에 다운로드 할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어.


저 녀석들은 댓글부대와 별도의 조직이거나,


아니면 협력하는 집단 일거야.


영상만 봐서는 로봇인지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어.”제이가 답했다.




“이슈가 확산되는 속도나 언론에서 받아쓰고 퍼지는게 심상치가 않아.


뭔가 전문적으로 언론을 다룰수 있는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세레나가 말했다.




“하아.. 화살이 나한테 쏟아지는 건 상관없는데.. 너희들에게 까지 확산될까 걱정이야.”




“그런건 신경쓰지마. 어차피 우린 한배를 탄거야.” 사와가 주눅이 든 나를 위로했다.




“레온, 영상을 올리자고 한건 나야.


책임이 있다면 나한테 있어.


네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니야.


이런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고 준비를 못한 내가 잘못한거야.”





제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것이 내 탓인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때 세레나가 다시 화제를 전환했다.




“책임이 있다면 모두 이 대장에게 있단다!


다들 자책하고 그럴 것 없어.


우리 그런 소리는 집어치우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하자.


니 탓, 내 탓 따져봐야 뭐하니?”




“맞아. 저 놈들이 누군지,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아내는게 급선무야.”




또 다시 가로막혀 있던 그자리에 도달했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매번 이 자리에서 멈추는 것 같다.


우리는 또 할말을 잃었고 정적이 흘렀다.


그때 제이가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번쩍 뜨면서 무언가를 결심 한듯이 말했다.



“나, 집에 좀 다녀올게!”



“집? 기숙사 뺀거 아니었어?”



“아니, 부모님 집.”



“샌프란시스코에 간다고?”



“어, 정확히 샌프란은 아니고 그 옆에 팰로앨토지만.. 며칠 걸릴거야.”



“이 시점에 갑자기?? 너 설마 혼자 이상한 짓 시도하려는 건 아니지?”



세레나가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다는 듯이 제이를 노려봤다.


제이는 뜨끔하고 놀랐지만 체념한듯이 말했다.



“어쩔수 없잖아.. 지금은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고..”



“너희들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위험한 짓 하려는 거면 하지마!!


그리고 좀 알아듣게 설명해줄래?”



내가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했지만 제이도 세레나도 말이 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했다.



“뭔데.. 뭐냐고?


부모님 댁에 왜 가려는 건데? 이야기좀 해줘.”



내가 계속 다그치자 제이가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


부모님 회사에 있는 장비를 이용하면 [클라우드 헤븐]을 해킹할수 있을지도 몰라.”



“너!! 그게 얼마나 위험한 줄 알면서!!”세레나가 제이의 말에 화를 냈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할수는 없잖아.


세레나 이건 그냥 단순한 우리 ㅁ튜브 채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그게 시작 된거야!”



‘그거? 뭐가 시작되었다는 거지? 제이랑 세레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둘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세레나의 표정이 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 된거라고? 벌써?”



“난 그렇게 봐. 시작됐어. 곧 너에게도 보일거야.”



둘이 알아 들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노려봤다.


나랑 사와는 둘의 분위기에 눌려 아무말도 없이 상황에 대한 눈치를 봤다.




“그럼 나도 같이 가! 아니 다 같이 움직여야 해!”





‘어?? 다 같이 샌프란에 가자는거야?? 아니.. 누가 좀 설명 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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