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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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맨
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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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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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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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동물의 숲, 마법도서관 03

DUMMY


“자네 거주지는 어느 세계인가?


이정도로 마법에 대해 무지한 걸 보면 [판타지 월드]는 아닌것 같고,


[클라우드 헤븐]? 아니면 [동물의 숲]의 거주자인가?”




세레나는 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주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말을 맞춰 두었어야 한다.


생각할 수록 우리는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나는 열심히 통밥을 굴리며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고자 했다.


그때 제이가 먼저 나서서 대신 대답을 했다.




“저희는 [클라우드 헤븐]에 살아요.


[동물의 숲]에 친구들끼리 배낭여행을 왔어요.


환영산에 가기위해 티켓을 모으기 시작했고요.


이 친구는 제 여자친구인데, [판타지 월드]는 커녕 판타지 게임 한번 해 본적이 없어요.”



세레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마녀 아주머니는 세레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까딱 하고 앞에 있던 연못쪽으로 걸어갔다.


세레나는 그 뒤를 따랐고, 우리는 세레나를 따라 갔다.


마녀 아주머니는 지팡이를 들고 연못을 향해 손짓을 했다.


잔잔했던 연못이 그 손짓을 따라 춤추듯이 출렁 거렸다.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니고 어떤 물리적 자극이 없었는데도


물은 마녀 아주머니의 말을 알아 듣는 것 처럼 춤추듯이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세레나에게 말했다.



“자! 이런 느낌으로 저 위에 떠 있는 태양을 향해 손짓을 해 보겠니?


수영장에서 물놀이 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아니면 바람을 흔든다는 느낌으로..”



세레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한발 앞으로 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리려다가 멈춰서 다시 마녀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동물의 숲]에서는 마법을 쓸수 없는것 아니었어요?”




“누가 지금 이곳이 [동물의 숲] 이라고 했니?”




“네??”




“아까 마법 모자가 작동하는걸 보지 않았니?


여기는 이미 던전 안으로 들어온 것 이란다.


그러니까 마법의 힘이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이지.”




“여기가 던전 안 이라고요?”




“호호호, 아까 차원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한거니?


이곳은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 공간이란다.


안된다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요리할때 믹싱 보울에서 반죽을 저어줄때를 생각해봐.”



세레나는 마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태양이 있는 곳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다가 이내는 눈을 감고 집중을 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집중해서 무언가 해보려는 것 같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안되는데요.. 아무것도..”




“아차~ 이걸 들고 해보지 않으련? 이걸 준다는 걸 깜빡 했구나.”




마녀 아주머니는 푸른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돌맹이를 세레나의 왼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자신이 들고 있던 짧은 지팡이를 쥐어주었다.


세레나는 태양 방향으로 다시 손을 들어올리고


하늘을 노려 보며 지팡이를 쥔 손을 좌우로 천천히 저었다.


십여초가 지났고, 세레나는 진지하게 집중을 이어갔다.


그때 하늘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은 부분이었지만 하늘이 작은 네모네모 조각으로 쪼개져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된 화소가 낮은 빈티지 모니터처럼 픽셀 조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냥 창문으로 밖을 보다가 모기장이 쳐 있는 창문으로 밖을 보는 것 같았다.


눈이 침침한것 같고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중에 몇몇 픽셀들이 꺼져서 검은 네모들이 나타났다.


그 검은 네모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천천히 휘젓는 세레나의 손짓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눈이 이상한것 같아서 눈을 부비고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여전히 불빛이 꺼진 작은 네모들이 꾸물거리며 춤추고 있었다.




잠시 후, 세레나는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어지러운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고개를 살살 저었다.


세레나가 손을 내림과 동시에 하늘에 있던 작은 검은 구멍이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름다운 하늘로 돌아와 있었다.


세레나의 능력은 빛의 특질이라고 했지만 어둠을 만들어 낼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문득 우리가 있는 곳이 가상세계라는 인식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호호호호호호, 이거 이거 아주 재미있구나.


내가 이 바닥에 고인물이라 볼것 못볼것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빛의 특질이라니.. 시간 일족이라니..


거기에다가 아무것도 배운것이 없는데 이정도 재능까지..


아주 흥미롭군, 아주 재미있어!!”




주인장 마녀 아주머니는 세레나를 보면서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아이처럼 좋아했다.




“자네, 나에게 마법 수업을 좀 받아보지 않겠나?


이건 재능이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야.


몇년만 수련하고 실전경험을 쌓으면 분명 대마법사가 될수 있을거야.”




“하지만, 저희는 시간이 없어요.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고 환영산으로 가야해서.. 하하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세레나도 마법에 약간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주인장 마녀 아주머니의 급발진에 당황하며 슬쩍 꼬리를 말았다.




“아니, 대마법사는 따놓은 당상이라니까?


자네가 [판타지 월드]에 가면 손꼽히는 권력자가 될수 있고,


다른 게임에서 활약을 하더라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수 있을걸세!


AI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도 들어갈 수 있어!”




“아하하하.. .. 제가 그런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세레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마녀 아주머니의 권유를 계속 사양했다.




“허허.. 거참..


지금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환영산]에나 놀러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인지를 못 하는구만..”



사실 엄청난 기회인 것은 틀림 없다.


AI의 가상세계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프로게이머는 인기있는 직업이다.


컨텐츠 크리에이터, 각종 연예인, 운동선수들과 비교 해도


인지도, 영향력, 수입 어느분야를 봐도 더 앞선다.


게임에 여러 장르가 있지만, 판타지 게임은 꽤나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그리고 판타지 장르의 게임에서 대마법사가 된다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도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레나는 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우리는 전뇌화 AI 거주 구역에 무단침입한 불법 이민자이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존재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가 나에게 부여 해 준 지위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인격체로 인정 되기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이


지금의 전뇌화 AI인 세레나도 이 세상에서 어떤 기회도 잡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존재해서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지위도 얻을 수 없다.


예전에 내가 많이 했던 생각이지만..


‘자격’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기본적인 어휘의 의미는 내가 무언가 노력을 통해서 획득해야 하는 것 같지만,


그 기본 바탕에는 무엇을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들이 이미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도전을 하고 출발선에 설수 있는 ‘자격’을 먼저 획득해야 한다.


전자의 ‘자격’과 후자의 ‘자격은 같은 것 일까?





어쩌면 세레나의 인생에서 이 기회는 굉장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주인장 마녀 아주머니가 [마법 도서관]의 주인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 도서관] 이라는 기관은 전세계 판타지 계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인재로 인정받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세레나의 진짜 삶은 그리고 육체는 현실세계에서 기다리고 있다.





“알겠네..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시킬 수는 없지.


자네들 [마법 도서관]에 퀘스트 티켓을 얻으러 왔다고 했지?


내가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주겠네.


일단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가자고..”




마녀 아주머니는 아쉬운 얼굴을 한 채


우리가 왔던 초원 위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로 돌아갔다.


그리고 화려한 의자 위에 마법 모자가 있는 곳 옆에서 세레나에게 지팡이를 돌려 달라고 했다.


무언가 주문을 외우려다가 멈춰서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나머지 두 명은 혹시 마력 체크해 보지 않을 텐가?


두명도 뭔가 특별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사와는 단호박처럼 바로 거절 했다.




“아.. 저도 그다지.. 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제이도 민망한 듯이 웃어 보이며 거절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제이가 저 의자에 앉아 마법 모자를 쓰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내 상상 속에서 마법 모자가 입을 쩍 벌리고 펑~ 하고 연기를 뿜는 그림이 그려졌다.


보통의 AI들의 연산과는 방식이 전혀 다른 양자컴퓨팅 때문에


마법 모자가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우리가 처음 왔던 나무그늘 아래 작은 포탈이 열렸다.


그 사이로 들어가자 [마법 아이템 상점]의 카운터 뒷편으로 돌아왔다.


주인장 마녀 아주머니는 마을 입구에 있는 [마법 도서관 관광 정보 센터]로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 열려있는 퀘스트를 받고 수행 완료하면 ‘티켓’을 받을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녀 아주머니는 세레나라는 인재를 놓치는 것에 대해서,


세레나는 재능을 발견하고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서


서로 아쉬워 하는 것 같았다.


세레나가 먼저 질문을 했다.




“제가 상황이.. 안되서 교육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제안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혹시.. 혼자서라도 읽어보며 기초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을만한 입문서 같은 것들은 없을까요?


책이라도 좀 사가지고 갈까 해서..요..”





“빛의 특질은 아주 희소한 경우라서 판매용 입문서가 없다네.


책으로 만들어도 안팔리니까 말이야~


하지만 도서관 안에는 소장본으로 빛의 특질 입문서를 찾아볼 수 있을거야.


특질을 개화하고 나면,


나중에는 치유, 방어, 번개 계열의 마법을 익힐수 있을걸세.


그리고 도서관에 들어가면 ‘마법 창세기전’도 꼭 읽어보게.


그냥 전설일지도 모르지만 자네와 같은 ‘시간 일족’이 마법의 세계를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어.


자네의 개인적 능력을 알아내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우연히 기념품이라도 살 생각으로 들어온 가게에서 좋은 정보를 얻고 좋은 인연을 만난것 같았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예상외의 변수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변수들로 인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이 튀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운명이 우리를 그곳으로 끌고 가는 것일까?


아니면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서 발생하는 확률적 결과물이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일까?


간혹 우연한 기회가 지나고 보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인 경우가 있다.


오늘도 그런 하루인것 같다는 느낌을 짙게 받았다.


그만큼 주인장 마녀 아줌마와 몇시간은 뇌리에 각인 될 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마도 세레나에게는 나보다 훨씬 깊은 각인이 생겼을 것 같다.


작가의말

이번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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