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메이커(꿈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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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an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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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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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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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 -설야)

DUMMY

Chapter 1 - 설야


이제야 깨달았다.

내 삶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꿈이란 이룰 수 없는 저 높은 곳의 빛과 같고

인생은 그 빛을 쫓아 뛰어드는 나방 같은 것

뜨거운 불에 타 버린 날개

이룰 수 없는 꿈에 취해

그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을 뿐


영신은 드림 메이커에 들어 갔다. 이번이 마지막 방문이 될 것이다. 하얀 정장과 뒤로 잘 빗어 올린 머리를 한 안내 데스크의 여자들은 자신과 다르게 언제 보아도 멋있다.


‘나도 그 때 그 일만 없었다면 저들처럼 저렇게 멋있는 삶을 살수 있었을까?’


영신은 드림 메이커를 찾을 때마다 몹시도 그녀들이 부러웠다. 자신의 인생도 이렇게까지 꼬여 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어쩌면 저 여자들 처럼 저렇게 멋진 인생을 살고 있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저 절망 그 자체다. 몸을 팔아 하루 하루를 견디는 밑바닥 인생에 디시브의 힘을 빌어서야 비로소 죽어버린 남자와 평범한 결혼 생활이라도 꿔 볼 수 있는 그런 처지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영신은 오늘 광렬과의 평범한 결혼 생활을 꿈꾸려고 한다.


몇 주 전.


“웅~웅~우~우~웅,웅~웅~우~우~웅"


막 업소에 나가 호객 행위를 시작 하던 영신은 계속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귀찮은 듯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다!]


“오빠?”


“나 오늘 부터 며칠 거기 못가니까 그렇게 알아.]


“뭐 언제는 온다고 말이나 하고 왔어?”


[그러니까 며칠 못 간다고]


“뭐야 오늘따라 왜이래?

일 하는 데 뜬금 없이 전화 해서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오빠?”


[일 없어, 지금은 자세하게 말 못하고 일 다 해결되면 그때 이야기 해줄께.]


“아니 이 오빠가 뜬금 없이 일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는 한다는 소리가···

오빠 혹시 딴 년 생긴 건 아니지?”


[이건 맨날 말이···쯧!

그런거 아니고 한 일주일간은 전화도 힘들 거야.]


“그럼 내가 전화 하는 것도 안돼?”


[어 안돼 하지마!]


“아니 이 오빠가 다짜고짜···.”


[그냥 내가 전화 할 때까지 하지마.]


“대체 무슨 큰 비밀을 숨기고 있길래 그렇게 까지 해?”


[자세한 건 다음에 일 끝나고 말 해줄게.]


“치~잇 누가 보면 무슨 대단한 일 하는 줄 알겠네”


삐쭉 거리면서 말을 하는 영신에게 광렬은 끝까지 자세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광렬이 머뭇 거리며 말을 꺼낸다.


[너 ··· 저번에 내가 말한 거 생각 좀 해봤냐?]


“뭐? 무슨 말 한 거?”


[나중에 말이야 ··· 그러니까···]


“나중에 뭐?”


[그러니까···저기..그]


“어머 이 오빠 봐.

무슨 대단한 말을 할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뭐야 뭐야?

뭔데 뭔데?”


더듬 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던 광렬이 영신의 다그침에 말을 했다


[영신아 내가 이번 일만 끝내면 너 그 일 접고 나랑 살자.

둘이 어디 조용한 데 가서 포장마차나 하면서 살자.]


“뭐?....

진···짜?”


[너나 나나 밑바닥 인생이지만 한번은 좀 사람답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


“오빠 이거 장난 아니지?

농담 하는 거 아니지?”


[일주일 시간 줄 테니까 잘 생각 했다가 그 때 확실하게 대답해주라···]


“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 맞지?

나 진지하게 생각할거야 그러니까 일주일 후에 물리자고 하면 나한테 뒤진다!”


대답 대신 일주일 후에 듣겠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 버리자 영신은 전화기를 내려 놓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니 이게···이 깡패 자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람?”


예상치 않았던 고백에 영신은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것 처럼 멍해졌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광렬의 말을 되씹어 보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그러는 따뜻한 감정의 한 편으로 또한 알 수 없는 걱정도 같이 들었다.


‘어~머! 이 터프한 남자한테 이런 면이 다 있었네..호호호

갑자기 훅 들어와서 오늘 그냥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네?

근데 진짜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니겠지?

갑자기 왜 이러지?’


영신은 문득 지난번 광렬이 드림 메이커에서 누나의 결혼 꿈을 꾸고 온 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생각 해보면 그때가 광렬이 처음으로 영신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청혼 아닌 청혼을 한 날이었다.


‘영신이 너 특별히 다른 남자 없으면 나중에 나랑 살래?’


가끔 처음 관계를 하는 순진한 남자나 아니면 닳고 닳은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해 보려고 종종 저런 믿기지 않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처음 광렬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크게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빈 말인 줄 알았던 그 말을 또 한번 듣게 되자 가볍게 그냥 던진 말이 아닌 진지한 청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행복한 감정만 있어야 할 이 순간과 함께 그녀를 찾아든 감정은 불안함이었다.

행복했으나 불안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영신은 안좋은 예감을 털어 버리듯 좋은 쪽으로 집중해 혼잣말을 했다.


“하~ 그 말이 진심이었어.

순 깡패 양아치 인줄 알았더니 의외로 순정파네 우리 오빠.

어머 난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설레지? 호호”


광렬의 전화 이후 영신은 전화가 다시 걸려 오기 만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견뎠다. 그 전이라도 다시 한번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 하리라 생각하며 수백 번이나 연습했다.


“예쓰 아니야

응! 아냐 아냐!

좋아 오빠···아니 아니 이건 너무 쉬워 보이나?”


일주일이 가기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보내는 영신에게 유달리 길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으로만 느껴졌다. 그렇게 참고 참으며 기다린 일주일이 막 지난 어느 저녁,

그 날은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펑펑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날 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우중충한 날 이었다. 폭설이 온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영신은 롱패딩을 입고 그 날따라 평소보다 일찍 업소로 향했다.


입고 왔던 패딩을 벗고 가슴골이 다 보이는 빨간 비닐 탱크 탑과 엉덩이가 반쯤 보이는 비닐 숏 팬츠로 갈아 입고 무릎까지 올라 오는 반짝이는 빨간 부츠를 신었다. 입술과 손톱에는 이미 빨간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발라져 있는 상태다. 같은 업소 언니가 퉁명스럽게 말한다.


“루비 아니랄까봐 온통 시뻘건색이야?

피 한바가지 뒤집어 쓴 거 같네.”


“꼬우면 언니도 나처럼 입어!”


부러움의 반어적 표현인걸 아는 영신은 여자의 말을 가볍게 씹고 온풍기 앞에 있던 의자를 끌어 당겨 앉았다. 방금 두꺼운 패딩을 벗어서인지 으스스한 한기가 등골을 파고 들었다. 뒤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풍기 바람에 몸이 데워지자 금방 추위가 좀 누그러지는 듯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엇인가 초조한 듯 연신 손을 비벼대며 불안 한 눈빛으로 쇼윈도우만 쳐다 보는 영신, 오늘따라 도무지 마음이 안정 되지 않았다. 겨우 진정한 듯 한 말투로 혼잣말을 한다.


“어머! 오늘 눈 진짜 많이 오려나 보네.”


골목에는 지나는 손님이 하나도 없어 한적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일기 예보에서 대설주의보가 내려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눈 많이 오면 손님 떨어지는데 참”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폭설로 바뀌었다. 그렇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이 어느덧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에휴! 오늘 또 장사 공쳤네.”


영신은 손님이 없을 거란 실망감과 떨쳐 버릴 수 없는 초조함에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하염 없이 쌓여만 가는 눈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혼잣말을 한다.


“하~ 아 망할놈의 눈은 드럽게도 많이 오네”


폐 속까지 깊게 빨아들인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내뿜으며 영신은 핫팬츠의 엉덩이 쪽에 꽂아 둔 폰을 만지작 거리며 중얼 거리듯 또 말한다.


“후~~우! 눈이 오니까 더 보고싶네 우리 여보야.

전화를 해볼까?

하지 말랬는데···.

먼저 전화 하면 그 성질에 또 난리 난리 치겠지?’


말과는 다르게 뭔가 참을 수 없어 결심 한 듯 벌떡 일어나 업소 뒤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속에서는 ‘뚜루루~’ 하는 연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벨이 한참 울리는 동안 광렬이 전화를 받지 않자 한 손으로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끄는 영신,

한 손으로는 전화를 들고 다른 손으로 담배를 꺼내 다시 하나 불을 붙여 물고는 다시 전화를 했다.


“아 씨~고리타분한 자식 전화 좀 받지.

아이 씨 근데 진짜 전화 했다고 뭐라고 할려나?

전화 받으면 또 뭐라고 말하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혼잣 말을 하며 전화를 들고 있는 영신, 얼굴에선 초조함이 가득하다. 한참 동안 신호음이 울렸으나 결국 또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포기한 듯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엉덩이 뒷춤에 다시 꽂고 업소 안으로 돌아오는 영신,


“으~유~! 꽉 막힌 새끼!

진~짜 전화를 안 받고 지랄이야

에휴 기대한 내가 바보지. ”


아까 다시 피워 물었던 담배를 업소 바닥에 던져 비벼 끄고 바로 또 한 대를 피워든 영신, 계속해서 궁시렁 거린다. 계속 되는 불안함, 초조함과 기다림으로 짜증이 훅 하고 올라왔다.


“깡패가 뭐가 그리 바빠?

전화 한통 받을 시간도 안되나?”


“이년아 담배 좀 그만 펴.

누가 보면 몸파는 집이 아니라 너구리 잡는 집인 줄 알겠네.”


“이 날씨에 누가 온다고 그래?”


“담배 그렇게 피면 몸 상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몸을 아껴야지”


“냅두셔 이렇게 살다 뒤지게.

내 걱정 말고 언니 몸이나 신경 쓰셔”


괜히 다른 이에게 성질을 부린 영신, 그 덕에 기분은 좀 풀린 듯 했다. 시간은 어느덧 12시가 넘어갔지만 여전히 손님이 하나도 없다. 평소보다도 더 줄담배를 피워 대던 영신은 가지고 있던 담배가 다 떨어졌다. 일 나온지 서너시간 만에 담배 한 갑을 다 피워 버린 것이다. 담뱃갑이 빈 것을 확인 한 영신은 골목 입구에 있는 구멍 가게로 담배를 사러갔다. 담배 두갑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서 만원 짜리를 두장을 내밀었다. 돈 통에서 거스름 돈을 내어 주며 주인 할머니가 혼잣말을 한다. 마치 영신이 들으라는 듯...


“세상이 우찌 될랑가, 숭헌것 들”


“할머니 왜 뭔 일 있어?”


노인은 두 손으로는 잔돈을 계산하며 자신의 오른 쪽에 있는 낡은 티비를 눈으로 휙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봐 저거 정초 부터 좋은 건 안나오고 뉴스에 사람 죽은 거 부터 나오는게···”


“난 또 뭐라고 저런 거 하루 이틀 봐?”


“하루 이틀 일은 아니제,

날이 갈수록 더 숭해징께 그라제”


“뭐길래 그래?”


Chapter 1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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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부 - 동훈의 이야기(Chapter 1 - 설야) 24.06.24 8 0 10쪽
34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9 - 드림 메이커) 24.06.21 8 0 9쪽
33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8 - 살아내기) 24.06.20 10 0 9쪽
32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7 - 절망) 24.06.19 13 0 9쪽
31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6 - 배신) 24.06.18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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