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메이커(꿈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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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an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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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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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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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5- 메모리)

DUMMY

Chapter 5 - 메모리


두사람 몫을 시키는 것을 본 주인이 아는 척을 하자 영신이 아무 감정 없는 듯이 건조하게 대답한다.


“더 안와.

나혼자 왔어”


주인은 퉁명스런 대답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주인은 더 말 없이 소주를 가져다 주었다. 영신 한잔을 따라 맞은 편에 두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라서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그리고 해장국이 나오자 수저 역시 맞은 편 자리에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여보야 맛있게 먹어.

내가 여보야 한테 줄 수 있는게 지금은 이 것 밖에 없어.

나중에 다시 만나면 맛있는 북어국 꼭 끓여줄게.”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너무 맑아서 더 차가워 보이던 겨울 하늘이 어느새 몰려든 먹구름으로 컴컴해지며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 질 것 같이 되었다. 영신은 어느새 소주를 세병째 비웠다. 그러는 동안 맞은편 광렬의 술과 음식들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식어만 갔다.


“하~아, 이젠 그만 끝 내야 겠다!”


혼잣말을 중얼 거린 영신은 주머니에서 오만원짜리 두장을 털어 술값으로 지불했다. 주인이 거스름돈을 주려고 따라 가게를 나왔으나 무시하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탔다. 이제 눈이 내리기 시작 한다.


“아저씨 얼마전에 살인 사건 났던 그 오피스텔 가요.”


“네? 아가씨 어딜 가자구요?”


“며칠 전에 살인 사건 난데 있잖아요.

거기 그 미라클 오피스텔”


기사는 영신을 힐끗 쳐다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결국 오피스텔 입구까지 태워다 주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차에서 내린 영신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광렬이 기대어 죽어간 가로등이었다. 그 밑 도로 바닥에는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듯 핏 자국같은 얼룩과 하얀색 마크로 광렬이 쓰러진 위치가 표시 되어 있다. 영신은 물끄러미 그 자리를 쳐다 보며 말했다.


“우리 오빠 많이 추웠겠다.”


영신은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여서 쌓인 눈 사이에 꽂으며 쭈그리고 앉았다.


“자! 너도 하나 펴.”


그리고 자신의 담배 하나를 더 꺼내어 피워 물었다.


“후~우!

야 류광렬 너 나더러 딱 일주일만 기다리겠다며?

내 대답 들으러 올거라며? 왜 안오는 건데?

그렇게 그냥 뒤질 거면 물어 보지나 말았어야지.

니가 나를 들쑤시고 간 바람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어. 흑흑흑”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걸음으로 다른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 영신은 카페 입구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반대 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피 냄새를 닦아 내려고 한 것인지 며칠이 지났음에 독한 락스 냄새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10층에서 내리자 마치 광렬이 그곳에서 영신을 보고 손짓 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잠시 멍하니 서서 쳐다보던 영신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휘적휘적 복도를 따라 중간 쯤 걸어간 영신, 복도 중간쯤 가서 난간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 보았다. 눈발은 점점 거칠어져만 갔다.


“아이씨 춥게··· 눈은 왜 또 오고 지랄이야!

이놈의 세상은 마지막까지 그지 같아. 씨~x!”


영신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여 한모금 깊게 들이 마시고는 연기를 길게 내 뿜으며 난간에 팔을 괴고 눈 오는 걸 바라 보았다. 광렬이 죽은 가로등에 아직 채 다 녹지 않은 눈 위로 또 눈이 쌓인다.


“하~아,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그지 같냐?

어떻게 나는 되는게 하나도 없냐구?

이 깡패 새끼야! 왜 뒤져서는···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이게 뭐야?

그렇게 뒤지면 나더러 어쩌라고 이 나쁜 자식아!”


허공을 향해 원망을 내 뱉던 영신은 이제 그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눈발이 얼굴을 향해 떨어졌다. 영신은 또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내가 뭐!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뭘 그리 잘못했냐고?

왜 나야, 왜 난데?”


영신의 삶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꼬이기 시작한 것 일까? 어쩌다가 이런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된 것일까? 어쩌다 밑바닥 인생을 살다 죽어 버린 남자가 던진 ‘남들 처럼 살자’는 말 한 마디에 이토록 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일까?

말랐는지 추위 때문에 얼어버린 것인지 영신의 눈에서는 더이상 눈물도 나지 않는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던 탓에 호흡이 거칠어진 영신은 광렬이 죽은 가로등을 바라 보며 깊은 숨을 들이 킨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허파를 통해 찌르르 들어 온다. 그러다 필터까지 다 타버린 담배를 바닥에 툭 던지며 혼잣말을 하는 영신,


“하루 하루가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더니 돌아 보니 참 짧네.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

잘못 된 길은 언제든지 되돌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어.

남들은 못해도 나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바보같이 그게 그 자만이 날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


그 때, 영신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 잡고 푹 하고 주저 앉았다. 코피와 함께 갑작스럽게 찾아온 두통 때문이었다.


“아~~아!

이 씨~x~알 어쩌라고 어쩌라고 씨~이~x”


급기야 머리를 부여 잡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쓰러져 새우 처럼 몸을 구부린 채 덜덜 떨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괴로워 하던 영신은 두통이 잦아들자 휴지를 꺼내 별거 아닌 것 처럼 코피를 닦았다.

핸드백에서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깊이 빨아 연기를 내 뿜었다. 피던 담배를 오피스텔 밑으로 던진 영신 결심한 듯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바닥에 두었다. 그리고 어렵게 난간 위에 올라서서 눈을 감았다.


******

“수험번호 2548번 합격입니다.”


나는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기계음을 듣고 눈을 떴다.


“엄마, 엄마 나 합격했어.”


“진짜? 다행이다. 내가 다 조마조마 했네.”


“엄마 구짜 가방 사주기로 했지? 언제 백화점 갈거야?”


“아휴 저놈의 기집애. 아주 대학 입학이 유세야 큰 유세”


“아빠 한테도 전화 해야지. 아빠는 나 합격하면 앱불 노트북 사준다고 했거든...히히”


나는 원래 가고싶었던 대학에 수시지원을 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하향 지원한 지방의 대학에 운 좋게 합격했다. 그래서인지 엄마와 아빠는 더욱 더 나의 합격을 기뻐한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아빠”


[여보세요. 영신이니? 아침부터 우리 공주님이 왠일로 전화를?]


“아빠. 맞춰봐. 내가 왜 전화 했을까?”


[음···너 합격했구나?]

“아빠 노트북 언제 사러 갈까. 내일? 내일 나 시간 많은데”


[그래 그럼 내일 아빠 일찍 퇴근 할테니까 아빠 회사로 와. 저녁도 사줄게.]


“아빠 콜!”


[축하해 우리딸 고생했어!]


아빠는 작지만 나름대로 그 바닥에서는 꽤나 알짜 회사로 소문난 중소기업의 부장이다. 우리 가족은 대단한 부자는 아니었다. 서울 근교의 30평 아파트를 이제 막 분양 받았고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았지만 엄마와 아빠는 한껏 좋은 기분에 들떠 있다.


비록 이번에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집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한 지방 대학의 가정 학과에 입학했고 그것 때문에 우리집은 더 축제 분위기다.

*********

대학에 입학 한 지 두세 달이 지난 어느 5월 따뜻한 봄날.

영신은 동기들과 캠퍼스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다 지나가는 미진 선배를 처음 보았다. 미진은 올해 5월의 여왕인 3학년 선배이다. 넘사벽과 같은 그녀의 외모는 흡사 모델이나 배우 같았다. 미진을 쳐다보며 민아가 먼저 말을 한다.


“야 야 대~에~박!

저 언니 진짜 개쩔지 않냐?”


“샨엘백에, 볼렌시아가 원피스, 튀판이 목걸이에···

저게 다 얼마야?”


“졸라 갑부 딸 인가봐···”


"핏 나도 명품 걸치면 저 정도는 가능?"


“크크크 그게 바로 돼지목에 진주라는 거

살이나 빼지 니 몸매에 맞는 명품도 없을듯”


“이 기집애가!

니 몸이나 내 몸이나!”


“근데 영신이 이 기집애는 몸매가 쭉빵녀라 개부럽.”


“인정!

영신이가 쭉빵녀인건 인정!”


“기집애들 쭉빵녀는 무슨···”


영신은 친구들의 몸매 칭찬이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이 스스로를 자화자찬 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미진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혈통부터 다른 어떤 종족인 것만 같았다. 셋은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던 그 때 그녀들 앞에 어느 틈엔가 미진이 다가서 있었다. 깜짝 놀란 그녀들을 천사와 같은 미소로 쳐다 보며 미진이 말했다.


“너희들 이번에 우리 과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 이구나?”

“네 네 선배님 안녕하세요.

10학번 박설희 입니다.”


설희가 먼저 인사를 하자 미진이 계속 온화한 미소를 한 채 대답한다.


“내가 요즘 바쁜 일이 있어서 학교 행사에 안나갔더니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

미안해”


“아니에요 선배님 저희가 못알아봐서 죄송해요.

저는 같은 학번 김민아예요 ”


이번에는 민아가 손사래를 치며 최대한 공손한 투로 대답 했다. 영신도 뒤이어 인사를 하려는 찰라 미진이 영신을 아래 위로 훑어 보며 물었다.


“근데 너는 이름이 뭐니?”


“안녕하세요.

같은 학번 이 영신이예요”


“이영신?

귀엽게 생겼네 남자들 한테 인기 좋겠어. ”


“네? 아뇨..인기는···

감사합니다. 선배님”


“내가 우리 귀여운 후배들 커피 한잔 사고 싶은데 담에 보면 꼭 얘기해.

특히 우리 이쁜이 영신이 너 알았지?”


Chapter 5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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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부 - 동훈의 이야기(Chapter 1 - 설야) 24.06.24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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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8 - 살아내기) 24.06.20 10 0 9쪽
32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7 - 절망) 24.06.19 14 0 9쪽
31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6 - 배신) 24.06.18 9 0 10쪽
30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5 - 재회) 24.06.17 14 0 10쪽
29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4 - 잘못된 만남) 24.06.14 9 0 9쪽
28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3 - 첫날밤) 24.06.13 10 0 10쪽
27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2 - 회유) 24.06.12 8 0 10쪽
26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1 - 수렁) 24.06.11 12 0 10쪽
25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0 - 계략) 24.06.10 11 0 9쪽
24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9 - 루비) 24.06.07 12 0 9쪽
23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8 - 대타) 24.06.06 7 0 9쪽
22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7- 만남) 24.06.05 9 0 11쪽
21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6- 친절) 24.06.04 10 0 9쪽
»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5- 메모리) 24.06.03 12 0 10쪽
19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4- 추모) 24.05.31 9 0 10쪽
18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3- 소식) 24.05.30 10 0 11쪽
17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2 -불안) 24.05.29 14 0 9쪽
16 2부 - 영신의 이야기(Chapter 1 -설야) 24.05.28 12 0 11쪽
15 1부 - 광렬의 이야기 (Chapter 15- 설야) 24.05.27 12 0 16쪽
14 1부 - 광렬의 이야기 (Chapter 14 - 살아내기) 24.05.24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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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부 - 광렬의 이야기 (Chapter 12- 매출) 24.05.22 14 0 10쪽
11 1부 - 광렬의 이야기 (Chapter 11- 위협) 24.05.21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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