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메이커(꿈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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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an
작품등록일 :
2024.05.0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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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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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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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광렬의 이야기(Chapter 1 - 홍등가)

DUMMY

Chapter 1 - 홍등가


초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3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빨간 불들이 쭉 켜진 홍등가 골목을 터벅 터벅 걸어 가고 있다. 짧은 머리에 검은 바지와 검은 바탕에 화려한 무늬가 있는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이 골목에 종종 나타나는 광렬이다. 오늘 따라 초점을 잃은 듯한 그의 눈빛에 살기가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야수와도 같은 그 눈 빛을 보면 보통 사람은 선뜻 다가가 말을 건내기 조차 두려움이 들 지경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광렬의 머리 위로는 아지랑이 마냥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올라오고 있다. 얼굴을 타고 내린 비는 셔츠에 묻은 피와 섞여 바지를 타고 바닥을 핑크빛으로 적시며 뚝뚝 흘러 내렸다. 익숙한 골목인 듯 고개를 숙인채 한 번도 들지 않고 말 없이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 가는 광렬. 이를 쳐다만 보고 있는 여자들.

모두가 비슷 비슷한 붉은 조명이 켜진 내부가 훤히 보이는 업소 중 한 곳에서 한 여자가 통 유리를 라이터로 두드리며 광렬을 향해 소리친다.


‘톡톡 톡톡톡톡’


“오빠!

비도 오는데 오늘은 여기서 놀다 가요.

오빠!”


지나가는 남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매춘부들의 상투적인 방법이다. 업소 바깥으로 나가 손님의 팔을 잡고 끌어 오는 대신 업소 안에서 최대한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끌어 업소로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다.

광렬이 아무 반응 없이 걸어가자 접대부는 이제 더 큰 소리로 그를 부른다.


“오빠!

오빠!

놀다 가라니깐 그냥 가네.

여기봐요 오빠!”


비가 내려 손님이 없는 저녁, 매춘 골목에서 지나 가는 남자 하나를 두고 경쟁이 붙을 만도 했으나 그 많은 업소에서 그를 부르는 여자는 사실 한명 뿐이었다.


“오빠!

거기 잘생긴 오빠!

잘 해줄게.

이리와요.”


이 골목은 미와리 일대에서 유명한 집창촌으로 한 때 매춘과 이와 관련된 가게들로 발 디딜틈이 없이 유명 했으나 지금은 쇄락의 길을 걷고 있는 곳이다. 길 양쪽으로 붉은 불이 켜진 낡은 성매매 업소가 다닥다닥 붙어 쭉 들어서 있었다. 누구는 이 빨간 불이 마치 정육점에서 켜는 불빛과 비슷하다 하여 정육점 골목이라는 속어로 부르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몸 파는 여자들을 고깃덩이에 비유하는 비아냥도 묻어 있었다.


‘톡톡 톡톡톡톡’


끊임 없이 광렬에게 유혹을 던지는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치장 했다. 짧은 핫팬츠에 딱 붙는 탱크탑과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광렬을 향해 지치지 않고 유혹의 말을 던지는 중이다. 루비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그녀는 이년 전 이 곳으로 흘러 들어온 영신이다..


“오빠!

오빠!

거기 잘생긴 오빠!

오빠~!

비 오는데 잠깐 놀다 가요 오빠!”


영신의 업소를 지나쳐 가던 광렬이 그녀의 소리에 반응한 것인지 고개를 돌아 쳐다 보았다. 초점 잃은 듯 풀려 있는 광렬의 눈빛에서 뿜어 나오는 살기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영신은 순간 움찔 하여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얼어 붙어 가만히 서 있었다. 호기롭게 광렬을 부르던 그녀 였지만 그런 그녀의 이성을 본능이 눌러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빛을 보던 자신에게서 찰라의 순간 두려움 말고 숨어 있던 또 하나의 감정을 발견한 영신, 그것은 심하게 상처 입은 들짐승을 마주 할 때 느낄 수 있는 연민 같은 것이었다.

순간 영신을 쓱 쳐다보던 광렬은 고개를 돌려 다시 무표정하게 걷던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다.


‘톡톡 톡톡톡톡’


“오···빠···

좀 있다가 돌아올 때 꼭 놀러와 오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남자에게 홀로 추파를 던지는 영신이었다. 이런 그를 옆에서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지켜 보던 다른 여자가 담배를 물고 피식 웃으며 핀잔을 준다.


“야 이 멍청아!

안 될 떡은 불러도 보지 말라던 옛말도 모르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어디서 말도 안되는 속담을 주워 들어서는···으이그”


“아무튼 넌 딱 보면 모르니?

저 새끼는 우리가 아니라 저 끝 집에 늙은 년 찾아가는 거잖아, 저 놈이 여기 몇 번이나 왔는데 넌 어떻게 여태껏 그것도 몰라?”


“아~항,

저 섹시한 오빠가 그 오빠양?

난 오늘 처음봄.

아니 뭐 나하고 만리장성 쌓은 남자도 기억 못하는데 내가 한번도 안 잔 남자를 어떻게 기억해?

근데 저 오빤 그 늙다리 년이 뭐가 좋다고 맨날 찾아가?”


“그러게 참 내가 이 바닥 생활 십오년에 벼라별 놈 다 봤는데, 나보다 더 늙은 년 좋아하는 놈은 또 처음이다 야.”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영신은 연기로 도넛을 만들며 멀찌감치 자신의 가게를 지나쳐 가는 광렬을 신기한 듯 바라만 보고만 있다.


“그건 그렇고 루비 너 어제 또 드리미 인가 거기 갔다며?”


“으이그 드림 메이커 맨날 말을 해줘도 몰라요.”


“그래 거기 드리미커 거기.

거기가 뭐하는 덴데 그렇게 좋냐?”


“거기? 죽여주는 곳이지.

거기 가면 얼~마나 행복해지는데,

난 말야 언니 진~짜 거기 가는 낙으로 살아.

근데 언니, 진짜 언니도 한번 안 가볼거야?”


“너나 해 이년아 내가 너같은 년들 많이 봤는데 다들 끝이 안 좋아.”


“나같은 년?”


“이 바닥 생활하다 너 처럼 뽕 쳐 맞아서 뒤지는 년들 내가 한둘 봤는 줄 아냐?

그런 년들 다 너처럼 그랬어.

맞고 나면 헬렐레 해서는 기분 좋다고 실실 쪼게고···”


“아니 이건 뽕 아니라니깐”


“그 년들 맨날 나더러 같이 하자고 얼마나 꼬셨는데···

근데 그런 년들 다 어디 갔는 줄 알아?”


“몰라, 어디 갔을까?”


“어디 가긴 다 저세상 갔지.

글구 뭐 행복?

아이구 지~랄 꼴에 무슨 행복은···

정신 차려 이년아.

그나마 빨리 이 짓 벗어 날려면 약 끊고 한푼이라도 빚 갚고 모아

안그럼 죽기 전엔 나처럼 평생 이 빨간 불 못 벗어나.”


“언니 내가 약 아니라고 골백번도 더 이야기 했는데 ···

어쨌든 난 드림 메이커가 좋은 걸 어째.

진짜 언니도 한번 가봐.

말 그대로 진짜 죽여줘!”


“미친! 너 혼자 많이 가서 죽어 이년아.

내가 돈이 어딨어서 그런데 가?

먹고 죽을 돈도 없고만”


그때 갑자기 인상을 쓰며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 잡는 영신, 짜증 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우 씨, 머리 아파.

이 망할 두통은 시도 때도 없이 이러네.

요즘 들어 점점 더한것 같애.”


“너 요즘 머리 아프다는 말을 너무 자주하는거 아냐?

쓸데 없는 데 가서 돈 쓰지 말고 벙원이나 가봐.”


“아 몰라, 병원은 무슨..

그냥 진통제 먹으면 괜찮아져.”


늘상 있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진통제 한 알을 입에 넣고 물과 함께 삼키는 영신,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서너번 흔들고는 다시 라이터로 장단을 맞추 듯 두드리며 장난기 섞인 말로 더 크게 광렬을 부른다. 광렬은 이미 마지막 가게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된 뒤였다.


‘톡톡톡 톡톡...톡톡톡 톡톡.’


“오빠 오빠!

늙은 년 말고 오늘은 젊은 나 먹으라니깐 어디 갔어?”


“이년이 대가리가 아프다더니 이젠 정신이 나갔나?

이미 보이지도 않구만 뭐하는 짓이야?

그리고 너 진짜 저 깡패 같이 생긴 놈이랑 자고 싶어서 그런거야?”


“왜? 섹시 하잖아!

돈만 준다면 뭐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이유가 있어?“


“섹시? 지랄! 미친년.

아주 돈 독이 바짝 올랐구나!

너 그러다 큰 코 다쳐 이년아.”


“독이 아니라 더한게 올라도 좋으니 돈 좀 펑펑 벌어봤으면 좋겠네.”


“미친년, 저렇게 악착같이 돈 벌어서 맨날 거기 드리미에 다 갖다 바치면서..”


“에이씨 근데 괜히 오기 생기네.

두고봐 오늘 내가 저 놈은 꼭 꼬셔서 단골트고 만다”


그 말과 함께 영신은 호기로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다시 쇼 윈도우를 보며 다시 담배 쭉 빨아서 훅 하고 내뿜었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아~악’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 털푸덕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영신,


“으~으~으!”


고통에 찬 신음 소리와 함께 머리를 부여 잡고 몸을 웅크리는 영신의 코 에서는 코피가 흘러 내렸다. 고통에 몸부림 치던 영신은 급기야 온몸을 덜덜덜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같이 있던 여자가 영신을 흔들어 대면서 뭐라고 했지만 그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한동안 그렇게 경련을 일으키던 영신은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멀쩡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휴우. 미치겠네 이 망할 두통!”


“너 진짜 괜찮아?

아무래도 큰 병 같은데 병원이라도 가라니까.

아니면 며칠이라도 좀 쉬어.”


“아니야 언니, 이거 그냥 두통이야.

요즘들어 점점 더 심해지네.”


“안그러더니 오늘 따라 코피까지 줄줄 흘리고···”


“아니야 언니 괜찮아.

무리해서 그래···”


별거 아닌 척 일어 나 휴지를 꺼내 코피를 닦으며 이야기 하는 영신이었다.


오늘 따라 유달리 자신을 애타게 부르던 여자가 있는 업소를 지나 광렬은 골목 끝 붉은 불빛 마저 희미해 보이는 낡은 업소로 들어갔다. 그 곳은 호객 행위도 포기한 듯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 골목의 마지막에 있는 가장 후미진 업소다. 광렬은 아무도 없는 문으로 쑥 들어가 익숙한 듯 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소리쳤다.


“나 왔어!”


광렬은 자신의 부르는 소리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소리 내어 부른다. 크게 여자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살짝 걱정이 녹아 있었다.


“나 왔다니까! ”


또 대답이 없었다. 잠시 대답을 기다리던 광렬은 여자들이 기거하는 방의 문을 열고 인상을 쓴 채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더 큰 소리로 부른다.


“나 왔다니까!

아 진짜 짜증 나게 사람이 부르는데 대꾸도 안해?

이게 어디 간거야?

야! 나 왔다니까 대답 안하면 내가 진짜 너 죽여 버린다.

빨리 안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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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5부 - 드림 메이커 #1 (Chapter 19 - 목줄) 24.09.11 7 0 10쪽
91 5부 - 드림 메이커 #1 (Chapter 18 - 길들이기) 24.09.10 8 0 10쪽
90 5부 - 드림 메이커 #1 (Chapter 17 - 질투) 24.09.09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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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5부 - 드림 메이커 #1 (Chapter 9 - 승윤 ) 24.08.28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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