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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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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0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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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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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27화 - 건곤일척 (2)

DUMMY

우리의 눈앞에 우뚝 서있는 한 남성.


노란색 장발의 머리에 연예인같이 오똑하게 선 콧날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였다.


게다가 값비싸보이는 흰색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작은 바람에도 살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한번만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눈을 씻고 누가봐도 왕자처럼 보이는 자가 우리의 앞에 우뚝 서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식은땀이 흐르는듯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할지, 그리고 왜 내가 이곳까지 화를 참아가며 왔는지.


수많은 감정들이 온 몸에 휩쌓여 말을 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견뎌냈다.


그리고 드디어 무거웠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님. 저는 넬라프로지티아에서 파견온 김재근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나는 알카타도르 둘째 왕자인 알카드 벨제니아 2세라고 하오. 벨제니아라고 불러주게"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왕궁 안에서 준비하며 얼핏 들었는데 새벽 사이에 각성자가 출몰했다지? 그와 관련되어 할 이야기가 있는 건가?"


내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사이, 내 말을 끊고 테오 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건 제가 직접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감히 내가 말하고 있는데 말을 끊어버리다니...


저놈의 뾰족 튀어나온 주둥이를 뒤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였다.


나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짧은 날숨을 내쉬었다.


나의 이러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벨제니아 왕자는 눈꼬리를 들썩이며 무릎을 꿇은 테오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야기해보도록"


"어제 마법 기사단과 비마법 기사단이 합세하여 새벽에 출몰한 각성자를 제압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방인인 이들이 저희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여 직접 보고를 올리고 싶다고하여 이 곳에 찾아 온 것입니다"


"오호, 또 테오 대장이 한 건 한건가? 백성들의 피해는 없었나?


"네, 민가에 약간의 피해가 있긴 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날뻔 했으나 다행히도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다행이구만.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아주 서로가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모습이 장관이였다.


테오 대장은 얼마나 지금껏 혓바닥을 놀렸는지 아주 혀가 닳아 없어질 지경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의 현란한 말솜씨에 얼마나 벨지니아 왕자가 오랫동안 그의 말을 들어왔는지도 알 것 같았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현재의 분위기 속에 드디어 벨지니아 왕자가 나에게 말을 건냈다.


"그래, 그대들이 각성자를 잡는 것을 직접 봤다는 말이지?"


"아닙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온 네 글자인 '아.닙.니.다'


이 네 글자로 인해 화기애애하던 둘의 분위가 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은듯 꼼짝하지 못했다.


드디어 내가 지금껏 상상해온 큰 그림에 덧칠을 하기 시작한 때가 온 것이다.


"직접 제압하는 것을 못 봤다는 이야기인가?"


벨제니아 왕자가 믿을 수 없다는듯이 눈꼬리를 씰룩이며 나에게 다가왔다.


미치지 않고서야 한낱 이방인 따위가 왕자와 대장급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감히 부정하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허나 나는 미치지 않으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아니, 더 나아가 이 문제뿐만 아니라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을 위해서도 말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가 왕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잠시 왕국에 거처하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각성자를 최초로 발견한 것도 저희이며 그를 제압한 자도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기사단장인 타이커스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벨지나아 왕자는 옆에 가만히 무릎꿇고 있던 하츠 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츠 대장, 테오 대장의 말로는 함께 각성자를 제압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닌가?"


하츠 대장은 잠시 침묵을 유지한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를 말없이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테오 대장.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 덤덤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몇 초간 짧은 고민을 하더니 마침내 하츠 대장이 입을 열었다.


"각성자를 물리친건 타이커스 단장입니다. 덕분에 비마법기사단은 물론 민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핵폭탄과 같은 그의 말 몇마디에 벨지니아 왕자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듯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와중에도 머리에 핏줄이 곤두선 테오 대장이 눈에 불을 켠채 우리들을 노려보았다.


진심을 다해 죽일 정도로 사나운 눈빛이였다.


허나 나의 큰 그림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벨지니아 왕자님, 이방인인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사오나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후, 무슨 부탁말이오?"


"저희 타이커스 단장과 테오 대장의 결투 재판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결투 재판? 그런..."


나의 입에서 나온 결투 재판이라는 말에 벨지니아 왕자와 테오 대장이 어이가 없다는듯 탄식을 내었다.


이 세계에서 결투 재판이란 말이 통할지는 몰랐지만, 다행히 그가 알아차린듯 하여 다행이였다.


여기서 결투 재판이란 무엇인가?


결투 재판이란 증거가 부족한 고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두 당사자가 결투를 통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게르만법의 한 방법이다.


쉽게 말해 일기토를 통해 누가 맞는 말인지 대결하는 방법이라고 해야할까?


비록 비합법적인 방법이긴 하나, 이 세계의 문명은 내가 생각하기로 한참이나 떨어진 것을 짐작했기에 이런 말을 내뱉어본 것이다.


나의 파격적인 제안에 벨지니아 왕자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띄며 나에게 말을 건냈다.


"비록 한번도 시행해보지 못한 결투이지만 원한다면 내 권한으로 허락하겠네. 허나 정말 괜찮겠소? 그냥 조용히 넘어가도 될 일을 이렇게 크게 벌여도 괜찮은건가?"


"비록 제가 오래 살아보진 못하여 경험은 부족하나 몇가지 깨달은 사실이 조금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주워들은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기사단의 대장으로서 더 어울리는 자는 하츠 대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실은..."


나는 지금껏 알카타도르 왕국에 입성하여 있었던 일을 하나의 거짓없이 읊어나갔다.


비록 하츠 대장이 각성자를 제압하지 못했지만 시간을 끌어 민가의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점,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도움을 요청한 점, 타이커스 단장이 단칼에 각성자를 제압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뒤늦게 나타나 이 모든 공로를 빼앗으려고 했던 테오 대장까지...


나의 주장을 들은 벨지니아 왕자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이를 보다못한 테오 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모두 거짓입니다, 왕자님. 이 왕국에서 저만큼 마법을 잘 다루는 기사는 없습니다. 어떻게 한낱 변방나라의 단장따위가 각성자를 헤치웠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네의 실력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네. 허나 누구의 말이 진심인지 알 턱이 없구만. 그래서 나에게 결투 재판을 요구한 것이고?"


"하, 그럼 제가 지금껏 왕자님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는 말이 되는거 아닙니까? 이건 왕자님에 대한 모독이며 반역입니다. 지금 당장 이들을 벌하고 하츠 대장의 목을 광장에 매달아주시길 바랍니다"


한껏 격양된 목소리의 테오 대장을 보며 나는 살며시 미소를 띄었다.


벨지니아 왕자는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우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드디어 뭔가를 결심한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전혀 거짓을 보고하고 있다고 밑겨지지 않는 자세구만. 이들의 모습이 당당하다고 해야할지 무식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군"


그리고는 어이가 없다는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다, 알카타도르는 곧 힘의 상징. 결투 재판을 허락한다. 난 둘 중에 더 강한 자의 말을 믿겠다. 허나 전투에서 패배한 자는 거짓을 고한 자로 간주하여 벌을 내리겠다"


"이 놈의 자식들이..."


하츠 대장은 작게 읊조리며 이빨을 뿌득뿌득 갈았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지금껏 자신의 말이 곧 법이고 힘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난 지금껏 쌓아온 인생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저런 개념없는 자를 가만히 냅두는 것은 오히려 왕국의 좀을 먹게하여 몰락의 길을 걷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신뢰를 드높여 디프로아르 놈들의 조사권한을 얻을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허나 결투 재판에서 이긴다는 전재 하에 통용되는 것.


타이커스 단장의 어깨가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이런 대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을 위해 지금껏 참으라고 한거군요, 재근씨?"


"저희의 미래가 단장님 손에 달려있어요. 전 단장님을 믿고 이 일을 벌였으니 책임져주셔야 합니다?"


"걱정 마시죠. 왜 지금껏 참으라고만 했는지 알 것 같군요"


나와 타이커스 단장의 대화가 오고가던 중, 벨지니아의 허리춤에 감추어놨던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테오 대장과 타이커스 단장에게 검을 들이내밀며 소리쳤다.


"나 알카타도르 왕국의 둘째 왕자 알카드 벨지니아 2세의 이름으로 명한다. 알카타도르 새벽반 마법기사단 테오 대장과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타이커스 기사단장의 결투 재판을 지금 바로 실시하겠다. 지금이라도 물러날 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둘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왕자의 물음에 답했다.


이로서 물러날 수 없는 내 인생 최대의 도박판 주사위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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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8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6 2 10쪽
»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8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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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5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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