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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274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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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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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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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9화 - 코코나 마을 (6)

DUMMY

잠시후, 우리는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지은채 족장의 저택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뒤에는 한 젊은 소녀가 수줍어하며 우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앳된 외모에 눈망울이 똘망똘망하고 코가 높고 허리가 잘록한 단발머리의, 그런 만화속에나 나올법한 미소녀같은 캐릭터의 아이였다.


하지만 역시나 이 마을의 사람답게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흰색 구름무늬 문신이 새겨진 그런 건강미가 넘쳐보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였다.


"그... 일단 제 옷이라도 하나 빌려줄게요. 그거라도 입어요"


공주는 단장이 메고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며 찾더니 하얀 원피스와 밀짚모자를 건내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공주가 건낸 옷과 밀짚모자를 건내받았다.


저건 아마도 나와 공주가 처음 만났을때 입었던 옷과 모자같은데...


혹시 몰라 여분의 옷도 챙겨왔는데 이런 곳에 쓰일 줄은 생각도 못해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모든의 상황은 족장이 금덩이를 건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족장 손녀의 이름은 마렌.


나이는 이제 갓 성인이 된 20살인 하나뿐인 족장의 손녀라고 소개했다.


마렌은 코코나 마을에서 족장의 이쁨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쾌활한 성격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을 밖을 구경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다.


족장이 혹시나 명을 다하여 잘못되는 때를 대비하여 손녀에게도 세상 밖을 보여주고 싶다만 현재 마을 상황이 좋지 않아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좋은 때에 우리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금덩이라는 뇌물(?)을 받고 그녀를 중장정부까지 구경시켜주는 그런 가이드 역할을 부여받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어차피 중앙정부에 들렸다가 다시 마차를 타기 위해 코코나마을로 돌아오기에 하루면 충분한 여정인건 맞긴 했지만...


뭔가 갑작스런 동료의 합류에 모두가 멍때린 표정을 한채 원피스를 받고 행복해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여길 잘 모르는데..."


"저도 처음이에요..."


"저도..."


모두가 처음가보는 여정인데 우리보고 알카타도르 왕국의 가이드를 맡아달라니...


하지만 현재 코코나 마을의 사정을 듣고 금덩이도 받은 상황에서 당장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식당쪽으로 갈까요? 거기서 가져온 도시락이나 조금 나눠먹으며 쉬고있죠"


"재근씨 도시락은 저랑 같이 나눠먹어요. 하나 드렸으니 부족할거 같아서요"


"저야 그런다면 감사하죠, 괜히 제 마음대로 일을 저질러버린 것 같아서 괜시리 미안하네요"


공주가 아니라는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재근씨의 따뜻한 마음씨가 있던 덕에 왕국이 점점 되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나쁜 마음을 품고 계셨다면 지금 이 자리엔 제가 없었지 않을까요?


"하하, 그렇다면 뭐"


"처음만났을땐 정말 괴짜에다가 욕심만 많은 사람인줄 알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는데 역시 저희가 만든 나침반은 틀리지 않았군요"


"음?"


공주는 나를 놀리듯 혀를 삐죽 내밀며 도망갔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마렌도 도망치듯 달려가던 공주를 따라 함께 흙먼지를 내뿜으며 발을 굴렸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단장이 아빠미소를 지으며 지그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내 어깨위에 손을 올리며 감격한듯 코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역시 재근씨군요. 이제 이 세계 사람이 다 된것 같아 기뻐요"


"그러게요. 그 격식따지던 공주도 이젠 나한테도 장난을 다 치고... 있었던 세계가 잊혀져가는 것 같아요."


이세계로 온지 벌써 3일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내가 지금껏 3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 3일동안 값진 경험을 해볼 일이 또 있을까?


왕국의 재건, 그리고 사람간의 신뢰, 순수함, 그리고 씹어먹고 싶은 욕망에 대한 분노...


왕국 내정이란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해보고 싶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는 관심조차 1도 없었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니, 아직도 이 모든게 현실이 아닌 꿈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갖고 나를 믿고 따른다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 모든 일들은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이유였기에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떠오른다.


단장에게 한 말처럼 전에 살던 집, 회사, 친구들이 이름이 정말 신기하게도 점차 잊혀지고, 이 세계 사람들에 더 마음이 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내가 열심히 죽도록 대기업의 팀장자리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철학적인 질문이 요즘들어 많이 떠오르고 곱씹어 보는 나날이 이어졌던 때가 떠오른다.


어찌됐든 현제는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원래 세상만사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미련이 덜 남기 마련이다.


그래도 오늘 해질녘만큼은 이러한 생각을 벗어던지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나를 위해.


그리고 이세계로 온 후에 무거워진 어깨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가벼운 미소를 띈채 달려가는 공주를 따라잡기 위해 함께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시간후]


"음, 어느새 시간이 되었나?"


나와 함께한 일행들은 해질녘 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폈다.


온 몸의 마디마디에서 울려퍼지는 관절의 뿌드득 소리가 들려오며 짜릿하면서 상쾌한 기분까지 들어 뭐든 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일행들은 맨 처음 방문했던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장족과 함께 대화했던 내용들과 마렌도 함께 소개했다.


그러자 식당 안의 부부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너무 고맙다고 반복하며 손녀에게도 잘 갔다오라며 아껴놨던 음식들도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역시 족장이 아끼는 손녀라 그런지 코코나 마을에서 마렌을 모르는 사람은 간첩일정도로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모양이었다.


이에 마렌도 식당 부부의 인사에 보답하듯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 치는 것이 아닌가.


이 세상엔 얼마나 달고 쓴게 넘쳐나는데...


벌써부터 이 아이가 어떤 사회의 맛을 느낄지에 대해 궁금증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식당에서 판매하는 곡식과 벌레류는 급한 정도가 아니니 루이즈가 싸준 식량으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녀가 싸준 식량은 아침에 먹은 빵과 야채 샐러드, 그리고 볶은 고기와 똑같았다.


비록 엄청 푸짐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게 어디인가?


쌀에다가 메뚜기를 볶아 먹느니 차라리 이렇게 먹는게 더 감사할정도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식당 2층에 있는 여관으로 모여 제일 큰방을 빌려 그 곳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오늘 아침까지 묵었던 최상의 게스트룸정도는 당연히 아니지만 엔티크한 느낌이 물씬 풍기며 아담한 가구들의 배치가 굉장히 눈에 띄는 그런 공간이였다.


하룻밤정도는 푹 쉬고 갈 수 있을정도이니 이 곳에서 잠시 눈이라도 붙이며 체력을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코를 골며 쓰러졌고 다행히 시간에 맞춰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강렬했던 햇빛이 점차 모습을 감주는 것을 보니 거진 4시간 이상을 기절했던 것으로 보였다.


나의 부스스하고 잠이 덜깨 퉁퉁 부은 눈을 누군가가 재밌다는듯이 히죽거리며 보고있던 것이 아닌가.


바로 내 맞은편에서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마렌이였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직 저희가 이렇게 인사는 해본적이 없죠?"


"김재근이라고 해. 마렌이라고 했지?"


"네! 언니한테 들었어요. 넬라 그... 뭐지? 넬라 왕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고쳐줬다구요!"


"고친... 건가? 어떻게보면 고치도록 손 쓴거는 맞지?"


마렌이 언니라고 부른다는건 아마 그 넬라 무슨 공주님을 말하는 것쯤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애가 너무 순수하고 유쾌한 성격이라 그런지 붙임성도 굉장히 좋았나보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바로 언니라고 할 정도라면...


MBTI가 I로 시작하는 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친구가 함께 동행햔다는 것에 재밌기도 했다.


나도 처음 가보는 거대 왕국일지라도, 그녀는 아얘 마을 밖을 처음 나가보는 것이기에 낯선 환경 자체를 처음 겪어보는 일에 두근거려 잠을 청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기절한 상태였음에도 그런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터이다.


이를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마치 헬스장을 처음 온 헬린이들 주변에 헬창들이 우르르 모여 귀여워하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려는... 그런 심정?


"어우, 일어나셨습니까..."


단장과 공주도 우리의 말소리에 눈이 뜨여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그들도 고생했던 왕국 내정을 살피느라 많이 피곤했던 탓인지 눈가가 퉁퉁 부어있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마렌은 깔깔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하하하하! 언니 오빠들 너무 웃겨요!"


"아하하..."


우리는 잠이 덜깼는지 깔깔 웃고있는 마렌을 바라보며 함께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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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참교육 (1) 24.06.29 28 2 10쪽
33 32화 - 공주의 사정 (3) 24.06.28 30 2 10쪽
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6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6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3 1 10쪽
26 25화 - 알카타도르 입성 (6) 24.06.04 23 2 10쪽
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6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14 13화 - 진퇴양난 (3) 24.05.18 39 2 10쪽
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7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0 2 10쪽
11 10화 - 성장통 (4) 24.05.16 43 2 10쪽
10 9화 - 성장통 (3) 24.05.14 4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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