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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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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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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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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3화 - 참교육 (1)

DUMMY

해가 중천에 뜨면서 날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겠다는 벨지니아 왕자가 주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그를 봤을땐 하얀색 실크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번쩍거리는 은색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투구는 따로 착용하지 않았던 터라 노란 생머리를 휘갈기는 모습은 마치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왕자님 캐릭터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만 주방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였다.


자세히보니 그의 뒤를 따라 수십명의 갑옷 입은 기사단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 준비됐네. 이들은 자를 호위하고 혹여나 디프로아르 왕국에서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진압을 도와줄 정예 기사단들이네"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타이커스는 웅장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꿀꺽 군침을 삼켰다.


타이커스도 눈가에 큰 흉터가 있기에 심상치 않은 비주얼인 것은 맞지만, 그보다도 더한 상처들이 새겨진 사내, 키는 2m는 족히 되어보이는 사내, 심지어는 여성으로 보이는 자들도 몇몇 섞여있기에 일반인인 내가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허나 타이커스는 긴장이라도 한듯 식은땀을 흘리며 나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재근씨, 왕자님 뒤에 있는 인물들... 전설로만 듣던 왕가친위대입니다"


"단장님도 벌벌 떨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인가요?"


"테오 대장이랑은 비교가 안되는 거물들입니다. 어깨너머로 들었던 전설들을 마주하니 등에 땀이 가득하군요"


"그, 그정도라구요? 제가 볼땐 평범해보이는데..."


"저의 오랜 세월간 느낀 직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 하나 하나가 왕국의 권력과 맞먹는 수준이라구요. 특히 저기 빨간 머리를 한 분이 보이시나요?"


타이커스는 왕자 뒤에서 뒷짐을 진채로 서있는 한 여성을 가리켰다.


그녀의 겉모습으로는 빨갛고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모습이 특이했지만, 생각보다 외모가 뛰어난 덕에 기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다른 자는 몰라도 저 자는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알카타도르 왕가친위대 대장 아르마스입니다"


"대, 대장이라구요? 이 사람들 중에?"


나는 그의 말에 밑기지 않은듯 눈이 휘둥그레진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곱게 자란 귀족가의 미소녀같은 모습인데...


얼마나 대단한 자이길래 타이커스가 이토록 겁에 질렸는지, 그리고 이 거물들 중에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느정도로 강하다는 건가요?"


"저희 세계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음, 곰이나 사자? 호랑이?"


"드래곤입니다"


"드래곤...? 그런 존재가 있어요?"


타이커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이 세계에서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공주의 귀가 뾰족한 것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엘프족도 존재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블린, 오우거 등과 같은 마물들도 존재한다.


게다가 짐승처럼 보이지만 각자마다의 인격이 있는 자들은 각자마다의 왕국이나 마을을 꾸려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와 공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순수 전투력만으로 따져봤을때 이 세계에서 가장 최상위 먹이사슬에 있으며 모든 생물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존재다.


드래곤과 동급인 최상인 생명체는 그 외에도 몇가지 더 있지만, 인간들은 마법석이라는 존재를 발견한 후에 최상위 생물에게도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비약적인 마력의 발전을 이룩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을 잡을 수 있는자는 극소수일 뿐.


허나 아르마스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최연소 나이에 당당하게 홀몸으로 최단기간 드래곤을 사냥했다는 전설이 떠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 몇 살에 드래곤을 사냥한거죠?"


"놀라지 마십쇼. 15살이라고 합니다"


"15살...?"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15살이면 아직 중학교에 다닐 나이다.


그런 자가 혈혈단신으로 최상급 생명체를 사냥했다는 말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 15살때 뭐를 한거지...?


아무튼 이 세계에서 무력만큼은 압도적인 천재이며 알카타도르 왕국을 대표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름난 기사 아르마스.


그저 허울좋은 왕자님일줄 알았는데 이런 자들도 거닐고 있을 줄이야...


눈 앞에 펼쳐진 그들의 위압감을 이제야 눈치챈 탓인지 나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이제 출발하겠네. 갈 길이 멀고하니 작별인사를 나누게"


"알겠습니다"


나는 주방 한구석에서 내가 가르쳐준 노하우들과 지식들을 옮겨적으며 토의하고 있는 호른과 그 부하들을 슬쩍 쳐다보았다.


곧 떠난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지 열심히 일을 분배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지시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뒤로 하고 내가 가야할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그냥 가죠, 왕자님"


"괜찮겠는가?"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지식을 그들에게 전수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손을 거치게 되면 곧 이 세계의 위생관념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자부합니다"


벨지니아 왕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은채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듯 손을 떨구며 왕궁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거리는 발소리를 따라 수십명의 왕가친위대들도 그를 따라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우리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 한발자국씩 내딛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호른이였다.


"재근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가르켜주신 지식들 모두 온전히 받아들여 공주님을 낫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바짝 엎드려 나에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그를 따라 호른의 부하들도 자신들이 쓰고있던 모자를 벗고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들의 이러한 모습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온 몸이 굳은듯 한동한 움직이지 못했다.


30년의 세월동안 내가 지금껏 해왔던 일들은 무엇이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창시절때의 아픔으로 인해 자리잡은 일자리일 뿐, 그 이상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앞만 바라보는 일상을 반복할 뿐이였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자리를 지키는지 잊혀갈 무렵, 팀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답을 찾지 못했다.


허나 갑작스럽게 떨어진 이 세계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찾은듯 하였다.


남들과는 다르게 피지컬적으로 강하지도 않다.


남들과는 다르게 똑똑하지도 않다.


허나 나의 지식 몇가지만으로도 이런 호화를 누리며 칭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시 생각해도 놀라울 뿐이다.


나의 운명.


그것은 내 힘이 닿는 곳 까지 나의 지식이라는 씨앗을 뿌려 열매를 싹틔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나의 인생이 주마등 스치듯 지나가여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허나 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나라는 씨앗은 앞으로 더욱 우뚝 서고 건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돌아보지도 않은채 손 한쪽을 들어올리며 주방 밖을 빠져나왔다.


모든 것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마렌이 드디어 나에게 말을 건내왔다.


"오빠, 멋있어"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내가 어제 새벽에 말한 거는 아직도 유효해"


"음?"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 단장은 우리의 대화를 엿듣더니 무슨 소리인가 싶어 우리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부끄러운 감정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나의 모습에 타이커스는 뭔가 주춤거렸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듯 왕자의 뒤를 밟았다.


아무렇지 않은듯 음흉한 미소를 띈 마렌과 공주를 뒤로 한채 말이다.


"자, 이 곳에 타도록 하여라"


정신없이 벨지니아 왕자의 뒤를 밟다보니 어느새 왕궁의 밖에 당도할 수 있었다.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서있는 정오의 시간.


따가운 햇살 아래로 커다란 마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코코나 마을에서 타고온 마차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와 웅장함에 우리는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마주한 으리으리한 마차들 뒤로 수십개의 마차가 줄지어 서있었다.


아마 이들은 왕가친위대와 조사단이 함께 타고갈 마차일 것이 분명했다.


"그, 그럼 갈까? 왕자님은 어디타십니까?"


"자네들과 함께 동행한다네. 아르마스 대장과 함께말이야"


왕자의 말 한마디에 한번더 온 몸이 굳어버렸다.


처음에 이 땅에 발을 들여왔을때와는 다른 긴장, 그리고 공포감.


생각보다 더 엄청난 스케일.


한편으론 이정도는 되어야 디프로아르 놈들에게 빅 엿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후방 부대를 조사하는 대통령의 아들을 본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밤을 꼬박 샜지만 그들에게 닥쳐올 운명에 나도 모르게 함박 웃음이 피어났다.


마치 참기름은 몇 스푼 떠먹은 듯한 고소함.


우리들은 왕자가 먼저 들어가기 무섭게 후다닥 그를 따라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 상황에서 아르마스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은채 무표정으로 마지막으로 마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그녀가 살며시 문을 닫자 힘차고 우렁찬 소리와 함께 마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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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 참교육 (3) 24.07.01 27 2 10쪽
35 34화 - 참교육 (2) 24.06.30 27 2 10쪽
» 33화 - 참교육 (1) 24.06.29 28 2 10쪽
33 32화 - 공주의 사정 (3) 24.06.28 30 2 10쪽
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7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7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26 25화 - 알카타도르 입성 (6) 24.06.04 23 2 10쪽
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7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14 13화 - 진퇴양난 (3) 24.05.18 39 2 10쪽
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7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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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성장통 (3) 24.05.14 4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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