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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276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5.20 13:06
조회
36
추천
2
글자
10쪽

15화 - 코코나 마을 (2)

DUMMY

성 밖에 발을 내딛자마자 공주는 단장이 메고 있는 가방의 앞쪽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낡아보이는 양피지 모양의 지도와 손바닥만한 나침반을 꺼내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행히 디프로아르 왕국과 반대방향이군요.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쭉 가면 마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부족 마을에 도착할거에요"


"부족 마을이요?"


"네, 마법사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세계에서는 꼭 왕국이란 나라에 사람이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부족끼리 모여서 살고 있는 작은 규모의 마을도 있답니다. 대부분 운송이나 무역을 통해 교류를 하는게 그들의 주 업무입니다"


"그렇군. 우리가 마차를 타기 위해서 꼭 거쳐가야 하는 마을이 바로 그 곳이구나"


"그렇습니다, 지도를 보면 이 마을의 이름은 코코나 마을이라고 하는군요"


마치 우리나라의 열대과일 같은 이름의 마을에 굉장히 정감이 갔다.


"코코나? 뭔가 어감이 좋네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으실텐데... 일단 이동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해봐요"


"그럴까요?"


우리는 공주의 손가락을 가리킨 방향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5분정도를 서로 아무 이야기도 주고받지 않으며 침묵만 이어진 여행길 가운데, 그 침묵을 깬건 기사단장인 타이커스였다.


"마법사님께서는 원래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갑자기 가다보니 궁금해서요"


"저요? 저는 말이죠.."


개미 한마리 없는 한적한 숲길을 가로지르며 나와 공주, 그리고 기사단장이 마치 소풍을 나온듯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거닐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왔는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힘든 점은 없는지 등등...


내가 왜 일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주구장창 설명을 이어나갔고 입에 침이 마를정도로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랑했다.


역시 내가 살았던 세계와 이 세계간의 문화차이가 있는 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대략 있어서 이 부분을 설명해주는게 더 힘들었던 것 같았다.


"그럼 마법사님은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게 되는 것을 얻게 된다면 어떤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실건가요?"


"그러고보니 보물들이랑 마법석으로 뭐 소원 한가지 들어주는 것? 이라고 하셨죠. 그때는 솔직히 말하자면 보물들만으로도 탐났는데 더 욕심이 나는 바람에..."


"그럼 그건 취소해도 되는거에요?"


"하하, 농담도"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떠드는 것도 썩 싫지는 않았다.


지금껏 전염병의 확산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니느라 경직되었던 우리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것 같고, 조금이나마 서로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때, 뭔가 궁금한게 떠올라 한가지 물어봤다.


"아, 그리고보니 다른 사람들은 타이커스, 루이즈 같이 외우기 쉬운 이름들인데 왜 공주만 이름이 그렇게 길어요?"


"다른 왕국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왕국의 왕족출신만 그런 긴 이름을 짓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아버님, 그리고 전에 뵈었던 여섯 분의 성함도 모두 굉장히 길어요"


마치 원시 부족에서 자신의 권력이나 남성성을 상징하기 위해 이름을 특이하게 짓거나 특별한 문신을 새기는 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어깨너머 들어본 것 같다.


이 곳은 왕족이라는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왕족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긴 이름이 허락되었기에 그런 긴 이름을 지어왔던 것이구나...


각자의 문화는 존중하다만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행위는 내가 가장 못하는 종목 중 하나이기에 손사래를 쳤다.


"이제 공주님을 그냥 넬라 공주라고 할게요. 제 머리가 안 좋아서 이름을 다 못외우겠어요"


"갑자기요?"


"대신 저를 마법사라고 부르지 않으셔도 되요. 저는 뭐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한다거나 그런 주술같은 거는 못해요. 오히려 단장님이 마법사라고 불려야죠"


"그럼 어떻게 불러드리는게 편하신가요?"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재근씨라고"


"그게 편하신다면야..."


"단장님도 마찬가지에요"


뒤에서 조용히 걷고 있던 단장이 화들짝 놀라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네? 감히 제가 어찌 마법... 아니, 성함을 함부로 입에..."


"괜찮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주랑 단장님은 그렇게 불러주시는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요. 제 아버지뻘이신데 그러시면 제가 더 곤란해요"


"아, 네... 뭐 정 그러시다면야..."


하긴 생각해보니 단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자라면 자신의 임무가 왕족 호위는 물론, 자신의 휘하에 있는 병력들을 통솔해야 하다보니 지위체계를 그 누구보다도 중요시하게 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말을 놓는다는 개념을 잘 모를 것이기에 적지 않게 당황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단장은 나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은채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내가 분명 이 왕국에선 구원자같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지는 것은 맞으나 나는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그저 한명의 시민일 뿐.


분명 여러가지 혜택이나 호칭을 높게 불러주는 것은 좋으나, 지나치게 부담감이 밀려올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자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이런 세세한 사항들까지 모두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프니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약 1시간 정도 풀숲 길을 헤쳐나가다보니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황야가 눈 앞에 펼쳐졌는데, 이때부터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여 루이즈가 준 가방에서 물을 꺼내 야금야금 나눠먹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입이 멈추지 않는 우리는 어느샌가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조금씩 지쳐서 등에 땀이 폭포수처럼 내리는 그때, 마침내 공주가 말한 코코나 마을이라고 칭한 장소가 서서히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 곳이 코코나 마을입니다. 조금만 힘내세요"


"저기구나..."


아무런 그늘없이 땡볕을 1시간 가량 걷는다는 것은 당연히 힘든 일이다.


20대 초반까지만해도 이런 기분을 느낀적이 없는데, 나이가 서른이 되고 회사에서 맡는 직책이 높아지니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은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운동을 조금 할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마침내 눈 앞에 당도한 마을의 모습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황야 한가운데에 있는 코코나 마을은 우리가 있었던 왕국과 달리 나무로 된 울타리,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나 볼 법한 오두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의 평민들이 사는 오두막은 그래도 둘레가 크고 수분이 충분한 나무들로 지어 꽤나 견고해보이긴 했으나, 코코나 마을의 나무 오두막은 작은 나무들을 촘촘히 연결하여 뭔가 불안정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집이였다.


허나 이 곳 사람들에 주거하는 환경의 특성상 나무를 구하기 힘들고, 만약 구한다 하더라도 햇빛에 의해 모두 말라비틀어질 것이 뻔하니 작고 수분이 없지만 튼튼한 재질만을 골라 집을 지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지만, 환경에 따라 집의 모양이나 특징이 다르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돌려말하자면 이 왕국의 내정을 살펴보며 눈여겨 보게된 직업병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 아닐까?


"멈추시오"


우리가 코코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앞에 우직한 모습으로 서있던 병사 둘이 우리의 길을 막아섰다.


입구를 막아선 그들은 원시부족같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구름무늬 문신이 이곳저곳에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날씨가 더운 탓인지 넓직한 나뭇잎을 엮어만든 하의가 걸쳐져 있었고, 키는 족히 2m는 훌쩍 넘어보여 엄청난 위압감이 우리들을 사로잡았다.


허나 이런 위압감을 무릅쓰고 단장이 먼저 앞서나가 그들에게 말을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서 파견온 공주와 기사단장입니다"


"그렇소? 그럼 증명할 증서를 보여주시오"


그 말을 듣자마자 공주는 주머니에 숨겨져있던 양피지를 꺼내 그들에게 들이밀었다.


150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키의 공주가 그들을 올려다보며 양피지를 건내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 앞의 쥐 같은 모습이였다.


커다란 손으로 공주로부터 건너받은 양피지를 펼쳐 꼼꼼히 확인해보더니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지나가시오, 어딜 가시려고 하시는지?"


"알카타도르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오른쪽에 서있던 문지기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제가 가르킨 방향 끝으로 가면 한 젊은 여인이 보일거요. 그 여인한테 가서 물어보면 될거요"


"감사합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문지기들이 우리들이 건낸 양피지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양피지를 다시 건내줬다.


아무래도 이들도 우호적이거나 특별히 부정적인 관계가 아니고서야 먹고 살기 위해서는 영업용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내가 왕국의 의식주를 살펴보는 내정을 돌보는 것과 같이 코코나 마을의 전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황야 한가운데의 지역이라 그런지 마을 사람들처럼 보이는 자들은 모두 활기차기보단 차분하다는게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아니, 너무 차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오묘한 마을 분위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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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참교육 (1) 24.06.29 2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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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6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6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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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7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14 13화 - 진퇴양난 (3) 24.05.18 39 2 10쪽
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7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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