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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282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6.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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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26화 - 건곤일척 (1)

DUMMY

마침내 우리는 저 멀리서 암탉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햇빛이 드리우며 이상없이 아침을 맞이했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샌터라 눈알에 실핏줄이 터질 지경으로 몸이 피로했다.


마렌은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옆에서 썌근쌔근거리며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가 뜬 눈으로 지샌 이유?


바로 꼭두 새벽에 일어난 고백공격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애정공세를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싶어 고백 공격을 받고 난 이후에 나는 마음을 최대한 추스리고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이제야 하루 본 이방인에게 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말이다.


그 이유를 듣자하니 왜 그녀의 입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대략적인 이유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하루만에 이성에게 고백 공격을 하는 것은 코코나 마을 사람과 내가 살아왔던 세계와의 문화차이라고 생각하면 정리된다.


코코나 마을에서 이성에게 결혼을 한다는 의미는 가벼운 만남을 가져보자는 뜻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현대시대에 커플이란 개념?


코코나에서 결혼을 승낙하면 소소하게나마 결혼식을 올리긴 하지만 성격이 잘 맞지 않는다면 현대시대의 커플들이 그렇듯 헤어지는 경우도 어쩌다 생긴다고 한다.


허나 헤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게 일어나고, 아이가 생기는 순간 그때부턴 정식적인 부부가 되어 성대한 결혼식을 여는 그런 독특한 문화가 있다고 한다.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마렌이 결혼하자고 한 말은 나에게 호감이 있어 차차 알아보자는 뜻과 같은 것.


각자 살아온 지역마다의 문화는 당연히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아직까진 나에겐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어렸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어서 빙빙 말을 돌리기만 급급했다.


우리 세계에선 커플이 된다는 것과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결정인지에 대해, 그리고 하루 만난 사이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힘들지 않냐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를 말이다.


마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은지 30분 가량 지났을 무렵, 마렌은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지금까지 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것이고.


"하아... 힘드네"


부끄럽지만 입대하기 전에 여자친구를 한번 만나본 경험이 있다.


그녀는 학과 내에서도 잘나가고 털털한 성격덕분에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정도로 나에겐 정말 과분한 사람이였다.


어찌저찌하여 그녀와 사귀게 되었지만, 진심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얼마가지 못해 마음을 정리했던 흑역사가 있기에, 그 이후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기보단, 내 자신의 커리어만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더더욱 마렌의 말에 겁이 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자가 생긴다면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될까?


그런 궁금증과 후회, 과거에 대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 뒤엉켜 잠을 들지 못한 것이다.


나의 깊은 한숨소리가 오두막 안에 울려퍼지자 구부정한 자세로 잠을 청하던 단장이 먼저 눈을 떴다.


아직은 잠이 덜 깬 상태였는지 실눈을 뜬채 햇빛이 드리우는 창가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목이 잠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재근씨, 좀 주무셨어요?"


"음, 뭐.... 잠이 안와서요"


"괜찮으시겠어요?"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오더라구요"


단장은 삐걱거리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폈다.


그가 기지개를 펴자 온 몸의 관절과 근육에서 부직포 찢어지는 소리 같은 것이 울려퍼졌다.


우리의 대화에 공주와 마렌도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들도 잠이 덜깼는지 실눈을 뜬채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10초간 우리를 빤히 응시하더니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들 잘 쉬셨나요? 오늘 정말 중요한 날이니 조금만 힘내봐요!"


잠이 덜깼는지 아직도 공주의 눈이 게슴츠레 띄었지만 파이팅 넘치는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세계로 온지 벌써 며칠째.


난생 처음 겪어보는 수많은 일들을 체험하고, 눈으로 봐왔고, 마침내 우리의 목적지가 눈 앞까지 도달했다.


밤을 지샌 피곤함과 마렌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내 앞에 들이닥친 일에 집중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이 셰계에서의 여정을 통해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증명할 것이다.


그 후에 마렌에게 다시금 이야기를 건내겠다.


"그럼, 갈까요?"


나는 옆에서 침을 흘리면서 자고 있는 마렌을 흔들어 깨우며 오두막 밖을 벗어났다.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높은 성지의 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지만 그 사이로 따가운 아침햇살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아침햇살 뿐만 아니라, 어떠한 한 기사가 우리를 반기기 위해 오두막 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제 새벽에 지겹도록 본 화려한 갑옷과 투구.


바로 하츠 대장이였다.


"아, 나오셨군요, 여러분"


"하츠 대장님이시군요? 이제 해가 떠서 퇴근하셔야 하는게 아닌가요?"


그러고보니 하츠 대장은 새벽반 비마법 기사단의 대장이기에 퇴근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물었다.


아침해가 떴으니 이 시간부로 새벽반의 임무는 끝난 것이 아닌가?


허나 그는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여러분들을 왕자님께 직접 모시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테오 대장이라는 분은..."


"테오 대장님은 왕자님이 오시는 시간에 맞춰 오실겁니다. 그때까진 제가 여러분들을 가이드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이 상황에도 마법 기사단의 텃세가 엿보였다.


누구는 성지 내부에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있고, 누구는 코를 골면서 자고 있겠지?


심지어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외부에서 온 공주를 이런 허름한 오두막에 던져놓고 자기들은 알아서 갈 길을 가버리다니...


이러한 작은 불만들이 겹겹이 쌓여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럼 이쪽으로"


하츠 대장은 우리들을 성지 안쪽까지 안내하기 위해서 먼저 앞장섰다.


그 와중에도 마렌은 잠이 덜깼는지 실눈을 뜬 상태로 내 옆에 꼭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 마렌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홍조가 띄는 듯 했으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하츠 대장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왠지 알게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가 맴도는 것 같아 공주가 무슨 일인지 알기위해 먼저 말을 걸어볼까 고민한듯 했다.


허나 그녀는 끝까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은채 침묵을 유지한채로 함께 길을 거닐였다.


역시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왕국의 중심인지라 성지 또한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화려했다.


넬라프로지티아 왕국도 처음 성지를 구경했을땐 화려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있자니 '지금껏 봤던 성지들은 시작에 불과했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럿 과일과 울창한 나뭇잎이 수놓은 아름다운 정원의 나무들.


코끼리 덩치에도 견줄만한 정원의 분수와 조형물.


마지막으로 외부인을 맞이하기 위해 줄서있는 하녀들과 집사들까지.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정도로 많았기에 일일이 인사를 받아주는 것도 고역이였다.


게다가 청량하게 맑고 적당히 낀 구름까지...


내가 이 곳의 왕자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부러움이 잠시 스쳐지나갈 무렵, 드디어 행선지에 도착했는지 하츠 대장의 발걸음이 멈췄다.


우리가 서있는 이곳은 성지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한 커다란 왕궁이였다.


내가 감히 가늠을 할 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저택의 모습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림잡아 보아도 5층쯤은 되보이는 건물에 족히 1km정도 양 옆으로 뻗은 서양식 고급 저택.


오래된듯 보이나 깔끔하면서도 우람한 왕국의 모습에 감탄할 무렵, 우리의 눈 앞에 테오 대장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테오 대장은 우리를 보더니 방긋 웃으며 나에게 다가가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잘 주무셨나?"


"네, 덕분에 잘 쉬었다 나왔습니다"


"이제 곧 왕자님께서 준비하고 나오실거다. 너희같은 촌놈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왕자님을 알현하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리길 바란다. 이 곳이 알카타도르 대제국의 규칙이니까"


"잘 알겠습니다"


이제는 대놓고 촌놈이라고 무시까지한다.


뒤에서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공주와 타이커스 단장이 화가 난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허나 생각이 있다는 나의 말만 믿고 그들도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힌채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누구나 알지 않은가?


화가 잔뜩 올라온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얼굴에 미소만 띈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이다.


그때였다.


"왕자님 입장하십니다!"


왕궁 안에서 한 남성이 우렁차게 입장한다는 소리를 내자마자 우리의 양 옆에 줄서있던 하녀들과 집사들이 일제히 배꼽인사를 올렸다.


수를 셀 수 없을정도로 줄서있던 그들이 한꺼번에 인사를 올리는 모습도 꽤나 장관이였다.


하츠와 테오 대장이 먼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우리도 눈치를 보다 그들을 따라 함께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왕궁의 정문에서 커다란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휘날렸다.


대통령이 행차하는 듯한 거대한 스케일의 왕자 입장식을 매일마다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무렵, 우리의 앞으로 한 남성이 두터운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고생 많았소, 기사단 대장들. 이들은 누구인지 알려주겠나?"


남자가 들어도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


우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알카타도르의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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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참교육 (1) 24.06.29 28 2 10쪽
33 32화 - 공주의 사정 (3) 24.06.28 30 2 10쪽
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6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7 2 10쪽
»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26 25화 - 알카타도르 입성 (6) 24.06.04 23 2 10쪽
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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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7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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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성장통 (3) 24.05.14 4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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