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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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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7.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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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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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8화 - 참교육 (6)

DUMMY

갑작스런 기사단의 돌발행동에 아리엘은 무언가 심상치 않았음을 깨닫고 무릎을 꿇린채 벨지니아 왕자를 올려다보았다.


땅바닥에 내팽겨쳐진 탓에 그녀의 무릎과 팔꿈치에는 작게나마 혈흔이 묻어나왔다.


허나 자신을 해하려는 왕자의 행동과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는 자들의 중압감 떄문이였을까?


아리엘은 한껏 참아왔던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건가? 비록 내가 나이는 적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는 건가?"


"타르봉 백작이 모두 실토했습니다. 아리엘 왕이 주변 왕국 사람들을 여럿 죽이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적질을 부추겼다는 사실을요. 저는 그에 따른 판결과 함께 형을 집행하려는 것 뿐입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언제 그런 해괴망측한 짓을..."


아리엘은 무릎을 꿇린채 슬그머니 왕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타르봉을 쳐다보았다.


지위따윈 잊어버린채 울고불고 매달린 그의 모습을...


이윽고 그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전까지 당당한 모습의 아리엘 왕은 온데간데 없고, 힘없이 축 늘어져 눈동자마저 생기를 잃어버린 그녀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는가?"


"...내 잘못으로 인해 주변 왕국에게 피해를 받았다면 그에 대한 벌을 마땅히 받도록 하겠네. 부족한 내 목 하나를 바쳐 우리 왕국에 평화를 가져다준다면 난 그걸로 만족하겠네. 우리 왕국 사람들은 절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걸 믿으니까..."


"알겠다. 그럼..."


벨지니아 왕자는 허리춤에 차있던 칼집에서 검을 뽑아들어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리엘의 목에 검을 휘두르기 위해 양팔을 높이 지켜들었다.


'내가 왕자에게 건낸 부탁은 이정도가 아니였는데...?'


이마저도 연기인지, 진심인지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


왕자가 진심을 다하듯 그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그때였다.


[챙!]


맑고 청량한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갑작스래 누군가가 나타나 왕자의 검을 가로막은 것이다.


눈가에 커다란 흉터를 지닌 중년 남성...


바로 타이커스 단장이였다.


"이게 무슨 짓이지? 타이커스"


"왕자님, 잠시만 고정해주십쇼"


"지금 알카타도르 왕자인 나의 결정에 반기를 들려는 건가?"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아르마스를 포함한 왕가친위대 전원이 검을 뽑아들어 타이커스에게 다가갔다.


타이커스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중압감에도 아무렇지 않은듯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왕자님. 저희가 비록 이들을 벌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이건 아닙니다. 아무리봐도 아리엘 왕은 이 일과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고한 희생은 더이상 일어나면 안됩니다"


"그럼 타르봉 백작이 거짓을 고했다는 건가?"


벨지니아 왕자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채 어린아이마냥 펑펑 눈물을 쏟고있는 타르봉을 내려다보았다.


숨막힐듯 조여오는 상황에 타르봉은 더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이제서야 모든 사실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왕자님... 모두 제가 벌인 일입니다... 아리엘 왕은 관련 없습니다... 저의 목숨을 바쳐도 상관 없으니 제발 한번만 살려주십쇼. 제가 잘못했습니다..."


타르봉의 실토와 함께 디프로아르 성에는 그의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 메아리쳤다.


지금껏 자신들의 배를 불리우기 위해 벌여온 만행들, 자신과 백성을 위해 대신 죽을 각오를 하게된 아리엘 왕을 보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듯한 곡소리였다.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한 끝없는 분노.


그리고 알 수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까지...


그렇게 이 모든 사건은 타르봉의 말 몇마디로 인해 막을 내렸다.


"...알겠다. 모두 검을 거두어라"


벨지니아 왕자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검을 거두었다.


그러자 왕가친위대 전원이 일제히 검을 내려놓은채 자신의 칼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눈이 풀려있는 아리엘, 대성통곡하며 하늘이 떨어질듯 통곡하고 있는 타르봉 백작, 그리고 이를 아무말 없이 지켜보고만 있는 우리들...


분명 타르봉도 수많은 감정들에 휩싸여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왔던 일들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쳐 어지러울 지경이다.


참교육에 성공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어리지만 마음씨 깊은 아리엘에 대한 연민, 넬라프로지티아 백성의 반이상이 고작 한 명에 의해 죽었다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까지...


지금 내 기분을 딱 한가지로 표현하기로도 벅찰정도로 말이다.


마렌이 내게 건내준 말 한마디, '사필귀정'


모든 일에는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타르봉은 그가 저지른 죄에 따라 벌을 받을 것이고, 안타깝지만 혐의가 없어보이던 아리엘 왕도 그 법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디프로아르 왕국은 현재 무정부상태와 맞먹을 정도로 어수선한 상태가 되었다.


아리엘 왕은 귀족층을 소홀히 관리하여 비선실세를 제공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어쩔 수 없이 왕위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아니, 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벨지니아 왕자에 의해 강제 퇴위를 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원흉인 타르봉 백작과 그를 따르던 무리는 지금껏 자신들이 행한 악질들을 모두 실토하게 되었다.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 병균이 가득한 물품을 제공했다는 사실과 만만해 보이는 마을에 도적질을 부추겼다는 사실.


더불어 코코나 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을에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끼쳐 한입에 먹어버리려는 상황까지 말이다.


코코나 마을과 마찬가지로 독점 거래를 이용한 경제침탈은 어디서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허나 이렇게까지 악독하게 계획을 꾸미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남이 피해를 받던, 죽던 아무상관도 없이 말이다.


타르봉에게 왜 이러한 짓을 꾸몄는지 추궁하자, 그의 아들이 너무나 잘난 나머지 그에 따른 질투에서 비롯된 계획이라는 것을 실토했다.


그의 아들은 거대 왕국의 기사대장으로 일할만큼 젊고 혈기왕성하며 재능까지 있었기에 자신의 아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싶은 질투에서 싹튼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앙정부에 들어갈 만큼 거대한 왕국을 꿈꾸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견줄만한 정도로 부국강병을 꿈꿨던 그였지만 현실은 역시나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터무니없이 불법적인 일에 손을 뻗었고, 실제로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이 무너진 이후에 디프로아르는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순간 나는 뭔가 꺼림직하여 타르봉에게 물었다.


"혹시, 타르봉 백작의 아들 이름이 테오인가요?"


"어? 어찌 제 아들 이름을 아십니까? 혹시 알카타도르에서 제 아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 모두는 놀라운 사실에 한번 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쩐지..."


테오 대장을 처음 봤을때부터 어딘가에 많이 본 듯한 인상인 터라 혹시나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모두들 고개만 끄덕일 뿐이였지 그 이상에 대해선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지금 이미 멘탈이 가루가 되어버린 타르봉 앞에 '당신의 아들이 양 팔이 잘렸다'는 말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지금 당장 혀를 깨물지 않았을까?


아무튼, 타르봉과 그를 도운 귀족층 10명 가량은 왕가친위대에게 호송되어 알카타도르 왕국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 전했다.


그렇다면 이제 디프로아르에 남은 소수의 왕족과 귀족, 백성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루가 되도록 박살난 성벽, 성 내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의 수근대는 말소리...


어수선한 주위 상황들을 쭉 둘러보더니 벨지니아 왕자는 넬라 공주에게 다가갔다.


"넬라프로지티아누... 아, 그... 넬라 공주. 전할 이야기가 있소"


"네? 무슨 일이시죠?"


"이 곳에 오기전에 이야기 했듯이 당신이 앞으로 디프로아르 왕국도 함께 통치했으면 하오. 현재 이 곳은 무정부상태도 다름없기에 누군가가 통치를 해야하는 상황인 것은 잘 알것이오. 현재 당신이 이 자리를 역임하기에 가장 최적이기에 이런 부탁의 말을 드리오"


"그, 그건 어떻게"


"걱정하지 마시오. 이 성 또한 앞으로 넬라프로지티아로 칭할 것이며, 현재 이 곳에 살고 있는 백성들을 하루 빨리 넬라프로지티아 본국으로 이주할 것을 돕겠소. 이러면 되지 않겠소?"


넬라 공주는 벨지니아 왕자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자신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끼쳐온 디프로아르 왕국.


비록 현재 남아있는 자들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가슴 한편으론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한꺼번에 수많은 자들을 통치해야 한다는 부담감, 디프로아르 왕국을 용서해야 한다는 압박감, 앞으로 어떻게 왕국을 통치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 등이 그녀의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그녀는 지금껏 나와 타이커스, 마렌과 함께 했던 여정을 떠올렸다.


가능성이 0에 가까웠던 여정과 성공, 그 가운데 겪었던 아픔과 즐거움.


그리고 자신이 해냈다는 뿌듯함과 용기.


우리의 여정이 그녀를 한단계 더 성장시켰기에, 넬라 공주는 더 고민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벨지니아 왕자의 부탁을 수락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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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 참교육 (4) 24.07.02 23 2 10쪽
36 35화 - 참교육 (3) 24.07.01 27 2 10쪽
35 34화 - 참교육 (2) 24.06.30 27 2 10쪽
34 33화 - 참교육 (1) 24.06.29 29 2 10쪽
33 32화 - 공주의 사정 (3) 24.06.28 30 2 10쪽
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7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7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26 25화 - 알카타도르 입성 (6) 24.06.04 23 2 10쪽
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7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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