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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300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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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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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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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32화 - 공주의 사정 (3)

DUMMY

나는 조용히 손에 들려있던 책을 호른에게 건내줬다.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그의 언행에 적지않게 당황했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되주고 싶었다.


그의 열정과 실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왕궁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왕국의 왕들을 보필하는 자리이기에 위생적인 문명의 발전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먼저 힘써야 하는 것도 기본이였다.


그렇게 되면 내가 처음에 떨어졌던 넬라프로지티아 왕국에서 일어난 전염병도 없을테고,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놈들도 없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반드시 믿고 있으니까.


디프로아르 왕국에 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남지 않았기에 나의 피나는 경험과 지식을 이들에게 전수할 필요가 있었다.


"지배인님, 슬퍼하지 마세요. 그래도 공주님의 병을 호전하기 위해 열심히 하셨잖아요? 이 책을 봐도 얼마나 공주님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치만..."


"이제부터 제가 살아왔던 곳에서 전해온 노하우를 지배인님께 전수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알러지 현상 외에도 우리들이 꼭 알아야 하는 위생 지식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공주님 뿐만 아니라 저희가 만든 음식을 먹고 아픈 사람이 없을 거란 말씀이십니까?"


"적어도 지배인님이 만든 음식을 통해 아픈 사람은 한명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호른은 빨갛게 충혈되어 글썽이는 눈을 옷 소매로 슥슥 문지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비록 나의 아버지뻘 되어보이는 외모에 외소한 키를 지녔지만 호기심 가득한 소년과도 같은 그의 눈망울이 인상적이였다.


"그럼 염치없지만 이것저것 알려주십쇼. 알카타도르 왕궁 주방 총지배인 호른의 이름을 걸고 다시는 저희의 음식을 먹고 아픈 사람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호른은 내 앞에 공손히 두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힐끗힐끗 눈치를 보며 우리의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호른의 부하들도 한명씩 나를 향해 무릎을 조아렸다.


아버지뻘과 같은 자가 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뒤에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벨지니아 왕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재근씨는 저희 왕국에 내려온 보물이구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어우, 과찬이십니다"


"방금은 내 권한으로 조사단을 파견하여 디프로아르 왕국을 조사한다고 했지? 마음이 바뀌었네"


"네? 그게 무슨..."


갑작스런 왕자의 말에 우리들은 당황했다.


허나 내가 생각했던 상상 외의 답변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재근씨는 우리 왕국에 필요한 인재다. 그런 인재를 귀하게 쓰고싶구만. 디프로아르 왕국은 내가 직접 방문하겠다"


"에!?"


나를 비롯한 넬라프로지티아 공주, 타이커스, 마렌 모두가 눈이 뒤집힐 정도로 놀랐던 터라 무의식적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코딱지만한 작은 마을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강 왕국의 왕자가 직접 행차한다고?


이건 마치 뭐랄까?


군대 후방지역에서 식중독 사건이 터졌다고 대통령의 아들이 직접 방문해서 뒤집어까는 꼴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제안이다.


제대로 걸리면 디프로아르의 패망은 물론, 넬라프로지티아를 건드는 왕국은 뼈도 못추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대신 남은시간동안 호른에게 재근씨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전파해주게. 그정도는 할 수 있겠나?"


"그, 어... 물, 물론이죠"


나는 지금껏 이 세계에 떨어지면서 수많은 감정들을 겪어왔다.


그러나 벨지니아 왕자의 말 한 마디에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듯 힘들고 억울했던 감정, 기쁘고 화났던 감정 등등이 눈녹듯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여정으로 힘들었던 내 자신에게 보상을 하듯 말이다.


"그럼 호른을 잘 부탁하네. 나는 떠날 채비를 하고 정오에 다시 내려오겠네. 잠시 자리를 비운동안 인수인계 해야할 것들도 많아서 말이야"


그렇게 쿨하게 한마디를 내뱉은 벨지니아 왕자는 수많은 하인들을 거느리며 주방 밖을 빠져나왔다.


넬라 공주와 타이커스는 아직까지도 이 상황이 밑겨지지 않았는지 자신의 볼을 힘껏 꼬집어보았다.


공주는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공주가 이렇게까지 후련한듯 밝은 표정을 지은 것을 처음본다.


"이게 꿈은 아니군요..."


타이커스 단장도 눈 앞에 펼쳐진 꿈같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여 넋을 잃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현재의 상황이 밑겨지지 않지만 벨지니아 왕자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나는 호른 앞에 우뚝 서서 팔짱을 낀채 소리쳤다.


"자, 그럼 따라오시죠! 호른 지배인님을 중심으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이 곳으로 모으세요"


"네!"


호른은 나의 말을 듣더니 갓 들어온 이등병마냥 부리나케 주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왔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세어보진 못했지만 주방 안의 인원은 호른을 포함하여 약 30명 정도.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인원 10여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수건잡기 놀이를 하는 유치원생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그렇게 남은 시간동안 나의 직업정신을 투철하게 발휘하여 주방의 모든 곳을 뒤집어까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재료들의 상태와 입고일자를 확인하기 위해 창고를 뒤집었다.


입고일자란 말 그대로 왕궁 안으로 식재료들이 들어온 날짜를 뜻한다.


허나 입고한 날짜 하나만 팻말로 끄적인 것이 전부이기에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여기있는 재료들은 장기간 보존해도 괜찮은 재료들이군요. 허나 앞으로 모든 식재료에 대한 입고일자와 생산일자, 들어온 날짜별로 모두 함께 기록하세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따라오던 무리들 중 가장 뒤에 있는 자가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뭔가요?"


"그렇게 되면 저희가 손이 너무 많이 가게 되어 인력낭비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개선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자 마치 나의 말이 곧 법인 것 마냥 뒤따라오던 호른이 그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호른이 으르렁 거리며 노려보아 질문을 했던 자가 당황한듯 식은땀을 흘렸지만, 나는 침착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왕국 사람들은 잘만 관리하고 있는 현재 시스템을 굳이 엎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도 똑같지 않은가?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떠한 작업을 한다고 가정할때, 이유없이 하고 있던 작업의 방향성을 갑작스럽게 튼다거나 추가가 되면 왜 그래야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가?


나도 여럿 업체를 둘러다니며 '왜 굳이 수고로운 일을 더해나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자들을 수차례 봐왔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도 설명이 필요했다.


"그럼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는 아무 이상없이 잘 운영되고 있지만 예를 들어 가정해보겠습니다. 감자라는 식재료에 갑작스런 병균이 옮아 사용하지 못할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런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이 곳은 알카타도르 왕궁을 보필하는 장소이기에 최상급 재료만 들어오겠죠? 그렇기에 예를 들었던 그런 최악의 상황은 없었겠죠. 허나 신을 제외하곤 미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이런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에 이런 개선을 하게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진행된다면 저희에게 어떤 이득인지 알 수 있을까요?"


"방금 예를 들어 설명한 대로 작년 가을에 수확한 감자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심지어 그 감자에는 다른 농작물들을 시들게 하는 병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죠. 지금 현재의 시스템대로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어떻게 하실거죠?"


"어.... 감자를 모조리 버리겠죠?"


"감자를 1년치를 수확한 것을 창고에 쌓아놓은 것을 다 버리겠다구요? 왕자님께서 이런 상황을 그저 넘어가주실까요?"


"그렇군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창고에 입고된 날짜와 함께 생산된 날짜를 기록하게 되면 만에 하나 잘못된 일이 일어나도 최소한의 식량만 폐기할 수 있게 되는군요! 놀라워라!"


눈동자가 뚜렷히 빛나며 우리의 말을 가로막은 호른이 손에 들려있는 수첩에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적어나갔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을 호른이 가로채어 뭔가 찝찝했지만 그래도 열정적으로 배워나가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나무라겠는가?


"원초적인 이유는 그렇습니다. 남은시간동안 저는 왕궁의 위생관리 뿐만 아니라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들을 전수해 드릴 것이니 저만 믿고 따라와주세요"


"우오오!!"


호른을 따라 뒤따라오던 부하들도 나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였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그들의 모습을 뒤로 한채 왕궁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위생 상태는 훌륭했지만 아직까지 개선해야할 사항들이 넘쳐났다.


오염을 막기 위한 노하우와 벌레와 쥐 같은 생물들의 출입을 막는 법, 그리고 요리하는 자들이 갖춰야할 용모까지...


내 모든 지식을 끄집어내어 그들을 가르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였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필요한 사항들만 콕콕 집어 그들의 뇌에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알레르기 식료품의 보관과 요리하는 도구의 분리까지 말이다.


그들과 함께 입에 침을 튀겨가며 거닐다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에 다달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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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 참교육 (4) 24.07.02 23 2 10쪽
36 35화 - 참교육 (3) 24.07.01 27 2 10쪽
35 34화 - 참교육 (2) 24.06.30 27 2 10쪽
34 33화 - 참교육 (1) 24.06.29 29 2 10쪽
» 32화 - 공주의 사정 (3) 24.06.28 31 2 10쪽
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1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7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5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7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26 25화 - 알카타도르 입성 (6) 24.06.04 23 2 10쪽
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4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7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14 13화 - 진퇴양난 (3) 24.05.18 39 2 10쪽
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7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1 2 10쪽
11 10화 - 성장통 (4) 24.05.16 43 2 10쪽
10 9화 - 성장통 (3) 24.05.14 4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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