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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박꼽등
작품등록일 :
2024.05.09 11:33
최근연재일 :
2024.08.31 00:30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2,323
추천수 :
107
글자수 :
310,700

작성
24.07.01 09:59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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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35화 - 참교육 (3)

DUMMY

그렇게 마차를 탄 우리들은 별탈 없이 꼭두새벽을 맞이했다.


야행성의 동물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곤히 잠든 고요한 새벽 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 사이로 무언가가 반짝이는 물체가 아른거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이커스는 아직까지도 입에 침을 흘리며 잠들었던 넬라 공주와 마렌을 급하게 깨웠다.


"공주님, 마렌. 일어나세요"


"음?"


잠에서 덜 깬 탓인지 그 둘은 눈쌀을 찌푸린채 부스스 잠에서 일어났다.


실눈을 뜬채로 그들은 눈 앞에 보이는 등불을 본채 입을 열었다.


"저기가..."


"디프로아르에 곧 도착합니다. 정오쯤에 출발했으니 지금쯤 도착하는게 맞을겁니다"


"드디어 온거군요"


그때, 아르마스 대장이 허리춤에 감겨있던 칼집을 어루만지더니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던 마차의 속도인 터라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는지 몸이 굳어버렸다.


벨지니아 왕자는 이를 보곤 아무말 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그녀는 갑작스래 마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돌발행동에 우리는 기겁했다.


"와, 왕자님? 대장님 왜 저러시는건가요?"


"보면 안다"


마차에서 뛰어내린 그녀는 고꾸라지기는 커녕 발에서 붉은색 화염이 일렁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속도가 점차 붙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다리는 사람 눈으로 따라오기 힘든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모든 준비가 마쳤는지 그녀는 호흡을 한번 깊게 들이마쉬더니 빛과 같은 속도로 디프로아르 성으로 뛰쳐나갔다.


뛰어갔다라는 표현보다는 날라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그녀가 남긴 발자취에는 붉은 화염만이 작게나마 남아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디프로아르 성문에 도착했다.


디프로아르 성지기들도 이런 그녀를 보고 적지않게 당황했는지 들고 있던 창을 그녀에게 들이내밀었다.


"누, 누구길래 여기를!"


"잠시 조사할 사항들이 있어 찾아왔다. 문을 열어라"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건냈다.


허나 그들은 저항이라도 하려는듯 눈을 시퍼렇게 뜨며 다시한번 창을 들이민 것이 아닌가?


"오늘 밤은 아무런 방문객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해가 뜨면 다시 오도록 하여라!"


"지금이라도 조용히 성문을 열고 투항해라. 그러면 목숨만을 살려주겠다"


"어림없는 소리!"


마지막 경고를 무시하고 문지기들은 일제히 아르마스를 향해 창을 찌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허나 그녀는 아무런 마법을 쓰지도 않고 열댓명이나 되는 문지기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고작 10초 남짓의 시간 만에 말이다.


그녀의 화려하고도 정갈한 칼부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문지기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청을 지은채 쓰러졌다.


"이, 이런 자가 어째서 우리 왕국에..."


"난 분명 경고했었다"


짧은 말을 남긴채 그녀는 땅바닥에 널부러져있는 문지기들을 뒤로하고 성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이내 손에 들려있는 검이 빨갛게 물들더니, 그녀는 허공에 검을 수차례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부드러운 과자가 부서지듯 커다란 성문이 가루가 되도록 썰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믿기지 않았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말도 안돼..."


역시 소문으로만 듣던 최연소 드래곤 슬레이어 아르마스...


일반 문지기들 수십명과 평범한 성문따위로는 그녀를 막을 수 없던 것이다.


그때, 성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무섭게 우리를 뒤따라오던 수십명의 왕가친위대 기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아르마스가 먼저 선보였던 고속 이동 마법을 수십명의 왕가친위대가 선보이는 장면은 장관이였다.


뛰쳐나가는 사람, 날라가는 사람 등이 있었지만 그들은 각자마다의 고유 마법색이 존재했기에 꼭두새벽에 펼쳐진 불꽃놀이처럼 아름답기까지 한 그들의 행렬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나 마렌이 이러한 장면을 눈에 1초라도 담기 아쉬웠는지 마차 창문을 열고 그들을 나지막이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듯 맑고 투명한 눈으로 말이다.


"도착했군"


마차는 점차 속도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 앞에 도착한 그가 마차에서 내리더니 먼저 도착한 왕가친위대 일동이 왕자를 맞이하기 위해 일제히 도열했다.


그 도열단 중심엔 아르마스 대장이 있었다.


"수고했소, 아르마스 대장"


"먼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왕자님.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금방 제압했습니다"


벨지니아 왕자는 왕가친위대의 도열단 뒤로 신음을 내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문지기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뭔가 꺼림직한듯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르마스에게 말을 건냈다.


"대장, 그래도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저는 분명히 경고를 했습니다만 이들이..."


"출발하면서 마차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나? 디프로아르 백성들을 모두 벌하지 말고 철처히 조사를 해보자고 말이야"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아르마스 대장은 다 좋은데 말이야. 너무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예전부터 이야기 했지만 사람이 아무런 융통성 없이 사는건 곤란하다고"


"네..."


"아무튼 이들은 아르마스 대장이 책임지고 치료하도록 하게. 우리는 지금 이 시간부로 조사단들을 투입하여 해가 뜨기 전까지 일을 마치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지시한대로 움직이도록. 타 왕국에 대한 공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무엇이든 다 나에게 갖고오게"


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팝콘 튀어나가듯 일사분란하게 왕가친위대와 조사단이 성 안으로 진입했다.


우리들도 이런 상황에 낯설어 쭈뼛거리며 마차에서 내렸다.


디프로아르 성 외곽엔 희미하게 붙여있는 호롱불과 널부러져있는 성지기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린 우리들과 벨지니아 왕자, 아르마스 대장이 전부였다.


화려하게 움직이던 왕가친위대들도 어느샌가 그들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뿔뿔히 흩어진터라 성에는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아무말 없이 정적이 흐르며 새벽의 귀뚜라기와 개구리 소리만이 들리오던 그때, 마침내 성 안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가 잠에 들던 꼭두새벽, 알카타도르라는 거대 제국의 습격은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는듯 어두컴컴했던 성 내부가 이윽고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성 내부에서는 누군가의 고함소리, 칼이 갈리는 소리, 짐승의 울음소리 등 알 수 없는 소리들만이 가득했다.


타이커스는 이런 내부의 상황을 멀찌감치 지켜보다가 벨지니아 왕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왕자님, 염치없지만 저희도 성 내부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건 안된다. 혹시나 모를 안전에 대비해 우리는 성 밖에서 기다리도록 한다.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으니 힘든 사람은 마차 안에서 눈을 붙이고 있게"


"알겠습니다"


왕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


어찌됐든 디프로아르 왕국이 뒤집어 까지는 이유도 우리의 폭로 때문.


디프로아르 귀족들이 어쩌다가 우리가 성 내부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라도 하면 큰일이 일어날 경우가 있다.


타이커스 단장의 경우엔 상관 없지만, 전투력따윈 1도 없는 나와 공주, 마렌은 혹여나 눈만 깜빡해도 객사당할 수 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


타이커스도 이런 왕자의 생각을 읽었는지 조용히 성 내부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공주와 마렌을 조용히 마차 안으로 들이밀며 귓속말을 건냈다.


"왕자님의 말대로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둘은 멀리서 오느라 힘들었을테니 마차에서 잠깐 쉬다가 와요. 제가 필요하면 부를게요"


"하지만 오빠..."


마렌은 걱정이 됐는지 내 손을 덥썩 잡은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조용히 마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걱정 안해도 돼.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이제 코코나 마을도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을거야"


"...고마워요, 오빠. 정말로..."


똘망똘망한 마렌의 눈망울에는 이윽고 닭똥같은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껏 힘들었던 여정, 도박과도 같은 우리의 행보, 마을 밖에선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경험들과 마을에서 일어났던 소동 등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작은 휴식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공주는 훌쩍이던 마렌을 마차 안으로 들여보내며 아무말 없이 나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디프로아르 성 외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피곤해 쩔어있는 상태였기에 하루빨리 이 사단이 끝나고 침대에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허나 나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


그들의 속내가 무엇이였는지, 왜 그런 짓을 꾸몄는지, 그리고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나와 타이커스, 벨지니아 왕자와 아르마스 대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성 내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아무런 대화없이 성을 바라보고 있던 우리들 앞에 마침내 조사단원들이 책들과 서류들을 한가득 들고오기 시작했다.


조사단원들은 왕자의 앞에 서류들을 내려다놓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의심이 될만한 자료들입니다. 한번 확인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왕자와 우리들은 조사단원이 건내준 자료들을 글씨 한톨 흘리지 않고 모조리 읽어나가며 의심될만한 정황들을 파악해나갔다.


그렇게 왕가친위대와 조사단원이 힘들게 성 밖까지 자료를 옮기던 와중, 점차 햇빛이 내 눈가를 내리쬐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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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 공주의 사정 (2) 24.06.27 27 2 10쪽
31 30화 - 공주의 사정 (1) 24.06.13 32 2 10쪽
30 29화 - 건곤일척 (4) 24.06.12 28 2 10쪽
29 28화 - 건곤일척 (3) 24.06.11 26 2 10쪽
28 27화 - 건곤일척 (2) 24.06.10 28 2 10쪽
27 26화 - 건곤일척 (1) 24.06.10 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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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 알카타도르 입성 (5) 24.06.03 25 1 10쪽
24 23화 - 알카타도르 입성 (4) 24.06.01 23 2 10쪽
23 22화 - 알카타도르 입성 (3) 24.05.31 28 2 10쪽
22 21화 - 알카타도르 입성 (2) 24.05.30 24 2 10쪽
21 20화 - 알카타도르 입성 (1) 24.05.24 27 2 10쪽
20 19화 - 코코나 마을 (6) 24.05.23 28 2 10쪽
19 18화 - 코코나 마을 (5) 24.05.23 28 1 10쪽
18 17화 - 코코나 마을 (4) 24.05.22 28 2 10쪽
17 16화 - 코코나 마을 (3) 24.05.21 29 2 10쪽
16 15화 - 코코나 마을 (2) 24.05.20 38 2 10쪽
15 14화 - 코코나 마을 (1) 24.05.19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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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 진퇴양난 (2) 24.05.17 39 2 10쪽
12 11화 - 진퇴양난 (1) 24.05.17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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