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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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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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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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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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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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56 시스템 오류 (3)

DUMMY

Lv. 56 시스템 오류 (3)


거인들과 멀리 떨어져 있던 뒤쪽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도망치는 사람들 틈에 섞여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는 차량과 사람들 때문에 도로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반면, 거인들의 속도는 지나치게 느렸다.

진행로에 빼곡한 자동차들이 거인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한몫했지만 기본적으로 움직임 자체가 굼떴다.

그러다 보니 도망치는 사람들과 거인들의 거리는 금방 벌어졌다.

어느새 여유를 되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고속도로의 거인들을 SNS에 퍼 나르거나 경찰에 신고하기에 바빴다.


역시나 가장 먼저 반응이 온건 방송국이었다.

방송국 헬기가 고속도로 상공을 날아다니며 거인들과 대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현재 고속도로 상황이라며 거인들을 생중계했다.


문제가 커지기 시작하자 뒤늦게 군과 경찰이 투입되었다.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고속도로 입구가 전면 봉쇄되고 사람들은 국도로 우회해야 했다.


군용 헬기와 전투기가 고속도로 상공위로 날아올랐다.

방송국 헬기들은 하늘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저 멀리서 주변을 배회했다.

대한민국 공군의 등장에 사람들은 도망치던 것도 멈추고 환호를 질렀다.

절망과 공포로 가득하던 그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어리기 시작했다.


군용 헬기에 장착된 화기를 본 진호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근데 저런 거로 잡아도 레벨 오를까요?”

“와. 넌 지금 저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냐?”


규태가 별 미친놈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진호를 돌아왔다.


“아니 형님. 궁금하지 않아요?”

“그러게? 와. 근데 그럼 한 마리만 잡아도 레벨 엄청나게 오르겠다.”

“그쵸, 형수? 그럼, 저기 타는 사람은 어떻게 정할까요? 레벨은 다들 올리고 싶어 할 텐데. 특히 오늘 같은 경우는 완전 폭렙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가위바위보?”


진호가 희주를 향해 검지를 들어 올려 까딱까딱 좌우로 흔들었다.


“에이. 우리 형수가 또 군대를 모르시네. 군대는 말입니다, 상명하복이 원칙입니다. 무조건 짬이에요. 상관이 오늘 나 렙업 좀 해야겠다, 하면 아랫사람들은 바로 네 그러십쇼. 나온다니까요.”

“그건 너무 치사하다. 그럼, 말단은 평생 레벨 못 올리는 거 아냐?”

“근데 오늘 같은 경우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높은 사람들은 뒤로 빠지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한도 문득 궁금해졌다.

저런 고성능 화기로도 레벨업이 가능하다면 미국같이 총기 소지가 합법화 되어있는 나라는 너무 이득 아닌가?

때마침 정한의 머리 위로 군용 헬기 한 대가 지나갔다.

헬기 안에 타고 있는 병사들의 레벨은 20 중후반.

레벨만으로는 판단하기 애매한 수치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외국인도 총 쏴서 튜토리얼 깼던 거 같은데······.’


정식 서비스가 오픈하기 전, SNS를 뜨겁게 달궜던 한 외국인의 영상.

총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초급 모험가 상자를 공개했던 외국인.

정한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어? 야 너 왜? 또 뭐 하려고?”


정한의 뒤를 따라가던 규태가 뒤늦게 멈춰섰다.


“나도 궁금해서. 어떻게 되나 보려고. 먼저 가고 있어.”

“저도 볼래요!”

“나도, 나도!”


희주와 진호까지 합세하자 규태와 현주가 황망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형부······. 이거 맞아?”

“나도 모르겠다. 니 언니한테 물어봐라.”

“형부 마누라잖아. 형부가 물어봐.”

“난 힘이 없어요. 희주가 하자고 하면 하는 거야.”


결국 규태와 현주까지 합류한 정한 일행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거인이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행동 방식도 확연하게 달랐다.


거인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차에 앉아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동차 극장에라도 온 것처럼 편안히 눈앞의 상황과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뒤쪽에 있는 차부터 빼고 있는 거 같은데, 와. 이 속도면 내일은 돼야 정리될 거 같은데요?”


진호가 도로 상황을 보여주는 CCTV 화면을 켜서 파티원들에게 보여줬다.


“우리는 차라리 저 거인들 정리되면 앞쪽으로 가서 차 소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차는 안 막히겠네. 근데 정리가 쉽게 될까?”

“그래도 전투기까지 떴는데 금방 정리되지 않을까요?”

“글쎄······.”


거인들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차에 타 있는 사람보다는 차 밖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커졌다.

그들은 차 옆에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거나 차 옆을 서성였다.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최대한 짐을 추리면서도 상황이 정리되면 바로 차를 타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인과 점점 가까워질수록 차를 잃은 사람들과 차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까지 태워 주실 분? 기름값 드려요!”

“서울 한자리 남았어요. 십만 원! 십만 원에 태워드려요!”

“공격해, 공격! 뭐하냐!”

“내 차 망가지면 국방부에 청구할 거야! 빨리 밀어버려!”

“씨발! 내 차! 이거 보험 처리되려나?”

“아······. 아직 할부 남았는데······.”


남은 자리를 두고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

제 차까지 거인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

그리고 이미 차를 잃고 절망하는 사람들까지.


화마에 휩싸인 산과 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피부에 느껴지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미 얼굴에 검댕을 묻힌 채 허무하게 도로 위를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뭐야?”

“제정신인가 다들? 지금 여기도 안전하다고 보긴 힘든데.”

“와. 근데 여긴 못 있겠다. 뒤로 가자.”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던 그들은 결국 질린 듯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이 많기도 많았지만, 다들 너무 흥분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들 틈에서 벗어났을 무렵 본격적인 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거인의 주변을 날아다니던 헬기들이 일제히 불을 내뿜었다.

헬기에 달린 기관포가 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인들을 공격한 것과는 달리 거인들의 피부에는 작은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거인들은 따갑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우어어워!”


거인들이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휘두른 팔에 맞은 헬기 하나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쿠과광-! 퍼벙!

상공으로 높게 떠오른 헬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거인의 커다란 몸이 연기로 휩싸였다.

연기 사이에서 뻗어져 나온 팔이 헬기의 꼬리를 붙잡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헬기가 버려진 차들을 밀어내며 고속도로 위로 미끄러졌다.

순식간에 군의 공격용 헬기 두 대가 격추되자 사람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꺄아아악!”


거인과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정한의 일행이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저 거인 엄청나게 세네요.”

“그러게. 근데 우리도 도망가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 가자. 더 볼 것도 없겠다.”


기관포를 맞고도 거인은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원래는 화기로도 레벨을 올리는 게 가능한지 확인하려고 남아있었던 거지만.’


몬스터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강력한 화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었다.

레벨 올리겠다고 전투기를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았다.


레벨이 낮을 때야 화기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그것도 잠깐일 터였다.


‘그렇게 따지면 총기나 그냥 무기나 비슷하겠지.’


오히려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고 얻은 무기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무기라는 건 공격력이 정해져 있으니까.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린 정한은 거인을 뒤로하고 빠르게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규태의 자동차를 탈 것으로 등록해 놓은 덕에 그들은 고속도로 통제를 피해 빠르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한은 지금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주드를 제 침대 옆에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너무 오래 가는데? 그 정도로 중요한 정보가 있었나?’


사실 정보라는 게 그렇다.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힌트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한은 이번에 주드가 한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작 나는 뭐가 중요한 소리였는지도 모르는데······.’


정한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 괜찮은 게냐?”


락툼과 토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드의 주변을 맴돌았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정한은 꼭 잠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드를 한동안 지켜보다가 잠에 들었다.


*


“형님.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아침부터 진호가 정한의 방문을 두드렸다.


“어, 왜?”

“형님 이것 좀 보세요.”


정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이닥친 진호가 핸드폰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그에게 진호가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었다.


“어제 그 거인들 말입니다. 저희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바로 사라졌다는데요?”


정한은 잠이 확 달아났다.


“뭐? 줘봐.”


진호의 핸드폰을 받아 든 정한은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천천히 살펴봤다.

기사에는 영상 링크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저녁까지 계속된 폭격에 거인들 상당수는 쓰러졌지만 그래도 반 넘는 거인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공격을 받던 거인들이 일제히 하늘을 쳐다보며 길게 울부짖었다.

동시에 거인들 몸 위로 떠오르는 경고 알림창.

그리고 지지직거리는 잡신호와 함께 거인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분명 이전에 주드가 처음 정한의 펫이 됐을 때 벌어진 일과 비슷했다.

‘엘리시온’이 시스템 오류를 발견하고 서버 점검이 시작될 때 나타났던 현상.


‘거인들이 나타난 게 시스템 오류라는 건가? ‘엘리시온’이 의도적으로 거인들을 보낸 게 아니었나?’


주드의 말에 따르면 후자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거인을 오류로 판단하고 소멸시켰다.


‘뭐가 맞는 거야?’


정한은 혼란스러웠다. 이럴 때면 유독 주드가 아쉬운 그였다.

힐끗 본 주드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였다.


“근데 얘네가 갑자기 왜 사라졌을까요? 이벤트 보스 같은 건가?”

“갑자기? 이벤트를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지. 설날이라거나, 추석이라거나.”

“에이. 여름이랑 겨울에도 이벤트 많이 하잖아요.”

“그렇긴 하네······. 근데 여름 이벤트를 이런 식으로 하면 추석에는 지구 멸망하겠는데?”

“켁. 그 전에 열랩 해야겠는데요. 형님?”

“아니. 그전에 출근부터 해야지. 빨리 씻어라.”


정한의 등쌀에 못 이긴 진호는 결국 투덜거리면서도 화장실로 향했다.


[도움말 : 현실의 탈 것을 서버 내에 등록하기 위해선 등록하려는 대상이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남의 것을 등록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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