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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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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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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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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DUMMY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정한부터 시작해서 희주와 현주, 심지어는 규태까지 페트라를 보며 감탄하는 동안 진호는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붉은 바위 부싯돌]을 살펴봤다.


[붉은 바위 부싯돌]

[요리를 할 수 있는 모닥불을 피웁니다.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의 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오. 쓰레기네.’


애초에 진호는 게임을 할 때도 제작과 관련된 컨텐츠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다.

진호는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친한 사람들과 파티를 맺고 사냥하러 다니는 걸 선호했다.

그러니 제작 관련 아이템을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진호는 두 개의 작은 부싯돌을 지압볼처럼 손안에서 굴리며 일행들의 주변을 배회했다.

희주와 현주는 관광지에 놀러라도 온 사람들처럼 아예 휴대폰을 들고 페트라를 배경으로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진호는 눈에는 페트라보다는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보고 즐거워하는 이들이 더 신기하게만 보였다.


처음 도시 내부에 발을 들였을 때 진호는 생각했다.


‘오. 두바이에 있는 대형 쇼핑몰처럼 생겼네.’


그렇다.

이래 보여도 진호는 재벌 집 막내 도련님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봤던 것이었다.


‘여기보다는 차라리 브라질에서 본 예수상이나 페루에 있는 마추픽추가 더 신기한 것 같은데······.’


지팡이 끝을 발로 툭툭 차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진호는 어느새 다리 반대편에 와 있었다.

그는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꺾어야 끝이 보이는 거대한 건물 앞에 쪼그려 앉았다.

부싯돌로 바닥에 죽죽 선을 그으며 시간을 때우던 진호는 문득 제 옆에 놓인 커다란 화로를 쳐다봤다.


‘이런 것도 켜지나?’


진호는 들고 있던 커다란 지팡이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화로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탁! 탁! 화르륵-


부싯돌을 몇 번 부딪히자, 순식간에 불길이 솟아 올랐다.


“우왁! 깜짝이야. 어우씨. 눈썹 다 탈뻔했네.”


식겁하며 뒤로 물러서느라 다리 사이에 끼워두었던 지팡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지팡이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진호의 시선 끝에 희끄무레한 사람의 형상이 아른거렸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진호는 반쯤 들어 올렸던 지팡이를 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정한에게 뛰어갔다.


“으아아아악! 형님! 귀, 귀신. 귀신이에요!”


진호가 정한의 뒤로 몸을 숨겼다.

정한은 저보다 큰 덩치로 제 허리를 붙잡고 덜덜 떨고 있는 진호를 보고 황당해 하면서도 그가 뛰어온 곳을 쳐다봤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반투명한 드워프들은 화로의 불빛이 닿는 동안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저게 우리가 잡아야 되는 드워프 원혼 같은데?”


정한은 물고기에게 매달린 똥처럼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는 진호를 달고 화로 가까이 다가갔다.

60레벨의 정예 몬스터인 드워프 영혼들은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공격해 오던 바위 정령과는 달리 정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진호야, 이거 불 어떻게 켰어?”

“그,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받은 [붉은 바위 부싯돌]로 붙였습니다.”


정한의 뒤에 붙어서 바닥에 누워있는 제 지팡이를 발로 깔짝거리던 진호가 힘겹게 대답했다.


“뭐야. 너 이런 거 무서워했었냐?”

“으. 전 저런 귀신, 영혼, 공포, 호러 이런 거에는 진짜 쥐약이에요. 언데드, 좀비 이런 거는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근데 저런 실체가 없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진호는 대답을 하면서 잽싸게 제 지팡이를 회수해 왔다.


“야. 사제가 귀신을 무서워하면 어떡하냐.”

“그럴 수도 있죠. 형님. 직업이랑 무서운 건 별개입니다!”

“그래그래. 알았다. 일단 근처에 있는 화로랑 횃불에 불 좀 더 붙여 보자. 형!”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진호를 달랜 정한이 규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한은 규태를 불러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 그래서 나뉘어서 불 좀 붙여 보자. 다들 [붉은 바위 부싯돌]은 받았죠?”


진호를 제외한 정한과 그의 파티원들은 구역을 나눴다.

어차피 길은 네 갈래였기에 한 명이 열외가 된다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정한은 진호를 달고 제 구역의 화로와 횃대에 불을 붙였다.


*


원혼은 분하고 억울하게 죽은 넋이기에, 결코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이를 몬스터로 만들었다면 분명 그 특성을 반영했을 터.

정한은 바쁘게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드워프의 영혼을 보며 영 찝찝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흐음. 뭔가 이상한데······.’


심지어 이들은 이름도 달랐다.

이들은 원혼이 아니라 영혼이었다.

시스템이 주는 퀘스트가 몬스터의 이름을 틀리게 표기했다고 보기는 사실 힘들었다.

정한은 여전히 자신들을 전혀 인식하지 않는 드워프 영혼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찾는 게 아닌가? 아니면 장소? 시간? 뭔가 다른 조건이 있는 건가?’


그렇다고 이들이 몬스터가 아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육감 패시브 덕분에 몬스터의 마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 정한은 이들이 NPC인지 몬스터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영혼들을 바라보는 정한의 곁으로 제 할당량을 채운 파티원들이 다가왔다.


“원혼은 없는데?”

“응.”

“이제 어쩌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나도 오늘 여기 처음 와봤어.”


황당함에 실소를 흘리며 되물은 정한이 속으로 주드를 불러냈다.


‘주드’

‘네! 플레이어님. 주드 여기 있습니다. 부르셨나요?’

‘이거 퀘스트 잘못된 거 아니야?’

‘엥? 무슨 소리십니까?’

‘원혼이 없는데? 전부 영혼들밖에 없잖아.’

‘에······. 어,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드는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처럼 퐁 하고 사라졌다.


‘원혼 찾는 거는 일단 주드가 알아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고, 잠깐 쉬면서 밥이나 먹을까?’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나버린 시간을 보며 정한은 인벤토리에 가득 들어있는 생선들을 보며 메뉴를 정했다.

조리도구가 들어있는 상자와 캠핑용품이 들어있는 상자, 즉석밥 같은 식재료가 든 상자를 꺼냈다.


버너와 화로 거치대 같은 캠핑용품을 능숙하게 설치한 정한은 조리도구 상자에서 프라이팬과 냄비를 꺼냈다.

프라이팬에는 삼치와 고등어를 올리고 화로 거치대에는 쇠꼬챙이에 꽂은 꽁치가 걸렸다.


“혹시 생선구이 못 드시는 분은 안 계시죠?”


끓는 냄비에 즉석밥을 넣은 정한은 모닥불 옆에 돗자리를 펼쳤다.


“와, 야. 이게 다 뭐냐?”

“일단 잔말 말고 앉아. 밥은 먹어야지.”


뜨거운 물에서 갓 꺼낸 따뜻한 밥과 펜션 사장님 집에서 가져온 각종 김치가 돗자리 위로 날라졌다.

진호는 주변을 돌아다니는 드워프의 영혼에 움찔거리면서도 정한이 꺼내놓은 수저와 반찬을 세팅했다.

생선이 노릇하게 익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페트라 안에 진동했다.

숟가락을 빨며 기다리던 이들의 앞에 드디어 잘 구워진 생선구이가 놓였다.


“잘 먹을게! 와, 씨. 완전 놀러 온 기분인데?”

“잘 먹을게요. 정한 씨.”

“형님도 이리 와서 드세요!”


정한과 파티원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 그럼, 이 생선들이 전부 몹 잡고 나온 거예요?”

“야. 이거 진짜 먹어도 되는 거 맞아? 독 들어있는 거 아니야?”

“저번에도 몇 번 먹어봤는데 괜찮던데? 불안하면 형은 먹지 마.”


규태가 들고 있던 꼬챙이를 뺏으려고 정한이 손을 뻗자, 규태는 잽싸게 몸으로 정한의 손을 막아냈다.


“누가 안 먹는대? 왜 먹는 걸 줬다가 뺏으려고 해? 너 그거 진짜 나쁜 거다?”


규태가 꽁치의 눈알까지 빼먹었다면, 반대로 현주는 생선의 출처를 알게 되자 얼굴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꽁치구이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차장님. 많이 드세요. 그래야 힘내서 또 몹이랑 싸우죠.”

“아, 네. 감사합니다.”


억지웃음을 지어보는 현주에게 정한은 잘 구워진 생선을 더 내밀었다.

차마 정한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던 현주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생선을 삼켰다.


식사를 마친 정한의 눈앞에 여러 개의 알림창이 동시에 떠올랐다.


[음식을 먹어 배가 부릅니다. 포만감의 효과로 생명력 및 마나 회복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포만감 효과는 30분 동안 유지됩니다.]

[고등어구이의 효과로 30분 동안 생명력이 100 증가합니다.]

[삼치구이의 효과로 30분 동안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꽁치구이의 효과로 30분 동안 민첩이 3 증가합니다.]


‘오, 꽁치구이 효과가 나쁘지 않네.’


정한이 꽁치구이 효과를 보며 감탄하는 사이 그의 파티원들은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물고기처럼 허공에 대고 입을 뻐끔거렸다.


“야, 야야. 이거 효과 뭐야?”


놀란 규태가 정한의 팔을 빠르게 내려치며 물었다.


“아, 형은 처음 보는구나? 나 요리 스킬 생겼거든.”

“왜 나는 안 생겼지? 나 집에서 요리 많이 하는데?”

“아마 아이템에서 요리 재료로 분류된 것들로 해야 생길 거예요. 형수 고등어 몇 마리 드릴까요? 집에 가서 해 볼래요?”


희주가 억울하다는 듯이 토로하자, 정한은 그녀에게 거래를 신청했다.

정한은 인벤토리에서 가장 많은 개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등어 이백여 마리를 희주에게 건넸다.


“이렇게 많이 줘도 돼요?”

“아직 한 덩이 남았으니까 괜찮아요.”


희주가 고등어를 받고 좋아하는 사이 퀘스트를 확인해 보겠다며 사라졌던 주드가 돌아왔다.

정한은 고생했다는 의미로 주드를 위해 남겨두었던 작은 꽁치 한 마리를 건넸다.


‘확인해 봤는데요, 플레이어님. 퀘스트 자체는 문제가 없고, 영혼들 사이에 숨어있는 원혼을 찾아내는 방법이 따로 있더라고요.’


입은 꽁치구이를 먹는 데 집중하기 위해 주드는 전음으로 정한에게 알아 온 정보를 전달했다.


‘찾는 방법도 당연히 알아 왔겠지?’

‘원래는 모르는 척하려고 했는데요, 플레이어님께서 이렇게 저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셨으니 특별히 알려드릴게요. 일단, 붉은 드워프들의 왕을 찾으셔야 되는데······.’


현주가 꽁치구이를 남긴 게 신의 한 수였다.


건물 내부도 살펴보자는 말로 파티원들에게 적당히 둘러댄 정한은 페트라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드워프 왕의 궁전으로 향했다.

벽 한쪽 전체를 차지하다시피 한 궁전의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왕좌에는 고뇌에 빠진 붉은 드워프의 왕 락툼이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도움말 : 고대 유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희귀한 아이템이나 제작법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소한 것 하나도 지나치지 말고 들여다보는 습관을 지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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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7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2 2 11쪽
70 Lv. 69 산적 소탕 (5) 24.08.20 94 2 11쪽
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1 2 11쪽
68 Lv. 67 산적 소탕 (3) 24.08.15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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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Lv. 63 대규모 업데이트 (2) 24.08.06 115 1 11쪽
63 Lv. 62 대규모 업데이트 (1) 24.08.04 123 3 11쪽
62 Lv. 61 서해 2인조 (4) +1 24.08.01 1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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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Lv. 59 서해 2인조 (2) 24.07.28 142 2 11쪽
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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