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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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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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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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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DUMMY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오래전 육신을 잃어버린 붉은 드워프들의 왕 락툼은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백성들인 붉은 드워프들의 억울함이 깊어진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광기에 휩싸여 원혼이 되어버린 백성들이 반을 넘어갔다.


‘이미 죽었는데 뭐가 그리 억울하고 원통한 건지······.’


억울함을 풀고 원한을 갚아준다 한들, 자신들이 죽은 것은 변함없는 일이었다.


‘되살아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난 아직 이승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적당한 분노와 미련이 남아있어야 영혼이라도 유지된 채 이승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원흉에게 복수를 한다?

영혼이 되어 이승을 떠돈 지 몇천 년이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락툼은 아직도 삶에 미련이 남았다.

그에게는 이승을 떠나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한탄스러운 일이 또 없었다.


그는 어느새 텅 비어버린 알현실을 둘러봤다.

그들의 문명이 가장 꽃피웠던 시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늘 백성들로 가득 차 있던 이곳에는 이제 자신 혼자만 남아있었다.


감상에 젖어있던 락툼은 별안간 들려오는 절망에 가득 찬 사람들의 절규와 울부짖는 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최근 들어 자신을 괴롭혀오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오염된 붉은 바위 정령’에게 습격당했을 당신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 들려오는 무수한 비명소리를 감내하던 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응······. 그나저나 밖이 소란스럽군.’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있던 그의 귓가에 백성들의 비명이 아닌 이제는 생소해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수천 년을 살아, 아니 죽어있어 온 경험상,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최고였다.


그는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계단을 올랐다.

이윽고 자신의 집무실과 연결된 비밀 공간에 설치된 거대한 망원경에 눈을 가져댔다.


“흠······. 침입자인가? 거의 오백 년 만이군.”


붉은 바위산 꼭대기에 설치되어있는 망원경이 단번에 침입자를 찾아냈다.


“오호. 제법인데? 저 친구 움직임이 아주 내 젊을 때를 생각나게 하는군.”


락툼은 자신의 왕국을 멸망시켰던 ‘오염된 붉은 바위 정령’을 홀로 상대하는 인간 남자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제 허락 없이 왕국을 침입한 침입자들이었지만, 오랜만에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락툼은 그저 그들이 반갑기만 했다.


“그렇지! 거기서, 아잇. 옆구리를 찔렀어야지! 얼음 화살! 그렇지! 이거거든.”


락툼은 한참 동안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응원과 함께 훈수를 두었다.


“이크. 들어온다.”


인간들이 페트라로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던 락툼은 후다닥 비밀 공간을 빠져나와 자신의 알현실로 뛰어갔다.

그는 알현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자신의 왕좌에 최대한 근엄한 자세로 앉아 침입자들을 기다렸다.


‘언제 오는 거야? 설마 아직도 헤매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락툼이 알현실에서 정한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는 걸 락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찾으러 가봐야 하나? 아니. 그래도 왕의 위엄이 있지. 너무 쪼르르 달려가는 건 좀······ 없어 보이는 지 않나?’


그가 한창 침입자를 찾으러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식사를 마친 정한의 일행이 그를 찾아왔다.

락툼은 방금까지 하던 생각을 떨쳐내고 왕으로서 위엄이 넘치는 표정으로 이방인들을 맞이했다.


“신성한 붉은 드워프의 도시 페트라에 온 이방인들이여. 나는 붉은 드워프들의 왕. 락툼. 예를 갖춰라.”


*


알현실에 들어선 순간 정한의 눈앞에는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했다.


====================================

퀘스트 : 붉은 드워프 왕 락툼의 진심

<내용>

락툼은 오랜 시간 ‘엘리시온’에 붙잡혀있는 영혼입니다.

‘엘리시온’은 그의 영혼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끊임없이 그를 타락시키려고 합니다.

그의 지고한 정신력과 삶에 대한 염원 덕에 아직은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해결하고 ‘엘리시온’의 주박에서 그를 해방시켜 주세요.

<클리어 조건>

락툼의 영혼을 ‘엘리시온’에게서 해방.

<성공 시 보상>

[락툼 – 펫]

25골드.

경험치.

<실패 시 보상>

락툼의 영혼이 타락합니다.

====================================


다른 이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정한 자신에게만 나타난 퀘스트같았다.


‘하긴, 이렇게 대 놓고 ‘엘리시온’에서의 해방을 언급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일 리가 없나.’


정한이 받은 퀘스트를 확인하는 사이 락툼이 그들을 맞이했다.

근엄한 드워프의 왕이 인사를 건네자, 정한과 그의 일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엉거주춤 무릎을 꿇었다.

한쪽 무릎만 꿇은 기사의 부복이 아니라 그야말로 절하듯이 엎드린 자세였다.

어색한 침묵이 알현실을 감돌았다.


“크흠. 큼. 이방인들이여 일어나서 자네들의 정체를 밝히거라.”


정적을 견디다 못한 락툼이 정한의 일행들에게 명을 내렸다.

왕은커녕 대통령도 만나본 적 없는 이들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 이들은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희는 ‘엘리시온’의 모험가들입니다. 붉은 드워프의 원혼을 달래러 왔는데, 혹시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정한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정한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드워프의 왕이 왕좌에서 일어나 정한을 향해 다가왔다.

제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왕을 차마 내려다볼 수 없었던 정한이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낮췄다.


“붉은 드워프의 원혼을 달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

“······ 네. 알고 있습니다.”


달랜다고 표현했지만 정한의 입장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사냥은 곧 죽음.

정한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지금은 분노와 광기에 물들었다곤 하나, 그들 또한 엄연한 짐의 백성들이다. 나의 백성을 어찌 이방인들의 손에만 맡길 수 있겠는가. 나도 함께 가겠다.”


말을 마친 락툼은 순식간에 풀 플레이트 아머와 방패, 망치로 무장했다.


“그들은 이곳 최하층에 위치한 붉은 드워프의 근원에 모여 있네. 붉은 드워프의 근원이란 드워프의 선조를 모셔둔 곳이지. 따라오게.”


락툼이 정한의 일행을 끌고 왕궁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드워프들의 무덤, 붉은 드워프의 근원으로 향했다.


‘이래서 왕궁 아래에 다른 건물은 없었던 거군. 이 정도면 지하 오 층쯤 되려나?’


정한은 대충 위치를 계산하며 락툼의 뒤를 따라 끊임없이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야, 우리 언제까지 가야 되는 거야? 근데 저 왕이라는 드워프 귀신 따라가도 되는 거 맞아?”


규태가 정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 본인이 안내한다고 했으니까 따라가 보자고. 당장 원혼이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함정이면 저 락툼이란 녀석이 보스겠지.”


이미 주드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정한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주드.’

‘네! 플레이어님. 여기 주드 대령했나이다.’

‘새로 받은 퀘스트. 너가 한 거냐?’

‘눈치채셨나요?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는 ‘엘리시온’의 초창기 때부터 존재하던 곳입니다. ‘엘리시온’이 투자한 만큼 이윤을 얻지 못한 몇 안 되는 세계이기도 하고요. 여전히 이 세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상태라 사실 이곳의 상황은 썩 좋은 편은 아니기도 하고요.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락툼이 정신상태를 유지 할 수 있는 것도 말이지요.’

‘락툼이 타락하면 끝이란 얘기군.’


정한은 제 앞에서 종종거리며 뛰어가는 작달막한 드워프 왕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혼자 이 넓은 곳에서 온전히 정신을 유지한 채 영혼만 남은 백성들을 지탱하고 있는 왕.

수천 년을 홀로 버텨온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 긴 시간을 인내해 온 것일까.

정한의 제가 상상 할 수도 없는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있는 왕을 그저 말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다 왔네. 이곳이 바로 위대한 붉은 드워프의 선조들께서 잠들어있는 곳이네.”


정한 일행은 드넓게 펼쳐진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진시황제의 무덤을 지키고 있던 무수한 흙 병사들처럼 붉은 드워프의 근원에는 무수히 많은 드워프 석상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고대 왕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복장의 드워프부터, 평범한 가죽옷을 입고 있는 드워프까지.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들의 무덤답게 천의 재질과 가죽의 질감이 느껴질 것처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이것들은?”

“무덤일세. 살아생전 가장 뛰어났던 때의 모습을 후손들이 직접 조각하는 것일세. 그런 과정을 통해 남은 이들이 떠난 이들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이지. 그리고 저곳에 자네들이 찾는 나의 백성들이 있네.”


락툼은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손을 들어 붉게 빛나는 무덤 안쪽을 가리켰다.

[Lv. 62 붉은 드워프 원혼 (정예)]라는 이름표를 단 반투명한 드워프들이 공터를 떠돌고 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짐과 짐의 백성들을 위한 무덤이 세워질 곳이었지.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모습을 조각해 줄 후손들이 남아있지 않네. 기억해 줄 이 또한 더 이상 없지.”


락툼은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위대한 영광을 이뤘던 우리 붉은 드워프들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져 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와 제 동료들이 기억할 겁니다.”

“그래? 그런가. 그래 준다면 고맙겠군. 역사란 기억하는 이가 없다면 사라질 뿐이니까.”


락툼은 끝없이 이어진 지하 무덤 내부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가세. 짐의 어린 백성들에게 진정한 안식을 줄 때가 온 것 같군.”


드디어 결심을 내린 락툼은 제 백성들을 향해 담담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와. 스토리 몰입감 장난 아니네요.”

“그러니까. 나도 방금 눈물 찔끔 나올 뻔했다.”


락툼의 뒤를 따라가던 진호와 규태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거슬린 정한이 그들을 보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하여튼 분위기 깨는 데는 일가견 있는 둘이었다.

정한은 그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이미 깨져버린 긴장감에 김이 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붉은색이 감도는 투명한 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공터에 도착한 정한은 가볍게 심호흡하며 양손에 두 자루의 단검을 불러냈다.


[도움말 : 던전의 스토리에는 퀘스트를 깰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스킵하지 말고 천천히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는 것이 퀘스트를 깨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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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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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1 2 11쪽
68 Lv. 67 산적 소탕 (3) 24.08.15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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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9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200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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