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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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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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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61 서해 2인조 (4)

DUMMY

Lv. 61 서해 2인조 (4)


잠에서 깨어난 진호가 갑자기 제 뺨을 내려쳤다.

짝-.

그러고는 다시 반대쪽 손을 들어 올리는 게 아닌가?


“너 뭐하냐?”


진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정한이 진호의 손목을 붙잡았다.


“형님. 제가 미쳤나 봅니다.”

“왜?”

“헛것이 보이거든요.”

“······? 알아듣게 말해봐.”

“레벨이 이상합니다. 자기 전엔 분명히 63이었는데, 지금은 67이에요. 형님.”


당황한 정한이 눈에 띄게 허둥대며 눈알을 굴렸다.

차마 뭐라고 핑계를 댈지 생각해 놓지 않았던 탓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티 풀고 잡을 걸 그랬나?’


하지만 막상 또 이런 일이 생긴다 해도 정한은 파티를 풀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파티원의 생명력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을 테니까.


“어? 형님도 82 되셨네요? 저 잘 때 사냥하셨어요?”

“어? 어······. 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오른 거 같은데······.”


정한의 그림자가 정한의 발등을 툭툭 쳤다.

진호의 뒤에서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분신.

분신의 신호를 알아들은 정한이 재빨리 핑계를 생각해 냈다.


“분신이랑 같이했으니까. 둘이 하면 경험치가 두 배 아니겠냐. 하하.”


진호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가 하고 중얼거렸지만, 정한은 애써 모른척했다.

아무리 PK 모험가였다고 해도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으니까.


“형님.”

“어? 왜?”

“오늘도 사냥 하실 거죠?”

“그, 그렇지?”

“여긴 던전 같은 건 없나 봐요? 던전이 랩업하긴 편한데. 힘들게 몹 찾으러 안 돌아다녀도 되고.”


진호가 침낭을 돌돌 말아 주머니에 담았다.


“그러게. 근데 어제 그렇게 사냥하면서 열쇠 한번 못 먹어봤으니까, 없겠지?”


정한은 눈앞에 떠있는 미니맵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이 근처에만 필드 보스 몬스터가 네 마리나 있었다.

던전 입구는 필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만 나타난다.

그리고 열쇠는 던전 입구가 생성된 이후부터 나온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한이었지만 그는 굳이 필드 보스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몸을 사리는 것이었다.

주드의 경고와 시스템 제한. 그리고 이어서 등장한 거인들.


‘던전이 더 위험하다고 했는데 굳이 갈 필요 없지.’

“잘 생각하셨어요. 플레이어님. 던전도 그렇고 필드 보스도 그렇고 이 모험가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니까요.”

‘절대 불가능하다, 라······.’


정한은 괜히 자신이 진호에게 사제를 시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 계열이었으면 이 녀석도 혼자 레벨 올리고 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입안이 썼다.

진호는 정한의 속도 모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잠자리를 정리했다.


“형님. 오늘도 어제 갔던데 한바퀴 도실 겁니까?”

“그게 편하겠지. 왜?”

“저도 레벨 올랐으니까 형님 옆에서 사냥이나 할까, 해서요.”


돌게만 해도 레벨이 78이었다.

67인 진호가 사냥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레벨이다.


“너한텐 아직 다 빨갛지 않냐?”

“그런가? 그래도 형님 혼자 하시는 거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쟤 있잖아.”


정한의 분신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왜 분신 안 꺼내셨어요?”

“안 꺼낸 게 아니라 네 주변에 숨겨둔 거야. 너한테 어그로 튀면 잡을 수 있게.”

“오. 저 완전 민폐네요.”

“민폐는 무슨. 넌 힐 하잖아. 힐러가 있고 없고가 얼마나 다른데. 알잖아?”


실제로 새벽에 나타났던 살인자 집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치유 계열 모험가 하나 죽었다고 바로 무너지던 이들.

그리고 정한도 진호가 있어서 더 마음 편히 사냥하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왜. 사냥하고 싶어?”

“아뇨. 전 힐러가 좋습니다. 사냥이랑은 안 맞아요. 그냥 너무 버스 타는 기분이라······.”


진호가 괜히 콧잔등을 찡그렸다.

버스 좀 타면 어떤가. 레벨 올리겠다고 살인도 하는 마당에.

정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당사자인 진호의 생각은 또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면 오늘은 네가 사냥 좀 할래?”

“아뇨! 그냥 버스 타겠슴다!”


정한은 진호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건물을 나섰다.


바깥의 시체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풀숲에 잘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정한은 입구 가까이에 차를 소환하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어? 오늘은 제가 운전합니까. 형님?”

“그래. 나도 네가 운전하는 차 좀 타보자.”

“맡겨만 주십쇼! 제가 또 베스트 드라이버 아닙니까.”


조수석을 적당히 뒤로 젖힌 정한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익숙하게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어간 정한은 스크롤을 빠르게 움직여 내용을 대충 훑어봤다.

그중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님들 PK 되는 거 알고 계심?

:우리 형이 교도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거든?

교도관 같은 건데, 우리 형 쉬는 날 교도소에서 칼부림 남.

이 미친놈이 원래 연쇄살인으로 잡혀 온 놈이거든?

근데 이놈이 다른 죄수들 싹 다 죽이고 탈옥했다더라.

뭐 어차피 흉악범들뿐이라서 별로 불쌍하진 않음.

중요한 건 탈옥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란 말이야.

영화에서 탈옥하는 건 다 개구라라고 보면 되는데, 이 새끼 씨씨티비에 잡힌 거 보니까 거의 날아서 담장 뛰어넘던데?

무튼 우리 형 충청도에 있는 교도소에서 일하는데, 그쪽에 사는 사람들 조심해라.


-야이 미친놈아. 그래서 어디 교도소인지는 말해줘야지!

-님들 저 말 믿으심?

└ㅇㅇ 지역 뉴스에 나옴. 수고

└나도 바로 서울 간다. ㅅㅂ

-헐. 나 충청도 사는데. ㅠㅠ

└돔황챠!

-이야. 현피 잘못 뜨면 살인 나겠누.

└님 나랑 현피 ㄱ?

└꺼지셈.


정한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진호야. 바로 서울로 가자.”

“네? 왜요?”

“연쇄살인마 탈옥했대. 이쪽에.”

“켁. 그래도 형님 레벨이면 상대방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정한은 장담하기 힘들었다.

다섯 명 죽인 거로 80레벨이었던 본인이 2레벨이나 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이러 왔던 이들만 봐도 그랬다.


‘확실히 몬스터로 올리는 것보다는 빨리 오른다.’


물론 그 연쇄살인범이 오늘 새벽에 마주친 이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레벨 좀 올리겠다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이쪽에 사제인 진호가 있는 이상 피하는 게 옳았다.

조금만 싸워본 사람이라면 분명 사제부터 노릴 테니까.


“그건 모르지. 일단 서울로 가.”

“넵.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이 새끼들 튄 거 아닐까요?”

“그랬으면 검색이 돼야지. 검색도 안 되잖아.”

“아, 나 이 병신들. 떠먹여 줘도 못 먹어요 하여튼.”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주변 좀 둘러보고 와라.”

“네, 형님.”


분명 어제 자신들의 구역에 들어왔던 사람은 남자 두 명이었다.

아직 레벨이 낮다고는 해도 다섯 명이나 보냈다.

그것도 그들이 잠들었을 새벽 시간에, 이런 일이 익숙한 녀석들로.

상대가 남자라 이하윤까지 보내지 않았던가.


금방 처리하고 돌아올 줄 알았던 녀석들이 한순간 길드 목록에서 사라졌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하윤과 그녀의 언니는 이렇게 잃기엔 아까운 패였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선 것이건만.

텅 비어있는 건물에는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이하윤이 도망을 칠 만큼 멍청하진 않은데······.”


도망쳤다 해도 사실 상관없었다. 다시 잡아 오면 되는 일이니까.

그런 놈들을 잡아 오는 건 그에겐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짠 바닷바람 사이로 느껴지는 은은한 쇳내가,

지나치게 깨끗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위화감이 그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남자는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수북이 쌓인 먼지 위로 두 남자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어지간히 레벨이 높거나 아니면······.”


자신과 같은 부류이거나.

평범한 일반인이 살인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생각을 마친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발자국 하나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검붉은 피가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 하나가 건물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자는 발로 얼기설기 얽혀있는 환삼덩굴을 걷어냈다.

목에 구멍이 난 채 죽어있는 이하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위에 어지러이 찍혀있는 피 묻은 발자국.


“이거······, 아무래도 둘 다인가 본 데?”


67레벨의 암살자인 이하윤을 가지고 놀 만큼 레벨이 높고,

이하윤 같은 여자를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할 수 있는 사람.


“도대체 누굴까?”


남자는 걷어낸 덩굴에서 발을 떼어내며 중얼거렸다.


“궁금하네.”


남자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정한과 진호는 금방 서울에 도착했다.


“고생했다.”


정한은 왠지 아쉬워 보이는 진호를 보며 고개를 모로 꺾었다.


“왜?”

“형님. 남산이라도 가실래요?”


정한이 황당해하며 웃자, 진호가 뚱한 표정으로 구시렁댔다.


“아니, 저 새 스킬 배웠단 말입니다. 근데 한 번도 못 써보고······.”

“무슨 스킬인데?”

“같이 가면 보여드릴게요!”


결국 그들은 차를 돌려 남산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남산의 몬스터들은 진호가 상대하기 딱 적당한 레벨이었다.


“보십쇼, 형님.”


진호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머리만 한 투명한 구슬이 공중에 떠올랐다.

구슬은 주변의 몬스터를 향해 주먹만 한 빛 덩어리를 던졌다.


“공격 스킬이네?”

“치유도 됩니다.”


진호는 달려온 몬스터를 지팡이로 후려쳐 자신을 공격하게 했다.

진호의 생명력이 줄어들자, 구슬은 밝은 빛을 내며 생명력을 채웠다.


“오······. 좋은데? 이거 나도 힐 해주냐?”

“파티원은 됩니다. 근데 지속시간은 30초인데 재사용이 5분이에요. 마나도 많이 잡아먹고.”

“그래도 혼자 사냥할 때는 좋을 거 같은데?”

“제가 혼자 사냥을 왜 합니까?”


진호가 오묘한 표정으로 정한을 쳐다봤다.


“······ 형님, 혹시······.”

“아니야. 그거 아니야. 하지 마!”


정한이 급하게 진호의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겨우 진호를 진정시킨 정한은 서둘러 사냥을 시작했다.

괜히 이대로 진호와 몇 마디를 더 섞었다간 며칠은 피곤해질 것 같았다.


‘내가 애를 키우는 건지 뭔지 모르겠네. 괜히 우리집에 데리고 왔나?’


진호의 누나에게 차까지 받은 이상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한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진호는 의외로 사제로써의 이점을 사용해서 능숙하게 몬스터를 잡았다.

정한과 규태 들이 진호를 애 취급해서 그렇지 그도 사제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던 것이다.


오랜만에 제 실력을 발휘하는 진호와 그의 곁에서 날뛰는 분신.

그리고 낮은 레벨의 몬스터들을 몰아 잡는 정한까지.

사냥을 넘어선 학살이 남산에서 벌어졌다.


[도움말 : 모험가는 몬스터와 달리 죽어도 시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모험가는 죽어서 아이템과 시체를 남기는 거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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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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