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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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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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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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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69 산적 소탕 (5)

DUMMY

Lv. 69 산적 소탕 (5)


산군(山君).

호랑이들의 왕.

사람들을 예로부터 두려움과 경외심을 담아 그를 산의 왕으로 칭했다.


산적들의 소굴이 되기 전까지는 ‘호랑이 굴’로 유명하던 동굴.

이곳의 주인인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아를 가지게 되었다.


산 아랫마을의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그들은 먹이를 들고 ‘호랑이 굴’에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산의 왕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던 어느날,

한 무리의 인간들이 찾아왔다.


산적이라 불리는 인간들이었다.

평범한 인간은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하지만 산적들의 왕은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이질적인 기운을 가득 품고 나타난 산적들의 왕은 그의 자손들을 죽이고 자신을 억압했다.


그가 자신이 산의 왕이라는 사실을 거의 망각해 갈 때쯤.

또다른 이질적인 기운을 품은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실로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는 제 원수나 다름없는 산적들과 그들의 두목을 죽였다.

갇혀있던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고, 지금 자신 앞에 서 있었다.


산군은 이미 산의 왕으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가 지켜야할 자손과 백성들도 없었다.


허나, 영물로서의 영험함은 아직 남아있었다.


*


정한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호랑이와 마주한 채 서 있었다.

지금 당장 칼을 빼 들고 녀석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녀석에겐 다른 몬스터들과는 달리 자신을 공격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몹이 아닌가?’


중간 보스급 되는 능력치에, 존재의 유일성.

우리에 갇혀있던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결코 평범한 녀석은 아니리라.


사실 저 호랑이가 지금 당장 두 발로 서서 담뱃대를 물고 말을 건네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던전이었다.


정한과 호랑이의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호랑이가 갑자기 산속으로 뛰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한은 이대로 호랑이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르신. 저 호랑이는 제가 잡아 올 테니 여기 가만히 계십시오.”

“아, 아니 그냥 내버려둬도······.”

“아닙니다.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먼저 마을에 가 계셔도 됩니다.”


정한은 노인에게 신신당부하고 호랑이의 뒤를 따라 달렸다.

귀찮은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정한은 속 편히 산을 휘젓고 다녔다.


“주드!”

“네, 플레이어님. 퀘스트 나갑니다용!”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퀘스트 : 산 호랑이를 찾아라!

<내용>

두목에게 잡혀있던 산군이 드디어 산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왕으로서의 모든 것을 잃은 상태.

그는 더 이상 산을 호령하던 왕이 아닌 한 마리의 외로운 짐승입니다.

산 깊숙이 숨어버린 산 호랑이를 찾아보세요!

어쩌면 든든한 지원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클리어 조건>

산 호랑이를 찾아라.

<성공 시 보상>

[산군 – 펫]

던전 출구

업적 포인트 100 획득

50골드

경험치

<실패 시 보상>

던전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도저히 수락하지 않을 수 없는 퀘스트였다.

실패 시 던전에서 나갈 수 없다니······.

정한은 주드를 노려보며 퀘스트를 수락했다.


산 호랑이는 의외로 정한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듯 움직였다.

그가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춰 섰다가, 그가 일정 거리 안으로 나타나면 다시 움직였다.

이윽고 녀석이 멈춰 선 곳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폭포였다.


높게 떨어지는 폭포 아래 커다란 바위 위에 늠름한 자태로 서있는 범 한 마리.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모습이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정한도 멈춰서서 바라볼 정도로 박력과 위엄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래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호랑이를 좋아했던 건가?’


정한은 옛 민화에 유독 호랑이가 많이 그려져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

대체로 정면을 응시하던 그림 속 호랑이들과는 달리 녀석은 아련한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한이 가까이 다가가자, 호랑이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정한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둘 사이의 거리는 1미터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다.


순간 정한은 단검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

지척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거리.

정한의 얼굴만큼 거대한 앞발.


‘게임 시스템이 이럴 때는 다행처럼 느껴지는군.’


생명력 게이지 바가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야생의 호랑이와 이렇게 가깝게 마주하고 있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바짝 긴장한 정한이 마른침을 삼켰다.

손바닥에서는 땀이 배어 나오고 미세한 호랑이의 움직임 하나에 몸이 움찔거렸다.

죽지는 않아도 통증은 느껴지니까.

그리고 그 순간,

호랑이가 정한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벌러덩.


‘어?’


정한이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를 100포인트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골드와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알림창 너머로 배를 뒤집어 까고 누운 호랑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뭐야, 이게?’


거대한 호랑이가 제 발밑에서 애교를 부리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정한은 자신도 모르게 호랑이의 배를 주물거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펫 목록에 ‘산군’이 추가됩니다.]

[‘산군’은 전투형 펫으로 상세 정보 보기가 가능합니다. 확인 하시겠습니까?]


“우와. 복슬복슬하네요.”


주드의 반응이 락툼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락툼은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이번엔 오히려 주드 쪽에서 산군에게 들러붙었다.

반면 산군은 정신 사납게 날아다니는 주드를 귀찮다는 듯 꼬리로 탁탁 쳐냈다.


“아니, 그래서 던전은 어떻게 나가는데?”


퀘스트를 완료하고 새로운 펫도 생겼는데, 던전 출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때, 산군이 정한의 말을 알아들은 듯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따라오라는 듯 정한의 등을 툭툭 머리로 밀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폭포의 맞은편에 있는 산속이었다.

그곳은 작은 난민들이 모여 사는 부락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던전에 입장했던 산적 소굴이랑 비슷했다.


산군은 혹여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놀랄까 봐, 주변을 빙 돌아 뒤쪽의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정한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던전의 출구가 생성되어 있었다.


*


던전을 빠져나온 정한은 핸드폰을 들어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히 24시간이 지나있었다.


꼬박 하루를 사냥에 전념한 것 치고 정한은 의외로 멀쩡했다.

레벨을 올리고 좋은 점 중 하나였다.

하루 이틀 정도는 날을 새도 피곤하지 않다는 것.


펜션으로 돌아온 정한은 주변을 둘러봤다.

미니맵에 보이는 던전은 산적 주둔지를 마지막으로 모두 토벌했다.


‘여기 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군.’


게임과 똑같다.

레벨이 오르거나 그 지역의 컨텐츠를 모두 소비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정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차에 올랐다.


“아니, 야! 너 잠깐 내려봐.”


정한은 조수석에 꾸역꾸역 몸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산군을 끌어내렸다.

녀석은 어찌나 덩치가 큰지 조수석에 겨우 엉덩이만 살짝 걸쳐놓고 있을 뿐이었다.


“작아지게는 못해? 아니면 소환 해제할 거야.”


산군이 거대한 제 몸뚱이와 차를 한 번씩 번갈아 보더니 거대한 앞발로 제 눈가를 가렸다.


“크르릉.”


그리고 억울한 듯 낮게 울었다.

결국 주드가 나서서 설명했다.


“전투형 펫은 전투 상태와 비전투 상태일 때 크기가 달라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플레이어님!”

“근데 얘는 왜 안 작아져?”

“아! 산군은 성채인 상태로 얻으셔서 설정이 바뀌어 있었나 봐요. 펫 상태 창에서 바꾸실 수 있어요!”


정한은 주드가 알려준 대로 산군의 상태 창을 열었다.

산군의 능력치와 함께 크기 조절, 먹이 주기 등 다양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정한이 상태 창에서 크기 설정을 바꾸자, 산군의 크기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산군은 새끼 호랑이 크기로 변한 제 앞발은 신기한 듯 들어 보였다.

무수한 시간을 성체로 보낸 그에게는 새로운 일이었다.


산군의 크기가 줄었다고는 해도 일반적인 펫보다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토니나 주드 같은 펫들은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였으니까.


“이러니까 진짜 애완동물 키우는 거 같네.”


정한은 산군을 들어 조수석에 앉혔다.


*


집으로 돌아온 정한을 맞이한 건 때마침 전투를 끝마치고 나타난 진호였다.


“어? 형님 오셨어요? 그건 뭡니까?”


진호는 정한이 품에 안고 들어온 산군을 가리키며 물었다.


“새 펫.”

“오. 고양이예요?”

“아니. 호랑이.”

“켁. 너무 작지 않아요? 아직 새끼에요?”


새끼라는 말에 발끈한 산군이 진호의 손을 쳐냈다.


“아야!”


날카로운 발톱에 긁힌 진호의 손등에 피가 맺혔다.


“쓰읍. 그러면 안 돼!”

“괜찮습니다. 생명력 얼마 안 닳았어요.”

“그래도 아프잖아. 그리고 앞으로 같이 살 건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정한은 산군에게 주의를 주며 진호에게 플라스틱 캡슐을 하나 던졌다.


“이건 또 뭡니까?”

“까 봐.”


딸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원형의 플라스틱 캡슐이 열리고 그 안에서 작은 늑대가 한 마리 나타났다.


“혀. 형님!”

“너만 펫 없다고 징징거렸잖아. 그러니까 너 하라고.”


던전에서 산군의 부하였던 늑대를 잡고 나온 상자에서 나온 것이었다.

진호는 눈물을 글썽이며 정한을 향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충성! 앞으로도 사랑과 존경을 다 해 모시겠슴다!”


정한은 그런 진호를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면 전투형 펫은 싸울 때마다 커지는 거예요?”

“응.”

“오. 멋있다.”


진호는 제 무릎에 실버라고 이름을 지은 늑대 펫을 올려놓고 쓰다듬었다.

진호의 펫도 전투형이었는데, 능력치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산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했지만.


“잘됐네. 너 사냥하거나 결투할 때 쓰면 되겠다.”

“헉. 안 돼요. 우리 실버 맞아서 아프면 어떡해요.”


진호는 정한이 빼앗아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실버를 냉큼 들어 품에 안았다.


“힐 해주면 되지.”

“근데, 얘네 먹이는 어떻게 해요? 막 날고기 줘야 하나?”

“상점 보니까 펫 먹이 따로 팔더라. 사료처럼. 그거 먹이면 되지 않을까?”

“오. 진짜네요? 간식도 있고, 애기들 장난감도 있는데요? 다 사봐야겠다.”


진호가 상점을 열어 펫 전용 사료와 장난감을 구매했다.


“이건 뭐야?”

“터그 놀이 하는 거요. 강아지들은 이런 거 하면서 놀아줘야 하거든요.”

“하긴. 늑대도 갯과긴 하지. 그러면 얘는 고양이 장난감을 사 줘야 하나?”


정한과 진호는 그날 밤늦게까지 쇼핑 삼매경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도움말 : 전투형 펫은 평생 단 한 명의 주인만 모십니다. 그리고 주인이 죽으면 함께 소멸하지요. 그러니 펫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어서 레벨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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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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