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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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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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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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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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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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67 산적 소탕 (3)

DUMMY

Lv. 67 산적 소탕 (3)


삐쩍 마른 몸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터지고 부어있는 얼굴.

입고 있는 옷조차도 옷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얇은 거적때기 한 장이 전부.

옷 사이로 보이는 몸에도 여기저기 멍과 상처투성이였다.


정한의 소매를 붙잡고 있는 뼈마디가 불거진 손에 박힌 굳은살이 그가 결코 평온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 아니란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스토리 퀘스트 : 산적 두목 토벌!

<내용>

산적 두목이 새로운 포로들을 이끌고 산적 주둔지에 도착했습니다.

산채에 도착한 두목이 마주한 것은 입구부터 널브러져 있는 제 부하들의 시체.

몹시 분노한 두목은 자신의 주둔지를 엉망으로 만든 침입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의문의 동행자와 함께 산적 두목을 쓰러트리세요!

의문의 동행자가 사망할 시 퀘스트는 실패합니다.

<클리어 조건>

산적 두목 토벌

의문의 동행자 생존

<성공 시 보상>

의문의 동행자의 정체

업적 포인트 100 획득

50골드

경험치

<실패 시 보상>

사망.

====================================

[해당 퀘스트는 스토리 퀘스트입니다. 자동으로 수락됩니다.]


곧이어 스토리 퀘스트의 대미를 장식할 보스 토벌 퀘스트가 생겨났다.

정한은 새롭게 추가된 클리어 조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대만 스쳐도 죽을 거 같은데?’


일전에 인어족 공주를 호위하는 퀘스트를 해본 정한이었지만, 그때와는 애초에 조건부터가 달랐다.

공주는 정예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도 버틸 만큼 생명력이나 방어력이 높았던 것.

하지만 이 의문의 동행자라는 노인은 말 그대로 오늘내일하는 상태였다.


‘구석에 짱박아 놓고 싸워야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노인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던 탓이다.

괜히 죽어서 제 발목이나 잡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정한은 일단 노인을 부축하며 천천히 동굴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감옥이 있는 곳으로 향할 때 아예 은신을 사용해서 들어온 터라 산적 몬스터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정한은 노인을 구석에 잠시 세워뒀다.


“여기서 꼼짝 말고 숨어 계십시오.”


노인은 정한을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목을 지키고 있는 산적들을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산적들이 모두 반대쪽 입구를 향해 서 있었기 때문에 뒤치기 하기에 이보다 좋은 구도는 없었다.

[암살] 스킬 자체가 적의 뒤치기에 특화되어 있는 스킬이었다.

공격력 향상에, 기절 확률 증가까지.


정한은 암살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래로 가장 암살자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정한의 뒤치기에 당한 산적들은 제대로 된 비명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몬스터들은 한바탕 쓸어낸 정한이 노인을 데리러 돌아갔다.


“지금 뭐······. 하십니까?”


정한은 산적들의 시체를 뒤지고 있는 노인과 마주했다.

노인은 잠깐 사이에 거의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었다.


피떡이 되어있던 얼굴은 어디서 씻었는지 핏자국 따윈 보이지 않았고, 옷차림도 달라져 있었다.

죽은 산적들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것을 주워 입은 듯 그들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사방으로 뻗쳐있던 머리카락도 하나로 높게 질끈 묶은 상태였다.


‘NPC가 몹을 파밍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심지어 노인은 도적들의 무기까지 제 허리에 차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산적들의 시체가 볼품없이 파헤쳐진 채로 놓여있었다.


“오! 자네 왔는가?”


노인은 친근하게 정한에게 다가왔다.

쉭-.

촤르륵, 캉!


“오호? 내 공격을 막아내다니. 훌륭하네.”


꾸준히 올려놨던 민첩이 아니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정한은 다짜고짜 자신을 공격하는 은혜도 모르는 노인을 황당하다는 듯 쳐다봤다.


‘다 죽어가는 노인네 살려놨더니 이젠 봇짐까지 내놓으라는 격이군.’


“하하. 이거 미안하네. 자네가 내 계획을 망치러 온 팔푼이인지 도우러 온 협력자인지 확인 해볼 필요가 있었거든!”


정한의 속내를 알 리 없는 노인은 칼을 거둬들이고는 시체 파밍을 계속하며 주절주절 떠들었다.

노인의 손이 닿았던 도적들은 하나같이 옷이 풀어 헤쳐진 채 돈이 될 법한 것들은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도적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손놀림이었다.


‘뭐 하는 노인네야?’


시체 파밍을 끝낸 노인은 오히려 정한보다 빠르게 동굴을 앞질러 가며 산적들을 쓰러트렸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정한 정도가 아니었다면 아예 따라가지도 못했으리라.

휘날리는 긴 백발이 이제는 노인을 무림의 고수처럼 보이게 했다.


문제는 노인이 아주 무적은 아니었는지 산적들과 상대하면서 생명력이 빠르게 닳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노인은 꽤 막무가내로 전장을 휘젓고 다니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제 몸을 살펴보지는 않았다.

이러다간 두목과 마주쳤을 때 노인의 피가 반도 남지 않을게 뻔했다.


“어르신, 어르신 잠시만요!”


결국 보다 못한 정한이 노인의 팔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응? 뭔가? 벌써 지친 게인가?”


노인이 정한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플레이어님. 이 NPC가 속으로 플레이어님 욕하는데요?”


정한의 이마에 힘줄이 빠직하고 튀어나왔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더니.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보기보다 허약하대요. 자기 발목이나 붙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데요?”


주드는 NPC의 속내를 옆에서 재잘거리며 정한의 신경을 건드렸다.


‘넌 조용히 해.’


정한이 속으로 주드에게 일갈하자 주드는 쭈뼛거리며 NPC에게서 물러섰다.

정한이 팔을 붙잡고 멈춰 세운 동안 노인은 NPC답게 생명력이 금방 차올랐다.


‘이래서 대책 없이 돌진하는 건가?’


어느새 생명력이 가득 찬 노인의 정한의 팔을 점잖게 뿌리쳤다.


“할말 없으면 어서 움직이자고! 아직 적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말일세!”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적 두목이 반대편 골목 끝에서 제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으응? 뭐야? 내 부하들이 고작 이 말라빠진 고라니 같은 놈들한테 당했다고?”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


산적 두목은 비릿하게 웃으며 두 낭인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내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두목은 근처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한쪽 다리를 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산적 소굴을 돌아다니며 때려 부수는 기괴한 노인이 있다는 소문 말이야.”


두목이 소맷자락에서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자, 부하 산적이 불을 붙였다.


“설마 내 산채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무모함에 칭찬이라도 해줄까?”


두목이 손짓하자 신호를 받아 든 정예 산적들이 일제히 정한과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아아앗!”

“히얍!”

“하앗!”


정한과 분신이 노인보다 빠르게 산적들을 향해 튀어 나갔다.

산적들을 처리하면 분명 두목이 나설 터.

그때까지 최대한 노인의 생명력을 최대치로 유지해 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절대 가만히 있어 줄 위인이 아니었다.


정한과 분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노인은 여태 그래왔듯 자신이 나서서 산적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노인의 생명력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산적들을 다 처리하고 갈걸 그랬군.’


남아있던 산적들과 새로 유입된 산적까지.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산적의 숫자가 제법 되자 정한은 급격히 후회가 밀려왔다.

레벨이 낮다고 해도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정한은 조금씩 자신들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수적으로 불리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좁은 동굴 통로에서 계속해서 밀려오는 산적들.

거기에 한쪽에서는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두목까지.


‘이런 식이면 차라리······.’


정한은 그대로 몸을 틀어 두목에게 ‘큐베로스의 송곳니’를 날렸다.

챙캉-!

두목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투척용 도끼로 날아오는 단검을 튕겨냈다.


“호오. 노인이 아니라 이쪽이 진짜였던 건가?”


두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정한을 향해 거대한 언월도를 뽑아 들었다.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나머지는 저 노인을 붙잡아라.”


두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산적들은 일제히 노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한은 제 분신을 노인에게 붙여둔 채 두목을 상대하기 위해 무리에서 조금 떨어졌다.

수적으로는 밀린다 해도 노인의 실력이나 이제 거의 100%에 육박하는 동화율을 자랑하는 분신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한이 그들과 거리를 벌리자마자 두목이 곧장 거리를 좁혀왔다.


“나를 혼자 상대하겠다니. 용기가 가상하구나!”


거대한 언월도를 손쉽게 휘두르는 모습만 봐도 두목이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던전에 오기 직전 상대했던 필드 보스와 비교해 봐도 던전의 두목이 훨씬 월등히 뛰어났다.


‘하지만, 그래봤자지.’


정한은 제 분신이 그랬던 것처럼 쇠사슬을 길게 잡고 단검을 빙빙 돌리며 녀석의 움직임을 살폈다.

두목이 거대한 언월도를 휘두를 때마다 붕붕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두목과 정한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광-!

언월도와 정한의 두 자루의 단검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굉음과 파장을 만들어냈다.


“크윽! 제법이구나!”


정한의 눈앞에 시퍼런 칼날이 번뜩였다.

두목은 자신의 공격이 막힐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내 상대가 될 만하지! 어디 이것도 막아보거라!”


두목이 무자비하게 자신의 언월도를 휘둘렀다.

카앙! 캉! 카강! 캉!

긴 손잡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언월도 특유의 무게감 있는 공격이 쏟아지듯 퍼부어졌다.


언월도가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긴 무기였던 탓에 둘 사이의 감격이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목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웠다.


“대단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별거 아니었구나! 이제 끝이다!”


두목의 언월도가 길게 횡을 그으며 정한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정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단검이 아닌 쇠사슬로 미끄러지듯 두목의 검을 막아내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채채채채챙!


쇠사슬과 언월도가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도움말 : NPC를 호위하거나 NPC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퀘스트도 존재합니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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