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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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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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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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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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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68 산적 소탕 (4)

DUMMY

Lv. 68 산적 소탕 (4)


푹-!


오른손에 쥐고 있던 ‘큐베로스의 송곳니’가 정확하게 두목의 심장을 찔렀다.


“크헉!”


한 번, 두 번, 세 번······.

푹, 푹, 푹, 푹, 푹!

수십 번의 칼질이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집요하게 난도질했다.


진짜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진즉에 쓰러지고도 남았어야 할 공격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몬스터.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다.


정한은 두목의 남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이제 겨우 반이 닳았을 뿐이다.


‘피 통 한 번 더럽게 크네.’


짧은 감상과 함께 정한은 스킬 ‘연계 폭발’을 시전했다.

수없이 난 자상에서 동시적 다발적으로 붉은 꽃이 피어났다.

분분한 낙화.

그 위로 한 줄의 붉은 핏줄기가 꽃줄기처럼 길게 늘어졌다.


“쿨럭. 카악, 퉤!”


피를 한 바가지 뱉어낸 두목이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이제 남은 생명력은 40%.


뒤쪽의 산적들도 얼추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정한은 노인의 남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반 정도 남은 건가? 저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군.’


걱정할 건 오히려 눈앞의 두목이었다.

피를 마시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선 앞의 두목처럼 괴상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근데 왜 저렇게 태평해?’


피가 반 이상이나 줄었는데도 두목은 묘하게 여유가 넘쳤다.

그 점이 정한의 불안감을 피어오르게 했다.


전투를 함에 있어서 완전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정한도 레벨이 낮을 때 죽을 뻔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적의 움직임을 살펴야 했다.

정한은 그런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한은 두목을 공격하면서도 계속 녀석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윽고 적의 생명력이 30% 남았을 때,

역시나 두목은 갑자기 정한의 뒤쪽에 있던 감옥으로 달려갔다.


철컥-.


두목이 맹수들이 갇혀있던 감옥의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크르르르.”


입에 침을 뚝뚝 흘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맹수들이 천천히 감옥 안에서 걸어 나왔다.


‘하. 비장의 무기가 있긴 있었군.’


정한은 필드 보스급의 능력치를 가진 호랑이를 선두로 그 뒤를 따르는 늑대들을 보며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진호 녀석, 끌고 올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집에 있는 사람을 순간이동 시켜 데려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어떻게든 혼자 해보는 수밖에.


정한은 맹수들과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어쩌다 호랑이가 늑대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해야 하는 정한의 입장에서는 썩 좋은 조합은 아니었다.

거기에 던전 보스인 산적 두목까지.


마치 애완동물처럼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두목이 녀석의 목줄을 풀어주며 엉덩이를 내려쳤다.


“죽여라!”


호랑이와 늑대들이 순식간에 정한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뒤편의 산적들과 꽤 가까워져 있던 정한은 산적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맹수들은 두목에게만 길들어져 있는 듯 같은 편인 산적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들을 물어뜯었다.


“으아악!”

“두, 두목!”


산적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피 맛을 본 맹수들은 이젠 거의 통제 불능의 수준에 가까웠다.


‘이게 되네?’


정한은 산적을 쫓아 동굴 입구 쪽으로 향하는 맹수들을 뒤로 한 채 두목의 앞에 섰다.


“어쩌냐. 원하던 그림이 이게 아닐 텐데.”


그의 곁으로 어느새 생명력이 가득 찬 노인과 분신이 다가왔다.


“이. 쥐새끼 같은 녀석! 비열한 게 우리 산적보다 더 하구나. 으하하하. 좋다. 와라!”


두목은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과 함께 어깨 위에 걸쳐뒀던 언월도를 앞으로 내밀었다.


“과연, 산채의 규모가 제법 크다 했더니. 고작 화적 단의 두목 주제에 제법 실력이 있구나!”


노인은 호탕하게 소리치며 신명 나게 칼춤을 벌였다.

노인은 NPC치고는 제법 훌륭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NPC는 NPC다.


정한은 두목의 공격 한방에 생명력이 쭉쭉 줄어드는 노인을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셋의 합공에 결국 두목이 쓰러졌다.


“으하하하하. 네가 아무리 뛰어난 녀석이라고 해 봐야 내 칼날 앞에선 한 마리 나약한 짐승일 뿐이다!”


생명력이 고작 30%밖에 남지 않은 두목을,

그것도 정한과 분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처리하지 못했을 테지만.

노인은 마치 저 혼자 두목을 처리한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그리고 동시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를 100포인트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골드와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Level up. 축하합니다. 모험가님은 Lv. 84 이(가) 되었습니다.]


정한은 두목이 죽고 난 자리에 생겨난 상자를 인벤토리에 챙겨 넣었다.

당장 열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노인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 자네는 어느 가문의 누구인가?”

“네?”

“내 이런 특이한 검술을 쓰는 가문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네만?”


노인이 정한의 단검에 달린 쇠사슬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렇군! 황상께서 나를 걱정해 보낸 황제 직속 암살단인가!”


노인은 도통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


동굴을 나가는 내내 노인은 정한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퍼부었다.

대부분이 정한이 알지 못하는 이곳에 관한 얘기였다.

이쯤 되니 정한은 노인과 던전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도대체 이 던전은 출구가 어디지?’


여태 정한이 갔었던 던전은 마지막 보스를 잡으면 출구가 생겼었는데,

이곳은 두목이 죽은 감옥 근처를 아무리 살펴봐도 문의 ‘ㅁ’자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아직 남았나?’


아직 산채에 산적이 몇 명 남아있긴 했지만, 이 녀석들은 그리 중요한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잡몹.

그냥 경험치 덩어리였다.


‘정예라서 경험치는 많이 주긴 한다만······.’


그보다는 이 노인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내가 직접 황상께 ‘제가 도적들을 처리하겠나이다.’라고 간언을 드린걸세.”

“그렇군요.”


정한은 산적을 때려잡으며 노인의 말에 성의 없는 대꾸를 이어나갔다.


“그랬더니 황상께서 이런 든든한 수족을 보내주실 줄이야!”

“그렇군요.”

“물론 자네가 오지 않았어도 기회를 봐서 녀석들을 처리하려고 했네.”

“그렇군요.”


그러던 중 정한은 동굴에 자리를 잡고 있던 늑대 무리를 발견했다.

호랑이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늑대 대여섯 마리가 한데 모여있었다.

늑대들은 정한과 노인을 보자마자 이를 드러내며 적개심을 표출했다.


“크르르르르르.”


정한이 노인의 앞을 막아섰다.


“괜찮네. 저런 강아지들쯤이야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자네도 봐서 알고 있지 않나!”

“그렇군요.”


정한은 순순히 노인에게 길을 내주었다.

노인은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당당하게 늑대들 앞으로 다가갔다.


“한낱 미물들 주제에, 감히 내 앞길을 막으려 들다니.”

“그렇군요.”


노인은 뭔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정한을 힐끔 쳐다보고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


“크르르르. 컹! 컹, 컹!”


노인이 검을 빼 들자 늑대들이 달려들었다.


“하앗! 타핫! 차앗!”


노인의 기합 소리가 동굴 안에 메아리쳤다.


‘소리가 요란한 것치고는 실속이 없는데?’

“그야 당연하죠. 저 자는 NPC잖아요. 퀘스트 보정이라는 게 있답니다! 보스 토벌 퀘스트가 끝났으니 저 NPC도 평범한 수준의 NPC로 바뀌는 거죠. 뭐 그래도 네임드라 그런지 기본 능력치가 일반 NPC보다는 높긴 하네요.”

‘그걸 왜 이제 말해!’


정한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노인에게 달려드는 늑대를 향해 ‘큐베로스의 송곳니’를 던졌다.

정한이 던진 단검이 정확히 늑대의 입안에 들어가 박혔다.


“깨갱!”

촤르륵-!


정한이 검 손잡이에 달린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축 늘어진 늑대가 힘없이 끌려왔다.


“내, 혼자 처리할 수 있네만! 자네가 나선다니 이 늙은이는 빠져줘야겠군!”


늑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는지 노인은 바로 꽁무니를 내뺐다.

결국 정한 혼자 다섯 마리의 늑대를 상대하게 된 것이다.

물론 괜히 노인이 앞에서 알짱거리는 것보다야 편하긴 했다.


애초에 일반 몬스터보다 조금 더 능력치가 좋을 뿐인 늑대들은 정한에게는 상대가 안 됐다.

쇠사슬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늑대들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으하하하. 그래, 자네도 제법 하는구먼!”


정한이 늑대들을 다 처리하자 다가온 노인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군요.”


반쯤 썩은 동태눈깔이 된 정한의 눈에 늑대 사체 사이에 놓인 작은 상자가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얘네가 중간 보스 같은 거였나?’


상자 형태로 아이템을 줍게 하는 경우는 보통 보스 몬스터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던전 크기에 비해 중간 보스나 네임드가 없긴 했지.’


홀로 납득한 정한은 작은 상자 두 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자,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으니 힘 내시게!”

“그렇군요.”


노인은 또다시 앞장서서 동굴 출구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주드.’

“네, 플레이어님!”

‘이 정도면 호위퀘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아하하하하. 하지만 이미 거의 다 왔는데요?”


주드가 정한의 시선을 외면하며 딴청을 피웠다.


‘넌 오늘 저녁 없을 줄 알아. 토니랑 락툼 꺼내서 피자 시켜 먹어야겠다.’

“으아아악! 너무해요. 플레이어님! 지금 당장 드릴게요!”

‘됐어. 입구 보이는데 이제 와서 뭘 해.’


하지만 입구로 나온 정한은 주드의 퀘스트를 거절한 걸 바로 후회했다.

동굴 입구에는 늑대들의 우두머리였던 호랑이가 떡하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황상께 바칠만한 녀석을 발견했구나!”


노인은 마트에서 장난감 코너를 마주한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정한은 당장이라도 호랑이에게 달려들 것 같은 노인의 목덜미를 저도 모르게 잡아챘다.

노인의 실력으로는 호랑이를 잡기는커녕 본인이 잡힐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르신 저 녀석은 제가 잡겠습니다.”

“그, 그래? 그렇다면 가죽에 최대한 상처를 내지 말고 잡으시게. 황상께 진상해야 하니 말일세.”


노인은 정한에게 잡힌 뒷덜미를 머쓱해하며 얌전히 물러섰다.

정한은 노인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고 거대한 호랑이와 마주했다.

70레벨의 필드 보스급인 산 호랑이는 마치 이곳의 주인이 원래 자신이었던 것처럼 입구 주변을 여유롭게 어슬렁거렸다.


[도움말 : 가끔 인간형 몬스터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짐승 형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던 영물이 호랑이나 곰, 거대한 구렁이로 묘사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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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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