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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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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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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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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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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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75 서버 전쟁 (1)

DUMMY

Lv. 75 서버 전쟁 (1)


식인 식물이 남긴 아이템 수거를 끝내고 난 둘은 던전을 가는 대신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얘들 레벨 많이 올랐네요?”


진호가 제 무릎 위에서 잠든 실버를 쓰다듬었다.


“응. 일단 오늘 목표치는 채웠다고 봐야지.”


두 녀석 모두 레벨이 20을 넘었다.

정한은 만족한 얼굴로 소파 위에 널브러진 산군을 쳐다봤다.


“크릉.”


산군이 그에 화답하듯 그르렁거렸다.


“내일 서버 전에 애들 데려가실 거예요?”

“아니. 일단 내일 사람들 보고. 우리만 전투형 펫 데리고 있으면 너무 눈에 띄니까.”

“하긴······.”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왜 요즘 결투 안 하냐?”

“순위에 드니까, 회사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당분간은 하지 않으려고요.”

“그래?”

“네, 그리고 길드 전 만큼 재미있지는 않더라고요.”


재미가 없는 이유를 대충 알 것도 같았지만 정한은 굳이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퇴근 후 집에서 간단하게 무기와 방어구를 점검하며 시간을 보내던 정한과 진호에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서버 전쟁이 곧 시작됩니다.]

[서버 전쟁에 참여를 신청하신 모험가께서는 안전한 곳에서 서버 전쟁을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00:10:00]


서버 전쟁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실버, 아빠 다녀올 테니까 산군 형아랑 집 잘 보고 있어.”


정한은 십 분째 실버를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진호를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너 뭐 어디 멀리 떠나냐?”

“그래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잖아요.”

“내가 봤을 땐 금방 끝날 거 같은데.”

“왜요?”

“왜냐니? 그야 당연하······.”


진호의 질문에 대답할 새도 없이 정한은 밝은 빛에 휩싸였다.


‘여긴······.’


정한은 눈앞에 펼쳐진 황량한 벌판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절대 지구는 아니겠군.’


애초에 나무라고 있는 것들부터가 지구에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갓을 쓰고 있는 나무와 빛을 뿜어내는 풀은 지구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한의 주변으로 소환되어 나타난 사람들 또한 정한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야?”

“가상 세계겠지.”

“외계인가?”

“이것이 바로 차원 이동?!”


갖가지 추측이 나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알림창이 떠올랐다.


[상대 서버의 입장이 시작됩니다.]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장내로 상대 진영의 모험가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이미터는 훌쩍 넘는 거대한 체구에 피처럼 붉은 피부를 가진 이종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끼리의 상아처럼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송곳니와, 툭 튀어나온 턱.

들창코를 넘어서 아예 콧대가 없이 구멍 만 두 개 뚫려있는 콧구멍.

끝이 뾰족한 귀와 부리부리한 눈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결코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다.


“저, 저게 뭐야?”

“오크? 오크인가?”

“오크라고 하기엔 너무 큰 거 아니야?”

“피부가 빨간데? 오크는 초록색 아니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황량한 벌판에 머물지 못하고 흩어졌다.

소환되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인간들과는 달리 소환된 상대편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적들이 진영에 맞춰 움직이는 동안 인간들은 그저 멍하니 서서 적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아니, 구경했다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었다.


삼 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괴물들이 일정하게 오와 열을 갖추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이도 있었다.


“우,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가가 소리쳤지만, 그 얘기를 듣고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버 전쟁이 곧 시작됩니다.]

[00:05:00]


알림창이 남은 시간을 알리자,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일행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사신 길드 이쪽으로 모일게요!”

“지영아! 지영아 어디 있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정한도 진호를 찾아냈다.


“형님! 규태 형님이랑 형수님 보셨어요?”

“아니. 그냥 내버려둬. 여기서 어떻게 찾냐.”


시장통처럼 북적거리는 인파들 사이에서 정한은 진호를 끌고 최대한 뒤쪽으로 향했다.


“왜 이쪽으로 가십니까? 상대는 저쪽에 있는데요?”

“너 저놈들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겠냐?”


정한은 힐끔 뒤쪽의 상대편을 쳐다봤다.

대충 눈에 보이는 레벨만 세 자리 숫자였다.


“일단 뒤에서 대충 상황 좀 보자고.”


정한은 이미 여차하면 끝날 때까지 도망이라도 다닐 생각이었다.

죽는다는 경험을 그다지 체험 해보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는 거다.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버 ‘지구’의 전선은 이미 한참이나 뒤로 물러나 있었다.


서버 전쟁의 필드는 무한하지 않았다.

무한한 것처럼 보였지만, 투명한 막으로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정한을 포함한 사람들이 이를 알 리 없었다.


[서버 ‘오르쿠스’ 와 서버 ‘지구’의 서버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르쿠스 vs 지구]

[승리를 기원합니다.]


“쿠어어어어어!”

“오르쿠스를 위하여!”


전쟁 필드 한 가운데에 거대한 홀로그램이 떠오름과 동시에 상대 진영의 이종족들이 함성을 질렀다.


[서버 ‘오르쿠스’의 지도자 오크람이 ‘전쟁의 포효’를 시전합니다.]

[‘아스포델의 들판’의 플레이어 효과로 ‘전쟁의 포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떠오르는 알림창.

‘전쟁의 포효’의 효과를 알 리 없는 정한은 순식간에 사람들 얼굴에 드리우는 공포를 읽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악!”

“나, 난 죽기 싫어!”

“내보내 줘!”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상대편은 아직 아군의 진영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먹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상대 종족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거대한 늑대를 소환해 그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있던 이종족들이 하나둘 늑대를 소환했다.


‘탈 것을 이용하는 건 가능한 건가?’


정한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사람들 중 탈것을 소환해 낸 사람은 없었다.


‘하긴, 아직 탈 것이 등록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겠군.’


정한은 그제야 주드가 서버 전쟁이 너무 빠르다는 말을 이해했다.


-그것 보세요. 플레이어님. 제가 이상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정한이 주드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통해 들려오는 것에 의아해하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여기서 모습을 드러냈다간 바로 제 정체가 들통날 테니까요. 어쩔 수 없답니다!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 건 괜찮은 거야?’

-네!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그나저나 첫판부터 오르쿠스라니. ‘엘리시온’이 작정한 것 같은데요?

‘그게 왜?’

-오르쿠스의 오르쿤들은 호전적이고 손속에 자비가 없는 종족으로 유명하거든요. ‘엘리시온’의 서버 내에서 꽤 상위권에 속해있는 서버 중 하나고요.


정한은 붉은 피부의 이종족들이 인간들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은 광기에 휩싸인 듯한 번들거리는 눈으로 인간들을 죽이며 웃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미 죽은 인간들의 시체를 훼손하며 즐거워했다.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네.”


중얼거리는 정한의 옆에서 진호가 헛구역질했다.


“PTSD 올 것 같은데요?”


이미 주변에는 구토를 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울고 있는 아이들까지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단순히 재미로 참여를 신청한 어린아이들이었다.

제 부모가 산채로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정신을 잃은 아이들도 보였다.


정한은 그 참혹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안 되겠다. 죽을 땐 죽더라도······. 진호야, 힐 할 수 있지?”

“넵! 맡겨만 주세요!”


진호는 핼쑥해진 얼굴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때마침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검과 방패를 든 오르쿤 전사가 뛰어오고 있었다.

정한의 손에 단검이 들렸다.


“쿠어어! 죽어라! 나약한 종족!”


오르쿤 전사가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검이 파공음을 흘리며 정한을 향해 쇄도했다.


캉-! 카가가가가가각.


정한의 검에 달린 쇠사슬과 날붙이가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크윽.”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쇠사슬로 검의 궤도를 틀어냈을 뿐인데 저절로 한쪽 다리가 굽혀졌다.

상대방의 레벨은 127.

무려 40레벨이 넘는 힘의 차이였다.


오르쿤 전사는 자신의 검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나약한 종족의 왕인가?”


오르쿤 전사가 웃었다.


“네 놈의 목을 우리 위대한 오크람께 바쳐야겠다!”


오르쿤 전사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정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분명 공격력이나 파괴력은 가공할 만 하지만 속도는 확실히 떨어지는데?’


정한은 검을 받아내는 대신 날렵하게 뛰어다니며 오르쿤 전사의 검을 피했다.


“이익! 쥐새끼 같은 놈! 잘도 피해 다니는구나!”


오르쿤 전사의 검이 바닥을 내려칠 때마다 땅이 마치 삽질이라도 한 것처럼 파여나갔다.

적의 공격을 피해내며 패턴을 확인하던 정한이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피윳-.


정한의 검이 오르쿤 전사의 팔에 짧은 흉터를 만들어냈다.


‘미친. 저게 돌이야 피부야?’


분명 급소를 찌른다고 찔렀는데도 급소는커녕 피부를 제대로 뚫어내지도 못했다.

와중에 급소를 노렸던 공격마저 손쉽게 막혔다.


정한은 얼얼해진 손목을 가볍게 털어내듯 흔들었다.


‘레벨 차이가 커서 쉽진 않을 거로 생각은 했다만.’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거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한은 ‘엘리시온’의 시스템을 접한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벽 앞에 짜증이 치밀었다.


‘내가 겨우 오크 하나를 못 잡는다고?’

-오크가 아니라 오르쿤입니다! 오르쿤은 오크보다 좀 더 상위 종족이라고요!

‘그딴 건 안 궁금해!’


정한은 괜히 주드에게 속으로 버럭 성질을 냈다.


-아니, 전, 그냥 설명해 드린 건데······.


시무룩해진 주드가 말끝을 흐렸지만, 정한은 이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정한이 오르쿤 전사 한 마리와 대치하고 있는 동안 이미 전쟁의 승패는 기울어있었다.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압도적인 무력 앞에 사람들은 그저 사냥감처럼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늘 포식자의 위치에 있던 인간을 단 한 번의 전투로 피식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붉은 피가 풀 한 포기 없던 황량한 벌판을 가득 채웠다.


인간들의 수가 줄어들자, 몇몇 사냥감을 찾지 못한 오르쿤 전사들이 정한과 진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움말 : 전쟁과 결투에서는 탈 것과 펫 소환이 가능합니다. 원래 전쟁은 물량 싸움이니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를 쟁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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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Lv. 76 서버 전쟁 (2) +1 24.09.05 50 1 11쪽
» Lv. 75 서버 전쟁 (1) 24.09.03 63 2 11쪽
75 Lv. 7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5) 24.09.01 65 2 11쪽
74 Lv. 7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4) 24.08.29 68 2 11쪽
73 Lv. 7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3) 24.08.27 84 2 11쪽
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7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2 2 11쪽
70 Lv. 69 산적 소탕 (5) 24.08.20 94 2 11쪽
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1 2 11쪽
68 Lv. 67 산적 소탕 (3) 24.08.15 91 2 11쪽
67 Lv. 66 산적 소탕 (2) 24.08.13 95 1 11쪽
66 Lv. 65 산적 소탕 (1) 24.08.11 98 2 11쪽
65 Lv. 64 대규모 업데이트 (3) 24.08.08 110 2 11쪽
64 Lv. 63 대규모 업데이트 (2) 24.08.06 115 1 11쪽
63 Lv. 62 대규모 업데이트 (1) 24.08.04 123 3 11쪽
62 Lv. 61 서해 2인조 (4) +1 24.08.01 129 1 11쪽
61 Lv. 60 서해 2인조 (3) 24.07.30 128 1 11쪽
60 Lv. 59 서해 2인조 (2) 24.07.28 142 2 11쪽
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2 3 11쪽
58 Lv. 57 사소한 변화 24.07.23 141 4 11쪽
57 Lv. 56 시스템 오류 (3) 24.07.21 149 3 11쪽
56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6 3 11쪽
55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6 4 11쪽
54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24.07.14 180 3 11쪽
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5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9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200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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