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서버 최강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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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댬
작품등록일 :
2024.06.01 23:27
최근연재일 :
2024.09.08 06:20
연재수 :
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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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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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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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Lv. 76 서버 전쟁 (2)

DUMMY

Lv. 76 서버 전쟁 (2)


‘여기서 더 몰리면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정한이 주변을 살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오르쿤 전사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정한이 상대에게 입힌 아주 작은 타격이 오히려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은 오르쿤 전사들의 관심이 정한과 진호에게 쏠린 틈을 타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정한처럼 끝까지 오르쿤 전사와 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런 이들은 굉장히 극소수였다.


‘이제 어쩐다······.’


정한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 진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쟁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약 50분.

십 분 만에 벌어진 참상으로 봤을 때, 남은 시간을 도망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방법 따윈 없었다.


‘사람이 없다면 탈것을 소환해서 도망 다니겠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점이 걸렸다.


“혀, 형님. 이제 어떡하실······.”


진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인 남자의 팔뚝 두께만 한 창이 날아왔다.

정한이 진호를 끌어당겨 등 뒤로 내던졌다.


푹-.


진호가 있던 자리에 날아와 박힌 창이 부르르 떨렸다.


“도망가라. 진호야.”

“전 형님이랑 같이 싸울 겁니다!”

“아니. 나도 도망칠 거니까 도망가라고!”


정한의 외침을 들은 진호가 무작정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한도 진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오르쿤 전사들은 도망치는 정한과 진호를 보며 저들끼리 비웃었다.


“역시 나약한 종족. 명예를 모르는군.”

“적을 두고 도망치다니.”


승리를 확신한 녀석들은 굳이 힘을 들여 정한과 진호를 쫓지 않았다.

굳이 그들이 아니어도 사냥할 인간들은 많았다.

오르쿤 전사들은 어슬렁거리며 주변의 다른 사냥감을 찾아 이동했다.


*


한편, 이번 전쟁에 참여한 도현은 모습을 숨긴 채 주변을 주시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감흥도 없었다.


“이런 걸 원한 건 아닐 테고. 진짜 목적이 뭐지?”

“위대한 ‘엘리시온’께서 안배하신 일이다. 넌 그냥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돼.”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군.”


상대의 레벨은 도현보다도 두 배나 높았다.

퀘스트의 내용은 적의 처치.

지금의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현은 코웃음치며 천천히 전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상처나 입힐 수 있으면 다행이겠군.’


차라리 이번 판은 빨리 죽고 레벨을 올리는 편이 나으리라.

그가 은신을 풀었다.


오르쿤 전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도현의 모습에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낄낄거리며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를 뿐이었다.

도현은 별다른 저항 없이 눈을 감았다.


실제로 죽는 건 아니라 해도 그 순간의 공포와 통증은 느껴진다.

도현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생명력 게이지 바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며 시야가 붉게 점멸했다.


[생명력이 10% 미만입니다.]


익숙한 폰트의 글자가 눈앞에 떠올랐다.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로 홀로 오르쿤 전사를 상대하는 사람이 보였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살려고 발버둥 쳐봤자 고통만 길어질 뿐이다.

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


정한은 최대한 멀리 도망친 뒤 눈으로 진호를 찾았다.

다행히 진호도 한창 싸움판이 벌어져 있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리는커녕 적을 쓰러트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정한은 전쟁에 참여하기 전 받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하. 역시. 그래서 실패 패널티가 없었던 거군.’

-전쟁 퀘스트는 언제든 완료 하실 수 있으니까요. 굳이 이번 판이 아니어도 상관없답니다.


정한은 지금이라도 주드를 소환해 딱밤을 날리고 싶은 것을 꾸역꾸역 참아냈다.


멀리서 정한을 발견한 진호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형님. 이제 저희 어떡해요?”


정한과 오르쿤 전사의 싸움을 지켜본 진호였다.

정한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상대.

그런 적들이 널려있었다.


“죽어야지 뭐. 아니면 계속 도망치거나.”

“으. 죽기 싫은데······. 진짜 아프단 말이에요.”


진호가 앓는 소리를 냈다.

정한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되도록 죽지 않고 첫 전쟁을 끝내고 싶었다.

죽음을 경험하는 게 좋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남은 시간은 45분.

이제 전쟁이 시작된 지 고작 1/4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겨우 10% 남짓 이었다.


서버 단위로 진행되는 전쟁인 만큼 참여 인원의 수가 정해져 있었다.

최대 십만 명.

지구의 전체 인구가 80억인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상대 진영 숫자를 보면 적은 것도 아닌가?’

-밸런스를 맞춰야 하니까요.

‘이게 밸런스를 맞춘 거라고?’


되묻는 정한에게서 황당함이 느껴졌다.


-오르쿠스 진영은 참여 인원이 오천 명이었는걸요? ‘엘리시온’이 이런 부분은 정확하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합산 전투력은 비슷하게 맞췄을 거예요.


아무리 지구의 참가자 중에 어린아이도 섞여 있다지만, 단순히 숫자만 놓고 계산만 해봐도 스무 배의 차이였다.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한데?’

-어쩔 수 없죠. 애초에 ‘엘리시온’이 지구에 뿌리내린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그나저나, 이제 슬슬 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태연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죽음을 종용하는 주드의 말을 들으며 정한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

-‘엘리시온’이 남은 사람들을 주시하기 시작한 것 같거든요.


주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새카만 구멍에서는 마치 물고기가 알을 낳듯 동그란 무언가를 끊임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알이었다.

마치 갓 적출 해낸 안구처럼 기괴한 핏줄을 달고 있는 눈알들은 허공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으악! 저게 뭐야?”


진호가 갑자기 생겨난 눈알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징그럽거나 잔인한 것에 별 감흥이 없는 정한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눈알은 사실적이었다.


눈알은 마치 정해진 구역이 있는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봤다.


-웬만하면 저 녀석의 시야에 걸리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건 빨리 말해야지!’


“진호야, 나 급한 일 생각나서 나가봐야겠다.”

“네? 형님! 형! 정한이 형!”


자신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는 진호를 무시한 채 정한은 오르쿤 전사에게 몸을 날렸다.


‘갈 땐 가더라도, 최대한 패고 간다!’


이를 악문 정한의 검이 매섭게 오르쿤 전사를 향해 쏟아졌다.


“간지럽구나! 나약한 종족아!”


오르쿤 전사는 정한의 공격을 가볍게 방패로 받아내며 거대한 철퇴를 휘둘렀다.


퍽퍽퍽퍽-!


정한은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피했지만, 몰려든 적들의 공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생명력이 바닥나고 정한의 시야가 그대로 암전했다.


눈을 뜨니 정한은 전장에 들어갈 때처럼 집 소파에 앉아있었다.


“어떠셨나요? 처음 서버 전쟁을 치러 본 소감은?”

“거지 같은데?”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였다.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했지만, 정한은 적의 생명력을 고작 10%밖에 깎아내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정한은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뼈저리게 실감했을 뿐이다.


“말씀드렸잖아요. 오르쿠스는 ‘엘리시온’ 내에서도 꽤 강한 녀석들이라니까요?”

“네 말대로라면, 지구랑 비교하면 다 강하겠지.”

“그건 그렇지만······.”


주드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다물었다.


“형님!”


정한이 전장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호가 집으로 복귀했다.


“왜 갑자기 그러신 거예요?”

“미안, 미안.”

“급한 일은 해결하셨어요?”

“어? 어. 내가 날짜를 착각했더라고.”

“전 진짜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놀랐잖아요.”

“근데 너도 죽었어?”

“네, 으. 매번 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진짜 기분 나쁘다니까요.”


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 말 많게 생겼는데?”

“그러니까요. 어린애들도 들어왔던데.”


정한과 진호가 걱정한 대로 이미 인터넷과 텔레비전에선 서버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느니, 레벨 제한을 만들어야 한다느니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엘리시온’이 따로 규제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부모님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형식적인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일 있을 서버 전쟁이 문제네요.”

“너 내일도 하려고?”

“당연하죠! 설마 내일도 오늘 같은 놈들 나오겠어요?”


진호는 무언가를 확인하듯 허공을 보며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보니까 저희 서버 순위도 완전 바닥이던데, 비슷하게 바닥인 애들로 매칭되겠죠. 근데 오늘 일 때문에 사람들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글쎄. 너 보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오늘처럼 너무 어리거나 레벨 낮은 사람들은 안 하겠지.”

“그러면 다행인데. 형님도 하실 거죠?”

“응. 이번 주는 일단 다 해보려고.”

“그럼, 참여 신청 넣겠습니다!”


조금 전 죽고 온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호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전쟁에 참가 신청을 넣었다.

정한이 이에 감탄하자,


“결투하다가 많이 죽어봤어요. 그리고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딱히 별 느낌 없던데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일 오전에 던전 가실 거죠?”


진호의 질문에 정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규태 형님네도 부를까요?”

“그래. 어차피 경험치 나눠 먹는 것도 아니고. 너만 괜찮으면 같이 가면 좋지.”


그렇게 순식간에 던전 파티가 만들어졌다.


*


“여긴 또 뭐냐? 이런 데가 있었어?”


규태가 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는 들판을 어기적거리며 걸어왔다.


“우리 애들 레벨 올리려고 돌아다니다가 발견했지.”

“사유지 같은데 막 들어와도 되나 모르겠다.”

“응. 그러니까 일단 던전 안에서 얘기하자.”


보스를 레이드하며 얻은 열쇠가 있었기에 그들은 바로 던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플로라의 정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알림창이 떠올랐지만,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너희 어제 서버 전 했냐?”


정한과 진호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보나 마나 안 했을 거 같고. 형수는 했어요?”

“들어간 지 5분 만에 죽었어요. 짜증 나. 진짜.”


희주가 기다란 지팡이로 몬스터의 대가리를 깨며 화풀이했다.


“그래도 나름 오래 버텼네요. 혼자 갔을 텐데. 오늘 하는 것도 갈 거면 파티하고 같이 들어갈래요?”

“정한 씨랑 진호 씨가 같이 가면 나야 좋져!”

“형은 안 갈 거야? 오크 같은 애들 나오던데?”

“안 그래도 희주가 하도 얘기해서 신청 넣었다.”

“그러면 이대로 다 같이 파티한 상태로 들어가면 되겠네.”


[도움말 : 서버 전쟁은 결투와는 달리 상대 진영과 아군의 총 전투력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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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 76 서버 전쟁 (2) +1 24.09.05 51 1 11쪽
76 Lv. 75 서버 전쟁 (1) 24.09.03 63 2 11쪽
75 Lv. 7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5) 24.09.01 66 2 11쪽
74 Lv. 7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4) 24.08.29 68 2 11쪽
73 Lv. 7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3) 24.08.27 84 2 11쪽
72 Lv. 7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24.08.25 87 2 11쪽
71 Lv. 7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 24.08.22 92 2 11쪽
70 Lv. 69 산적 소탕 (5) 24.08.20 94 2 11쪽
69 Lv. 68 산적 소탕 (4) 24.08.18 91 2 11쪽
68 Lv. 67 산적 소탕 (3) 24.08.15 91 2 11쪽
67 Lv. 66 산적 소탕 (2) 24.08.13 95 1 11쪽
66 Lv. 65 산적 소탕 (1) 24.08.11 98 2 11쪽
65 Lv. 64 대규모 업데이트 (3) 24.08.08 110 2 11쪽
64 Lv. 63 대규모 업데이트 (2) 24.08.06 115 1 11쪽
63 Lv. 62 대규모 업데이트 (1) 24.08.04 123 3 11쪽
62 Lv. 61 서해 2인조 (4) +1 24.08.01 129 1 11쪽
61 Lv. 60 서해 2인조 (3) 24.07.30 128 1 11쪽
60 Lv. 59 서해 2인조 (2) 24.07.28 142 2 11쪽
59 Lv. 58 서해 2인조 (1) 24.07.25 152 3 11쪽
58 Lv. 57 사소한 변화 24.07.23 141 4 11쪽
57 Lv. 56 시스템 오류 (3) 24.07.21 149 3 11쪽
56 Lv. 55 시스템 오류 (2) 24.07.18 156 3 11쪽
55 Lv. 54 시스템 오류 (1) 24.07.16 166 4 11쪽
54 Lv. 53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6) 24.07.14 181 3 11쪽
53 Lv. 52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5) 24.07.11 185 3 11쪽
52 Lv. 51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4) 24.07.09 199 4 11쪽
51 Lv. 50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3) 24.07.07 200 5 11쪽
50 Lv. 49 붉은 바위의 도시 페트라 (2) 24.07.05 20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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