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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336
추천수 :
4
글자수 :
281,647

작성
24.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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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오해

DUMMY

-이거 놔!

순간 멱살이 잡힌 사람은 칼의 팔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내리치며 말했다. 그럼에도 그 팔은 그 사람을 꽉 잡고서 놓을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버둥거릴수록 칼은 손아귀에 힘을 더 주었다.

늑대의 머리뼈를 한 손으로 아작 낼만한 큼직한 손과 굵직한 팔을 보며 그 사람에게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은 자신의 안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단검을 찾아내어 있는 힘껏 팔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검은 옷을 찢거나 베어내기만 할 뿐 피부를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뭐, 이런 게 있어···.

그 팔과 손아귀에 어떠한 타격을 줄만 한 것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팔이 벽 바깥쪽으로 획 빠지며 그 사람의 얼굴이 고스란히 벽에 부딪혔다. 쿵 하며 꽤 큰소리가 났다.

그제야 칼은 그 사람을 꼭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벽에 부딪히며 소리가 날 때 당황한 듯 움찔한 손은 허겁지겁 벽 밖으로 나갔다.

그 사람은 몸을 돌려 벽을 등지고 축 늘어졌다. 눈을 감고 찡그린 표정으로 얼얼한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얼굴에서 가시질 않는다. 코에서는 코피가 흘러내렸지만 이가 빠지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통증에 효과가 있는 약을 찾기 위해 찬장으로 기어갈 때 밖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진짜 답답한 사람이네! 다짜고짜 사람을 잡으면 어떡합니까?

-보이는데 어떡하나?

-아니 이 인간은 세상 제 혼자 사나?

그 사람이 얼핏 들었을 때 자기와 나이 또래가 비슷한 두 청년 싸우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아니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을 나무라고 있다.

-우리는 아이를 찾으러 왔을 뿐이다. 다른 목적은 없다.

-이런···.일방적으로 호통을 치고 있는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그에게 나무라는 것을 멈춘 모양이다.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것이라 예상한 그 사람은 찬장 밑으로 기어가 벽을 잡고서 일어섰다. 늑대가 몸을 던져가며 집을 무너뜨리려 했던 행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벽을 짚는 순간 벽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 사람은 먹먹해진 마음에 부어오른 얼굴을 잊어버렸다.


끼익! 퍽!


그 소리는 그녀의 바로 옆에 있는 문에서 난 소리였다. 이제는 마음이 더 아팠다. 문이 부서졌다.

-문이 약하군.

문을 여는 것이 아닌 뜯은 칼은 몸을 한껏 숙여 들어왔다. 문의 폭도 칼에게는 약간 좁았기에 한쪽 어깨를 먼저 들이밀며 들어왔다. 하지만 조심히 들어오려 했던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두막으로 들어와 허리를 폈을 때 뒤통수를 천장에 부딪쳤다. 그 사람은 그 광경을 지켜보았는데 칼의 머리가 천장과 부딪힐 때 찬장 바로 위 천장이 들린 것을 보았으나 애써 무시하려 하였다.

칼은 오두막 안을 두리번거렸다. 털옷을 두른 채 자는 아이를 발견했다.

좁은 오두막의 칼이 들어오니 공간이 많이 좁아졌다. 칼과 그 사람의 간격은 한 뼘 정도다. 찬장이 바로 문 옆에 있는데 문을 등진 채 찬장을 뒤지던 그 사람은 고개를 뒤쪽으로 돌려 칼과 눈이 마주쳤다. 칼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얼굴은 왜 그러지?

-이 화상아! 네가 그랬잖아!

그 사람을 향한 칼의 질문에 AI로봇이 들어오며 대신 대답했다.

-벽에 부딪힌 것이 얼굴이었군.

-아니 도대체 이 인간 뭐지.

AI가 정말 질린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때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찬장을 잡고 기운을 모으던 그 사람이 있는 힘껏 몸을 돌리며 단검으로 칼의 얼굴을 향해 휘두른 것이다.

-죽어! 이 괴물아!

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단검이 그의 목에 닿았지만, 그 사람의 바람과 달리 살을 뚫지는 못했다. 심지어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 사람은 손목에 힘을 주어 단검으로 그의 목에서 동맥이 지나가는 곳을 눌렀지만 힘을 줄 때마다 그 부분의 피부가 약간 들어가기만 할 뿐 생채기도 낼 수 없었다.

단검이 날이 무뎌진 것은 아니다. 지금 7cm 정도 되는 날의 길이는 이전에 10cm가 되었다. 그만큼 단검을 오랫동안 사용하고 관리를 해왔다. 그런 보살핌을 받은 단검의 날은 아주 예리했다. 그런 단검조차 뚫지 못하는 피부를 가진 칼은 가히 괴물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우선 침착해. 우린 아이를 찾으러 왔을 뿐이다.

대화할 생각이 없는 그 사람은 난로를 뒤적일 때 쓰는 쇠막대기를 잡고 달구어진 막대기의 끝을, 칼을 향해 겨누었다.

칼은 가만히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얀 얼굴의 오른쪽 눈덩이가 부어올랐지만, 그 사람의 큰 눈이 매섭게 칼을 바라보고 있다. 짙은 혈색이 도는 터진 입술을 굳세게 닫고는 일 절의 타협 의사 따윈 없는 모양이었다.

-대화할 의사가 없군.

그 사람을 막대를 양손으로 든 채 팔을 이용하여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아내었다. 찬바람에 흘러내린 코피가 일부 굳어버려 닦아내어도 번지기만 할 뿐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가만히 서 있던 칼은 한 손으로 뜨겁게 달궈진 쇠막대의 끝을 잡았다. 그 사람은 당황하며 양팔의 힘을 이용하여 막대기를 그의 손에서 빼내려 했지만, 칼은 힘을 주어 막대기를 구부리며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둘 사이의 거리가 한 뼘보다 가까워졌을 때 칼은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아이다.

-우선 아이 먼저 챙기지.

칼은 막대를 놓고 아이를 살폈다.

칼은 말없이 아이를 내려다볼 뿐이고 그것을 그 사람이 보고 있고 이 모든 광경을 AI로봇이 살피고 있었다.

아이를 살펴보고 나서 아이에게 어떤 상처나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칼은 밖으로 나가 나무를 베어 문을 대신할 만한 벽을 만들어 세웠다. 그것이 문의 기능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찬 바람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칼은 AI로봇이 알려준 약초를 꺼냈다.

눈을 슬쩍 흘기며 약초를 본 그 사람은 칼에게 말한다.

-의외네. 약초까지 캐다니. 유괴범치곤 상냥한데?

칼은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유괴범이라니? 내가?

그 사람은 칼이 시치미를 때려 연기하는 것이라 착각하여 유괴범이라는 단어에 아무런 양심조차 느끼지 않은 칼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그 사람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던 칼은 무심하게 그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유괴범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나?

그 사람은 턱 끝으로 옷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칼과 아이가 이 숲으로 들어올 때부터 미행하였다. 칼이 입고 있는 제복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검은 옷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옷 말이야.

-이 옷이 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 사람은 그들에게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파렴치한-!

그때 아이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아이는 아직 몸살 기운이 남아있는지 여전히 누운 채로 칼을 보며 웃었지만, 힘이 들어 보였다.

-몸은 괜찮아졌나?

아이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AI가 아이의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36.9도 아직 미열이 남아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닙니다. 아주 다행이에요. 머리가 아프거나 눈앞이 흔들린다거나 그렇진 않아?

AI의 물음에 아이는 장난을 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몸이 이불에 감싼 상태에 고개만 까닥이니 몸이 꿈틀대며 움직인다. 그 반응에 AI로봇은 미소 짓는 표정을 띠며 물었다.

-어느 정도? 조금? 아니면 많이?

아이는 로봇이 조금이라고 말할 때 고개를 끄덕였고 많이라고 할 때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도 아직 두통이랑 어지럼증이 있나 보군요. 조금 더 두고 상태를 봐야겠어요.

그 말이 끝나자, 칼은 벌떡 일어나 아이를 향해 몸을 숙이며 이마를 짚어보았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 키득거린다. 칼이 아이의 이마에 손을 올린 채 말을 했다. 

-여기서 푹 자라. 내일 내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겠다.

아이는 히히 웃다가 크게 하품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칼은 아이가 눈을 감고 순식간에 잠들어 버리는 것을 보고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같이 가요!

AI 로봇도 따라 나간다.

그 사람은 아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유괴범이 틀림없다. 인신매매범이 틀림없다. 동생을 납치한 녀석들과 색은 다르지만,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게다가 칼과 아이의 얼굴을 보았을 땐 저 둘이 가족관계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 사람은 칼을 따라 나갔다.

-도대체 저 아이를 어쩔 셈이지?

칼은 그 사람을 한 참 바라보고 말했다.

-나도 모른다.

그 사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납치범이 아닌가?

-덕분에 아이가 나을 수 있었다. 고맙군.

그리고 왔던 길로 돌아가며 말을 잇는다.

-오늘 밤, 아이 좀 부탁하지. 내일 다시 오겠다. 

그 사람은 무슨 대답을 하려 했지만, 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오두막 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아이가 열 기운에 지쳐서 자는 것이 아닌 편히 자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이와 칼의 관계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깊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좌우로 힘껏 흔든다.

아이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칼이 정말로 유괴범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오두막 주위 늑대의 흔적, 싸움이 있었던 흔적은 없다. 

‘흔적도 남기지 않았군,’

그 사람은 칼이 향한 길을 유심히 본다. 그리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 다시 벽을 세우고 임시방편으로 만든 잠자리에 눕는다.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도망칠지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를 괴물 같은 칼의 능력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절대로 아이와 칼의 관계를 보며 칼을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뿐이다.

결국 그 사람은 마음속으로 칼에 대한 생각을 되뇌며 밤을 지새우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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